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는 이미 끝나 있었다.
[00:00:00]
대강당에 모인 직원들은 눈을 감았다. 어떤 사람은 손을 잡고, 어떤 사람은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나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한 사람을 구조하기로 한 결정을 끝까지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도 사라지지 않았다.
복도에 매달린 안내판이 빨갛게 깜빡이더니 글씨가 바뀌었다.
[일괄 종료 실패]
[사유: 참석자 수 불일치]
보통 인원 점검이 틀리면 야근이나 더 하라고 하는 게 회사였다. 오늘 처음으로 인원 점검이 사람을 살렸다. 대강당에서 누군가 울면서 웃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 괜찮아요?" 나는 무전기에 대고 물었다.
배 소장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눈앞에 있네. 아직은 다들 살아 있어."
그러나 안심할 수 없었다. 318번째 인물이 누구인지 모른다. 스피커에서 여자아이의 웃음이 다시 들렸다.
"차도윤 아저씨, 이제 올라올 수 있어요?"
나는 굳었다.
방송실에서 들리는 아이의 목소리는 너무 밝았다. 겁을 감추려고 일부러 웃는 사람의 목소리 같았다. 나는 무전기를 잡고 내 나이를 말했다. "나 서른두 살이야. 오늘 퇴사했어. 들어오기 전에는 컴퓨터 고치는 일을 했고. 너한테 겁주는 사람 아니야."
"퇴사했으면 왜 여기 있어요?"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나도 그러게. 나갔어야 했는데."
"그럼 가면 되잖아요."
"그러고 싶은데 친구들이 아직 안에 있거든."
스피커 반대편에서 종이 접는 소리가 들렸다. "친구들이면 기다려야죠." 그 말이 이상하게 내 마음을 건드렸다. 이곳에 오래 갇힌 아이라면 기다리는 일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아이가 좋아할 만한 농담을 찾다가 포기했다. 지금은 솔직한 대답이 더 나았다.
"내 이름을 알아?"
"알죠. 아저씨가 사직서 낸 사람이라면서요."
"너 어디 있어?"
"직원들 머리 위에요."
그 말과 동시에 전등이 하나씩 꺼졌다. 어둠이 계단을 따라 기어 내려왔다. 마지막으로 켜진 것은 엘리베이터 층수 표시였다.
[-1]
[0]
[1]
[?]
질문표를 누가 달아 놓았는지 알 수 없었다. 배 소장은 경비원이 멀쩡하게 돌아왔다고 연락했다. 아까 두 개의 목소리를 내던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결국 한 사람만 나왔고, 반대편 목소리는 멎었다. 그 사람은 내 무전을 기억한다고 했다. '지금 판단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살 길을 줬다고.
나는 서윤과 합류해 대강당 위쪽 조정실로 향했다. 거기서 모든 층의 공용 방송을 제어할 수 있었다. 중간 계단에서는 검은 셔츠의 임 대표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누군가 우리의 발걸음을 뒤에서 세고 있는 듯했다.
조정실 문을 열자 낡은 방송 장비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배 소장이 전에 말했던 옛 시설이었다. 중앙 콘솔 한쪽에는 조그만 빨간 버튼이 있었다. 버튼 위에 손글씨로 '무단 방송 금지'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그 아이가 여기에 있었을까요?" 서윤이 물었다.
"모르겠어요. 그런데 목소리는 지금도 나와요."
나는 마이크를 들었다. "아까 이름 불렀던 아이, 듣고 있으면 대답해 줘."
스피커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대신 조정실 한쪽 문이 열렸다.
그 안에 작은 여자아이가 앉아 있었다.
회색 후드티를 입고, 무릎 위에는 종이로 만든 장난감 비행기가 놓여 있었다. 머리카락은 어깨에 닿았고 운동화 한쪽 끈이 풀려 있었다. 아이가 우리를 보며 빙긋 웃었다.
"드디어 왔네."
문서윤이 아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괜찮아? 이름이 뭐니?"
"이름은 있는데 여기서는 안 써요."
"왜?"
"이름 쓰면 직원이 되거든."
그 말은 어린아이의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서윤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나는 아이 옆에 앉았다. 종이비행기에는 오래된 회사 도장이 찍혀 있었다.
아이 옆에는 물이 반쯤 든 병과 낡은 크레파스 여덟 자루가 있었다. 종이에는 건물 옥상과 우산을 쓴 사람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손이 길었는데, 그중 한 사람만 손이 없었다. 아이가 내 시선을 따라 그림을 뒤집었다.
"이건 예전에 그린 거예요. 지금은 잘 그려요."
"멋지네. 이름 써 줄래?" 내가 말하다가 급히 멈췄다. "아니, 안 써도 돼. 그냥 네가 간직해."
아이는 크레파스를 상자에 넣었다. "아저씨는 다른 어른들이랑 좀 다르네요."
"뭐가?"
"보통 다들 먼저 이름부터 물어요. 여기서는 이름을 말하면 바로 자리를 줘요. 일하라고요."
나는 아이가 일하라는 말을 너무 익숙하게 하는 게 싫었다. "넌 그냥 쉬어도 돼. 물 마시고, 배고프면 뭐라도 먹고."
아이는 그제야 물병을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뚜껑은 열지 않았다. 문서윤이 가져온 새 병과는 모양이 달랐다. 오래된 회사 행사 로고가 붙어 있었다. 누군가 아이에게 물을 가져다주었던 시기가 있다는 뜻이었다.
아이는 무릎을 감싸 안은 채 바닥의 선을 밟지 않았다. 붉은 테이프로 그어진 그 선은 조정실 옛 방송 장비의 안전거리 표시였다. 서윤은 아이의 행동을 눈여겨보더니 선 너머의 장비를 끄지 않았다. 오랫동안 무서웠던 공간에서는 어떤 규칙이든 몸에 남는다. 그게 위험을 피하는 법이었을 수도 있다. 서윤이 작게 말했다. "저 아이한테는 지금 이 방이 피난처일 수 있어요. 성급하게 데리고 나가면 안 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언제부터 있었어?"
"오래전부터. 날짜는 잘 모르겠어요. 엘리베이터가 다섯 번째로 고장 났을 때부터."
나는 아이가 들고 있던 종이비행기를 펼쳐 봤다. 오래된 건물 비상 대피 훈련 안내문이었다. 하지만 날짜는 긁혀 있었고, 안내문 한구석에는 회사가 이 건물로 이전하기 전 로고가 있었다.
"너 누구랑 왔어?"
아이가 나를 빤히 봤다.
"엄마요. 근데 엄마는 저를 데리러 못 와요."
"왜?"
"엄마가 출근을 안 끝냈거든."
서윤의 얼굴이 굳었다. 나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더 묻고 싶었지만 말이 목에 걸렸다. 그때 스피커가 지직거렸다.
[미등록 방문자 발견]
[정체 확인 요청]
아이의 어깨가 움찔했다. 그녀는 종이비행기를 다시 접었다.
"이제 저를 세었으니까 또 시작할 거예요."
"뭘?"
"아까 사람들 없애려고 했던 거. 이번엔 진짜 할 거예요."
나는 아이 손목에 아무런 푸른 글씨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 대신 오래된 붉은 팔찌 하나가 있었다. 팔찌에는 접힌 종이에 가려진 번호가 있었다.
"번호 좀 볼 수 있을까?"
아이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번호는 318이 아니었다.
[000]
그 아래에 작게 쓰인 글자.
[외부 관찰자]
나는 등을 곧추세웠다. 내가 봤던 퇴사자 전용 화면에도 '외부 신고'라는 말이 있었다. 17시 58분에 내가 하지 않은 신고가 들어왔던 것도 같은 기관일지 모른다.
"너 혹시 17시 58분에 신고했어?"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제가 아니에요."
"그럼 누가 했는데?"
아이는 문밖을 바라봤다. 복도 끝에 누군가 섰다. 검은 코트를 입은 서지완이었다. 그가 아이를 보자 출근부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여기 있었구나." 서지완이 말했다.
아이가 눈을 크게 떴다.
"아저씨, 내일에도 저를 알고 있었어요?"
서지완은 떨리는 손으로 출근부 마지막 장을 펼쳤다.
그 안에는 오늘 처음 만난 아이의 얼굴이 붙어 있었다.
[2026년 11월 1일 / 실종자]
[발견 예정 시간: 00:00]
제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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