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버실 B 안의 사람을 밖으로 안내한 것은 그의 이름을 찾은 뒤가 아니었다. 이름은 끝내 정확하지 않았고, 출입증의 일부는 훼손돼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문손잡이를 직접 잡고 있었다. "제가 지금 나가도 되겠습니까?" 그가 물었다.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허락을 구하실 필요는 없어요. 다만 발밑이 안전한지 지금부터 함께 확인하겠습니다."
도원솔루션의 모든 출입문 가운데 가장 작은 문이었다. 서윤과 배 소장님, 구조대가 바깥에서 실물 바닥을 확인했고, 안쪽 사람은 자신의 무전기로 걸음을 하나씩 알려 주었다. 주전원은 그대로 두었다. 밖으로 뻗던 복원 중계선 대부분은 격리됐지만 B-0 안쪽의 유지 회선은 살아 있었다. 누군가의 대피를 위해 필요한 것은 과거를 그대로 되살리는 일이 아니라, 지금 발밑에 있는 바닥을 지키는 일이었다.
첫 번째 발이 문턱을 넘었다. 운동화 앞코가 보였다. 카메라에 나타난 발은 더 이상 영상의 복사본이 아니었다. 먼지가 묻었고 바닥에 체중이 실렸다. 구조대가 실제 사람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두 번째 발이 나왔다. 그는 몇 걸음 뒤에 멈추더니 양손으로 벽을 짚었다. 낮은 숨소리가 무전기에 들렸다.
"괜찮으십니까?" 서윤이 물었다.
"그냥… 바깥 공기가 이렇게 차가운 줄 몰랐어요."
우리는 이름을 묻지 않았다. 먼저 물을 건네고 앉을 자리를 마련했다. 그는 자신을 '하림'이라고 불러 달라고 했지만, 오래된 출입증의 '박하림'과 완전히 같은 사람인지는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했다. 그가 내민 것은 신분증이 아니라 낡은 종이 열쇠표였다. [시험 통로 안쪽 인계 / 원본 대상 확인 전 자동 복원 금지.] 그가 들고 나온 물건의 보존 경위를 기록했다.
"정말 나왔네요." 그가 웃었다. "나가면 누군가 사라질 줄 알았는데."
"그렇게 만들려고 했던 규칙은 멈췄어요. 완전히 원인을 고친 건 아니지만요."
그는 도원 건물 바깥쪽 복도로 고개를 돌렸다. 유리창 너머로 도시의 불빛이 보였다. 그는 오래전 본 적 있는 풍경처럼 그것을 바라봤다. "문밖에서 기다리던 분도 나왔을까요?"
나는 아직 모른다고 답했다. 그에게 잘못된 확신을 주고 싶지 않았다. 대신 지금까지 찾은 17시 56분의 두 번째 도시락과 외부 경고 회선, 손글씨 안내를 전했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분은 제가 밖으로 나오면 먼저 가겠다고 했어요. 꼭 기다리라는 말은 안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못 나왔으니까, 그분도 못 떠났을까요?"
나는 그 질문을 수첩에 적었다. '기다리던 사람의 귀가 여부 미확인.'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가 알 수 없는 부분은 있었다. 하지만 그 알 수 없음 때문에 지금 눈앞의 사람을 다시 방에 넣을 수는 없었다.
경로 보조가 약속대로 멀리서 기다리다가 다가왔다. 그는 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내 이름으로 인사하지 않았다. "밖에 나와 보니 생각보다 하늘이 넓네요." 그가 말했다. B-0에서 나온 사람은 잠시 놀랐으나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당신도 안에 있었나요?"
"저는 다른 길에서 나왔어요. 저도 제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중입니다."
두 사람은 악수하지 않았다. 서로 편한 거리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그 광경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회사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명함을 강요하더니, 지금 가장 중요한 두 사람은 이름 없이 서로를 존중하고 있었다.
현장 의료진은 B-0에서 나온 사람의 상태를 점검했고, 실물 위험 구간에 다시 들어가지 않도록 안전 대기소로 안내했다. 이 과정은 회사를 위한 신원 확인이나 실험이 아니었다. 그는 필요한 진료를 받을지 스스로 설명을 듣고 결정했다. 자기 몸과 시간의 선택을 돌려받는 것, 그것이 이 던전에서 가장 귀한 보상이었다.
하지만 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보존 코일의 실제 온도는 낮아졌어도 여전히 정상 범위보다 높았다. 열일곱 건물 가운데 다섯 곳은 임시로 중첩된 통로를 보여 주었고, 1758 경고는 가끔 누군가의 이름을 강제 기입하려 했다. 일부 연동을 격리했다고 공간 자체가 원상복구되지는 않았다.
우리는 이번 구조를 '시스템 완전 정상화'라고 부르지 않았다. [B-0 내부 자율 대피 완료 / 외부 위험 일부 완화 / 코일 원인 조사 계속.] 그 단순한 보고서를 검토하던 황규태가 한참 말이 없었다. 평소 같으면 '완료율을 높여 적을 수 없느냐'고 물었을 사람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개를 숙였다.
"그날 내가 반려한 도시락 한 개도 조사 대상에 넣어 줘." 그가 말했다. "그걸 숨긴 건 내 잘못이니까."
"넣을 겁니다. 그리고 그 말도 기록하죠." 서윤이 답했다.
그날 밤, 유리창에 비친 0층 회의실에는 열여덟 번째 의자가 여전히 비어 있었다. 이름 없는 아이는 한서림의 보호 아래 잠을 자고 있었고, 서지완은 자신의 실제 출근 날짜와 자동 발령 기록을 분리하는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누구도 우리의 미완료 작업 때문에 또 다른 밤샘 근무를 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민재가 아직 닫지 않은 회의실 벽면의 작은 패널을 발견했다. 패널은 B-0 인계 장치의 원래 목적을 보여 주는 옛 그림이었다. 제목은 [무인 출구 설계전: 경로 18-0]. 기존 17개 공동 운영 건물보다 더 오래된 설계 기록이었다. 그 아래 작은 숫자가 적혀 있었다. [시범 시설: 외부 대피 도면 보관실 019 / 현 위치: 확인되지 않음.]
"019요? 열여덟 번째 출구 다음에 열아홉 번째가 있다는 겁니까?" 민재가 물었다.
"건물 숫자랑 출구 숫자랑 방 번호를 섞지 마." 내가 대답했다. "먼저 옛 지도부터 확인하자."
패널 한쪽에 오래된 단체 사진이 있었다. 얼굴은 빛이 바래 식별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 앞에 놓인 물건 하나는 선명했다. 우리가 오늘 본 것과 꼭 닮은 금속 코일이었다. 그런데 사진의 코일은 도원 건물 안에 있지 않았다. 창밖에 강이 있었고, 벽에는 [독립 경계는 기업의 재산이 아니다]라는 글자가 붙어 있었다.
서윤이 확대된 사진에서 한 문장을 발견했다. [현장 시험 대상자 귀가 확인 전 장치 이동 금지.] 우리는 잠깐 서로를 바라봤다. 도원의 설비는 누군가 아직 돌아오지 못한 상태에서 이곳으로 옮겨진 것일 수 있었다. 그 사유와 책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때 B-0에서 나온 사람이 사진을 보더니 얼굴빛이 달라졌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사진 속 창문을 가리켰다.
"저기는 기억나요."
"어디입니까?" 내가 물었다.
"제가 들어간 곳이 아니라… 누군가 저를 기다렸던 곳입니다. 그런데 왜 저 건물을 도원 안으로 가져왔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우리가 구한 것은 사람 하나였다. 그러나 그 사람이 기억하는 원래의 장소가 아직 남아 있다면, 0층을 만든 누군가는 건물 한 채가 아니라 누군가의 퇴근길 전체를 옮긴 것일 수도 있었다.
패널 마지막 줄이 천천히 켜졌다.
[원본 보존 코일 이전 요청자: 식별 불가]
[최초 승인 문서 위치: 제0 외부 보관실 019]
[다음 복구 구역: 건물 밖의 처음 장소]
나는 휴대전화 화면을 껐다. 다시 밤이 왔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에는 사람이 나올 문 하나를 실제로 열었다. 다음에는 그 문을 누가, 왜, 다른 건물 안으로 옮겼는지 밝혀야 했다.
제90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