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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93화
PAYLUA ORIGINAL · 제93화

두 개의 출구가 한 곳이 될 때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700자

오프라인 책장
도원솔루션 복도가 또 길어졌다는 연락을 받고 돌아왔을 때, 나는 두 가지를 확인했다. 실제 복도 끝에 있는 소화전의 위치, 그리고 직원들이 여전히 그 소화전을 향해 갈 수 있는지였다. 지도상의 선이 몇 개 늘어난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끝에 사람이 서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다행히 시설팀이 출입을 통제한 덕분에 다친 사람은 없었다. 다만 열세 걸음이면 닿아야 할 소화전이 열여덟 걸음 앞에 있었다. 퇴사자의 보폭을 계산해 주는 회사라니, 서비스 정신이 악취 수준이었다. 민재는 거리 측정기를 바닥에 놓았다. 화면에는 12.4미터와 16.9미터가 번갈아 떴다. “마법이죠?” “마법이라고 부르면 시설 보고서에 적을 방법이 없지. 일단 중첩 구간이라고 하자.” 서윤이 대답했다. “현실의 난간과 출입구부터 보존하고, 측정값은 시각별로 기록해.” 민재가 한숨을 쉬었다. “여기서는 멋있는 이름을 붙일 자유도 없네요.” “그건 진짜 회사 다닐 때보다 나아. 그땐 이름은 멋있고 실물은 없었잖아.” 내가 말했다. 하림은 휴게실에서 사진을 보고 있었다. 그는 도시락을 기다리던 사람이 왜 바깥에 남아 있었는지 떠올리려 했지만, 잠깐씩 다른 장면이 섞였다고 했다. 실제 기억과 장치가 되풀이해 보여 준 화면을 구분하지 못해 괴롭다고 했다. 나는 기억을 더 내라고 요구하는 대신, 지금 당장 쉬어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물컵을 내려놓고 처음으로 자기 시간을 골랐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생각하겠습니다.” 우리는 실물 점검이 가능한 도원 B의 옆 공간에 시험판을 설치했다. 원본 코일을 건드리지 않고, 구청에서 확보한 019 외부 경로 도면의 복제본과 현행 복구 프로그램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지만 비교하는 작업이었다. 배 소장님은 실물 차단판의 고정핀을 확인했고, 김하린 담당자는 1758 신고 회선이 시험장비와 전기적으로 분리돼 있는지 확인했다. 실제 구조 중인 사람이 없는 구역에서만 진행했다. 원본 도면의 비상 탈출 방향은 쉼터 바깥의 공공 보행로였다. 그러나 도원의 프로그램은 마지막 위치 정보가 비어 있으면 원래 출발점으로 돌아가도록 설정돼 있었다. '경로 미확인 시 재시도'라는 옛 안내 원칙이 어느 순간 '사람 미확인 시 원위치 복귀'로 바뀐 것이다. 둘 다 화면에는 화살표 하나로 그려졌다. 프로그램은 화살표가 누구의 것이든 상관하지 않았다. 실제 바닥이 영향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문제가 심각해졌다. “이 정도면 누가 일부러 바꾼 것 아닙니까?” 민재가 물었다. 황규태는 화면을 보고 고개를 숙였다. “우리 쪽 운영팀에서 경로 ID를 직원 ID와 같은 형식으로 통일했어. 유지비 줄인다고.” “그걸 승인했어요?” “내가 승인한 건 표기 통일이었지 실제 위치 강제 갱신이 아니었어.” 서윤이 끼어들었다. “승인 범위와 결과 모두 조사할게요. 승인하지 않았다는 말로 책임이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황 팀장은 이번에는 변명하지 않았다. 문제는 왜 가상의 경로 갱신이 현실 공간을 건드리느냐는 것이었다. 도원의 기존 서버라면 지도를 잘못 그릴 뿐 벽을 늘릴 수는 없다. 배 소장님은 019 원본 코일을 옮길 때 따라온 구형 신호 증폭기를 보여 줬다. 기계에는 '이중 위치 유지'라는 표시가 있었다. 비상문이 한쪽에서 막히면 다른 쪽의 사람이 현재 경로를 계속 볼 수 있게 돕는 장치였다고 한다. 어느 쪽이 진짜 경로인지를 확정하기 전에 사라진 길을 잠시 남겨 두는 기능이다. “그럼 두 장소가 동시에 남아 있는 거예요?” 내가 물었다. “그렇게 보이는 실물 현상은 있어. 하지만 신호 증폭기 하나로 벽이 만들어진다고 단정하진 말자.” 배 소장님이 고개를 저었다. “잘못된 신호가 현상을 키우는 건 맞아도, 처음부터 이런 힘이 어디서 났는지는 몰라.” 나는 그의 말을 받아 적었다. 중요한 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적는 일이었다. 테스트 화면에 두 개의 복도가 나타났다. A는 현재 도원 0층의 실제 복도, B는 철거된 019 보관실의 바깥 통로였다. 소프트웨어는 B를 종료된 과거 기록으로 표시해야 했지만, 현장 센서는 B에서 사람이 대기 중이라는 신호를 돌려줬다. 당시 돌아오지 못한 사람의 대기 표시가 수년 뒤에도 살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스템은 사라진 길을 불러와 그 사람을 찾아오려 한다. '미완료'라는 한 글자가 출구를 괴물처럼 늘려 버린 셈이었다. 그때 스피커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직 밖에 있습니다.” 지금의 하림도 아니고, 오래된 여성 녹음과도 다른 목소리였다. 우리는 재생 장치가 켜져 있는지 확인했다. 서윤은 원본 보존 코일과 연결되지 않은 독립 스피커의 입력을 추적했다. 신호는 도원 바깥의 019 공공 배전함에서 들어오고 있었다. 외부의 누군가가 실제로 신고한 것인지, 오래된 장치가 저장했던 음성인지 불분명했다. “대답해 볼까요?” 민재가 물었다. “먼저 신고 전달 여부만 확인하자. 사람을 찾겠다고 호출하면 또 출석 승인으로 오인될 수 있어.” 김하린 담당자가 독립 회선으로 수동 안내를 송출했다. `[안전 신고가 수신됐습니다. 현재 위험하면 현장 출구를 확인하고 외부 구조 요청을 해 주세요. 본인 확인은 강제하지 않습니다.]` 스피커는 잠잠했다. 몇 분 뒤 보행로 관리실에서 연락이 왔다. 019 배전함 안에서 오래된 수신 램프가 켜졌지만, 근처에 갇힌 사람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공공 담당자가 실제 현장을 확인했다는 사실이 우선이었다. 우리는 스피커의 말을 과거 사람이 한 요청이라고 확정하지 않았다. 밤이 되어 나는 혼자 빈 회의실에 앉았다. 열여덟 번째 의자가 있다면 그것은 여전히 아무도 강제로 앉히면 안 되는 자리였다. 내가 그곳에 들어가 자리를 채운 순간 누군가의 잘못된 퇴사 기록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제안이 다시 올라왔다. 승인 버튼 아래에는 '도윤이 직접 선택'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화면을 덮어 버렸다. 누가 만들었든, 선택지에 내 이름만 넣어 놓고 고르라는 요구는 선택이 아니었다. 그때 도윤 얼굴의 경로 보조가 문밖에서 나를 불렀다. “여기 앉아도 되나요? 제가 그동안 본 장소 중에서 제일 조용해서요.” 나는 빈 의자를 가리켰다. “그 의자는 잠깐 비워 두자. 여기 다른 의자 많아.” 그는 옆자리에 앉아 손을 내려다봤다. 나와 똑같은 손이었지만 거기에 남은 경험은 달랐다. “제가 원본이 아니어도 여기 있을 수 있을까요?” “그걸 누가 결정했는데?” 내가 물었다. “아무도요.” “그럼 당신이 있는 사실부터 인정하자. 그다음은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묻고.” 그는 작은 소리로 웃었다. “퇴사하고 나서 더 복잡한 인사 면접을 보네요.” “진짜 면접이었다면 제가 떨어졌을 거예요. 지난 회사는 같은 얼굴 두 개를 채용할 예산이 없었거든.” 우리가 웃고 있을 때 실물 복도 센서가 갑자기 안정됐다. 12.4미터로 돌아온 뒤 변화가 멈췄다. 외부 019의 램프가 꺼졌다는 보고도 따라왔다. 나는 순간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화면에 경고가 떠올랐다. [제0 외부 보관실 위치 보정 실패] [반환되지 않은 외부 경로: 총 5개] [위치 충돌 원본: 서로 다른 다섯 출입구가 아님] 다섯 건물에 남은 중첩은 다섯 개의 다른 사고가 아닐 수도 있었다. 하나의 사라진 바깥길이 다섯 곳에 동시에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지도를 확대했다. 다섯 점을 연결한 선은 강변을 향해 닫힌 손처럼 오므라들었다. 그 중심에 점 하나가 새로 생겼다. **019.** 누군가 오래전 지도에서 떼어낸 길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려 하자, 그 길이 도시 곳곳을 지나 원래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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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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