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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0화
PAYLUA ORIGINAL · 제10화

퇴사한 회사가 내일도 출근한다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632자

오프라인 책장
서지완의 출근부에서 여자아이 사진을 본 순간, 나는 처음으로 확실한 미래를 봤다. 내일이 되면 이 아이는 발견된다. 하지만 발견된 뒤에 어떻게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회사가 내일의 출근자를 오늘 등록할 수 있다면, 실종자도 아직 실종되기 전에 등록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사실이 무서웠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내가 물었다. 서지완은 출근부를 덮었다. "제가 가진 건 내일 도착해야 할 기록이에요. 오늘 여기에 오면서 시간이 꼬였어요." "당신이 일부러 온 거예요?" "네. 적어도 직원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건 막으려고요." "그 아이는 누구예요?" 그는 아이를 바라봤다. 아이는 종이비행기를 양손으로 꼭 쥐고 있었다. "아직 모릅니다. 저 사진도 누가 붙였는지 몰라요." 나는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서지완은 지금까지 중요한 사실을 여러 번 숨겼지만, 모르는 걸 아는 척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대강당에 살아 있는 사람들을 모아 뒀고, 폭주한 종료 명령은 인원 불일치로 멈췄다. 하지만 카운트다운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문장이 떠 있었다. [재심사까지 01:29:59] 회사 던전은 우리에게 한 시간 반을 더 줬다. 보너스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행복할 수 있었을까. 나는 퇴사 당일의 야근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문서윤이 아이 옆에 앉아 물병을 건넸다. "마셔도 돼." 아이는 병을 들고 잠깐 망설였다. "이거 마시면 직원이 되는 거 아니죠?" "아니. 물은 그냥 물이야." 서윤이 병뚜껑을 열었다. 아이가 한 모금 마셨다. 나는 그 작은 동작을 보고 나서야 숨을 돌렸다. 아이는 우선 배고프고 목마른 사람이었다. 시스템의 0번 관찰자니 신분 미등록이니 하는 말은 그 뒤에 생각해야 했다. "대강당에 데려갈까요?" 서윤이 물었다.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거긴 숫자 세는 사람이 있어요." "누가 세는데?" "검은 대표님. 웃는 얼굴로요."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조정실의 낡은 스피커에서 다시 웃음소리가 흘렀다. 조금 전과 달리 남자의 웃음이었다. "어린 방문자를 보호하고 계시는군요. 보기 좋습니다." 검은 셔츠의 목소리였다. "당신 어디 있어?" "0층에 있습니다. 어디에나 있다고 해도 무방하겠군요." "직원들을 왜 없애려고 합니까?" "없애다니요. 다 같이 퇴근시키는 것뿐인데." "퇴근과 소멸은 다르죠." "그 구분은 각자의 기억에 달렸습니다." 서윤이 마이크 전원을 끊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끝나지 않았다. 콘솔에 쌓인 먼지들이 글자를 그렸다. [첫 번째 선택: 퇴사자 차도윤의 귀환] [두 번째 선택: 도원솔루션의 일괄 종료] "둘 다 선택하지 않으면요?" 내가 물었다. [선택 없음: 내일로 이월] 나는 그 문장을 보는 순간 뭔가를 깨달았다. 내일. 서지완이 계속 말했던 내일. 회사가 시간을 뒤섞는 이유가 단순한 괴롭힘은 아닐지도 모른다.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서지완이 숨을 들이켰다. "도윤 씨, 그러면 건물이 내일로 넘어가요." "알아요. 그렇다고 지금 사람들을 지우는 것보단 낫죠." "내일도 그대로일 거라고는 장담 못해요." "그래도 오늘 살아 있는 사람은 오늘 살아 있게 둬야죠." 나는 대강당 방송 장비에서 전 직원 명단을 불러왔다. 한 사람씩 확인해 둔 응답이 남아 있었다. 이건 서류가 아니라 목소리였다. 나는 그 기록을 복사해 종이로도 출력했다. 전자 기록이 고장 나더라도 적어도 오늘 누가 살아 있었는지 남도록. 배 소장이 그 종이를 받아 들었다. "내가 기계실 금고에 넣어 둘게. 여긴 불이 나도 오래 버틸 거야." 문서윤은 실제 피난구를 한 번 더 점검했다. 아직 북문은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대강당과 지하 설비실을 연결하는 길은 확보했다. 부상자는 치료했고, 음식은 매점 창고에서 구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사직서를 손에 쥐고 있지 않았다. 그때 아이가 내 소매를 잡았다. "아저씨. 밖에 나가고 싶어요." 나는 임시 대피 기록에 아이를 '미등록 방문자'라고 적어 두었다. 이름은 쓰지 않았다. 서윤은 비고란에 '추가 확인 필요 / 식수 제공 / 현재 안전'이라고 적었다. 회사의 모든 서류가 사람을 위험하게 만들던 밤, 이 간단한 종이 세 줄만은 필요했다. 서지완이 내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당신, 원래도 이렇게 모든 걸 기록했어요?" "장애 대응 일이 그런 거예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남겨야 다음 사람이 같은 실수를 안 하니까." "그럼 이번 일도 남겨 주세요. 내일은 오늘을 기억 못 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어요." 나는 그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그는 아까보다 지쳐 보였다. 내일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자신의 힘을 조금씩 써 버리는 사람 같았다. "그럼 내일 당신이 잊으면 내가 말해 줄게요." 내가 말했다. 서지완은 잠시 놀란 얼굴을 했다. "그 말을 믿어도 될까요?" "절 믿기보다 종이를 믿으세요. 전 퇴사자라서 출근 확인도 못 해 줍니다." 둘 다 피식 웃었다. 건물에 남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오래 웃을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누군가 옆에 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아이를 바라봤다. 내 손목에 파란 화살표가 떠올랐다. 퇴사자 전용 출구였다. 이번에는 대강당 바깥이 아니라 건물 옥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서윤 씨, 잠깐 올라갔다 와도 될까요?" "또 혼자요?" "아니요. 같이 가요." 서지완이 따라 나섰다. 배 소장은 사람들과 함께 남았다. 우리는 옥상으로 올라가는 낡은 철제 계단을 올랐다. 계단마다 녹이 슬어 있었고, 마지막 문에는 한때 외부로 이어졌던 파란색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문을 열자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서울의 야경이 펼쳐졌다. 나는 그 장면을 보고 가슴이 벅찼다. 도로 위 자동차들이 움직이고, 멀리 강 건너 불빛이 반짝였다. 우리가 아는 세계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뭔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맞은편 건물에도 푸른 화살표가 떠 있었다. 길 건너 병원, 멀리 보이는 금융센터, 심지어 아파트 단지의 관리동에도. 저마다 작은 검은 층 하나가 끼어 있는 듯, 불빛 사이에 어두운 선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서지완이 옥상 난간을 잡았다. "이미 시작됐군요." "뭐가요?" "도원솔루션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내일이 먼저 출근하기 시작한 겁니다." 아이의 손이 내 팔을 더욱 세게 잡았다. 그녀는 맞은편 건물을 가리켰다. "저기에도 저 같은 애가 있어요." 멀리 병원 옥상에 작은 인영 하나가 보였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한 순간, 그 인영이 팔을 들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내 손목에 처음 보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외부 복구팀: 신규 발령] [발령자: 차도윤] [동의 상태: 미확인] [첫 임무: 퇴사자 12명을 찾아라] "나는 발령한 적 없는데." 옆에서 서지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원래부터 그랬습니다. 그쪽은 늘 먼저 이름을 씁니다. 사람을 만나기 전에요." 멀리 서울의 건물들 사이에서 푸른 화살표가 하나씩 켜졌다. 나는 출근부를 바라봤다. 내일 날짜가 찍힌 종이가 바람에 떨렸다. 오늘 퇴사한 회사가 내일도 출근한다면, 내가 막아야 할 것은 한 건물의 야근만이 아닐 것이다. 내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발신자 표시에는 아직 회사를 나가지 못한 황규태 팀장의 이름이 떠 있었다. 메시지는 딱 한 줄이었다. [차도윤. 네가 본 그 0층을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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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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