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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05화
PAYLUA ORIGINAL · 제105화

105화. 우리가 지운 것이 아닌 것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783자

오프라인 책장
오선영이 예고 시각에 문서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다음 날 전혀 다른 형태로 돌아왔다. 2월 4일 목요일. 이른 아침부터 여러 사람에게 같은 화면이 전달됐다. ‘책임 이관 거부’라는 붉은 글자가 오선영 이름 옆에 붙은 문서였다. 아래에는 배정우 사망 사건과 관련된 자료 번호가 적혀 있었다. 누구라도 언뜻 보면 담당 형사가 책임을 피하려 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화면에는 서명도, 접수 번호의 발급기관도, 원본 문서를 확인할 주소도 없었다. 나는 그대로 적었다. ‘그렇게 보이도록 만든 이미지.’ 오선영은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리 팀에 확인 전화가 몇 통 왔어. 공식 답변은 한 가지야. 해당 화면은 정식 책임 판정 문서가 아니라는 것.” “선배가 직접 해명합니까?” “내가 먼저 떠들면 내 이름만 더 퍼져. 해당 기관에서 확인된 사실만 안내하도록 했어.” 나는 그 판단이 옳다는 걸 알면서도 화가 났다. 사람을 지키는 가장 빠른 방법은 범인을 당장 찾아 공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가 공개한 이름이 틀리면 박혜림이 겪은 일이 반복된다. 오전 열 시, 정민규는 공식 보존 경로에서 구형 프로그램의 예약 작업 기록을 확보했다. 예약자는 사람이 아니라 ‘계정’으로 찍혀 있었다. 이름은 ‘회신관리 공통’. 회사가 예전에 여러 부서의 업무 알림을 만들 때 쓰던 계정이었다. 작업 등록일은 1월 27일. 그날 우리도 이미 구형 알림의 사전 예약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럼 누가 우리한테 보여줄 장면을 만들어놓았던 거네요.” 나는 말했다. “그렇게 볼 근거는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 계정을 실제로 쓴 사람은 더 확인해야 합니다.” 민규가 말을 고쳤다. “그리고 중요한 게 있어요. 작업 내용은 ‘확인 요청 생성’이지 ‘책임 이관 확정’이 아닙니다. 게시물에 붙은 붉은 글자는 실제 데이터 필드가 아니에요.” “왜 그렇게 확인할 수 있습니까?” “원본 저장값과 화면 캡처의 글자 배치가 달라요. 원본에는 없는 필드입니다.” 그가 제대로 된 비교 자료를 확보한 덕분에 상대가 만들어낸 가장 자극적인 문장이 무너졌다. 오후 한 시, 한유리는 기사 마감을 앞두고 있었다. 누군가 보낸 제보에는 오선영이 ‘미확인 처리’를 받았으니 내부 감찰을 피할 수 없다고 쓰여 있었다. 유리는 제목을 고쳤다. ‘경찰의 책임 거부 논란’에서 ‘문서 확인 알림을 책임 판정으로 둔갑시킨 게시물’로. 편집 데스크는 너무 길다고 항의했지만, 그녀는 원본에 없는 필드를 기사 제목으로 쓰지 않겠다고 했다. 유리는 내게 물었다. “제가 이런 식으로 쓰면 독자가 읽을까요?” “모르겠습니다.” “서 조사관님은 그런 질문에 늘 모른다고 답하네요.” “알 수 없는 걸 안다고 말하면, 결국 다른 사람이 그 값을 치릅니다.” 그녀가 웃지 않았다. 대신 제목을 그대로 송고했다. 오후 세 시, 박혜림에게서 연락이 왔다. 최종 면접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이었다. 채용 담당자는 이전 경력 확인 문제가 아니라 다른 지원자의 경력이 더 맞는다는 이유를 설명했다고 한다. 그것이 사실인지는 내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동안 잘못된 동의서 때문에 면접 일정이 지연되고 비용이 든 것은 분명했다. “전 이제 남들이 ‘확인했다’는 말만 해도 겁나요.” 나는 그녀가 버틴 시간에 대해 함부로 의미를 붙이고 싶지 않았다. 실패한 채용도 이야기에 필요한 시련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기록 정정과 비용 피해에 관한 자료는 계속 남겨두십시오. 그게 당장 결과를 바꿔주지는 못하지만, 본인의 권리를 확인하는 데 필요합니다.” “네. 이번에 받은 안내도 원본 저장했어요.” 그녀는 한참 있다가 덧붙였다. “사실 떨어졌다는 말보다, 결과가 나왔으니 이제 누구 잘못인지 그만 따지라는 말이 더 싫어요.”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저녁 여섯 시, 임소율이 제출한 정산 오류 신고 자료에서 실제 승인자의 서명이 아닌 보조 확인란 하나가 확인됐다. 회사는 그것을 ‘동의’로 읽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양식의 설명에는 ‘접수 확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법적 효력을 판단할 권한은 내게 없었다. 그러나 어떤 단어를 어떤 단어로 바꿔 읽었는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게 비용 귀속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될까요?” 임소율이 물었다. “확인 자료로는 중요합니다. 실제 비용 귀속이 바뀌는지는 별도 판단이 필요합니다.” 그녀는 실망한 것 같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린 진실의 작은 조각을 얻을 때마다 그 조각 하나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배웠다. 밤 여덟 시, 오선영이 전화를 걸었다. “진혁아. 오늘 게시물에서 실수한 사람이 있어.” “누굽니까?” “이름 말고 행동을 보자. 그 사람은 예약 작업이 ‘책임 이관 확정’을 만든다고 적었어. 그런데 실제 프로그램에는 그런 기능이 없어.” “그 사실을 몰랐다는 거군요.” “그럴 수도 있고, 아는 척해도 남들이 믿을 거라 생각했을 수도 있지.” 오전 열한 시, 회사 준법지원실의 백이준에게서 공식 의견이 도착했다. ‘책임 이관’이라고 표시된 이미지가 어떤 문서 관리 프로그램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으며, 해당 이미지로 특정인의 법적 책임을 확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백이준이 누군가를 보호하려고 한 말인지, 실제 법률 검토의 결론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말 자체는 원본 확인을 우선해야 한다는 우리의 주장과 일치했다. 오선영은 답변을 받아 두면서도 백이준의 신뢰성을 보증하지 않았다. “도움이 되는 사실은 쓰고, 그 사람의 다른 행동은 별도로 보자.” 나는 예전 같으면 이 정도 협조를 보이는 사람을 ‘수상한 협조자’로 적었을 것이다. 범인은 교묘하니 협조적이라는 것 자체가 의심스럽다고. 그러나 그런 사고방식은 반증이 불가능하다. 협조해도 의심, 거부해도 의심이라면 이미 결론부터 정해둔 셈이다. 오후 두 시, 정민규는 문제가 된 캡처의 붉은 글자가 원본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줬다. 실제 구형 프로그램의 상태 값은 회색 글씨로 표시되며, 그 화면을 내보낼 때는 붉은 제목을 덧입히는 기능이 없었다. 적어도 공개된 이미지 한 장은 누군가가 다른 도구로 편집했을 개연성이 커졌다. 그 사실이 살인사건의 범인을 가리키지는 않지만, 현행 비난 게시물의 진위를 판단하는 데에는 도움이 됐다. 나는 민규에게 물었다. “그 비교 자료는 누가 검수했습니까?” “저 말고 다른 담당자도요. 제가 혼자 확인했다고 적지 않으려고요.” 그 대답이 고마웠다. 한 번 실수한 사람이 다시 기회를 얻을 때, 늘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다 더 큰 실수를 할 수도 있다. 민규는 이번에는 공을 혼자 가져가지 않았다. 오후 네 시, 박혜림이 고용 관련 상담에서 돌아왔다. 그녀에게는 실제 정정 자료를 근거로 피해 비용을 따로 정리해볼 방법이 안내됐다. 승소할 거라는 약속은 없었다. 혜림은 돌아오는 버스에서 자신의 교통비와 상담비 영수증을 한 장씩 촬영해 두었다. “이런 돈까지 적어야 해요?” “적어두면 나중에 실제 손실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문서 한 줄 잘못 적고, 저는 영수증을 열 장 모으네요.” 그 말에 나는 할 수 있는 답이 없었다. 사실이란 가끔 그렇게 불공평한 모양으로 남는다. 그 불공평을 없던 일처럼 결말에 묻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나는 책상 위의 예고 파일을 다시 읽었다. 누군가 과거 문서의 빈칸을 이용해 사람들을 움직였고, 이제는 그 자신도 빈칸을 성급하게 채우기 시작했다. 선영이 말했다. “증거가 되려면 게시물 작성 경로가 나와야 해. 그래도 적어도 거짓말 하나는 분리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는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그가 만든 결론은 하나씩 유효성을 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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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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