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곱 해 동안 서버가 다운될 때마다 책임자를 찾았다. 심각한 문제는 책임자도 보통 같이 다운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퇴사하고 처음 맞는 일요일에는 책임자가 아니라 방 하나를 찾고 있었다. 제0 외부 보관실 019. 도원솔루션 건물보다 먼저 존재했고, 아무도 퇴근하지 못한 채 옮겨졌을지도 모르는 코일의 최초 승인 문서가 있다는 장소였다.
배만식 소장님은 사진을 한참 보더니 화면을 거꾸로 돌렸다. “여기 강변이라고 적힌 거 말이다. 강이 저쪽으로 흐를 때 찍은 사진이야.” “강물이 퇴사서를 내고 역주행했습니까?” “아니, 네 머리부터 좀 쉬어. 난간 모양이 옛 환승교야. 철거된 지 십수 년 됐지.” 소장님은 뒤쪽 난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아래쪽의 흰 페인트가 두 번 꺾였다. 지금 남아 있는 난간에는 그런 무늬가 없었다.
서윤은 지도 두 장을 겹쳤다. 하나는 시설관리팀의 실물 배관도, 다른 하나는 도원 0층에서 나온 대피 도면이었다. 019라고 적힌 자리는 강변 보행로의 공공 창고로 표시됐지만, 현재 지번에는 창고가 없었다. 그 자리에 버스 환승용 쉼터와 자전거 수리대가 들어서 있었다. 019는 건물 번호도, 출구 번호도 아닌 이전의 보관 구획이었다. 우리가 또 숫자에 속아 넘어갈 뻔했다.
“먼저 그 장소가 아직 안전한지 확인하고 현장 관리자를 만나죠.” 서윤이 말했다. “어차피 019를 두드렸다고 옛날 문이 저절로 열리는 건 아닐 테니까.” 내가 대꾸했다. “요즘 제 인생의 모든 문은 회사 인사 시스템에 연결돼서, 두드리면 출근 확인이 뜰 겁니다.” 서윤은 웃지 않았다. 기록지의 '외부 협조' 칸에 서명받을 사람을 적느라 바빴다.
B-0에서 나온 사람은 병원 검사를 받고 휴게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는 자신을 하림이라 불러 달라고 했지만, 출입증 속 박하림이라는 이름이 실제 본명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사진의 창문을 다시 보여 주자 그는 커다란 시멘트 탁자를 기억한다고 했다. 도시락 두 개가 놓여 있었고, 한 사람은 안으로 가져갔고 한 사람은 바깥에서 자기를 기다렸다고. “그 사람 얼굴은요?” “기억이 희미합니다. 다만 도시락 뚜껑에 파란 고무줄을 둘렀어요. 흘리지 말라고.” 그는 이야기를 하다 멈췄다. “이것도 정말 제 기억인지 모르겠어요. 틀릴 수 있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도리어 믿음직했다.
하림에게 동행을 요구하지 않았다. 아직 안정적인 치료와 휴식이 먼저였다. 그는 019의 바깥 사진을 공개된 범위에서 확인하는 데 동의했지만, 자신의 얼굴이나 기록을 시설 홍보에 사용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황 팀장은 그 말을 듣더니 이번에는 문서를 내밀지 않고 핸드폰 메모를 켰다. 이제는 습관적으로 종이를 들이밀지 않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강변으로 가는 차량 안에서 민재가 갑자기 팔걸이를 움켜잡았다. 앞유리 너머로 육교가 두 개 겹쳐 보였다. 하나는 현재의 낮은 경사로였고, 다른 하나는 오래된 금속 계단이었다. 운전자는 당황해 브레이크를 밟았다. “이거 뭡니까?” 나는 그에게 가까운 실제 차선 표시를 확인하고 무리하게 진입하지 말라고 말했다. 서윤은 즉시 도로 관리 당직과 경찰에 이상 시야를 신고했다. 원인을 설명하기 전에 사람부터 멈춰 세우는 일이 필요했다.
금속 계단은 순식간에 흐려졌지만 휴대용 거리 측정기는 잠깐 실제 난간이 있는 것처럼 값을 돌려줬다. 영상만의 착시는 아니었다. 오래된 대피 경로가 도시 위로 떠오르는 현상은 아직 다섯 곳에서 계속되고 있었다. 문제는 019 자체가 여섯 번째 위험 구간이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파가 많은 쉼터 앞에서 차를 세우지 않고 한 블록 밖 안전한 공터로 돌아갔다.
현장에는 구청 시설관리 담당 공무원 이선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쉼터와 보행로가 공공 관리 구역이라는 사실을 먼저 확인한 뒤, 우리가 옛 도면을 들고 왔다고 설명했다. 선경은 시설물 변경 이력과 019 표식은 살펴볼 수 있지만, 지하 점검함은 안전 장비와 담당 인원이 있을 때만 열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여긴 퀘스트 던전이 아니라 사람들이 다니는 산책로예요.” “제가 그걸 누구보다 절실히 압니다.” “그러니까 각오만 하지 말고 작업 계획서를 내세요.” 서윤이 옆에서 작은 박수를 쳤다.
현재 쉼터 바닥에는 동그란 금속 마개가 하나 있었다. 그 위에 숫자 019가 아니라 `E-019`라는 음각이 찍혀 있었다. 선경은 오래전 비상 전원 분배함의 위치 표식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개를 들추지는 않았다. 대신 공개된 설비 대장에서 사진의 난간과 마개의 시공 연도를 대조했다. 난간은 철거됐지만 배관 일부는 우회 설치됐고, 이전 공사가 시행된 날의 준공 도면은 남아 있었다.
도면 가장자리에는 작은 표시가 있었다. ‘독립 신고 회선은 다른 건물 자산으로 이전 금지.’ 그 문장 바로 옆에 붉은 수정선이 그어져 있었다. '일시 시험 이전'이라고 적힌 수정선에는 회사 도장이 아닌 공공 시설 감독 번호가 남아 있었다. 이선경의 표정이 굳었다. “이건 지금 바로 책임자를 붙일 문제가 아니라 자료를 더 확인해야 할 건이에요. 이동을 승인했다는 표기 자체가 이상합니다.”
그때 내 휴대전화에 새 알림이 떴다. 도원 인사 시스템을 격리한 뒤로 처음 보는 검은색 화면이었다. [019 재확인 요청 / 원본 위치에 도착한 복구자 감지.] 나는 화면을 서윤에게 보여 줬다. 자동 출근 동의로 쓰이지 않도록 아무 버튼도 누르지 않았다. 화면 아래쪽에는 작게 추가 문장이 떠올랐다.
[원본 반출 후 최초 미귀가자 상태: 유지]
[복구 방법: 원본 위치에서 남아 있는 사람을 확인]
“또 누구를 찾아오라는 거예요?” 민재가 물었다. 나는 멀쩡한 쉼터 안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이곳에는 옛날 기록 속 사람만 있는 게 아니었다. 지금도 비를 피해 들어온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번호표를 붙일 권리가 없었다.
“일단 한 사람도 건드리지 말자.” 내가 말했다. “019가 뭔지부터 확인해. 사람의 출퇴근을 건물 재고 조사하듯 하면 또 똑같은 일이 생겨.”
선경이 보관 대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이전 공사를 청구한 업체란은 검게 가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 아래 수령처는 남아 있었다. 도원솔루션이 아니었다. `[옛 독립 대피 설비 공동보관소 / 수신 담당: 현장 대기자]`.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현장 대기자는 사람이 아니라 역할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날짜란에 적힌 시각을 본 순간 내 손끝이 차가워졌다. 최초 이전 신청 시각이 2026년 10월 31일 17시 55분이었다. 17시 56분의 도시락보다도 앞이었다. 오래된 철거 시설의 공사가 마치 어제 일어난 것처럼 기록돼 있었다.
우리는 구청에 이 원본의 보존 절차를 요청했다. 선경은 현재 보행로의 작업자 안전을 위해 마개 주변의 작은 틈을 임시로 막았고, 서윤은 그날 밤 순찰이 지나다닐 대체 길을 확인했다. 나는 그런 현실적인 조치들을 보고 안도했다. 도시가 고장 났다고 해서 고칠 방법까지 전부 환상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무슨 사고든 처음 할 일은 보통 아주 평범했다. 위험한 곳에 가까이 가지 말 것, 사람의 발이 닿는 곳을 살펴볼 것, 모르면 모른다고 기록할 것.
서윤이 조용히 말했다. “현장 설비는 옛날 것인데, 이전 신청은 어제 날짜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건의 진짜 시작은 퇴사 승인도, 17시 57분의 사고도 아닐 수 있었다. 이미 철거된 장소가 어제 누군가에게 자신의 설비를 내주었다고 기록한 순간부터, 우리 도시의 지도가 거짓말을 시작했을지 몰랐다.
제91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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