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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84화
PAYLUA ORIGINAL · 제84화

교대자의 이름을 부르는 법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594자

오프라인 책장
B-0 안쪽 사람이 자신을 '박하림'이라고 불렀던 날의 영수증이 있다는 사실은 사건을 간단하게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가 사람에게 이름 붙이는 방식이 얼마나 무책임한지 보여 주었다. 황 팀장은 영수증을 반려했으면서 정작 누가 도시락을 먹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그를 보고 잠시 생각했다. 이 회사에서 가장 오래 실종된 것은 직원이 아니라 상사의 양심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양심을 수색하느라 시간을 쓰지는 않았다. 분식집은 이미 밤 영업을 마쳤고, 우리는 당시 결제 승인 장부와 영수증의 실물 사진을 대조했다. 실제 결제 시각은 17시 56분 14초. 비용 청구 이름은 박하림, 전달 장소는 도원 지하 시험실 B. 그 아래 작은 수기에는 [문 앞 대기 / 대리 수령 불가]라고 적혀 있었다. "아무도 대신 받으면 안 된다는 말일까요?" 민재가 물었다. "그럴 수도, 단순히 음식 알레르기 때문에 본인이 확인해야 한다는 뜻일 수도 있지." 나는 대답했다. "글씨만으로 비밀 계약을 만들지는 말자." 서윤은 오래된 공문 보관함에서 당시 근무 교대표를 찾아냈다. 교대 담당은 도원 직원도 병원 직원도 아닌 외부 설비 계약자였고, 서명 칸 대부분이 비어 있었다. 다만 두 사람이 근무를 끝냈다는 체크가 있고, 세 번째 칸에는 [동작 점검 동행자 / 하림]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칸은 사람의 이름을 쓰는 곳인지 호출명을 적는 곳인지부터 불명확했다. B-0 안쪽에게 우리는 그 사실을 알렸다. "혹시 교대 담당이었나요?" "그렇게 불린 기억은 있어요. 그런데 퇴근한 기억은 없어요." 그가 말했다. "유리창 밖에 우산을 든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분이 저한테 뜨거운 걸 먹고 나오라고 했어요." 우리는 단정하지 않고 그의 말을 그대로 기록했다. 우산을 든 여자는 처음 듣는 단서였다. 아이 000이 말한 어머니나 1758 신고자와 연결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억눌렀다. 단지 그날 현장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또 한 명의 사람이었다. 공공 안전 담당 김하린이 이곳에 도착한 건 그때였다.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불려온 게 아니었다. 그녀는 1758 신고 장치를 관리하는 구청 협력팀 소속으로서 전날 외부 위험 기록을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열다섯 년 된 시설 공사대장이 들려 있었다. "이 부지에는 세 번의 외주 변경이 있었어요. 0층이라는 명칭은 없었지만, '비상 대기 접점 B'라는 장치가 있었죠." 공사대장을 펼쳐 보자, 선명한 붉은 펜으로 그어진 문구가 보였다. [B 시설 실물 이동 전 담당자 2인 대면 확인.] 누군가 나중에 연필로 덧썼다. [작업 종료 시 자동 확인으로 대체.] 그 두 줄 사이에 온갖 사고가 들어갈 수 있었다. "누가 바꿨나요?" 서윤이 물었다. "서명 칸이 없어요. 다만 변경 요청의 접수 시각이 2026년 10월 30일 밤입니다. 그러니까 첫 사고 바로 전날이죠." 나는 휴대전화에 그 시각을 저장했다. 황규태가 이틀 전 승인서를 숨긴 사실과 맞물릴 수도 있었지만, 동일한 서류인지 확인하지 않고 책임자를 찍을 수는 없었다. 한 회사에서 비밀이 두 가지 발견되면, 사람들은 가장 싫어하는 상사 한 명에게 둘 다 붙이는 경향이 있었다. 나는 그 방법으로 일곱 해 동안 장애 보고를 써 온 사람이었다. 옛 교대표의 구석에는 누군가 연필로 적은 연락처가 있었다. 번호는 이미 사용 중지된 공중전화였고, 통신사에 남은 기록도 제한적이었다. 대신 도면에서 전화기 위치를 찾아 보니 제0 경계의 외부 대기 지점 바로 옆이었다. 교대를 확인하는 직원이 반드시 회사 안에 들어올 필요는 없던 구조였다. 나는 자동 출입 로그에 사람의 이름이 없다며 결근으로 처리한 기록을 찾아 별도로 표시했다. 출근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안전 경계 바깥에서 맡은 일을 마쳤을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하림'이라는 글자가 그 사람의 실명이라는 추정은 옆 칸에 올려놓았다. 안쪽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밖에서 아무도 없던 시간, 누군가 유리창을 두드렸어요. 그 사람이 '하림 씨, 교대하세요'라고 말했죠." "그때 어떻게 했습니까?" "문을 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밖 사람이 제 이름을 말하지 않고, 제 출입증을 먼저 가져갔어요." 나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출입증을 가져간 사람이 곧 퇴사자로 기록되고, 안에 남은 사람의 기록은 대역으로 복원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 누가 출입증을 가져갔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민재가 오래된 보안 영상 저장고에서 영상을 찾았다. 17시 56분 40초, B 복도에 손만 보이는 사람이 봉투를 놓아둔다. 17시 57분 03초에는 카메라에 흰 줄무늬가 생긴다. 17시 57분 12초, 누군가 문을 열려는 모습이 흐릿하게 비쳤다. 얼굴은 없고 사람의 그림자도 희미했다. "다시 재생하면 보일까요?" 민재가 물었다. "원본은 보호하고 복사본만 확대해요. 영상만으로 신원을 확정하는 일도 하지 말고." 영상 속 손목에는 흰색 테이프가 감겨 있었다. 000 아이의 붉은 팔찌와는 달랐다. 나는 그 차이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이와 관련된 모든 물건을 같은 이야기로 엮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급하기 때문이지 증거가 많기 때문은 아니었다. 우리가 영상의 빈 곳을 헤아리는 사이, 인사 장부에는 새로운 직원이 한 명 생겨났다. [박하림 / 퇴사 완료 / B-0 원본]. 이어 [박하림-2 / 대체 근무 중 / B-0]라는 줄이 나타났다. 자동으로 만들어진 이름이었다. 서윤이 곧장 둘을 분리해 '신원 미확인 상태'라고 표시했다. "안쪽 분, 혹시 밖에 있는 두 번째 기록을 받겠습니까?" 내가 물었다. "아니요. 아직 제가 누구인지도 설명 못 했는데, 둘이나 주면 억울하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퇴사자 하나인데 발령서가 열두 장입니다." 둘 다 웃었다. 잠시 뒤 그는 좀 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기억 하나는 확실합니다. 나가려던 사람이 저 혼자가 아니었어요. 저보다 먼저 누군가 손잡이에 손을 대고 있었죠." 나는 멈춰 섰다. 지금까지 우리는 B 안의 사람을 첫 시험자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안에 남은 사람과 먼저 나간 사람, 출입증을 가져간 사람은 각각 다를 수 있었다. 기록에는 하나의 호출명만 남았지만 그 안에 서로 다른 결정들이 숨어 있을지도 몰랐다. 김하린은 변경 요청서의 승인란을 다시 확대해 보았다. 승인 버튼에는 대표이사 이름이 찍혀 있었지만 실제 키 입력 기록은 원본 장치가 아닌 외부 중계 서버에서 발생했다. 즉, 대표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 둘 중 누가 서명했는지를 이 기록만으로는 밝힐 수 없었다. 서윤은 원본 서버 로그를 임의로 고치지 않고 별도 저장 매체에 보존했다. 황 팀장은 한동안 화면을 바라보다 "그날 내가 자리를 비운 것도 맞아"라고 덧붙였다. 나는 그 말을 변명도 고백도 아닌 추가 진술로 남겼다. 실종자를 찾는 일에는 마음에 드는 범인이 아니라 버티는 사실이 필요했다. 그때 문틈 아래로 작은 종잇장이 미끄러져 나왔다. 구조대가 안전하게 회수했다. 종이에는 한 줄만 적혀 있었다. [교대 시도 17:56 / 인계자 확인 안 됨.] 종이는 새것처럼 보였지만 글씨는 먼지에 덮여 있었다. 그리고 B 안에서 누군가 물었다. "이 종이는 제가 쓴 건가요?" 나는 솔직하게 답했다. "아직 모릅니다. 다만 이제 누가 먼저 교대하려 했는지 찾아볼 이유는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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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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