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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07화
PAYLUA ORIGINAL · 제107화

107화. 답장을 받지 못한 사람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915자

오프라인 책장
박혜림은 토요일 오전부터 세 곳에 전화를 걸었다. 2월 6일. 그녀는 정정된 경력 확인서를 받은 회사들에 도달 여부를 재확인하고 있었다. 예전 문서가 남아 있다는 이유로 면접이 중단되거나 계약이 취소되지 않게 하려는 일이었다. 내가 그 일을 대신해주겠다고 했을 때, 혜림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제 이름으로 된 건 제가 확인할게요. 대신 제가 잘못 이해한 게 있으면 알려주세요.” 그녀는 첫 통화가 끝난 뒤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한 곳은 정정 공문을 받았는데 담당자가 바뀌어서 새 담당자한테 전달이 안 됐대요.’ 나는 회사 내부의 그 사소한 일이 얼마나 많은 결과를 낳을지 알고 있었다. 새 담당자는 과거 기록만 봤고, 정정된 기록은 부서 공용함에서 읽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악의를 품은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악의 없이 방치된 정보는 누군가에게 악용될 여지를 준다. “다시 전달해달라고 요청하셨습니까?” ‘네.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언제까지 회신하는지도 적어달라고 했어요.’ 그녀는 두 달 전 같으면 그저 ‘확인했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전화를 끊었을 것이다. 이제는 전달됐다는 말과 읽었다는 말을 구분했다. 사람은 같은 사건을 겪고 반드시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혜림은 여전히 매달 월세를 걱정했고, 채용 탈락으로 식비를 아껴야 했다. 다만 자신을 지키는 방법 하나를 배웠다. 점심에 임소율이 나를 찾았다. 그녀는 신고 당시 2025년 8월 22일 아침에 작성했던 메모 원본을 가져왔다. 경찰에도 이미 제출한 자료라고 했다. 나는 공개 가능한 범위의 설명만 들었다. “아홉 시 여덟 분에 신고를 접수했어요. 그런데 확인을 요청한 건 돈을 누가 훔쳤냐가 아니었어요. 비용을 누구 이름으로 넘겼는지를 확인해달라는 거였죠.” “그 점은 기록에도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 답변은 3억 8천이라는 숫자부터 시작했어요. 제가 그 돈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사람처럼 됐어요.” 나는 3억 8천을 검토 대상 금액이라고 적었다. 1억 8천은 설명되지 않은 부분으로 별도 표기했다. 두 숫자를 더하거나 빼서 횡령액을 만들지 않았다. 금액은 사람들의 분노를 끌어내기 쉽지만, 돈의 존재와 부정한 취득은 다른 문제다. 임소율은 내 수첩을 보고 말했다. “그렇게 분리해서 적어주니까,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처음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오후 두 시, 한유리가 연락했다. 익명 게시물에서 ‘오선영이 확인을 거부했으니 배정우 관련 증거가 폐기됐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었다. 하지만 원본 자료는 이미 정해진 보존 절차에 따라 관리되고 있었다. 확인하지 않은 알림과 증거 폐기는 연결되지 않았다. “그걸 알면서 왜 계속 같은 말을 올릴까요?” 유리가 물었다. “누군가 믿어주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이미 퍼진 화면을 되돌릴 수 없으리라 기대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번엔 반응이 달라요. 댓글에 출처를 요구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건 좋은 변화입니다.” 유리는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예전에는 저도 가장 자극적인 부분부터 기사로 만들었어요. 사람들이 알아서 확인하겠지 생각하면서요. 지금은 그게 게으른 방식이었다는 걸 알아요.” 그녀는 그런 고백을 기사에 쓰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그 말을 기록해두고 싶었다. 수사팀의 실수만 사건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읽는 사람도, 전달하는 사람도 각자의 작은 방치를 쌓아왔다. 오후 네 시, 김주하가 경찰에 추가 자료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왔다. 2025년 8월 25일 출력실에서 받은 여러 장의 종이 중 일부에는 ‘검토 공백’ 표시가 손으로 추가돼 있었다고 했다. 그 표시를 누가 했는지 기억하지 못했지만, 분류용 스테이플러 위치와 종이 순서를 설명했다고 한다. 자료의 내용이 아니라 물리적인 묶음 방식이 원본 비교의 단서가 될 수 있었다. “김주하가 그걸 지금까지 숨긴 겁니까?” “숨긴 건지 기억이 늦게 난 건지는 아직 몰라.” 선영이 말했다. “누군가는 또 숨겼다고 쓰겠네요.” “그러겠지.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쓰지 않아.” 해가 지기 전, 박혜림에게서 두 번째 회신이 왔다. 이번에는 새 담당자가 정정본을 실제로 읽었고, 종전 기록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확인을 보냈다. 그녀는 그 문장을 보여주며 잠깐 울었다. “이렇게 간단한 일이었는데 왜 몇 달이 걸렸을까요?”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누군가 서류를 미뤄둔 10분은 당사자에게 몇 달의 생활이 됐다. 밤 여덟 시, 오선영은 누락된 보호 연락 건의 책임을 따로 기록했다고 말했다. 교대 기록의 한 칸이 빠진 원인과, 그 사실을 이용해 불안을 조성한 사람은 별도로 조사하고 있었다. 담당자는 누락을 인정했고 재발 방지 절차를 고쳤다. 그래도 누락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물었다. “그 사람이 선배를 원망하지는 않습니까?” “원망할 수 있지. 하지만 실수를 숨기면 그 사람도, 보호받는 사람도 더 위험해져.” 오전 열한 시, 김주하에게서 연락이 왔다. 익명 게시판에 자신의 이름을 단 글이 올라오자 계약업체에서 다음 달 근무 연장 심사를 보류했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직접 확인된 자료가 무엇인지 물었고, 그녀는 업체에서 보내온 문자만 있다고 했다. 아직 계약이 끊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심사가 늦어진 것만으로도 계획했던 생활비가 흔들렸다. “제가 그날 출력실에서 뭘 봤는지 기억하면 다 해결되는 걸까요?” “기억나는 사실을 확인하면 사건에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계약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더 답답하네요.” 그녀는 경찰에 원래 종이 묶음 방식을 진술한 이유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이기도 하다고 했다. 누군가 ‘김주하가 경고문을 작성했다’는 말을 사실처럼 반복하는 동안, 김주하는 자신이 실제로 다룬 종이가 무엇인지 설명할 기회조차 얻기 어려웠다. 나는 사건의 언어가 사람을 지우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료에 적힌 이름은 누군가의 생활과 연결된다. 관련자라고 부르는 건 편리하지만, 그 사람은 오늘도 퇴근 후 저녁을 사야 하고 다음 주 출근표를 받아야 했다. 오후 한 시, 혜림은 연락이 누락됐던 회사에서 왜 정정본을 전달하지 않았는지 들었다. 담당자가 퇴사하면서 후임자에게 넘어갈 파일 목록을 대충 작성했다고 했다. 후임자는 잘못된 옛 기록이 최신본이라고 믿었다. 그 둘 중 누구도 혜림의 취업을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결과만 보면 누군가 방해한 것과 같았다. “그럼 제가 그 사람들을 모두 고소해야 하나요?” “법적 판단은 상담하셔야 합니다. 지금은 어떤 문서가 언제 누구에게 전달됐는지부터 남기세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쉽게 단정할 수 없어도, 다음번에 같은 누락을 막을 방법은 찾을 수 있었다. 오후 세 시, 정민규는 2025년 8월 25일 결재 기록을 검토하며 복구된 파일의 생성 시각을 혼동하지 않기 위해 수사팀용 비교표를 만들었다. 원본 작성 시각, 서버 수신 시각, 출력 시각을 세 칸으로 나누었다. 그 표에는 비어 있는 칸이 많았다. “빈칸이 많으면 아직 일을 못 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도 모르는 걸 채운 표보다는 낫습니다.” 내가 말했다. 민규가 웃었다. “저도 이제 그렇게 생각해요.” 그날 저녁 나는 박혜림과 김주하의 연락 기록을 덮었다. 두 사람을 같은 사건의 증인으로 묶는 것은 수사상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피해를 하나의 극적인 장면으로 바꿔버리면, 둘 다 자기 삶을 잃는다.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따로 이름을 적었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처음 받았던 미래 사건기록을 생각했다. 그 문서의 발신자는 언제나 누군가의 이름을 먼저 적었다. 그러나 그 이름이 있는 자리에 실제로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확인하려고 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나는 종이를 뒤집어 ‘확인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제목을 지웠다. 대신 ‘확인할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이라고 적었다. 두 문장은 닮았지만, 책임의 방향은 완전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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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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