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선영의 예고가 실행되기 직전, 배정우 차량 기록을 다시 펼쳤다.
누군가는 내게 과거를 내려놓고 2월 3일 오전 9시 16분만 지켜보라고 요구하는 듯했다. 그러나 배정우가 죽은 날의 차량 기록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2026년 11월 3일 오후 6시 41분, 배정우 명의 차량이 원효로 근처 주차장에 들어왔다는 기록. 하지만 그 차를 누가 몰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2027년 2월 3일 수요일 오전 여덟 시 오십 분. 나는 한유리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주차 정산 오류 사례를 보고 있었다. 차량 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월 이용권 번호가 남는 방식이었다. 그렇다면 ‘차량 입차’와 ‘이용권 사용’은 다를 수 있었다. 나는 그 가능성을 선영에게 전했다.
“좋아. 이미 확인 중이야.”
“경찰은 어느 쪽으로 보고 있습니까?”
“둘 다. 주차장 운영사 원본과 출입구 영상 보존 상태를 별도로 확인했어.”
“영상은 남아 있습니까?”
“일부만. 그래서 없는 장면까지 본 것처럼 말할 수 없어.”
나는 만족하지 못했지만 더 묻지 않았다. 정보가 없을 때 성급한 결론이 나오는 게 바로 이 사건의 출발점이었다.
선영은 내게 또 하나의 사실을 알려줬다. 배정우의 유족 배은정이 최근 익명으로 전송된 차량 열쇠 사진을 받았다. 발신자는 그 열쇠를 ‘살인 현장으로 가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진 속 열쇠가 배정우의 실제 물건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유족은 이번에는 임의로 사람을 만나지 않고 원본 메시지를 수사팀에 보냈다.
“예전 같았으면 혼자 알아보러 갔을 것 같아요.” 나는 말했다.
“그러면 다치지. 지금은 안전하게 확인할 길을 알고 있어.”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한 사람의 학습이 사건을 해결하지는 않지만, 다음 피해를 막을 수는 있다.
오전 아홉 시, 주차장 기록에서 새로운 값이 나왔다는 연락이 왔다. 입차 장비의 상태 점검 기록이었다. 당시 한 차로의 차량 감지 센서가 간헐적으로 중복 호출을 했고, 이용권 정산 기록의 시간은 서버에서 사후 갱신될 수 있었다.
“그럼 6시 41분은 차가 들어온 시간일 수 없습니까?”
“그렇게 단정할 수도 없고, 맞다고 단정할 수도 없어. 영상과 대조해봐야 해.”
나는 결론을 잘라 적었다. ‘차량 명의와 실운전자는 미확정. 정산 시각과 현장 통과 시각은 다를 수 있음.’
오전 아홉 시 십 분, 오선영이 전화했다.
“진혁아. 지금부터는 연락하지 말고 기다려. 내가 필요한 부분만 확인해서 알려줄게.”
“선배를 배제시키려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을 노릴 겁니다.”
“알고 있어. 그래서 내 사건의 확인 담당자를 따로 정했어.”
“누굽니까?”
“네가 모르는 게 좋아.”
그 말이 끝나자 통화가 끊겼다.
나는 사무실에 혼자 남았다. 원효로 사건을 떠올리며 시계를 보지 않으려 했지만, 책상 위 화면의 숫자가 자꾸 눈에 들어왔다. 9시 14분. 9시 15분. 9시 16분.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내 앞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전 아홉 시 이십삼 분, 민규에게서 업무용 연락이 왔다. 확인 예정 알림이 한 건 발생했지만 오선영 본인이 전자서명한 기록은 없다는 내용이었다. 알림은 구형 회신 프로그램의 예약 작업으로 보였고, 발송 대상 번호가 예전에 쓰이던 안내용 번호와 겹쳤다. 수신자 이름이 표시된다고 해서 수신자가 내용을 확인한 것이 아니었다.
“그럼 예고가 실행된 게 아니군요.”
“그건 평가하기 나름일 수 있습니다. 예약된 알림이 발생한 것은 맞는데, 누가 예약했는지가 남았으니까요.”
나는 민규가 말한 ‘남았다’에 주목했다.
“기록이 보존됐습니까?”
“예. 이번에는 알림 자체와 예약 건을 분리해 보존 요청을 해두었습니다.”
정민규는 오래전 자신의 실수로 수사 정보를 엉뚱한 곳에 흘렸던 사람이다. 오늘 그는 바로 그 틈을 막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먼저 수신 범위를 확인했고, 민감한 이름을 가리지 않은 채 전체 메시지를 전달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오전 아홉 시 사십 분, 한유리가 전화를 걸었다.
“서 조사관님. 익명 게시판에 오선영 경위가 ‘수신을 거부했다’는 글이 올라왔어요.”
“언제 올라왔습니까?”
“9시 18분이요.”
“그 글에 실제 서명이나 수신 거부 기록이 있습니까?”
“아니요. 예고문에 있던 문장만 그대로 적혔어요.”
나는 화면을 내려다봤다. 상대는 사건을 실제로 확인하기 전에 결과를 올려놓았다. 오선영이 확인하면 확인했다고 비난하고, 확인하지 않으면 거부했다고 비난하려는 구조였다. 어느 쪽이든 상대가 써놓은 이야기 속에서 움직여야 했다.
“기사로 쓰실 겁니까?”
“아니요. 제가 이번에 쓸 건 예약 알림과 서명 기록의 차이예요. 누가 누구를 비난했다는 이야기가 아니고요.”
한유리가 선택한 문장은 상대가 원했던 파도를 만들지 못할 것이다. 조회수도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의 이름을 허위 기록으로 묶는 데 언론이 협조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차이가 생긴다.
정오, 오선영이 전화를 했다.
“나 멀쩡해.”
“알고 있습니다.”
“내 이름으로 뭔가가 발송된 건 맞아. 하지만 내가 받았거나 서명한 문서는 없어. 내용과 예약자를 확인하는 건 별개 수사야.”
나는 웃었다. “상대가 예상한 결말은 아니겠네요.”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아?”
선영은 여전히 정답을 서두르지 않았다.
아침 여덟 시 십오 분, 나는 배은정이 남긴 오래된 진술도 다시 읽었다. 그녀는 동생 배정우에게 자동차 열쇠 두 개가 있었다고 했다. 하나는 평소 쓰는 물건이었고, 다른 하나는 서랍에 넣어둔 예비 열쇠였다. 두 열쇠가 있었다고 해서 두 명이 차를 몰았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누군가가 열쇠 사진 한 장으로 운전자를 지목한다면 진술의 어느 부분을 이용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배은정은 지난해 말 가짜 감정 통지서를 받았을 때 한동안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몰랐다고 했다. 이번에는 경찰의 공식 연락처를 통해 원본 여부를 확인한 뒤 자료를 넘겼다. 나는 배은정에게 직접 전화하지 않았다. 가족의 죽음을 확인하려는 마음을 수사상의 호기심에 이용하고 싶지 않았다.
오전 여덟 시 삼십 분, 오선영이 말했다. “원효로 주차장 기록에는 차량 명의와 정산 계정이 남아. 그런데 당시 현장에 차가 있었는지 알려주는 건 다른 자료야.”
“사람들이 그 둘을 계속 혼동했군요.”
“우리를 포함해서.”
그녀는 책임을 나눠주지 않았다. 경찰도 한때 그 숫자를 입차 시각으로 불렀다는 점을 인정했다. 틀린 표현을 바로잡으면 수사의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면 이후 어떤 증거도 그 틀린 표현을 기준으로 정렬된다.
나는 짧은 기록을 만들었다. ‘18:41: 월 이용권 재인증 또는 차량 감지 중 어느 이벤트인지 확인 필요.’ 그리고 그 아래 ‘명의자, 결제자, 실제 운전자, 현장 방문자 분리’라고 적었다. 네 칸 중 두 칸만 채워져 있었다.
오선영이 물었다. “너는 배정우가 그날 살아서 원효로에 왔다고 믿어?”
“기록만으로는 그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럼 왜 그렇게 오래 그 차량을 보니?”
“우리가 가장 먼저 믿었던 잘못된 확신이 거기에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녀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 “그 대답이면 됐어.”
오전 여덟 시 오십팔 분, 나는 주차장 기록을 덮었다. 9시 16분 예고를 머릿속으로 세는 버릇을 끊으려는 작은 행동이었다. 누군가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시각을 지정하면, 그 시간 앞뒤의 다른 증거를 보지 못하게 된다. 예전에는 내가 그렇게 움직였다. 이번에는 달라지고 싶었다.
전화를 끝내고 배정우의 주차 기록으로 돌아왔다. 예고된 시간이 지나도 그 사건의 수수께끼는 그대로 남았다. 그러나 오늘 아침 하나는 배웠다. 문서가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억지로 도착으로 만들지 않을 때, 상대는 적어도 하나의 거짓말을 새 증거로 바꾸지 못한다.
그날 오후, 현장 사진 속 주차 정산기에서 단서 하나가 나왔다. 당시 6시 41분 기록은 차량 진입 센서가 아니라 월 이용권 재인증 호출이라는 표시였다. 그 값은 차량이 그 시각 현장에 있었다는 증거가 될 수 없었다.
나는 기록 옆에 처음으로 빨간 줄을 그었다. 우리가 두 달 넘게 믿어온 ‘6시 41분 입차’의 의미가 달라졌다.
제10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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