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출근한 사람이 오늘 회사에 있다.
이 문장을 상식적으로 이해하려면 둘 중 하나가 필요하다. 시간 여행이거나, 누군가 장부를 엉망으로 만들었거나. 나는 후자이길 바랐다. 전자라면 퇴사한 날에도 사무실에 남아 있는 나 자신의 인생을 설명하기가 너무 어렵다.
문서윤이 보내온 무전 음성을 다시 들었다. 출근부를 든 사람. 이름 없는 한 명. 설비실 카메라에 찍힌 모습.
"그 사람 어디 있어요?"
"지하 급수실 쪽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그런데 CCTV에서 이상한 게 보여요."
"또 뭐가요?"
"걷는 방향과 그림자 방향이 반대예요."
나는 0층의 회의 테이블을 돌아봤다. 검은 셔츠의 임 대표는 여전히 앉아 있었지만, 첫 번째 임 대표는 사라졌다. 그 자리에 작은 메모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진짜 사람을 찾으려면, 내일의 출근부를 보라.]
대표이사의 조언치고는 지나치게 쓸모가 있었다. 그래서 더 의심스러웠다.
0층의 문 여섯 개 중 '시설본부' 문이 닫히려 했다. 나는 재빨리 그쪽으로 뛰었다. 문 손잡이를 잡자 검은 창이 나타났다.
[퇴사자는 시설본부 인원이 아닙니다.]
"예. 그래서 시설본부에서 취직하겠다는 게 아니라 지나가겠다는 겁니다."
[외부인 통행 권한 확인]
문이 미끄러지듯 열렸다. 복도를 따라가니 냄새가 바뀌었다. 종이 먼지 대신 기름과 뜨거운 금속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진짜 설비실이었다. 배 소장이 분전반 앞에 쪼그려 앉아 전원을 확인하고 있었다. 민재는 휴대전화 손전등을 들고 서윤이 벽의 손상 부위를 표시하는 모습을 돕고 있었다.
"선배!" 민재가 반가워서 달려왔다. "살아 계시네요."
"그게 오늘 들어 본 말 중 최고다."
나는 기계실 벽에 붙은 점검 일지를 읽었다. 날짜는 오늘이었고 배 소장의 삐뚤빼뚤한 글씨로 장비 고장이 기록돼 있었다. 「18:01 이후 모든 자동 출입문 임의 작동. 수동 절체 상태 유지. 지하 펌프 정상.」 그 뒤에는 공란이 있었다. 기록이 중간에서 멎은 게 아니라 지금도 진행 중인 일을 기록하는 자리처럼 보였다.
"소장님, 이걸 가지고 계시면 나중에 누가 뭐랬는지 남겠네요."
배 소장은 드라이버 끝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그럼. 종이는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아. 물론 누가 훔쳐가지만 않으면."
그는 손전등 하나를 더 챙겨 줬다. 배터리가 반쯤 닳았고 스위치에 검은 테이프가 감겨 있었다. "사람들 얼굴을 먼저 봐. 표시등이 뭐라고 하든 괴물처럼 안 생겼다고 무작정 믿지는 말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비실에는 커다란 기계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기계의 소음보다 사람 숨소리가 더 반가웠다. 민재가 회수 괴물에게 쫓길 때 입술을 깨문 것도, 서윤이 불안할수록 수첩 글씨를 작게 쓰는 것도 이제 알게 되었다. 나는 이 사람들이 오늘 밤 무사히 살아 나가길 바랐다.
서윤은 낡은 모니터를 가리켰다. 화면에는 배관실의 여러 각도가 번갈아 나왔다. 열두 번째 카메라에서 검은 코트의 뒷모습이 보였다. 사람은 복도 끝을 향해 걸어갔고, 그림자는 우리 쪽으로 발을 옮겼다.
그는 손에 큼직한 출근부를 들고 있었다. 오래된 회계장부처럼 두껍고 가장자리가 쇠로 덧대어져 있었다. 앞표지에는 '도원솔루션 근무자 명부'라고 적혀 있었다.
"영상 확대돼요?" 나는 물었다.
민재가 조작하자 얼굴이 커졌다. 그 사람은 모자를 쓰고 있었고, 턱에는 하얀 반창고가 붙어 있었다. 모자 챙 아래로 눈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놀라운 건 얼굴이 아니었다.
그가 지나가는 벽의 표지판이 거꾸로 바뀌고 있었다. '비상 샤워실'이 '비상 미사용실'이 됐고, '관계자 외 출입 금지'는 '관계자 외 출입 가능'으로 뒤집혔다. 누군가 규칙을 반대로 읽어 주는 것 같았다.
"저 사람을 따라가요." 서윤이 말했다.
"갑자기?"
"우리가 모르는 사람인데, 길을 지나가면서 규칙을 바꾸잖아요. 지금은 그게 가장 중요한 단서예요."
배 소장이 낡은 무전기 하나를 내게 던졌다. "이번엔 서로 잃어버리지 말자."
우리는 셋으로 나뉘었다. 배 소장과 민재는 설비실 전원을 유지하고 다른 사람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서윤과 나는 카메라가 가리킨 복도를 따라갔다. 걷는 내내 바닥에서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아까 사직서가 떨어진 0층에서 카운트다운이 계속되는 모양이었다.
급수실 입구에서 그 사람과 마주쳤다.
"거기요!" 서윤이 먼저 외쳤다. "다친 사람 없습니까?"
검은 코트가 천천히 돌아섰다. 모자 아래 얼굴은 낯설었다. 우리보다 조금 어려 보였고, 얼굴빛은 창백했다. 그는 손에 든 출근부를 꼭 붙들고 있었다.
"사람이라니 다행이네요." 그가 말했다. "전부 서류인 줄 알았어요."
"당신 누구예요?"
"이름은 나중에 말해도 될까요?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요."
나는 검은 코트의 남자를 스쳐 지나가며 작은 표식을 봤다. 코트 소매에는 우리 회사의 복지 포인트 로고가 붙어 있었다. 그런데 로고 모양이 달랐다. 내가 아는 건 둥근 해 모양이었다. 그의 것은 긴 바늘처럼 뾰족한 별이었다.
"그 옷 어디서 났어요?" 내가 물었다.
그는 코트 소매를 감췄다. "입사 안내 키트입니다."
"내일 입사할 사람한테 벌써 주는 거예요?"
"제가 있는 쪽에서는 오늘 입사가 끝났거든요."
그는 말끝을 흐렸다. 나는 그가 거짓말을 한다기보다, 설명할 수 없는 일을 한 문장에 우겨 넣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낯선 사람의 얼굴보다 그가 숨기는 망설임이 더 인간답게 느껴졌다. 그때 문서윤이 무전기로 배 소장에게 현재 시간을 물었다. 배 소장은 18시 16분이라고 했다. 내 손목은 18시 01분을 가리켰다. 한 건물 안에 두 개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우리를 지나쳐 가려 했다. 내가 길을 막았다. "출근부 날짜가 왜 내일입니까?"
남자의 입가가 굳었다.
"누가 그 얘기를 해줬죠?"
"감시 카메라로 봤어요."
"그럼 아직 늦지 않았군요."
그는 출근부를 펼쳤다. 페이지마다 이름이 가득했다. 직원들의 이름과 입사일, 근무 위치가 아주 정확하게 적혀 있었다. 그러나 날짜 칸에는 모두 같은 날이 쓰여 있었다.
[2026년 11월 1일 / 출근 완료]
"오늘은 10월 31일이잖아요." 내가 말했다.
"그게 문제입니다. 내일 출근할 사람들 기록이 오늘 이미 만들어졌어요."
"누가요?"
"아직 태어나지 않은 회사가요."
서윤이 이를 악물었다. "설명 좀 이해되게 해주세요."
남자는 출근부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거기에는 뜻밖의 이름이 있었다.
차도윤.
[부서: 건물 외부 복구팀]
[출근 시각: 00:00]
[고용 상태: 동의 필요]
나는 한참 동안 그 줄을 들여다봤다. 퇴사해서 바깥사람이 되었는데, 다음 날 회사가 다시 나를 채용하려고 한다. 손을 뻗자 남자가 출근부를 닫았다.
"서명하지 마세요." 그가 말했다. "당신이 여기서 다시 입사하면 건물은 끝나지 않습니다."
그때 문서윤이 그 남자의 옷깃을 붙잡았다. "그럼 왜 출근부를 들고 돌아다니는 거예요?"
남자는 시선을 피했다. "이 명단을 다 지우려고요."
"사람도 함께 지워지는 거라면?"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바로 그 침묵이 내게는 결정적이었다. 너무 단순한 해결책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그때 무전기에서 민재의 목소리가 터졌다.
"선배! 복사본들이 사라지고 있어요. 그런데 진짜 직원들 몸에도 글씨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급수실의 철문 바깥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검은 코트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시간이 앞당겨졌어요."
내 손목의 카운트다운이 갑자기 바뀌었다.
[퇴사 일괄 처리까지 00:14:59]
"세 시간이라며!" 나는 외쳤다.
남자는 출근부를 내 쪽으로 내밀었다.
"그럼 선택하세요. 오늘의 퇴사를 멈출 건지, 내일의 출근을 지울 건지. 두 가지를 함께 막을 수는 없습니다."
제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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