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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89화
PAYLUA ORIGINAL · 제89화

원본을 끄지 않는 방법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642자

오프라인 책장
정말 중요한 회의는 화이트보드가 아니라 사람의 발밑에서 열린다. 도원솔루션에서는 그 말을 비유로 썼지만, 지금 우리 회의에는 진짜로 흔들리는 바닥이 있었다. B-0 보존 코일의 열이 올라갈 때마다 지하 통로 벽이 사방으로 벌어졌고, 외부 신고함 주변의 인도에는 희미한 계단이 나타났다. "코일을 끌까요?" 누군가 물었다. "안 됩니다." 나는 즉시 말했다. "지난번에 경로 하나만 분리했는데 안쪽 바닥이 흔들렸어요." "그럼 언제까지 둘 건데요?" "사람이 나올 수 있는 길을 확보할 때까지요. 그렇다고 아무 조치도 안 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배 소장님이 두꺼운 점검 매뉴얼을 펼쳤다. 낡은 종이 사이에 숨겨진 접점 설명이 있었다. [원본 상태 복원]과 [복원 경로 외부 중계]는 다른 기능이었다. 원본을 저장하는 코일은 실물 통로의 일부를 붙잡고 있었지만, 그 저장 정보를 다른 건물로 계속 흘려보내는 중계 회선은 분리할 수 있었다. "원본을 죽이는 대신 복사본이 밖으로 뛰어다니는 길을 끊자는 거군요." 민재가 말했다. "비유는 그렇지. 실제로는 현장별로 안전을 확인해야 해." 서윤이 대꾸했다. 김하린과 외부 공공 신고 담당자는 1758 회선이 독립적으로 살아 있다는 사실을 다시 검증했다. 병원, 금융센터, 집하장은 실제 대피 경로와 비상 조명을 확인했다. 그다음에만 중계선을 하나씩 분리할 수 있었다. 우리는 열일곱 건물을 한 번에 다루지 않고, 현재 사람의 이동이 없는 시험 회선부터 시작했다. 첫 단계가 성공하자 종이인간처럼 생긴 출입 안내원이 회의실 문을 벌컥 열었다. 손에는 스탬프가 달려 있었다. [완료 승인]이라고 적힌 도장을 찍겠다는 것이었다. 민재는 그것을 빼앗지 않고 물었다. "어느 현장의 완료를 확인했습니까?" 안내원은 잠시 덜컥거렸다. "중계선 하나 종료." "그럼 전체 완료는 아니죠." 민재가 대답했다. 종이인간은 도장을 뒤집었다. 반대편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일부 완료]가 적혀 있었다. 우리는 그 표시만 사용하도록 했다. 이상하게도 종이인간은 안도한 듯 종잇장을 덮고 조용히 돌아갔다. 기계를 이기는 방법이 꼭 기계를 부수는 일일 필요는 없었다. 첫 번째 선을 분리했을 때 세림병원 창고 벽에 겹쳐 있던 도원 복도가 희미해졌다. 대신 병원의 실제 방화문은 그대로였다. 현장 담당자가 대피 통로의 폭을 실측했고 정상이라고 알렸다. 두 번째 선에서는 금융센터의 가짜 출근 게이트가 꺼졌다. 이번에도 실제 비상구와 신고 회선은 살아 있었다. 세 번째 선을 분리하려는 순간 시스템이 우리 앞에 경고문을 띄웠다. [복원 경로 연결 유지 의무자: 차도윤] [퇴사자 지위 반납 시 모든 건물 안정화] 나는 헛웃음이 났다. "이제 제 퇴사를 반납하면 건물이 낫는다고요? 환불도 안 해 주는 회사면서." 그 옆의 경로 보조가 말했다. "제가 대신 반납하면요?" 모두가 그를 바라봤다. 그는 내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몸을 비용으로 낼 생각을 했다. 나는 그 제안을 들은 순간 예전의 내가 떠올랐다. 서버 장애가 터지면 누가 잘못했든 내가 밤을 새웠다. 그때는 그것이 책임감이라고만 생각했다. "안 됩니다. 당신이 나갈 길도 있어야 하니까요." "저는 복구되려고 만들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지금 원치 않는 걸 선택할 이유는 없어요." 서윤이 우리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 대화를 인사 시스템은 전부 '자발적 근무 의사'로 기록할 수 있어요. 이 자리의 마이크를 먼저 분리하겠습니다." 웃음이 나올 뻔했다. 사직서가 승인된 뒤부터 마이크를 꺼야 퇴사를 할 수 있다니. 나는 경로 보조에게 사람이 없는 안전 관찰 구역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바깥의 햇빛이 들어오는 복도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중계선의 마지막 부분은 외부 버스 정류소와 B-0를 동시에 잇고 있었다. 그것을 바로 분리하면 아직 안쪽에 있는 사람이 외부 구조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 수도 있었다. 우리는 대체 무전기와 기계식 경보, 임시 조명과 피난 안내자를 별도로 배치했다. 독립 보조 전원도 먼저 충전했다.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설계는 누군가가 사람을 위해 이렇게 준비했을 때에야 의미가 있었다. 안쪽의 사람이 직접 말해 왔다. "저는 준비됐습니다. 단, 잠깐만 시간을 주세요. 문 앞에 있던 의자를 제가 옮겨야 해요." 우리는 서둘러 열라고 하지 않았다. 그가 움직이는 동안 바닥 상태를 영상과 실제 압력계로 함께 확인했다. 의자가 긁히는 소리가 나더니 금속 접시가 굴러갔다. 두 번째 도시락이 놓였을 법한 자리였다. 그 자리에 종잇장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뭐라고 적혀 있나요?" 내가 물었다. "'밖에 있는 사람은 들어오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아래에… '안에 있는 사람도 나와도 됩니다.'" 누군가가 두 방향의 사람을 모두 기다리던 문장이었다. 이 말은 출근과 퇴사의 약속이 아니었다. 사람에게 선택을 남겨 두는 안내였다. 나는 서윤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수첩을 꼭 잡고 있었다. 열두 건물까지 확인하는 동안 서윤의 목소리는 잠겨 버렸다. 그녀는 잠시 교대하자고 먼저 말했다. 나는 그 제안을 즉시 받아들였다. 예전 회사의 회의록에는 '담당자 부재 시 자동 대리'가 기본값이었지만, 이번에는 교대할 사람이 실제로 있는지부터 물었다. 정라희가 외부 상황판을 맡고, 김하린은 무기명 신고를 계속 감시했다. 나는 다섯 분 동안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무책임하게 쉬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자기 일을 하도록 믿는 연습이었다. 눈을 뜨자 화면에는 여전히 사고가 남아 있었지만, 사람 하나가 숨을 고른다고 세상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열두 번째 건물의 중계선이 안전하게 분리되자 코일의 실제 받침대 온도가 조금 낮아졌다. 그러나 여섯 군데에서 여전히 복도 겹침이 보였다. 우리가 모든 원인을 해결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나는 결과를 정직하게 알렸다. 위험 완화에 성공, 완전 복원 아님. '완전 정상화'라는 문구만큼 현장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없었다. 그때 B-0 문 아래로 무언가가 밀려 나왔다. 납작한 금속 조각이었다. 낡은 출입증이 아니라 작은 장치 키였다. 끝에 [B-0 / 수동 인계 완료 후 회수]가 새겨져 있었다. 우리는 구조대가 안전하게 수거할 수 있도록 안쪽 사람에게 문턱 가까이 두라고 요청했다. 그가 직접 원해 내놓은 물건이었다. 배 소장님이 키의 홈을 실측했다. 코일 뒤 잠금핀과 맞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함부로 끼우지 않았다. 사용 조건에는 '두 회선의 실제 상태 확인'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고, 이미 오래된 자동 서명은 신뢰할 수 없었다. "이제 문을 열 수 있는 겁니까?" 민재가 물었다. "열 가능성을 찾았어. 그건 다른 말이지." 배 소장님이 말했다. 안쪽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도 나갈 수 있는 걸까요?" 나는 두 번 생각하고 대답했다. "당신이 원하면, 우리가 함께 안전한 조건을 확인한 뒤에요. 그리고 나오더라도 누군가의 퇴사자 자리를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 모니터에서 오래된 '퇴사 완료' 도장이 사라졌다. 대신 처음 보는 문장이 나타났다. [원본 인계 절차: 당사자 응답 수신] [원본 보존 코일: 외부 중계 12/17 분리] [현재 상태: 사람의 실제 위치 확인 필요] 마지막 칸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나는 그 공란을 보며 생각했다. 회사가 그토록 싫어하던 빈칸이 드디어 누군가를 살리는 데 쓰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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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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