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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82화
PAYLUA ORIGINAL · 제82화

열화상 속의 두 번째 발자국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638자

오프라인 책장
병원으로부터 연락이 온 것은 도로 위 검은 문틀을 우회하는 통로가 열리고 얼마 뒤였다. 세림종합병원 응급실 앞에 일곱 살쯤 된 아이가 나타났다는 말이었다. 다친 아이는 아니었다. 아이가 서 있던 바닥에 도원솔루션 회의실 바닥 무늬가 생겼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이는 어디에 있습니까?" 서윤이 물었다. "보호자와 함께 지상 안전 구역에 있습니다. 바닥은 통제했고요." 박유라가 답했다. "근데 아이가 원래 출입문으로 걸어 나왔다고 하네요. 우리 의료진은 그 문이 분명 벽이었다고 하고요." 나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던전이라면 그나마 규칙이 있어야 한다. 몬스터가 나타나면 때려잡고, 보물상자를 열면 경험치를 얻는다. 그런데 우리 회사 던전은 규칙을 바꿀 때마다 안전관리자가 추가 근무를 해야 했다. 가장 사악한 종류였다. 도원 B-0의 열화상 카메라는 바닥에 두 개의 사람 모양을 보여 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하나였고 두 번째는 문손잡이가 돌아간 시각부터 생겼다. 민재가 모니터를 확대했다. "두 명이 있는 거 아닐까요?" "온도를 직접 잰 게 아니지?" 배 소장님이 물었다. "열화상 장비입니다." "장비가 진짜 열을 받는지, 화면의 옛 영상을 받아 그리는지 구분해야 한다." 우리는 카메라를 바꾸고 벽에 온도 표식을 붙였다. 두 번째 사람 모양은 카메라가 꺼졌을 때도 별도의 기록 장치 화면에 남았다. 한 장비의 결함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실제로 두 사람이 있다는 확증도 아니었다. 안에 있는 사람의 말을 다시 듣기로 했다. "혹시 지금 다른 사람이 곁에 있습니까?" "없습니다. 다만 도시락을 놓아 둔 자리에서 의자를 끄는 소리는 나요." "그 소리 나는 곳까지 가지 마세요. 현장 구조대가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저도 그럴 생각이에요. 세상에, 도시락 하나 먹겠다고 이런 근무를 계속할 줄은 몰랐으니까요." 말끝에 억지 웃음이 묻어났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우리 회사에는 농담할 때까지 직원에게 야근을 시키는 전통이 있었다. 그 사람과 나는 같은 회사를 다닌 적조차 확실하지 않은데, 야근의 정서만큼은 공유하고 있었다. 정라희가 집하장에서 가져온 시험용 금속 상자를 열어 보였다. 표면에 찍힌 숫자 18-0은 외부 구조 신호 단말의 번호였다. 상자 안에는 오래된 종이 두 장과 작은 납작한 거울이 들어 있었다. 종이는 십 년 전부터 버스 환승 구역과 도원 부지를 연결해 사용한 '이동 경로 실측표'였다. "왜 거울이 있죠?" 민재가 물었다. "위험해서 직접 안쪽을 못 볼 때 반사면으로 복도 끝을 확인했대요. 종이가 멀쩡한 게 신기하죠." 거울을 비추자 B-0 문틈에 있는 두 번째 형체가 반사되지 않았다. 실제 바닥에 놓인 흰 원형 스티커는 보였다. 처음으로 화면과 실물을 명확하게 비교할 수 있었다. 다만 거울은 작은 영역만 보여 주었으므로 안쪽 전체를 단정할 수 없었다. 나는 기록에 '형체 확인 실패'가 아니라 '거울 시야 범위에 두 번째 형체 없음'이라고 적었다.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도원 출입구에 황규태가 나타났다. 그가 건넨 것은 또 다른 결재서가 아니었다. 구겨진 빵 봉지였다. "서버실 안에 있는 사람, 도시락 얘기 했지?" 황 팀장이 물었다. 빵 봉지 안에는 회사 근처 분식집의 영수증이 들어 있었다. 날짜는 2026년 10월 31일, 시각은 17시 56분. "왜 이걸 가지고 있습니까?" "그날 두 개를 샀어. 하나는 내가 먹고 하나는 시설 시험 때문에 B로 가져다주라고 했어. 주문한 사람이 내 이름으로 비용 처리했거든." "누가 주문했죠?" "영수증에는 박하림이라고 적혀 있지. 그런데 그 이름은 우리 직원 명단에 없었어. 그래서 반려했지." 나는 눈앞에서 이름을 찾은 것처럼 굴고 싶지 않았다. 영수증의 글씨는 펜으로 적힌 것이었고 누가 적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하림'과 일치하는 끝 두 글자도 있지만, 직원 명단에 없다는 말은 결코 사람 자체가 없었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걸 왜 이제 주는 겁니까?" 서윤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내가 그날 결재를 반려한 게 사고를 막은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솔직히, 그 뒤엔 사고가 나자 관련 서류부터 숨겼어." 서윤이 영수증 사진 가장자리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수령 확인] 옆에 동그라미가 반쯤만 그려져 있었다. 결재 서명이 아니라 분식집의 음식 포장 표시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도원의 자동 장부는 그 동그라미를 '시험 참가 동의'로 읽고 있었다. 내가 서명을 하지 않아도 컴퓨터가 대신 내 이름을 끌어다 쓰던 방식과 같았다. 우리는 원본 영수증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전산에서 만들어 낸 동의 표기를 별도의 오류 기록으로 옮겼다. 누가 음식을 받았는지와 누가 실험에 동의했는지, 그 둘을 한 칸으로 합칠 수는 없었다. 기계가 고장 나는 것보다 숨긴 사실을 한 번에 말해 주는 상사가 더 희귀했다. 나는 영수증의 사진을 찍고 원본은 봉투에 넣었다. 황 팀장에게 자발적인 진술서와 당시 결재 이력을 남기라고 요청했다. 그가 '그럼 내 책임이…'라고 말을 꺼내자, 서윤이 즉시 대꾸했다. "정확히 남겨야 책임도 정확히 나뉘죠." 한편 병원에서 아이가 지나온 벽을 살핀 결과 그곳의 실물 재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환자 보호용 방화벽이었다. 그런데 바닥에 보이는 회의실 무늬는 사람이 발을 올려놓으면 잠시 아래로 꺼지는 것처럼 보였다. 구조대가 실물 위험을 확인하기 전까지 폐쇄한 결정은 옳았다. 실제로 한 사람이 발을 들여놓았다면 어디로 갔을지 알 수 없었다. 코일의 상태창에는 [열원 2]라는 글씨가 떠올랐다. 그 옆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석이 있었다. [열원 A: 물리적 경로 / 열원 B: 재실행 중인 경로.] 누구의 몸을 재는 장비가 아니었다. 하나의 장소에서 두 경로가 서로 밀어내는 정도를 '열'이라는 단어로 표시한 것일 수 있었다. "이런 장비 이름은 누가 붙였을까요?" 민재가 물었다. "사람한테 야근수당 안 주려고 만든 담당자." 나는 대답했다. "물론 지금은 추측이야. 책임자 이름을 찾으면 반드시 물어보자." 민재는 잠깐 문밖으로 나갔다 돌아와 작은 현장 지도를 책상에 올렸다. 그 위에는 도원 지하 시험실에서 병원까지 이어지는 검은 선이 있었다. 선은 서로 닿지 않는 두 건물을 연결하고 있었고 가운데에는 새로 생긴 빈칸 하나가 있었다. 나는 그 빈칸을 누구의 이름으로도 채우지 않았다. 아직 실제로 확인되지 않은 길이었으니까. 당장의 구조대와 현장 의료진이 아는 위치를 기준으로 위험 구역을 표시했다. B-0 안의 사람이 갑자기 무전기를 두드렸다. "누가 제 이름을 불렀어요." "누구요?" "밖에서요. 그런데 제 입에서 나는 소리였어요. '박하림, 대피 종료'. 그렇게 말했어요. 저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우리는 모두 모니터를 바라봤다. 열원 B가 A의 형체 위로 한 걸음 다가와 있었다. 실제 사람의 의사가 아니어도 경로 복사본이 말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원본을 복원한다는 지시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무전기에서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번에는 바로 앞의 사람과 다른 억양이었다. "대피가 끝났습니다. 이제 남은 사람을 삭제해도 됩니다." 나는 주먹을 쥐었다. 저 말은 사람의 목소리를 빌린 장치의 처리 요청일 수 있었다. 우리는 그 요청을 승인하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 목소리에게 대답했다. "대피는 아직 안 끝났습니다. 당신이 나가고 싶다고 결정했을 때, 안전하게 나가는 게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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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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