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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0화
PAYLUA ORIGINAL · 제10화

10화. 예고된 시간 밖에서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5,216자

오프라인 책장
오전 네 시 오십팔 분. 메일에 적힌 다음 사건의 예고 시각이었다. 나는 사무실에서 시계를 보고 있었다. 원효로도, 인천 기록보관창고도 가지 않았다. 무엇을 할지 판단할 권한은 현장 경찰과 안전 담당자들에게 있었다. 나는 거기 없었다는 사실을 누군가 실망하기를 바랐다. 4시 59분. 휴대전화가 울렸다. "서진혁." 오선영의 목소리였다. "현장에 이상이 생겼어." 심장이 내려앉았다. "누가 다쳤습니까?" "아직 다친 사람은 없어. 작업 인원은 대피시켰고, 현장 안쪽에서 연기가 확인됐어. 안전 담당자가 확인 중이야." 나는 먼저 숨을 내쉬었다. 다친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했다. 무엇이 타고 있는지, 서류가 남았는지는 그다음 문제였다. "C-12 상자는요?" "미확인 상태. 안전 확인 전에는 안 들어갈 거야." "그렇게 하세요." 그녀는 짧게 대답했다. "알아." 전화가 끊겼다. 나는 책상 앞에 서서 메모를 정리했다. 연기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르고, 화재 원인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발신자가 이를 예고했는지도 모른다. '사건'이라는 단어는 반드시 살인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이 처음부터 상대가 갖고 있던 여지였다. 새벽 5시 11분. 인천 창고에서 직원들이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다는 연락이 왔다. 현장 통제는 계속됐고, 수사팀은 안전 확인 뒤에 자료 확보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나는 처음부터 받은 이메일의 제목을 다시 봤다. '사건기록 송부'. 사망을 예고하는 문서처럼 보였지만 일부 항목은 아예 비어 있었다. 범행 예정 장소와 인물을 우리가 고정된 사실로 받아들이도록 만든 뒤, 실제로는 바꿀 여지를 충분히 남겨 놓았다. 한유리가 전화를 걸어왔다. "인천 창고에 불이 났다는 제보가 들어왔어요. 사실입니까?" "현장 안전 확인 중이라는 정도밖에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경찰과 소방에 확인하세요." "사망자는요?" "제가 아는 범위에서는 없습니다. 단정해서 보도하진 마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다른 내용도 왔어요." 그녀가 메시지 하나를 읽었다. '경찰이 보호한다던 사람들은 멀쩡하다. 대신 중요한 서류는 모두 사라졌다.' 나는 그 문장이 거슬렸다. 왜 발신자는 직원의 안전보다 서류를 먼저 언급할까. 서류가 실제로 사라졌다면 범인은 자신이 성공한 것처럼 알리고 싶을 것이다. 반대로 서류가 남아 있다면 경찰이 그 사실을 확인하도록 유도하는 미끼일 수도 있다. "그 제보는 언제 왔습니까?" "5시 2분." "진짜 불이 났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이군요." "맞아요. 그래서 제가 먼저 확인하려는 거예요." 우리는 서로 다른 일을 했지만 같은 원칙을 지켰다. 사실을 안다고 말하기 전에 사실이 어디서 왔는지 확인한다. 아침 일곱 시 열두 분. 오선영이 나를 불렀다. 경찰서 회의실이 아니라 외부 상담실이었다. 수사관들과 회사 변호사가 자료 문제로 다투고 있어 민간 참고인의 출입을 더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다친 사람은 없어. 그건 확실해." "다행입니다." "그리고 C-12 상자는 확인했어." 나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내용물은요?" "서류가 있어. 전부는 아니고 일부. 화재로 피해를 본 구역은 다른 곳이고, 그 상자가 있던 보관실은 안전 확인 뒤 접근할 수 있었어." "원본입니까?" "아직 감정과 대조가 필요해. 하지만 8월 19일 자 정산 대조표와 서명이 포함된 자료가 들어 있어." 나는 웃지 않았다. 그 자료를 기다리던 사람은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상대도 분명 그 자료가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자료 목록에는 이해할 수 없는 빈칸도 있었다. 승인금액이 적힌 줄에서 실제 입금계좌 항목이 빠져 있었다. 이미 확인된 금액과 다른 서류의 대조 없이는 그 돈이 누구에게 향했는지 추정하기 어려웠다. 나는 마치 목적지의 절반이 지워진 지도 앞에 선 기분이었다. "선배, 우리가 찾은 게 결정적인 증거라고 기자에게 말하면 안 되겠네요." "당연하지. 아직은 확인해야 할 자료야." 나는 손을 모았다. 기쁜 마음은 있었다. 오래전 풀지 못했던 서류의 연결고리를 마침내 찾았으니까. 그러나 배정우는 돌아오지 않고, 임소율도 아직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성과를 자랑할 시간은 아니었다. 오선영이 종이를 내밀었다. 수사팀이 대조할 수 있도록 정리한 기초 항목 목록이었다. 나는 숫자 세 개를 보고 멈췄다. 승인금액, 실제 송금액, 대체 입금계좌. 세 항목의 차이는 3억 8천만 원과 관련될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지난해 조사하던 돈이군요." "액수는 맞아. 다만 이 서류가 진짜인지 확인되기 전에는 어떤 결론도 못 내려." "알겠습니다." "그리고 보관회사 직원 중 누군가 이 서류를 경찰에 넘기려고 했던 흔적도 있어. 이건 범인이 못 막은 걸 수도 있고, 일부러 남겨 놓은 걸 수도 있어."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선영은 나보다 먼저 그 가능성을 짚었다. "범인이 박혜림 씨를 죽이려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내가 물었다. "지금은 단정할 수 없어. 하지만 오늘 새벽 그녀가 그곳에 있었다면 위험했을 수 있다는 건 확인됐지. 그래서 우리가 한 조치는 필요했어."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진혁아. 적어도 이번에는 사람을 지켰어." 나는 그 말을 오래 들었다. 사건을 해결한 것도 아니고 범인을 붙잡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를 지켰고, 실체가 있는 서류 일부를 확보했다. 어제까지의 모든 일이 무의미했던 건 아니었다. 그때 오선영이 파일 하나를 더 꺼냈다. "백이준 쪽에서 오늘 아침 의견서를 보냈어. 우리가 확보한 서류의 관리·보존 경위에 이의를 제기하겠대." "이유는요?" "C-12의 봉인 상태가 미확정이었으니까. 이관 전후에 내용물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고, 문서가 오랫동안 누구 손에 있었는지도 불명확하다고 주장해." 그 주장은 허술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풀어야 할 핵심 문제였다. "그럼 원본이 진짜라는 건 별도로 입증해야겠네요." "응. 송금기록 같은 외부 자료와 대조할 거야." 나는 그녀의 눈을 봤다. "상대가 그걸 노린 것 같기도 합니다." "나도." "왜 서류를 없애지 않고 남겨 뒀을까요?" "그건 우리도 알아야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범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라도 남길 수 있다. 그 증거가 더 중요한 무언가를 덮는 데 쓰인다면. 누군가가 정산 대조표를 찾아내도록 계획했다면, 그것을 찾았다는 사실 자체가 다음 함정일 수도 있었다. 정민규 순경이 상담실 문을 두드렸다. 그에게는 새로운 사실이 있었다. 원효로 창고의 영상 자료 원본을 별도로 대조한 결과였다. "9시 14분에 출입구에서 뭔가 움직였다는 제보 있잖습니까. 그건 원본 시간 오차를 보정하면 9시 11분 무렵이었습니다." "무엇이 움직였습니까?" 오선영이 물었다. "사람은 아니고 차량입니다. 그런데 차량 번호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차체 일부만 찍혔고요." 나는 정민규에게 물었다. "그럼 차량이 현장에 들어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그는 잠시 고민했다. "아닙니다. 화면에 보이는 건 출입구 앞 도로를 지나가는 차일 수도 있습니다. 들어왔다는 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판단입니다." 정민규가 웃었다. 사건 초기의 조급함과는 다른 얼굴이었다. 그 역시 실수의 대가를 치르고 있었지만, 그 경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날 오후, 나는 경찰서 근처를 걷다가 백이준에게 전화했다. 그가 전날 직접 연락한 정식 업무번호였다. 불필요한 질문은 하지 않겠다고 먼저 밝혔다. "서 조사관님." 그가 받았다. "소식은 들었습니다. 무사한 분들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게 하실 말씀은 무엇입니까?" "지난해 정산 대조표의 원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문서에 관여했던 사람들에 대한 정식 확인 절차가 진행될 겁니다. 혹시 회사가 보존하는 원본 확인자료가 있다면 절차에 따라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백이준은 잠시 침묵했다. "조사관님이 직접 요구하시는 건가요?" "아닙니다. 경찰의 공식 요청과 별개로, 저는 지난해 제가 진행한 조사에서 누락된 자료의 성격을 확인하려고 질문드리는 겁니다. 답변 의무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정확하시네요." "실장님도 정확하게 답해 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는 웃었다. "저는 원본이 존재한다는 주장 자체를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확인되면 회사 내부 절차에 따라 답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기 직전 그가 말했다. "서 조사관님, 사람을 살렸다는 확신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을 죽이려는 계획이 있었다고 증명되지는 않죠." 나는 잠깐 멈췄다. "맞습니다. 그래서 그 계획을 입증할 증거를 찾는 겁니다."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겠죠." 전화를 끊었다. 위협보다 차분한 확신이 더 무서울 때가 있다. 백이준은 내가 가진 성과를 폄하하지 않았다. 대신 그것이 법정에서 얼마만큼의 의미를 가질지 정확히 나누었다. 내가 쉽게 뛰어넘을 수 없는 상대였다. 사무실에 돌아오자 한유리가 새 소식을 보냈다. 원효로 창고의 오래된 직원이 그녀에게 연락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지난해 8월 19일 밤, 보관실에서 임소율이 서류를 들고 나오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임소율은 정산팀 사무실에서 야근한 기록이 있었다. 두 기록 중 하나는 틀렸다. 아니면 둘 다 맞는 방법이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더 이상 이메일 발신자가 보내는 다음 날짜를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상대가 정해 놓은 시간표 밖에서 움직여야 했다. 이번에는 우리가 직접 사실을 고르고 확인할 차례였다. 노트를 펴서 처음으로 새 제목을 적었다. '2025년 8월 19일, C-12는 누가 마지막으로 보았는가.' 그 아래에 내가 직접 확인한 사실만 적었다. 임소율 생존. 배정우 사망. 김동식 뇌물 수수 인정. 원본 보존 절차 진행. C-12 문서 일부 확보. 백이준의 확인되지 않은 주장. 아직 범인은 없었다. 대신 하나씩 확인할 수 있는 질문들이 남았다. 그때 새 이메일이 도착했다. 제목은 간단했다. [사건기록 송부 — 제3차] 이번 문서에는 날짜도, 장소도 적혀 있지 않았다. 단 한 줄만 있었다. '세 번째 사건의 피해자는 두 명입니다. 한 사람은 이미 죽었고,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아직 모릅니다.' 나는 문서를 닫았다. 두 명이라는 숫자부터 믿지 않기로 했다. 이번에는 발신자가 원하는 순서가 아니라, 내가 확인한 순서대로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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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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