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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94화
PAYLUA ORIGINAL · 제94화

다섯 건물의 하나뿐인 바깥길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622자

오프라인 책장
다섯 건물의 복도가 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리가 확보한 지도에는 도원솔루션과 세림종합병원, 성하금융센터, 강변 집하장, 옛 교통안내소가 나란히 표시됐다. 실제로는 멀리 떨어진 건물들이었다. 하지만 새벽 두 시부터 각 건물의 계단 하나가 019를 향한 같은 각도로 기울기 시작했다. 물리적으로 건물을 움직였다는 뜻은 아니었다. 현장에서 측정한 비상 동선이 다른 위치의 동선과 동시에 나타난다는 뜻이었다. 그 차이를 무시하면 사람을 잘못된 문으로 보내게 된다. 서윤은 칠판에 동그라미 다섯 개를 그렸다. “단일 제어실에서 문을 전부 열면 안 됩니다. 실제 구조 담당자에게 개별 확인을 받죠.” 민재가 손을 들었다. “그럼 저는 뭘 해요?” “커피 마시고 열 식히세요.” “제 직무가 드디어 생겼네요.” 그가 씩 웃었다. 나는 자기도 모르게 잔을 집으려다 멈췄다. 나는 퇴사했고, 지금의 도움은 자발적이었다. 팀원에게 나와 같은 밤샘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교대 순서부터 정했다. 첫 연락은 세림종합병원에서 왔다. 구급차 출입로의 실제 문과 영상 속 문이 어긋나, 침대 하나가 잘못된 동선으로 이동할 뻔했다. 박유라 의료진이 먼저 환자 이동을 중단시켰고, 시설팀은 실제 바닥 표시를 확인해 안전한 출입로를 안내했다. 우리는 원격에서 '복구 완료'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생명이 걸린 통로에서는 현장의 한 문장이 프로그램의 천 줄보다 우선이었다. 두 번째는 성하금융센터였다. 0.5층에서 구조됐던 김소연이 외부 도시락 배달 차량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이상한 계단을 발견했다고 신고했다. 그녀는 무리하게 확인하지 않고 안전 구역에서 전화를 걸었다. “계단 아래로 내려갈수록 강 냄새가 나요.”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였다. 그녀가 돌아가는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현장 담당자가 평소 출구를 열어 주었다. 구조를 도왔다는 이유로 다시 현장에 데려와 제보자로 일을 시키지 않았다. 세 번째는 집하장. 정라희가 시설 담당자로서 교대 직전 점검을 하던 중 바닥에 희미한 노란 선을 발견했다. 기존 경고선과 달리 선이 사람의 발밑을 따라 움직였다. “선이 내가 가는 곳으로 따라와요. 뭐, 친절하게 길 안내라도 하는 거예요?” 무전기 너머로 그녀의 헛웃음이 들렸다. 나는 선을 따라가지 말고 실제 출구 표시와 시설 관리자의 위치 확인만 믿으라고 말했다. 위험한 길이 나를 안내할 때는 길보다 내 두 발을 믿는 편이 낫다. 넷째는 도원솔루션. 11층의 화재 감지기가 다시 울렸다. 다행히 실제 화재는 아니었지만 구형 시스템이 '과거 훈련' 표시를 띄우며 현장 감지를 취소하려 했다. 민재와 비상 호출 보조가 서로 다른 계단에 서서 실물 출입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두 사람은 얼굴이 닮았다는 이유로 한 명을 다른 사람의 책임자란에 넣지 않았다. 이번에는 평범하게 두 사람이 각자의 무전기를 들고 일했다. 마지막 지점은 옛 교통안내소였다. 여기는 철거된 건물이었다. 그런데 공공 CCTV에는 비가 오지 않는데도 물 웅덩이가 늘어나는 듯한 빛이 찍혔다. 선경은 지하 배관의 실제 누수를 우선 점검했고, 누수는 없었다. 대신 현장 경비의 발소리가 도원 B의 과거 녹음과 정확히 같은 간격으로 들렸다. 기록 재생인지 물리적 중첩인지 판단이 어렵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다섯 곳이 동시에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사라진 019의 바깥길이 왜 각 건물에 나타나는가. 나는 코일의 연결도를 보다가 작게 적힌 조건문을 발견했다. `fallback_route = nearest_verified_exit`. 가장 가까운 검증된 출구로 안내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검증 목록에는 다섯 건물의 실제 출구가 아니라, 오래된 보관실 019의 출구 하나만 남아 있었다. “가까운 출구가 실제로는 멀리 있는 거네요.” 민재가 말했다. “그것도 이미 없어진 출구지.” 내가 답했다. 시스템은 출구를 모르면 그 출구를 다른 장소에서 만들어 내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그걸 곧장 범인이라고 적으려는 순간 서윤이 제지했다. “소프트웨어가 왜 실제 복도를 바꾸는지는 별개의 문제예요. 경로 선택 오류와 물리적 변화 원인은 구분해야 합니다.” 맞는 말이었다. 나는 표제에 물음표를 달았다. 오전 네 시, 다섯 구역에서 동시 긴급 종료 요청이 생성됐다. 종료한다는 것은 과거 경로 재생을 멈추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절차에는 '아직 귀가 확인되지 않은 인원은 현재 관리자에게 이관'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위험 구간을 복구하려면 누군가를 새 미귀가자로 지정하겠다는 뜻이었다. 임시 승인자 자리에는 내 이름이 자동으로 쓰여 있었다. 서지완의 미래 출근부에도 같은 조건이 떠올랐다. 아이 000의 팔찌에도 아주 약하게 불빛이 들어왔다고 한서림이 연락했다. 나는 갑자기 식은땀이 났다. 멀리 떨어져 안전한 곳에 있는 아이를 시스템이 책임자로 잡으려 했다. “아이한테 아무것도 누르지 말라고 설명해 주세요. 겁주지 말고요. 현장에서도 입력 요구가 뜨면 사진만 남기고 조작은 중지하세요.” 한서림은 아이에게 따뜻한 음료를 주며 안내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팔찌를 벗어 탁자에 놓고 싶다고 했다. 그 선택을 존중했다. 팔찌가 곧 아이는 아니었다. 서윤은 현장 다섯 곳에 두 종류의 안내를 내렸다. 실제 위험이 있으면 현재 비상 동선으로 대피하고, 전산의 '미귀가 확인'을 위해 새로운 직원이나 보호자를 지정하라는 요청에는 응하지 말 것. 김하린 담당자는 공공 신고 회선을 별도로 유지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류상의 정리를 위해 사람을 담보로 잡지 않겠다는 결정이었다. 그때 도원 회의실의 다섯 동그라미가 조금씩 움직였다. 도시 중심으로 흩어져 있던 점들이 서로 이어지더니 한 글자를 만들었다. `밖`. 나는 그 모양이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선을 연결하는 방식에 따라 어떤 글자라도 그릴 수 있으니까. 그러나 실물 센서 로그의 새 메시지는 우연이라 하기 어려웠다. `[외부 귀환 경로 누락: 다섯 장소에서 한 사람의 귀가를 기다림.]` “한 사람?” 민재가 물었다. “그 한 사람의 이름을 또 우리 쪽에서 만들지는 말자.” 나는 답했다. 사실 스스로도 누군가 한 사람의 실종 때문에 이렇게 많은 문이 길어졌다는 설명이 무서웠다. 옛날 사람 하나를 도와주겠다고 오늘의 사람 다섯 건물을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으니까. 잠시 뒤 다섯 건물의 모니터에 똑같은 물건이 나타났다. 스테인리스 도시락통이었다. 파란 고무줄이 뚜껑을 한 바퀴 감싸고 있었다. 이것은 프로그램의 복사 화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집하장의 현장 담당자가 바닥에서 실제 고무줄 한 조각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우리는 물건을 건드리지 않고 현장 사진과 위치만 보존했다. 나는 오래된 보관실 지도를 다시 펼쳤다. 누군가 한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남긴 물건 한 개를 여러 장소에서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는 것은 아닐까. 도시락이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그런데 시스템은 이미 그것에게 직원 명찰을 붙이려 하고 있었다. 화면 맨 아래 마지막 알림이 떴다. [외부 대기자 수: 1] [대기자 구분: 사람 / 물품 / 경로 — 분류 실패] [다음 확인 장소: 제0 보관실 019, 첫 번째 탁자] 나는 이번에는 화면을 끄지 않았다. 단, '확인' 버튼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첫 번째 탁자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는 일은 할 수 있었다. 탁자에 앉아 있던 누군가의 자리를 멋대로 차지하는 일은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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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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