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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03화
PAYLUA ORIGINAL · 제103화

103화. 아홉 시 사십삼 분의 손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752자

오프라인 책장
2025년 8월 25일 오전 9시 43분. 우리가 몇 달 동안 들여다본 시각이었다. 그때 ‘미교부 책임 이관 금지’라는 경고가 실제 승인을 막는 상태에서 일반 참고 문구로 내려갔다. 누가 그 변경을 요청했고 누가 실행했는지는 끝내 알 수 없었다. 공용 구역, 공용 계정, 자동 선택될 수 있는 사유 항목. 책임을 찾는 데 가장 불편한 조합이었다. 2월 2일 오후 늦게 오선영에게서 연락이 왔다. 다음 날 예고를 기다리는 동안 과거 사건의 단서 하나가 새로 나왔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건물 출입 기록을 비교했어. 승인 요청이 들어온 단말 근처의 출입문을 누가 통과했는지는 나와.” “그럼 작업자를 찾았습니까?” “아니. 그 출입문을 통과한 사람 중 한 명이 확인됐다는 거야.” 그녀가 알려준 이름은 고태원이었다. 그는 병가로 생긴 검토 공백을 현황표에 적지 않은 사람이었다. 이미 그 일을 인정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나는 그가 9시 43분 작업자라는 결론을 떠올렸다가 곧 지웠다. 출입문 통과는 작업 기록이 아니다. 공용 단말 앞에는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태원 씨는 언제 들어갔습니까?” “9시 39분. 나간 건 9시 48분이야.” “그 사이에 경고가 하향됐네요.” “맞아. 그래서 물어봤어. 태원은 마감 현황을 수정하러 갔다고 해.” 나는 수첩에 ‘겹침’이라고만 적었다. 저녁 일곱 시, 고태원이 내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그는 경찰과 이야기를 마친 뒤 내가 자기 이름을 들었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저 아닙니다.” 나는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다. 그는 내 침묵을 견디지 못했다. “그 컴퓨터 만진 사람 저 아니에요. 들어간 건 맞지만 문서함에서 종이만 가져왔습니다.” “경찰에는 그 사실을 말씀하셨습니까?” “말했어요. 그런데 다들 제가 거기 있었다는 것만 물어요.”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확인할 기록이 있습니까?” “그게 없어요. 그때는 종이 한 장 찾았을 뿐이니까.” 나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처음 현장에서 방심해 CCTV 확보를 늦췄던 경찰을 떠올렸다. 한 번의 편한 선택은 나중에 다른 사람이 재구성할 수 없는 시간표를 만든다. 하지만 시간표가 비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이 범인이 되지는 않는다. “제가 알 수 있는 건 거기까지입니다. 더 필요한 설명은 경찰에 서면으로 남기세요.” “서 조사관님은 제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하죠?” “아직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대답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선영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고태원이 너한테 연락했지?” “네. 신문처럼 묻지 않았습니다.” “알아. 그 사람이 말한 종이가 뭔지 확인 중이야.” 나는 출입 기록의 빈 구간을 봤다. 단말을 만진 사람이 누구든, 9시 43분에 실행됐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 실행은 공용 계정으로 남았고, 요청 사유는 ‘월말 정산 마감 지연 방지’라는 선택지였다. “선배, 9시 43분 이전에 누군가 단말을 예약해둔 것은 아닙니까?” “작업 예약과 수동 실행을 구분하는 로그가 일부 남아. 지금 대조하고 있어.” “그럼 고태원 씨가 그 방에 있었다는 것과 실행 버튼을 눌렀다는 것을 따로 봐야겠네요.” “맞아.” 우리는 아주 늦게 당연한 질문으로 돌아왔다. 시스템에 ‘누가’라고 찍힌 계정은 사람 그 자체가 아니었다. 누가 앉아 있었는지, 누가 요청서를 썼는지, 누가 승인할 권한을 가졌는지는 모두 다른 질문이었다. 다음 날 아침 일곱 시, 오선영에게서 짧은 자료를 받았다. 외부에 공개해도 되는 내용은 아니어서 나는 따로 저장하지 않고 설명만 들었다. 9시 43분 실행 건에는 앞선 요청번호가 있었다. 요청번호는 공용 컴퓨터에서 바로 입력한 것이 아니라, 다른 업무 화면에서 만들어져 연결된 것이었다. “이게 중요한 겁니까?” “중요하지. 단말 앞에 있던 사람이 요청서를 만든 사람과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니까.” “그럼 실행자는요?” “아직.” 그녀가 내 질문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고태원의 통과 기록만으로 이름을 공개하면 안 돼. 누가 그러자고 해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선영의 이름이 예고문에 적힌 날, 그녀는 자기 사건을 걱정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이름이 함부로 퍼지는 일을 먼저 막고 있었다. 오전 여덟 시 십오 분, 한유리에게 낯선 제보가 갔다. ‘9시 43분 승인자의 실명이 밝혀졌다’는 익명 메시지였다. 첨부 화면에는 고태원이라는 이름이 선명했다. 그러나 원본 출입 기록에서 이름이 표시될 자리가 잘려 있었다. 마치 출입 기록이 실행 로그인 것처럼 제목이 붙어 있었다. 한유리는 기사로 쓰지 않았다. 대신 제보자가 보낸 화면과 원래 출입 기록의 형식이 다르다는 점을 확인하고 경찰에 전달했다. 누군가 이번에는 고태원을 범인으로 만들어버리려 했다. 오선영과의 통화가 끝난 뒤 나는 2025년 8월 25일 출력 기록을 다시 확인했다. 9시 37분과 9시 49분, 같은 장비에 남은 두 작업. 둘 중 하나는 취소됐을 수 있었고 실제 어떤 종이가 나왔는지 수사팀도 아직 대조 중이었다. 9시 43분이 그 두 시각 사이에 있다는 사실은 사람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시간상 사이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과관계를 만들 수는 없었다. 나는 고태원에게 방금 들은 말을 그대로 묻지 않으려 조심했다. 특정 시각을 먼저 알려주면 그는 그 시각에 맞춰 기억을 수정할 수도 있다. 거짓말이 아니라 기억의 자연스러운 변화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추가 면담을 하지 않았다. 오선영이 이미 독립적으로 진술을 받고 있었다. 그날 오전 박혜림은 자신의 채용 피해 관련 자료가 새 수사에 쓰일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직접적인 연결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얼굴을 찌푸렸다. “전 계속 다른 사람 잘못을 증명하는 자료가 돼야 하나요? 제 손해는 누가 확인해주죠?” “그건 별도로 확인받으셔야 합니다.” “별도라는 말이 정말 많네요.” 나는 고개를 숙였다. ‘별도’라는 말은 때때로 누군가에게 또 한 번 문을 두드리라는 뜻이 된다. 그러나 별개로 보아야 하는 사안을 한 사건으로 뭉개면 책임을 가리는 데 오히려 더 오래 걸린다. 오후 한 시, 한유리는 고태원의 이름이 적힌 이미지가 온라인으로 퍼지는 경로를 확인했다. 최초 게시물에는 ‘출입’이라는 글자가 있었지만 재게시된 화면에는 그 단어가 잘리고 ‘승인’이라는 제목만 남아 있었다. 누군가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었는지, 중간에 오해가 덧붙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바뀐 글이 사람들 머릿속에는 원본으로 남죠.” 유리가 말했다. “그러면 원본을 다시 보여줘야 합니다.” “그 원본에도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말은 같이 써야겠고요.” “그렇습니다.” 유리는 당장 속보를 내는 대신 첫 게시물과 재게시물의 차이를 정리했다. 그것만으로 고태원의 무죄가 입증되지는 않았다. 다만 누군가가 출입 기록을 승인 기록으로 바꾸는 데에는 실패했다. 나는 수첩에서 동그라미 하나를 지웠다. 고태원의 출입은 중요한 조사 대상이지만, 그 사실을 사람의 죄라고 부르는 건 다른 문제였다. 다음 기록을 기다릴 이유가 생겼다. 그런데 이상했다. 상대가 정말 출입 기록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면, 왜 실행 기록이 아닌 것을 실행 기록이라고 꾸몄을까. 실제 기록에 접근하지 못했거나, 접근했더라도 일부만 가지고 있었을 수 있다. 나는 처음으로 익명 발신자에게도 정보의 한계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날 오전 아홉 시가 다가왔다. 예고된 시간까지 열여섯 분이었다. 나는 시계를 보다가 덮었다.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숫자 한 줄이 아니라, 그 숫자가 누구의 삶을 움직이게 하고 있는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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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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