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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97화
PAYLUA ORIGINAL · 제97화

도시락은 출근하지 않는다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773자

오프라인 책장
도시락 두 개가 놓인 오래된 탁자 사진은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풍경이었다. 누군가 점심을 두 개 샀고 하나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남겨 두었다. 그런데 그 사진을 보고 우리 모두 말이 없어진 이유는, 도시락 한 개가 아직도 도원솔루션의 미퇴사 인원 명부에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물건이 사람을 대신했다. 말이 안 되는 일인데도 나는 이미 그런 회사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사직서가 승인된 날부터 정상적인 상식은 매일 퇴근했다. 서윤은 019 현장 점검에서 나온 이미지가 실물 카메라 사진이 아니라 보존 장치의 과거 재생 화면임을 먼저 확인했다. 시간 표시는 17시 56분에 고정돼 있었다. 그것이 언제의 17시 56분인지는 알 수 없었다. 현재 2026년 11월 1일 밤에 전송됐다고 해서 그때 촬영한 장면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재생 화면을 기록 증거로 보존하되, 지금 누군가 그 의자에서 일어났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그날 하림은 스스로 사진을 보겠다고 연락해 왔다. 나는 의료진과 휴식 시간을 확인한 뒤 공개된 외부면만 보여 줬다. 하림은 도시락에 감긴 파란 고무줄을 오래 바라봤다. “저게 기억나요. 안쪽에서 먼저 먹으라고 했어요. 그런데 왜 저건 안쪽에 있죠?” 그는 손가락으로 파란 고무줄이 감긴 도시락을 가리켰다. 사진의 배치는 그가 말한 것과 반대였다. “기억이 틀린 걸까요?” “기억도 사진도 아직 원본이 완전히 확인된 건 아닙니다.” 내가 답했다. 그는 물컵을 내려놓고 한참 생각했다. “그럼 그분이 가져온 게 도시락 두 개가 아니었을 수도 있겠네요.” “어떤 뜻이죠?” “하나는 제가 안쪽에서 가져온 거예요. 바깥에 있는 사람한테 드리려고요. 서로 기다리다 못 건넸을 수도 있죠.” 그의 말은 새로운 가능성이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정확한 시간이나 신원은 알 수 없었다. 나는 수첩에 물음표를 두 개 그렸다. 누군가 바깥에서만 기다렸다는 일방적인 이야기보다, 서로를 찾아 건너가려 했다는 이야기가 더 현실적이었다. 오후에는 김소연이 자발적으로 연락했다. 성하금융센터 0.5층에서 구조됐던 도시락 배달자였다. 그녀는 자신이 구조된 뒤에도 자신의 배달 업체가 '미완료 배송'을 사유로 급여를 보류하려 했다고 말했다. 현실의 회사는 던전이 없어도 이런 짓을 한다는 사실이 나를 화나게 했다. 우리는 그 문제를 별도 노동 상담으로 연결했다. 소연은 웃으며 말했다. “저도 잘못된 배송 완료 처리가 뭔지 압니다. 그런데 사람이 안 보인다고 도시락을 배달했다고 찍을 순 없죠.” 그 말이 계기가 됐다. 오래된 탁자에는 물품 인수 기록이 두 개 남아 있었다. 하나는 '안쪽 전달', 하나는 '바깥 전달'. 인사 시스템은 안쪽 전달 완료를 사람의 퇴근 완료로 해석했고, 바깥 전달 미완료를 사람의 귀가 미완료로 해석했다. 둘 다 틀렸다. 음식의 이동은 사람의 이동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대기자 수 1’이 도시락 하나를 세고 있었을 가능성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다. 민재가 019 표찰의 수기 기록을 번역했다. '바깥의 상대가 먼저 귀가해도 안쪽 사람의 위험 신고는 유지한다.' 그동안 우리는 바깥에서 기다리던 사람이 영원히 남아 있다고 상상했다. 그러나 원래 규칙에는 바깥 사람의 귀가를 막지 말라는 문장이 있었다. 그렇다면 미확인 대기자는 실제로 사라진 사람이 아니라, 확인되지 않은 물품 전달일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또 너무 빨리 안심할 수 없었다. 도시락만 기다린 게 아닐 수도 있으니까. 서윤은 현장 원본에 '물품'과 '사람'을 분리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때 구청 기록센터에서 옛 열람대장 사본을 보내 왔다. 도시락 배달 수량 2, 실물 전달 확인 1, 보류 1. 그 아래 작은 글씨가 있었다. '외부 대기인은 자발적 이탈 의사 표시. 이름 수집하지 않음.' 나는 그 줄에서 숨을 멈췄다. 바깥에서 기다리던 사람은 떠날 수 있었고, 최소한 그 의사를 밝혔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실제로 떠났는지까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누군가를 무기한 기다리게 해 둔 것으로 처리할 이유는 없었다. “그럼 하림 씨가 기억하는 분은 떠난 거네요?” 민재가 물었다. “떠나겠다고 말한 것까지 확인된 거야. 안전하게 집에 도착했는지는 별도로 알아야지. 그 사람이 원하지 않으면 신원을 캐서 공개할 필요도 없고.” 내가 대답했다. 서윤은 두 기록을 별개로 표시했다. `[외부 대기인: 이탈 의사 확인 / 실제 귀가 여부 확인 대기]`. `[바깥 전달 물품: 미확인]`. 사소해 보이지만, 이 둘을 나누는 데 그토록 많은 사람이 갇혀 있었다. 저녁에 아이 000은 한서림과 색종이를 접고 있었다. 그 아이가 갑자기 내게 종이배 하나를 보여 줬다. “아저씨, 이거 강에서 출근하는 배예요?” “배도 출근을 해야 해?” “회사들은 다 출근시키잖아.” “그 말이 정답이라서 슬픈데.” 아이는 종이배 바닥에 파란 줄을 하나 그었다. 그리고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나가는 길이에요. 엄마가 그러셨어요. 돌아오는 길은 따로 그려야 한대요.” 나는 그림의 의미를 더 캐묻지 않았다. 아이가 오늘은 종이배를 만들고 싶어 한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파란 선이 서로 반대 방향의 귀가와 대피를 구분한다는 말은 기록해 두었다. 019 코일이 도원으로 옮겨질 때 사라진 것이 바로 그 방향 구분일 수 있었다. 한 사람의 기다림이 아니라, 두 사람이 각자 떠날 수 있는 서로 다른 길이 한 장의 출근부로 합쳐진 것이다. 밤 열 시, 019 구형 배전함에서 사진 두 장이 더 전송됐다. 첫 사진에는 안쪽 탁자, 둘째에는 바깥 경사로가 있었다. 화면의 시간이 뒤바뀌어 있어서 어느 쪽이 먼저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바깥 경사로의 사진에는 도시락이 없었다. 대신 파란 고무줄이 난간에 묶여 있었다. 그 옆에는 손글씨가 보였다. `내가 먼저 가더라도 신호는 끊지 마.` 나는 그 문장을 읽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누군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다가 자신도 영원히 묶인 것은 아니었다. 떠나는 사람이 남는 사람에게 전할 수 있는 말이 있었던 것이다. 그 말을 전달하는 선이 나중에 회사의 출퇴근 규칙으로 바뀌면서, 남은 사람과 떠난 사람 모두 회사 기록에 갇혔다. 아직 추정이었지만 설명의 방향이 달라졌다. 그때 오래된 공공 시설 전화가 울렸다. 선경에게 걸려 온 전화였다. 상대는 구형 설비 원본 이전 공사에 참여했던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신분을 공개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선경은 강요하지 않았고, 먼저 어떤 자료를 전달할 수 있는지 물었다. 통화가 끝난 뒤 선경은 내게 사진 한 장을 보내 왔다. 사진에는 019-S라는 금속판과 작은 볼트 네 개가 보였다. 볼트 구멍은 새것처럼 깨끗했다. 뒷면에는 제조번호보다 더 중요한 문구가 찍혀 있었다. `두 방향을 한 방향으로 합치지 말 것.` 내가 그 문구를 읽고 있을 때 도원 보존 코일의 프로그램 화면에서 다섯 개의 복도가 동시에 회전했다. 마치 각자 따로 있는 두 방향을 한 방향으로 합치려는 거대한 손이 도시를 비트는 것 같았다. 나는 서윤에게 말했다. “장치가 고장 난 게 아니라, 위험하다고 경고한 바로 그 동작을 계속하려는 건지도 몰라요.” 서윤은 즉시 현장 다섯 곳에 통제 공지를 냈다. 아직 한 사람의 귀가도 강제 처리하지 말 것. 도시락 하나를 직원 한 명으로 등록하지 말 것. 그리고 오래된 물리 장치의 뒷면을 찾기 전까지 자동 병합 복구를 시작하지 말 것. 컴퓨터가 또다시 확인 버튼을 띄웠다. 나는 이번에도 누르지 않았다. 대신 한참 만에 배달 음식 앱을 켜서 내 저녁을 주문했다. 메뉴는 도시락이었다. 화면이 물었다. ‘배송 완료 시 자동 수령 처리하시겠습니까?’ 나는 껐다. 오늘만큼은 내 밥까지 다른 누군가가 받아 주게 할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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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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