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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01화
PAYLUA ORIGINAL · 제101화

101화. 이름이 적힌 쪽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896자

오프라인 책장
오선영의 이름이 적힌 예고문을 받은 뒤, 나는 처음으로 그 문서의 제목을 읽지 않았다. 그동안 나는 제목에 너무 자주 속았다. 사건발생보고서라는 제목 때문에 살인을 먼저 떠올렸고, 인수 완료라는 알림 때문에 누군가 문서를 받았다고 생각했다. 문서의 제목은 사실을 알려주는 표시가 아니라 작성자가 붙인 분류일 뿐이었다. 2027년 2월 1일 월요일 오전 여덟 시. 나는 주말에 받은 파일을 세 벌로 나눴다. 원본, 열람용 사본, 내 추론을 적는 별도 기록. 수신 예정자는 오선영. 날짜는 2월 3일. 미확인 시 책임 이관 대상이라는 문구. 그런데 어느 기관의 책임인지, 어떤 서류를 확인하지 않았는지, 수신 경로가 어디인지 빠져 있었다. 그 빈칸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럴듯한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은 쉬웠다. 형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수사 방해. 내부 징계. 배정우 사망 관련 증거 은폐. 하지만 그중 어느 것도 파일에는 적혀 있지 않았다. 오선영은 아홉 시가 조금 넘어 사무실로 전화했다. “너 또 밤새 문서 봤지?” “잠은 잤습니다.” “몇 시간?” “두 시간은 넘었습니다.” “그걸 잤다고 부르냐.” 그녀는 웃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내린 조치를 말했다. 예고문 원본을 정식으로 보존하고, 문서상 수신 대상이 본인이라는 사실을 상급자에게 알렸으며, 본인이 직접 처리할 수 있는 부분과 다른 사람이 검증해야 할 부분을 나눴다. “선배가 수사에서 빠지는 겁니까?” “아니. 그 문서에 관한 내 이해관계는 다른 사람이 확인해. 배정우 사망 사건을 내가 혼자 쥐고 있을 이유도 없고.” “익명 발신자가 선배를 배제하려던 거라면요?” “그럼 더더욱 혼자 버티면 안 되지.” 나는 말을 잃었다. 상대가 노린 것이 선영의 고립이라면, 그녀는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권한을 움켜쥐는 대신 검증할 사람을 늘렸다. 오전 열 시에 정민규가 경찰 내부에서 확인한 사실을 전달해왔다. 익명 파일에 쓰인 ‘책임 이관 대상’이라는 말은 실제 사건 처리시스템의 정식 명칭과 일치하지 않았다. 비슷한 문구는 예전 문서 회신 관리 프로그램에 있었다. 수신자가 기한 내 확인하지 않으면 다음 담당자에게 검토 요청이 넘어가는 구조였다. 책임이 넘어가는 것과 문서 검토가 넘어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그럼 상대가 단어를 일부러 바꿨다는 겁니까?” “그럴 수도 있고, 옛 양식을 그대로 복사했을 수도 있습니다.” 민규의 대답은 조심스러웠다. 예전 같았으면 단어 하나를 발견하고 범인의 방식까지 단정했을 것이다. 지금은 말끝을 붙잡지 않고 확인 가능한 경로를 설명했다. 점심시간에 박혜림에게 전화가 왔다. 면접을 본 회사가 계약 관련 확인을 더 하겠다고 했다는 소식이었다. 채용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예전 회사가 보낸 잘못된 동의서 때문에 이번에도 지원 서류가 멈췄을까 봐 두렵다고 했다. “제 얘기가 경찰 사건에 도움이 되나요?” “확인된 사실을 말하시면 됩니다. 도움이 되느냐와 별개로 본인 기록을 바로잡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건 좋은데, 전 당장 월세를 내야 해요.” 그 말이 내 수첩의 작은 글씨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나는 박혜림의 이름 옆에 ‘증인’이라고 적어두었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증인이라는 지위가 아니라 다음 달의 집세였다. 오후 두 시, 오선영이 첫 예고문의 원본 파일을 다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원본을 새로 편집하지 않고 보관 해시값과 함께 전달했다. 선영은 곧바로 물었다. “진혁아. 네가 2026년 11월 2일에 받은 보고서에는 발송자 이름이 없었지?” “그렇습니다.” “그럼 왜 이번 문서에는 수신자가 먼저 적혀 있을까?” 나는 잠시 생각했다. “과거에는 제가 행동하도록 유도하려고 피해자를 적었고, 이번에는 선배가 행동하도록 유도하려고 수신자를 적었을 수 있습니다.” “좋아. 그런데 그건 추측이야.” “네.” “우리가 실제로 해야 할 건 수신 확인 절차가 존재하는지부터 확인하는 거겠지.” 전화를 끊은 뒤 사무실 우편함을 확인했다. 세금 안내문과 광고 전단지 사이에 흰 봉투가 하나 있었다. 발신인란은 비어 있었고 내 이름만 정확하게 적혀 있었다. 나는 손대기 전에 건물 관리인에게 누가 배달했는지 물었다. 관리인은 우편물이 오전에 한 번 쌓였다는 것 외에는 모른다고 했다. 봉투 안에는 종이 한 장뿐이었다. ‘오선영이 확인하지 않은 것은 서류가 아니라 사람이다.’ 나는 문장을 소리 내어 읽지 않았다. 대신 봉투의 상태를 기록하고 선영에게 사진이 아닌 상황 설명부터 전달했다. “열었어?” “봉투만. 내용은 보존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원하는 건 네가 누구를 떠올리는지 보는 걸 수도 있어.” 나는 책상에 놓인 이름들을 쳐다봤다. 임소율, 박혜림, 배은정. 모두 누군가의 확인을 기다린 적이 있었다. “그러면 제가 먼저 확인할 건 사람의 안전이겠네요.” “그래. 하지만 아무한테나 전화를 걸어서 오히려 위치를 알려주진 마.” 선영은 정해진 보호 연락망을 통해 위험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나는 봉투에 적힌 문장을 수첩 끝에 옮겼다. 누군가를 지키는 데 이름을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이름을 어디까지 퍼뜨리지 않아야 하는지도 알아야 했다. 그날 저녁 익명 메일은 오지 않았다. 대신 선영에게서 짧은 문자 한 통이 왔다. ‘정해진 대상들 안전 확인. 그런데 실제 확인이 누락된 사람이 한 명 있다는 보고가 나왔어.’ ‘누굽니까?’ 오후 세 시에는 한유리가 전화했다. 익명 게시판에 오선영이 2월 3일 어떤 사건을 덮을 거라는 글이 올라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게시물에는 사건번호도 피해자도 없었다. 작성자는 오선영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문장만 반복했다. “그럼 사실상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은 셈입니다.” “그런데 댓글은 벌써 백 개예요.” “사람들이 모르는 일을 누군가 숨긴다고 말하면, 누구든 자기 불안을 그 안에 넣을 수 있으니까요.” 유리가 잠깐 침묵했다. “그럼 제가 그걸 기사로 쓰면 또 한 번 퍼뜨리는 셈이겠네요.” “검증할 수 있는 사실이 있다면 쓰셔야겠죠. 지금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기사를 쓰지 않았다. 대신 게시물의 최초 등록 시각과 변경 이력 확보를 시도했고, 공개된 것 이상을 파헤치기 위해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우리 편에서 작은 방심이 생길 때마다 상대가 그것을 확대했다면, 이번에는 그 빈틈을 만들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나는 우편함의 종이 봉투를 다시 보았다. 누군가 내 사무실 위치를 알고 있다는 사실은 새로운 정보가 아니었다. 개인 조사사무소를 차리며 공개한 주소였다. 봉투가 우편함에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 내 동선을 추적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또다시 상대에게 신비한 힘을 부여하는 셈이었다. 건물 관리인에게 억지로 사람 얼굴을 기억해내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공용 우편물 보관 절차와 영상 보존 가능 시간을 확인했다. 관리인은 처음에는 귀찮다는 표정이었지만, 중요한 사건일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저장장치 관리자에게 정식 확인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나는 '어떤 사람이 수상했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 질문은 평범한 방문자를 범인으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선영은 봉투를 제출받고 이렇게 말했다. “이런 문장은 보는 사람에게 자기 죄책감부터 떠올리게 해. 보호 연락이 빠진 사람이 누군지 알아도, 그 누락을 쓴 사람이 그 사람을 알고 있다는 뜻은 아니야.” 그 구분이 나는 무척 어려웠다. 누군가 나를 정확히 찌른다고 느낄 때, 사실 그는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지킨다는 것은, 그런 말을 피해자의 이름과 함부로 연결하지 않는 일이기도 했다. 답이 오기까지 십여 분이 걸렸다. ‘아직 이름을 보내지 않을게. 지금 알아야 할 사람은 아니야.’ 나는 그 문장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이 조금 놓였다. 정보를 덜 받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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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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