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솔루션이 옛 보존 코일을 가져온 이유를 알 것 같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공사 참여자였지만, 이름은 공개하지 않은 채 먼저 안전 관련 문서의 진위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선경은 개인정보를 가린 자료를 별도로 접수하고, 실물 공사 책임자와 열람 담당자의 권한을 분리해 기록했다. 누군가 과거에 잘못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오늘의 신고자를 함부로 노출할 수는 없었다.
공사 문서는 예상보다 낡지 않았다. 오래된 양식 위에 최근 전산 출력 글씨가 덧씌워져 있었다. `[019-S 분리판 철거 / 코일 본체 한시적 이동 / 미귀환 대피 상태 보존.]` 중요한 것은 결재란이었다. 원본에는 '조건부 승인 대기'라고 적혀 있었는데, 도원 인사 서버에는 '승인 완료'로 등록돼 있었다. 그 차이는 서류를 옮기는 과정의 실수로 보기에는 너무 컸다. 나는 황규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팀장님, 이 문서 아십니까?” “이동 승인서?” “조건부 대기였는데 완료로 바뀌었어요.” 황 팀장은 한참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때 연동 개통을 서두르긴 했어. 임원 보고 날짜가 정해져 있었거든.” “실제 이동 승인 없이 코일을 가져왔다는 뜻인가요?” “내 서명으로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은 없어. 대신 완료 목록을 검토하고도 보류 문구를 다시 확인하지 않았지. 그건 책임져야 해.” “기록은 남겨 주세요. 검토하지 않았다는 말도 포함해서요.”
황 팀장은 서윤에게 과거 작업 회의록을 제출했다. 현장 안전팀은 이전 조건으로 '두 방향 분리판 유지', '귀환 확인 전 원본 시험 중단', '독립 경보선 기업 인사 연동 금지' 세 가지를 달았다. 그런데 미래기록관리협의회의 통합 관리 회의에서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조건들이 단계적으로 삭제됐다. 누가 삭제를 최종 승인했는지는 전산 서명 위조 가능성을 포함해 별도 조사가 필요했다.
도원 0층의 임현규 두 사람도 다른 반응을 보였다. 검은 셔츠의 임 대표는 위험한 시험을 중단하자는 문서를 본 기억이 있다고 했다. 양복 임 대표는 '검수 조건이 충족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서로의 말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한쪽을 곧바로 가짜라고 할 수는 없었다. 둘은 각각 자기 기억의 범위를 기록했고, 원본 계약서와 출입 영상의 공개 가능한 부분을 대조하기로 했다.
“회사가 이러니까 직원들이 퇴사를 못 해요.” 민재가 한숨을 쉬었다. “퇴사하는 사람보다 결재서가 더 오래 살아남죠.” 내가 말했다. 배 소장님이 헛기침했다. “너희가 신기한 걸 보고도 계속 회사 욕을 하는 건 좋은데, 지금 저 금속판부터 확인해야 한다.” 우리는 일제히 모니터를 돌아봤다. 도원 코일 옆에서 한 번도 열지 않았던 덮개의 안쪽에 `019-S`와 같은 볼트 간격이 보였다.
하지만 그곳에 분리판이 실제로 들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내부를 함부로 열면 아직 남은 다섯 구역의 안전선이 흔들릴 수 있었다. 선경은 공공 측 책임자와 도원 시설 책임자, 구조대가 공동으로 점검 범위를 정하는 절차를 제안했다. 나는 답답했지만 동의했다. 영웅처럼 드라이버를 들고 돌리는 것보다 사람이 없는 때를 골라 차단선을 설치하는 일이 더 값졌다.
실물 점검은 도원 내부 코일의 교체 불가능 구역을 건드리지 않고 덮개 외부의 음각과 신호선을 검사하는 선에서 시작했다. 그 결과가 뜻밖이었다. `019-S`라고 적힌 흔적은 원래 분리판의 자리였지만, 그 자리에 붙은 것은 얇은 금속판이 아니라 사람 얼굴 크기의 거울 같은 물체였다. 모니터에 두 위치를 한 화면으로 합쳐 보여 주는 반사판이었다. 그 판이 원본 도면에 없었다.
“누가 왜 거울을 달아 놨죠?” 민재가 물었다. 배 소장님은 테두리의 조립 흔적을 살폈다. “안전 시험판 자리에 별도의 시각 연동 장치를 붙였네. 여기까지는 실물로 확인된다. 그런데 이게 벽을 늘리는 현상의 직접 원인인지는 별도 점검이 필요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윤 얼굴의 경로 보조가 화면에 나타날 때 보였던 파란 좌표점이 이 반사판의 모서리와 같은 위치에 있었다.
하림은 그 사진을 보고 전화를 걸어 왔다. “그거 알아요.” 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스스로 말하고 싶다고 했다. “시험 전에 누가 내게 거울을 보여 줬어요. 밖에 있는 사람이 보이게 해 준다고. 그런데 제가 보고 있는 건 사람이 아니라 같은 자리에 있는 또 다른 길이었어요.” “그 말을 당시에도 하셨나요?” “했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언제 그 안에 들어갔는지 기억이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의 불확실성을 다시 강조했다.
그 기억은 거울판의 기능을 해석하는 새로운 단서였다. 원래 분리판은 두 방향이 다른 길임을 알리는 장치였는데, 새 반사판은 두 위치를 하나의 모습으로 겹쳐 보이게 했다. 그 겹침이 화면에서만 일어났다면 큰 사고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과거의 대피 상태를 실물 바닥에 유지시키는 코일과 연동되면서, 서로 다른 길의 경계가 흔들렸을 가능성이 있다. 아직 정확한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정하경은 기술 검토에 새 메모를 보내 왔다. '019-S를 떼기 전에 바깥쪽 현장에 독립 분리판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원본 장치가 한 쌍이었다면 한쪽만 제거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즉시 강변 보관실 019의 외부 점검 도면을 다시 봤다. 019-S는 한 장짜리 판이 아니라 서로 마주 보는 두 장의 판으로 표시돼 있었다. 번호는 `019-S1`, `019-S2`였다. 도원에서 확인한 것은 그중 하나의 대체물일 가능성이었다.
선경은 현장 관리자를 통해 강변 마개 바깥면의 비파괴 점검을 허가받았다. 점검 결과, 보행로 아래에는 아직 원래 분리판과 연결된 고정대 일부가 남아 있었다. 실제 파손을 피하려고 내부 개방은 보류했다. 그런데 금속 탐지기의 비파괴 측정값이 도원 코일의 발열 패턴과 같은 간격으로 출렁였다. 두 장치 사이에 지금도 신호가 오갈 가능성이 생겼다.
공사 서류를 정리하던 서윤이 다른 문장을 발견했다. `[시범 이전 완료 조건: 안쪽 시험자 자율 대피 확인 / 바깥 대기인 귀가 강제 금지 / 독립 분리판 쌍 유지.]` 이 세 가지 중 첫 번째는 하림의 최근 구조로 현 상태를 일부 확인할 수 있었지만 과거 시험자의 귀가 여부는 미확정이었다. 두 번째는 시스템이 어겼다. 세 번째는 실제 설비가 어겼을 가능성이 컸다. 도원의 '승인 완료'는 사실 어느 하나도 증명하지 못했다.
나는 두 임 대표에게 물었다. “누구든 먼저 옛 시험 조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해 주세요.” 검은 셔츠 임 대표가 먼저 말했다. “현장 안전팀에 재확인을 요청하지 않은 건 내 관리 영역의 잘못이었다고 봅니다.” 양복 임 대표는 자신의 파일을 내려다보다가 답했다. “실물 승인 없이 결재서가 완료로 배포됐다면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합니다.” 서로가 진짜 사장이라고 주장하던 두 사람이 처음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봤다. 그게 정체를 밝힌 것은 아니었지만, 당장의 위험에는 도움이 됐다.
밤에는 코일 위의 반사판이 갑자기 사람 그림자를 비췄다. 화면 속 인물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뒤로 보이는 공간은 도원 복도가 아니었다. 강이 보이는 오래된 창문이었다. 반사판은 지금 이곳과 과거 019의 한 지점을 겹쳐 보여 주고 있었다. 누군가 손을 뻗는 장면이 나타났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실물 문이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그때 1758 공공 경고 회선에 사람이 직접 남긴 듯한 한 문장이 도착했다. `[실물 장치에 접근하지 마십시오. 바깥 판을 먼저 확인해 주세요.]` 발신자의 신원은 없었다. 우리는 소방·시설 담당자와 함께 현장 점검을 진행하는 동안 무리한 접근을 보류했다.
나는 사직서가 승인되던 그날보다 더 많은 경고를 받았지만, 그날과 한 가지는 달랐다. 이제 경고를 들었을 때 누구의 이름부터 적지 않았다. 대신 어디가 실제로 위험한지부터 확인했다. 그 선택이 우리를 조금씩 019의 원래 자리로 돌려놓고 있었다.
제9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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