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를 함께 막을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믿으면 안 된다.
특히 그 사람이 출근부를 들고 검은 코트를 입은 채 급수실에서 나타났다면 더더욱. 나는 남자를 바라봤다. 그가 잠깐 시선을 피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왜 두 가지뿐인데요?"
"오늘의 퇴사와 내일의 출근이 하나의 줄로 연결돼 있으니까요."
"그걸 누가 연결했죠?"
"건물이요."
"그럼 건물한테 끊으라고 하면 되잖아요."
남자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게 가능했다면 제가 여기 왔겠습니까?"
"가능한지 안 한 건 아직 모르는 거죠."
문서윤이 내 옆에서 팔짱을 꼈다. "도윤 씨, 말싸움 할 시간 열네 분 남았어요."
"알아요. 그래서 더 빨리 말을 해야죠."
나는 손목의 숫자를 확인했다. 13분 42초. 카운트다운이 줄어드는 동안 시설 무전으로 실제 직원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배만식 소장이 구형 피난 확성기를 연결해 두었다. 회사 메신저가 전부 가짜 메시지로 바뀌어도, 확성기 선은 아직 진짜였다.
"소장님, 북문 방화구획은 살아 있습니까?"
"문은 살아 있어. 다만 복도 중간이 자꾸 바뀐다."
"사람들 모을 수 있는 곳은요?"
"대강당이 제일 넓어. 거긴 아직 바닥이 멀쩡해."
그럼 답은 거기서 시작해야 했다. 우리는 전 직원의 신분을 결정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직원들을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 피난 경로를 확보할 사람이다. 일괄 종료의 조건이 사람들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명단'으로 묶는 것이라면, 사람들이 한 장소에서 살아 있다는 것을 먼저 확인하면 어떨까.
나는 출근부를 든 남자에게 물었다. "기록을 지우면 이 사람들의 오늘까지 지워지는 겁니까?"
그는 한참 침묵했다.
"모든 게 지워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일부는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럼 안 되겠네요."
"남은 시간이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 앞에서 결론 내리지 말고 도와요."
서윤은 남자의 손목을 잡아 돌렸다. 거기에는 이름 대신 작은 흉터가 있었다. 오래된 손목시계 자국이었다. 그는 뜻밖에도 저항하지 않았다.
"저 사람이 뭔가 숨기고 있어요." 서윤이 내게 속삭였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 편이 될 수 있어요."
대강당으로 향하기 전에 나는 민재에게 마지막으로 무전했다. "민재야, 네가 확인할 건 사람을 몇 명 데려왔는지가 아니야. 걷지 못하는 사람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지 먼저 봐."
"선배, 그걸 지금 저보고 하라고요?"
"아니, 배 소장님이랑 같이. 네가 혼자 결정할 건 없어."
잠시 무전이 끊겼다가 민재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알겠어요. 그리고 선배… 지난주 장애 때 저 그냥 무서워서 보고서에 사인할 뻔했거든요. 지금도 똑같아요. 누가 빨리 결론 내리라고 하면 그냥 하게 돼요."
"그러니까 여기선 서두르지 말자는 거야. 당장 뛰어야 할 땐 뛰고, 대답을 해야 할 땐 생각해."
"그거 어렵네요."
"그래. 그래서 나도 회사 칠 년 다니고 이제야 배우는 중이야."
우리가 무전을 끊자 벽의 전자 달력에 이상한 문장이 떴다. [일괄 종료 권장 / 미확인 잔여 18명]. 나는 그 글씨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숫자가 빨갛게 커질수록 오히려 한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봐야 했다.
우리는 대강당으로 뛰었다. 복도에는 사람들처럼 움직이는 그림자가 가득했다. 얼굴은 멀쩡했지만, 눈을 깜빡일 때마다 이마에 '확인 필요'라는 글씨가 떠올랐다. 나는 감히 어느 쪽이 진짜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대신 그들에게 아주 간단한 말을 했다.
"대강당으로 오세요. 혼자 가지 마시고, 같이 움직이세요."
두 명이 따라왔다. 한 명은 울고 있었다. 또 다른 한 명은 도장을 피해 금속 의자를 던졌다. 의자가 복도 벽을 맞히자 종이처럼 구겨졌다. 그 틈에 우리는 사람들을 한 명씩 끌어냈다.
배 소장이 대강당 중앙에 간이 조명을 설치했다. 직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모두 서류로 된 사직서를 들고 있었지만 사직서는 땅에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 몇몇은 울음을 터뜨렸다.
"각자 이름을 부를게요. 대답할 수 있으면 하시고, 못 하겠으면 손만 들어요." 서윤이 마이크를 잡았다. "아무도 대신 대답하지 마세요."
이름을 부르는 동안 검은 코트 남자는 출근부를 펼쳤다. 오늘의 명단과 내일의 명단에 겹친 이름이 푸른빛으로 표시됐다. 그 이름들이 하나씩 또렷해졌다. 기록의 숫자가 아니라 실제 목소리가 생기는 것처럼 보였다.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남자가 중얼거렸다.
"뭘요?"
"두 명단을 지우지 않고도 서로 구별할 수 있네요."
나는 그가 가진 출근부를 바라봤다. 「근무자 명부」라는 표지 아래 작게 쓰인 문장을 보았다.
[등록 대상: 실제 출석이 확인된 근무자]
실제 출석. 우리는 지금 그걸 하고 있었다.
"그럼 카운트다운을 멈출 수 있겠네요."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대강당에 못 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뒤를 돌아봤다. 대강당 벽에 거대한 붉은 숫자가 떠 있었다.
[확인된 생존자: 298]
[확인되지 않은 인원: 18]
[남은 시간: 04:09]
대강당에서는 이름이 확인된 사람들끼리 조금씩 역할을 나누고 있었다. 영업팀 직원들은 물을 나눠 줬고, 총무팀은 출입구에 임시 표식을 붙였다. 누군가 수첩을 찢어 약을 먹어야 할 사람과 부상자를 적었다. 회사 생활에서 가장 보기 드물었던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업무 분장표도 평가 등급도 없었지만 모두가 서로를 도왔다.
재무팀 박 대리는 떨리는 손으로 종이컵을 들고 와 내게 건넸다. "제가 아까 야근 회수하라고 농담했잖아요. 그런 말 해서 이런 일이 생긴 건 아니겠죠?"
"그런 농담 때문에 건물이 바뀐다면 우리 회사는 진작 우주로 날아갔을 겁니다."
박 대리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손이 조금 덜 떨렸다. 웃음도 응급 처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 배웠다. 우리는 소리 없이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열여덟 명이 남았다는 게 갑자기 실감 났다.
대강당에서 일어나려던 노인이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자기 이름이 불렸는데도 두 번이나 대답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목소리를 잃어버린 것처럼 입만 달싹였다. 서윤은 그의 이름에 표시를 덧붙였다. [호흡 양호 / 음성 확인 어려움 / 실제 현장 확인]. 그 표시 하나가 생기자 노인의 머리 위에서 붉게 깜빡이던 미확인 문구가 사라졌다. 소리로 답하지 못해도 그는 분명 그곳에 살아 있었다. 나는 그걸 보고 짧게 숨을 내쉬었다. 모든 답이 목소리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열여덟 명이 안 왔다고?" 배 소장이 다급하게 물었다.
서윤은 서둘러 층별 구조표를 펼쳤다. 한 명은 부상으로 움직이지 못했고, 여섯 명은 승강기 갇힘 신고가 있었다. 다른 열한 명은 위치를 알 수 없었다.
"갔다 올게요." 내가 말했다.
서윤이 눈을 치켜떴다. "혼자는 안 돼요."
"혼자보다 둘이 빠르죠."
검은 코트 남자가 출근부를 접었다. "저도 가겠습니다. 어차피 제가 이 명단을 들고 온 이유가 있으니까요."
"그럼 이름을 말해요."
남자는 처음으로 자기가 누구인지 밝혔다.
"서지완. 내일 아침 도원솔루션에 입사할 예정이었던 사람입니다."
민재가 입을 떡 벌렸다.
"내일 입사자요? 오늘 건물도 안 열리는데?"
서지완은 쓸쓸하게 웃었다.
"그래서 제가 제일 먼저 사라질 겁니다. 회사가 오늘 밤을 넘기면요."
그의 그림자가 다시 반대로 걸었다. 나는 그 그림자가 가리키는 방향에 승강기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은 시간은 3분 27초였다.
제7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