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보관실 019의 공사는 십수 년 전에 끝났는데, 이전 요청서는 어제 오후 5시 55분에 작성돼 있었다. 가장 단순한 설명은 누군가 새 전산 장부에 옛 문서를 옮기다가 날짜를 잘못 넣었다는 것이다. 가장 복잡한 설명은 철거된 보관실이 실제로 어제 물건을 내보냈다는 것이다. 내 직업적 경험에 따르면 두 설명은 함께 일어날 수도 있다. 특히 누구도 테스트 서버와 운영 서버를 구분하지 않을 때 그렇다.
선경은 구청 기록실에서 공사 당시의 서류 사본을 확인해 주기로 했다. 우리는 강변 쉼터에 안전 통제선을 설치하지 않았다. 실제 위험이 확인된 지하 마개 주변만 임시로 접근 제한하고 안내 표지판을 세웠다. 산책객들이 회피할 수 있는 평소의 길도 확인했다. 내가 현장 사진을 찍자 민재가 속삭였다. “형, 이제 사고만 나면 구청 협조부터 하네요.” “회사를 탈출해서 행정 절차에 입사했지.” “그것도 무기한 계약직이죠?” “제발 그런 단어 쓰지 마.”
원본 서류가 도착하기 전, 우리는 시설 담당자의 허가로 쉼터의 개방된 전시판을 살폈다. 전시판에는 옛 환승교 사진이 있었다. 사람들이 좁은 교각을 지나가는 모습 옆에 ‘대기하는 사람을 위한 무료 물과 긴급 신고’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이상한 것은 조그만 접힌 의자 두 개였다. 오래된 코일 사진에도 같은 의자가 있었다. 하나는 출구 안쪽을, 하나는 바깥 강을 향하고 있었다.
“하림 씨가 말한 도시락 두 개가 여기 의자 둘과 연결될까요?” 서윤이 물었다. “증거가 더 필요해요. 같은 시대의 의자라서 닮았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답했다. 우리가 예전부터 잘못한 일은 닮았다는 이유로 같은 사람이라고 처리한 것이었다. 이제 물건에게까지 그 버릇을 옮기고 싶지 않았다.
그때 길 반대편에서 노인이 손수레를 끌고 왔다. 수레에는 여름철 양산과 작은 병음료가 실려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오래 장사를 해 왔다며, 우리에게 왜 옛 보관실 이야기를 묻는지 물었다. 선경이 허락된 범위의 목적을 설명하자 노인은 이름을 밝히지 않고도 이야기할 수 있느냐고 확인했다. 우리는 동의했다. 자신의 기억이 공사 관계자의 책임을 추궁하는 데 쓰일까 걱정한다고 했다.
“옛날에는 저기 문을 닫고 가면 안 됐어요.” 노인이 말했다. “누가 한 번 누르면, 안에 있든 밖에 있든 다른 쪽에서 대답이 와야 했거든.” “호출벨 말씀이세요?” “소리만 나는 종은 아니었지. 불이 켜지고 사람 발걸음이 하나 더 생기는 것 같았어요. 비가 많이 오던 날은 계단이 자꾸 길어졌고.” 그 말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나는 수첩에 ‘목격 진술, 정확한 날짜 불명’이라고 적었다.
노인은 손수레 손잡이를 쥐었다. “한 번은 저기에서 도시락을 들고 기다리는 여자를 봤어요. 파란 고무줄로 뚜껑을 묶어 놨더라고. 다만 그게 어제인지 오래전인지 도무지 모르겠네요.” 내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었다. 하림이 말했던 그 고무줄이었다. “그분이 누구였는지는 아십니까?” “얼굴이 아니라 손만 봤어요. 기다리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는데, 남이 기다리는 이유를 캐묻는 게 실례라서 그냥 갔죠.”
그 기억은 결정적 증거가 아니었다. 하지만 노인에게서 한 가지 현실적인 정보를 얻었다. 예전 강변 창고가 철거된 이후에도 비상 안내 전원선은 보행로 수리 공사 때마다 확인됐다고 했다. 누군가 코일을 통째로 가져갔다면, 그 배선의 다른 끝이 지금 어디인지 알 수 있다는 뜻이었다.
선경은 시설 도면을 펴고 빨간 형광펜으로 배선을 따라갔다. 보관실 019에서 시작한 선은 현재 보행로 아래를 가로질러 구형 환승 전력함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도면의 끝에는 ‘도원 B 연결’이 아니라 ‘외부 대기 회선 분리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전력함으로 간 것은 코일 본체가 아니라 외부 경고를 전송하는 수동 회선이었다. 본체의 이동 경로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사고가 난 건물이 코일을 처음부터 갖고 있었던 게 아니란 얘기죠.” 민재가 말했다. “그렇죠. 그런데 지금은 옛 보관실 사진이 도원 안에 나타나고 있어요.” 내가 말했다. 서윤은 지도를 두 장으로 분리했다. “전기 선 하나로 공간이 겹친다고 설명하면 너무 빨라요. 사람이 밟는 바닥에서 벌어진 현상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구청 기록실에서 연락이 왔다. 공사 원본에는 수령인이 세 칸 있었다. 첫째는 장비 보관 담당, 둘째는 시설 안전 담당, 셋째는 '귀환 확인자'였다. 마지막 칸은 비어 있었다. 후대 기업 장부는 그 공란을 자동으로 '원본 이용자'라고 해석했고, 다시 ‘미퇴사 직원’으로 바꿔 저장했다. 그러니 누군가 대답하지 않은 칸이 회사를 끝없이 출근시키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었다.
“공란은 누군가 빠져 있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아직 기록하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어요.” 선경이 말했다. “어느 쪽이든 임의로 이름을 쓰면 안 되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 손수레를 끌던 노인이 뒤를 돌아봤다. “이런 것도 도움 될까요?” 그는 낡은 열쇠고리를 꺼냈다. 열쇠는 없었다. 대신 '019 외부 대기'라는 둥근 표찰이 매달려 있었다.
표찰의 뒷면에는 손글씨가 있었다. `[안쪽 사람이 나가지 못해도 바깥 사람은 떠날 수 있음.]` 나는 그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기다리는 사람’이 반드시 갇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 설계한 사람은 정반대를 걱정했던 모양이었다. 누군가 돌아오지 못했다고 다른 사람의 퇴근까지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표찰은 어디서 받으셨어요?” 내가 물었다. 노인은 잠시 망설였다. “여기서 오래 기다리던 분이 제게 맡겼어요. 언젠가 누가 돌아와 달라고 하면 보여 주라고. 하지만 그분도 제게 자신을 대신해서 남아 있으라곤 안 했죠.” “그분에게 다시 연락할 방법이 있을까요?” “정확한 이름도 없는데요. 다만 그분은 늘 저녁 다섯 시쯤 왔어요. 그러다 어느 날부터 오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우리는 표찰의 소유권을 노인에게서 빼앗지 않았다. 본인이 허락한 앞뒤 사진만 찍고 돌려줬다. 서윤이 외부 보관 019의 구형 도면을 회의실 화면에 올리자, 실물 도면과 기업의 디지털 도면이 나란히 나타났다. 둘 사이에서 단 하나의 선이 달랐다. 원본의 바깥쪽 비상 출구 선이 기업판에서는 안쪽으로 돌아와 있었다.
“길이 거꾸로 그려졌어요.” 민재가 중얼거렸다. 나는 모니터를 확대했다. 이것은 단순한 방향 화살표가 아니었다. 외부 대기자가 스스로 귀가할 수 있게 만든 독립 경로가 누군가를 반드시 B-0로 돌려보내는 회귀선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다시 표찰 사진을 열었다. 노인은 자신이 전당포 주인도 보관실 관리인도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다. 표찰을 맡았다는 이유로 마지막 대기자가 된 적도 없었다. 그런데 전산에는 노인과 비슷한 나이의 무명 계정 하나가 여전히 ‘현장 대기’로 표시돼 있었다. 서윤은 이것을 실인원 정보로 취급하지 않고, 오래된 공용 역할 계정이라고 주석을 달았다. 노인이 방금 횡단보도를 건넜다는 사실 하나가 그 주석보다 훨씬 강력한 증거처럼 느껴졌다.
화면의 구석에 새 문구가 떠올랐다. `[019 수동 경로 보존 실패 / 귀환 확인자 대리 입력 가능.]` 내가 단호하게 대리 입력을 차단하려는 순간, 도원 시설팀에서 급한 전화가 왔다.
“차 선임, 복도가 또 길어집니다. 이번엔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 계단이에요.”
나는 강변 쪽 창문을 돌아봤다. 수레를 끌던 노인이 없어졌다.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는 평범한 횡단보도를 건너 집으로 가고 있었다. 그걸 보고 이상하게 안도했다. 문은 아직 고쳐야 했지만, 적어도 누군가는 이 이야기에 붙잡히지 않고 저녁을 마칠 수 있었다.
제9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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