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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08화
PAYLUA ORIGINAL · 제108화

108화. 승인자는 하나가 아니었다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839자

오프라인 책장
2월 8일 월요일 오전, 화진모빌리티에서 제출한 새 자료 때문에 우리 수첩의 화살표 하나를 지워야 했다. 2025년 8월 25일 9시 43분. 그 시각의 경고 하향 처리는 요청, 검토, 실행이 한 번에 이뤄지는 버튼이 아니었다. 요청서를 만든 사람, 마감 조건을 확인한 사람, 일괄 변경을 실행하는 계정이 각각 달랐다. 한 화면에서 ‘완료’라고 보였던 것은 마지막 단계뿐이었다. 오선영은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요청번호가 먼저 만들어졌고, 승인 조건을 확인한 별도 기록이 있어. 실행은 공용 단말에서 됐지만 그 앞 단계는 다른 곳에서 시작됐어.” “그럼 고태원 씨가 9시 41분에 출력한 현황표와 직접 연결됐다는 주장은 약해지겠네요.” “그렇지. 이미 앞선 요청이 있었으니까.” “그 요청이 언제 만들어졌습니까?” “기록에 따르면 9시 29분. 다만 당시 시스템 시각 동기화 상태도 확인 중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믿어온 시간표는 또다시 정교해져야 했다. 오전 열 시, 선영이 확인 가능한 또 하나의 사실을 말했다. 승인 조건을 확인한 담당자로 표시된 개인 업무 계정은 윤세한 명의였다. 그러나 윤세한은 8월 22일 9시 16분 공용 계정 완료 처리와도 연결된 이름이다. 그렇다고 두 날짜의 실제 작업자가 같은 사람이라는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그 계정의 주인이 윤세한이라는 건 확인됐습니까?” “그 계정이 발급된 대상은 확인했어. 실제 로그인한 사람이 윤세한인지는 별도 확인 중이고.” “그 사람한테 불리한 일이겠네요.” “그래서 더 꼼꼼하게 봐야지. 우리가 이름 하나를 먼저 찍으면 익명 발신자가 바로 그걸 이용할 거야.” 오후 한 시, 정민규가 단말 유지보수 내역을 찾아냈다. 2025년 8월 25일 9시 30분 무렵 공용 업무 구역의 인증 장치가 한 차례 오류를 냈고, 담당자가 임시 인증 수단을 사용했다는 기록이었다. 그 임시 수단은 신청자의 신분을 완전히 증명하지 못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면 계정 로그만으로 실사용자를 알 수 없군요.” “네. 대신 그때 누가 유지보수 요청을 했고 누구에게 임시 수단을 건넸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나는 민규의 답변에서 변화가 느껴졌다. 예전에는 누락이 발생한 후 누구에게 알릴지를 먼저 생각했다면, 지금은 원본 기록과 전달 경로를 분리하고 있었다. 오후 두 시, 윤세한이 경찰에 제출한 진술의 공개 가능한 부분을 들었다. 그는 당시 개인 업무 계정이 승인 조건 확인에 사용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자신은 마감표를 확인하라는 부탁을 받았을 뿐 경고 하향을 승인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의 말은 사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었다. 다만 ‘계정으로 기록됐다’는 사실과 ‘본인이 승인했다’는 결론은 같지 않았다. 나는 생각했다. 범인이 누군가의 계정을 빌려 썼다면 피해자에게 남는 것은 로그의 이름이다. 반대로 실제로 부정한 승인을 한 사람도 공용 계정이라는 이유로 숨어버릴 수 있다. 어느 쪽을 먼저 결정하든 수사는 망가진다. 그날 저녁 고태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저에 대한 기사 나왔습니까?” “확인된 기사에는 이름이 없었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는 몇 초 동안 말이 없었다. “서 조사관님, 제가 9시 41분에 출력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잖아요. 사람들은 그것만으로도 제가 9시 43분에 뭘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두 기록을 연결할 자료가 아직 부족합니다.” “그 말을 제 아내도 믿을까요?” 그 질문에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가족에게 누군가를 믿으라고 명령할 수는 없다. 증거를 정리해 보여줄 수 있을 뿐이다. 저녁 일곱 시, 한유리는 고태원에게 새로 붙은 익명 별명을 기사에 싣지 않기로 했다. 대신 공용 계정 로그와 개인 책임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설명했다. 그녀는 내게 기사 마지막 문장을 읽어주었다. ‘누가 했는지 모른다는 것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나는 그 문장을 들으며 잠깐 말이 없었다. 그동안 우리가 놓치고 있던 건 범인을 찾는 속도가 아니라 사실을 유지하는 태도였는지도 모른다. 밤 아홉 시, 오선영이 마지막 자료를 전달했다. 경고를 참고로 하향시키는 요청이 처리되기 바로 전, 시스템이 ‘이관 후 귀속 결과는 별도 검증’이라는 주석을 띄웠다는 화면 기록이 있었다. 그러나 그 주석이 누구 화면에 실제로 보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나는 물었다. “그걸 봤다면 무슨 뜻인지 알았을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지. 하지만 누군가 그 경고를 보고도 진행했다면 이유를 물어야 해.” 오전 열한 시에는 배정우 사망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팀에서 분리 검증 결과가 일부 전달됐다. 현장 사설 연락망의 메시지가 9시 16분 이메일보다 빨리 표시된 단말이 있었지만, 그것이 실제 최초 전송 시각을 뜻하지는 않았다. 서버 저장 시각과 기기 화면에 보이는 시각은 다를 수 있었다. 누구도 미래를 안다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왜 원본 사건기록에는 배정우가 범인으로 적혔을까요?” 내가 묻자 선영이 말했다. “그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어.” 나는 최초 메일의 피해자 임소율, 용의자 배정우라는 두 이름을 보았다. 2025년 화진모빌리티의 검토 문서에도 두 이름은 서로 다른 칸에서 만났다. 한 명은 신고자였고 다른 한 명은 검토자로 적혀 있었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의 관계가 누군가의 살인 동기를 설명해주지는 않았다. 점심시간에 임소율은 자신의 신고 상태가 정정된 뒤에도 회사 내부의 옛 요약표가 일부 부서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담당자는 업데이트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부서가 별도 복사본을 가지고 있었다. 임소율은 그 복사본을 사용 중지해 달라는 정식 요청을 냈다. “끝났다고 했는데 또 남아 있네요.” “복제된 기록은 한 곳을 고친다고 다 바뀌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럼 제가 평생 확인해야 하나요?” 나는 쉽게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누가 유지관리 책임을 지는지 확인하고, 본인이 모든 부서를 쫓아다니지 않아도 되도록 요청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오후 네 시, 백이준은 공식 답변에서 준법지원실의 최종 검토가 있었다는 사실과 실제 전산 조작 실행자가 누구인지를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 말 자체를 기록했다. 그가 자기 책임을 줄이려고 그런 말을 했을 수 있다. 동시에 사실일 수도 있다. 검증은 말하는 사람의 성격이 아니라 자료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날 저녁 한유리가 ‘승인자 하나가 아니었다’는 말을 제목으로 삼고 싶다고 했다. 나는 한 가지를 고쳐달라고 했다. “승인한 사람이 여러 명이라는 뜻으로 읽히지 않게요. 단계가 여러 개라는 것뿐입니다.” 유리는 제목을 ‘한 번의 완료 표시 뒤에 남은 서로 다른 절차’로 바꿨다. 신문 제목으로는 긴 문장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그 제목 때문에 용의자로 새로 지목되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늦은 밤, 나는 빈칸이 세 개인 도표를 보았다. 요청자, 확인자, 실행자. 세 사람일 수도 있고 한 사람일 수도 있다. 공용 계정은 그 차이를 흐리게 한다. 누군가 그 흐림을 의도적으로 이용했는지도 아직 모른다. 오늘 찾은 것은 이름이 아니라 구분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그 구분 자체가 어떤 이름보다 중요했다. 나는 메모했다. 경고를 무시한 사람, 경고를 못 본 사람, 경고를 치워준 사람. 겉으로는 똑같은 ‘완료’라는 결과가 남지만 행동은 서로 달랐다. 밤 열한 시, 익명 발신자는 드물게 아무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침묵을 승리라고 여기지 않았다. 상대는 우리의 질문에 답할 의무가 없고, 우리는 그의 반응으로 사실을 증명할 수도 없었다. 수첩의 빈칸 하나에 작은 동그라미를 그렸다. 오늘 처음으로 ‘누가’에 대한 질문을 세 개로 나눌 수 있었다. 요청자, 조건 확인자, 실행자. 사람 이름을 적는 칸이 비어 있어도, 이제는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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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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