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열여덟 명을 구조하는 데 3분이면 충분할까.
답은 '어떤 놈이 계획했는지에 따라 다르다'였다. 우리 회사의 평소 장애 복구 시간보다 훨씬 짧았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몸은 움직였다. 민재의 얼굴에 두려움이 남아 있었지만, 그보다 먼저 손을 내밀어 구조용 장갑을 챙기고 있었다.
"전 승강기 쪽으로 갈게요." 그가 말했다.
"위험해."
"제가 거기 갇힌 분들이랑 마지막으로 통화했어요. 제 목소리는 알아들으실 거예요."
문서윤이 그를 바라봤다. 잠시 뒤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들어가진 마요. 배 소장님이랑 같이."
문서윤은 우리를 보내기 전 바닥에 무릎을 꿇고 피난 경로를 한 번 더 그렸다. "복도 위치가 바뀌어도 벽을 따라 돌면 급수 메인 관로로 되돌아올 수 있어요. 물 흐르는 소리를 기억하세요. 그리고 장비가 위험하면 버리고 오세요. 사람이 먼저예요."
배 소장이 민재 어깨를 툭 쳤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괴물 만나면 내가 앞에 선다. 대신 넌 무전기 놓치지 마라."
민재는 손잡이를 꼭 쥐었다. "네. 그런데 저 무전기 사용법 아직 모르는데요."
"눌러서 말하면 된다."
"이렇게요? 선배, 들리세요?"
갑자기 내 무전기에서 민재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모두가 짧게 웃었다. 웃다가도 천장의 먼지가 떨리는 순간 금세 입을 다물었다. 웃음과 공포가 같은 복도에 함께 있었다. 우리는 작별 인사를 하지 않았다. 무사히 다시 만날 것처럼 간단하게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셋으로 나뉘었다. 배 소장과 민재는 승강기, 서윤은 부상자가 있는 회의실, 나는 서지완과 행방불명된 열한 명을 찾으러 갔다. 매번 최악의 선택이 내 몫이 된다는 사실이 조금 억울했다.
서지완은 자기 그림자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앞장섰다. 신기한 것은 그가 가까이 가는 문마다 날짜가 바뀐다는 점이었다. 오늘 오후의 회의 일정이 내일 아침으로 바뀌고, 내일 예정된 청소가 지금 막 끝났다고 표시됐다. 문이 열리는 순간마다 시간이 뒤집혔다.
"왜 당신한테만 그런 일이 생기죠?"
"제가 아직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럼 회사가 당신을 외부인으로 보는 게 아니에요?"
"정반대예요. 저는 들어올 예정인 사람이죠. 들어올 사람을 기다리는 회사는 나갈 사람을 붙잡는 회사보다 더 집요합니다."
우리는 여덟 층 기록 보관실 앞에 섰다. 문은 잠겨 있었지만, 안에서 누군가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서지완이 출근부를 문에 갖다 댔다. 종이가 떨리며 금속판 위에 새로운 시간표가 나타났다.
[내일 오전 09:00 부서별 회의]
[참석 예정: 11명]
"여기군요." 내가 말했다.
열한 명은 갇힌 것이 아니었다. 미래의 회의 일정에 묶여 있는 상태였다. 그들을 만나려면 내일 오전이 되어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조건이 걸려 있었다.
"문을 부숴요?" 서지완이 물었다.
"시설이 뒤집힌 상황에서 문부터 부수면 안에 있는 사람들이 다칠 수 있어요."
나는 문틈 아래로 납작한 플라스틱 카드를 밀었다. 구형 출입 카드였다. 카드는 이미 퇴사 승인으로 죽어 있었지만, 그 덕에 자동 규칙이 작동하지 않는 듯했다. 문 밑에서 카드를 잡아당기는 힘이 느껴졌다.
"거기 누구 계세요?" 내가 외쳤다.
"영업3팀이에요!" 안쪽에서 여자가 대답했다. "이 문 열면 회의 안건 전부 승인된다고 떠요!"
"승인하지 마세요. 저희는 사람만 데리러 왔어요."
"그러니까 문을 열면 회의가 시작된대요!"
나는 벽의 정비 덮개를 살폈다. 문 자체에 손대지 않고 들어갈 방법이 있는지 찾았다. 마침 천장 가까이에 천공된 환기구가 있었다. 넓진 않았지만 사람이 통과할 수 있었다. 내가 올라가려 하자 서지완이 말렸다.
"다치면 전부 끝나요. 제가 들어갈게요."
그는 마른 체형이었다. 더구나 내일의 입사자는 오늘의 시설 변경 규칙과 맞지 않았다. 그가 환기구 나사를 돌리자 나사가 스스로 풀렸다. 나는 의자를 쌓아 그가 올라갈 수 있게 받쳤다.
안쪽에서 먼지가 쏟아졌다. 잠시 뒤 유리창에 서지완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는 사람들을 한 명씩 창문 쪽으로 이동시켰다. 회의 참석자로 분류된 사람들은 문을 통해서는 나오지 못했지만 환기구 아래의 장비 점검 통로로는 움직일 수 있었다.
"차도윤 씨!" 서지완이 외쳤다. "맨 마지막 사람 발목이 끼었어요!"
나는 한쪽 다리를 뻗어 그 손을 잡았다. 남자는 중년의 팀장이었고, 구두 굽이 케이블 트레이에 걸려 있었다. 그는 구두를 벗지 않겠다고 버텼다. 발목이 다칠까 봐 겁이 난 모양이었다.
"제가 발을 받칠게요. 구두만 벗어 주세요."
"이거 비싼 건데…"
"제가 퇴직금으로 사 드릴까요? 제 퇴직금이 나오긴 할지 모르겠지만."
남자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구두가 빠졌고, 그는 안전한 쪽으로 넘어왔다. 열한 명 모두 구조됐다.
무전기가 울렸다. 서윤이 말했다. "부상자 두 분 구조했어요! 배 소장님은요?"
잠시 뒤 배 소장의 숨 가쁜 목소리가 들렸다. "승강기에서 다섯 명 나왔다. 그런데 마지막 한 명이 안 움직여."
"왜요?"
"안에서 자기 목소리를 듣고 있어."
승강기에는 사람의 얼굴을 복사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마지막 직원은 그 목소리가 자신의 목소리라고 확신했고, 문밖으로 나오기를 거부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47초였다.
그때 승강기에서 들리던 두 목소리 중 하나가 나를 불렀다. "차도윤 선배!" 익숙했다. 우리 회사 인프라팀의 김경택 과장이었다. 그는 퇴사하던 내게 선물 대신 대리석 문진을 줬던 사람이기도 했다. 두 번째 목소리도 내 이름을 불렀다. 억양이 같았다.
"어느 쪽이 진짜인지 말하면 나갈게요." 첫 번째 목소리가 말했다.
"날 기억하지? 나는 지난주 사고 때 같이 있었잖아." 두 번째가 말했다.
나는 답을 알고 싶었다. 둘 중 한 사람만 진짜라면 틀리는 쪽은 어떻게 될까. 내가 누군가의 존재를 지우는 단추를 누르게 되는 건 아닐까. 문서윤의 경고가 떠올랐다. 부상자가 있어도 무리하게 끌어내지 말 것. 나는 마음을 바꿨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완벽한 판단이 아니라, 적어도 둘을 동시에 다치지 않게 하는 말이었다.
"경택 과장님, 저 지금 어느 쪽 목소리가 진짜인지 모르겠어요." 나는 무전에 대고 말했다. "하지만 두 분 모두 복도 쪽으로 나오고 싶다면 도와드릴게요."
그 말 뒤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 승강기 문 안쪽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한 발 물러났다.
"전원 대강당 복귀!" 서윤이 소리쳤다. "무리하면 모두 위험해져요."
나는 망설였다. 한 사람을 남겨 두고 닫는 것은 구호의 실패다. 하지만 그 사람을 끌어내려고 모두가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나는 문서윤의 수첩에 적힌 규칙을 떠올렸다. 안전한 탈출이란 혼자 대담해지는 게 아니라 위험을 나누지 않는 것이다.
"배 소장님, 승강기 수동 고정할 수 있나요?"
"문은 고정할 수 있어."
"그럼 지금 고정하세요. 제가 그 사람한테 말을 걸게요."
수동 잠금이 걸렸다. 승강기 문 사이로 목소리 두 개가 겹쳐 들렸다. 한쪽은 겁에 질린 사람이었고, 다른 쪽은 어쩐지 지나치게 침착했다.
나는 무전기를 향해 말했다.
"어떤 쪽이 진짜인지 지금 판단하지 않아도 됩니다. 두 분 모두 출입구에서 떨어져 주세요."
승강기 안에서 정적이 흘렀다.
카운트다운이 00:00:09를 가리켰다.
바로 그때 내 손목의 글씨가 바뀌었다.
[확인된 생존자: 317]
[확인되지 않은 인원: 0]
그런데 다음 줄은 예상과 달랐다.
[건물 안 전체 인원: 318]
"한 명이 더 있다고?"
대강당의 스피커에서 여자아이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맞아. 여기 한 명 더 있어. 처음부터 있었는데 아무도 안 셌거든."
제8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