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라고 부르기에는 창밖이 지나치게 어두웠다. 도원솔루션 0층에서는 밤이 한 번 오면 출근 도장을 찍어야만 지나가는 모양이었다. 나는 종이컵에 세 번째 커피를 따르다가 손을 멈췄다. 일주일 전의 나였다면 고장 난 설비 앞에서 커피가 식는 것도 모르고 일했겠지만, 지금은 컵을 내려놓고 배만식 소장을 불렀다.
"온도가 얼마라고요?"
"표시기는 칠십이 도. 그런데 손에 든 적외선 온도계로는 이십삼 도야. 이상하지."
"그럼 장치가 거짓말한다는 뜻일까요?"
"아니. 두 장치가 서로 다른 걸 재고 있다는 뜻이지. 거짓말은 보통 위에서 하지."
배 소장님의 말투는 여전히 훌륭했다. 나는 그분이 은퇴하시면 '시설관리자가 임원에게 안 잘리고 살아남는 대화법'이라는 책을 쓰시라고 권할 참이었다. 물론 지금은 은퇴보다 건물 탈출이 먼저였다.
제0 경계 아래 보존 코일의 그림은 보통 전기회로와 달랐다. 열두 겹의 구리 권선, 외부 신고 회선을 붙잡는 두 개의 접점, 그리고 어느 도면에도 설명이 없는 동그란 여백. 여백에는 깨알 같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실제 대피 경로 유지 중에는 원본 상태로 복원하지 말 것.] 장치 자체를 끄지 말라는 뜻과는 달랐다. 과거의 상태를 현재 공간에 덮어씌우지 말라는 경고였다.
문서윤이 현장 도면 위에 투명 필름을 얹었다. 필름 한 장에는 현재 건물, 다른 장에는 십 년 전 도원 부지의 건물 배치가 그려져 있었다. 위층의 화장실이 예전에는 외부 통로였고, 지금 서버실 아래 공간은 과거 집하장 대피 대기실이었다. 두 지도를 포갤 때마다 코일 온도가 한 도씩 올라갔다.
"잠깐." 나는 필름을 떼었다. 수치가 그대로 멈췄다. "도면을 보는 게 원인일 리는 없잖아요."
"당연히 아니죠." 서윤이 말했다. "다만 그 도면을 펼친 시점에 다른 사람이 같은 장소를 통과할 수 있어요."
바깥에서 도로 통제 담당이 보낸 사진에는 더 이상한 풍경이 담겨 있었다. 점자 블록이 끝나는 자리에 도원 사내 식당의 식판 반납대가 놓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통행자 한 명은 그곳에 손을 뻗다가 허공을 잡았다고 했다. 눈으로 보이는 것과 몸이 닿는 곳이 달랐다. 서윤은 그 장소를 가림막으로 막고 점자 안내가 끊기지 않도록 임시 유도선을 요청했다. 낮은 턱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장애물이 될 수 있었다. 우리는 던전처럼 보이는 문보다, 매일 그 길을 건너던 사람의 일상이 먼저 복구돼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했다.
우리는 시험 삼아 다시 도면을 포개지 않았다. 사람의 발밑을 시험대 삼기에는 피해가 너무 컸다. 대신 안전관리실에서 수집한 실측 기록을 대조했다. 세림종합병원 응급실 문이 도원 냉각실과 겹쳤던 순간, 금융센터 0.5층이 나타났던 순간, 집하장 보도에 복도가 솟았던 순간. 세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분명 서로 다른 장소인데도 이곳 보존 코일의 '경로 복원 요청' 로그가 11초씩 앞서 있었다.
"원인이 여기 있네요." 민재가 말했다.
"원인의 일부일 수 있지. 아까 내가 도면만 보고 소름 끼쳤듯이, 상관관계에 사인을 찍으면 안 돼." 나는 노트북을 닫았다. "우선 위험 구역에 들어가지 못하게 알려요. 전기가 끊긴다고 사람까지 움직이는 구조면 더 끔찍하니까."
서윤은 바로 외부 현장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병원은 산소 공급 라인을 수동으로 점검했고, 금융센터는 지하 통로의 출입을 일시 통제하되 지상의 피난 출구는 열어 두었다. 집하장에서는 노면 안내선을 실제 바닥에 붙였다. 지도 앱에는 나타나지 않는 복도보다 아스팔트 위 노란 테이프가 훨씬 믿을 만했다.
B-0 안쪽의 사람에게서는 세 번 짧은 두드림이 들렸다. "바깥 상황이 나빠졌나요?" 그가 물었다. 호칭이 하림일 뿐 실명인지는 모르는 사람. 나는 무전기를 잡고 현재까지 확인한 사실만 말했다. 코일의 표시값이 오르고 있고, 바깥 통로 중 일부가 뒤틀렸으며, 구조대가 수동 대피 경로를 확인 중이라고.
"저 때문에 그런가요?" 그가 조용히 물었다.
이 질문에는 어떤 회사라도 즉시 '관계 없음'이라는 도장을 찍었을 것이다. 반대로 누군가는 그를 원인으로 지목해 억지로 밖으로 끌어내려고 들 것이다. 나는 어느 쪽도 택하지 않았다.
"아직 모릅니다. 다만 당신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문을 열 생각은 없어요."
"문밖에서 그 말을 하는 사람은 처음입니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누군가는 저더러 다른 사람의 퇴근 시간을 들고 나가라고 했거든요."
나는 펜을 들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기억합니까?"
"얼굴은 모르겠어요. 대신 이상한 소리가 났습니다. 프린터가 종이를 토해 내는 소리요. 그리고 제가 손잡이를 잡았을 때, 방이 한 번 더 생겼어요."
방이 하나 더 생겼다. 복도만 겹친 게 아니었다. 경로의 복사본이 사람의 이동 중간에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 말을 정확히 받아 적고 B-0의 바닥 높이를 다시 측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조대 카메라가 문틈을 비추자, 안쪽 신발 앞에는 두 줄의 발자국이 겹쳐 있었다. 하나는 먼지 위에 찍혀 있었고 다른 하나는 빛으로만 보였다.
민재는 기록을 한 번 더 대조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선배, 로그에서 '복원'이 시작된 시간은 있는데 완료된 시간은 하나도 없어요." 화면에 완료라고 적힌 사건들을 펼쳐 보니 실제로는 종료 대기가 반복된 것이었다. 317명의 생존 확인 뒤에도 인사 장부가 멈추지 않았던 원리와 비슷했다. 나는 누군가에게 완료됐다고 말하기 전 현장 담당자의 실제 응답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항목을 추가했다. 민재는 예전의 우리 회사라면 이 변경을 결재받는 데 삼 개월이 걸렸을 거라고 했다. "지금은요?" "퇴사한 내가 제안한 거니까 오 년." 둘 다 웃었지만, 화면의 붉은 막대는 줄어들지 않았다.
갑자기 보존 코일에서 마른 종이를 구기는 듯한 음향이 났다. 경고등은 더 빨라졌고, 시스템 화면에는 무심한 문장이 나타났다. [원본 경로와 현재 경로 차이 증가. 원본 상태 복원 권장.] 바로 그 버튼 밑에 파란 글씨가 떠올랐다. [퇴사자 차도윤에게만 보이는 실행 안내.] 이건 내가 첫날부터 보던 퇴사자용 화살표였다.
화살표는 코일의 주전원 차단기로 이어졌다.
"내가 누르길 기다리고 있었군요." 나는 말했다.
"왜?" 민재가 물었다.
"내가 퇴사자라서. 내가 누르면 인사 기록에서 '승인되지 않은 사람'으로 처리하기 쉽잖아. 코일이 꺼지고 사람이 갇혀도 책임을 물을 이름이 없게 되는 거지."
서윤이 내 앞에 섰다. "그 화살표는 보인다는 것 말고 아무 근거가 없어요."
맞는 말이었다. 나는 화면을 사진으로 남기고 화살표를 따르지 않았다. 배 소장님이 수동 도면에서 다른 선을 찾아냈다. 코일에는 주전원 외에도 [대피 독립 보조 전원]이 있었다. 단 한 번도 인사 시스템에 연결되지 않은 선이었다. 그 선부터 실제로 작동하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밖에서 사이렌이 들렸다. 병원이 아니라 근처 주택가 쪽이었다. 도원 건물의 유리문 너머, 횡단보도 흰 줄 가운데에 검은 문틀 하나가 서 있었다. 문틀에는 출근카드를 찍으라는 표시가 붙어 있었고, 지나가던 행인이 그 앞에서 멈칫했다. 도원 직원도 아닌 사람이었다.
"길이 먼저 밖으로 나왔네요." 민재가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무전기를 들었다. "도로 통제 담당에게 부탁하세요. 출근카드 대신 사람을 먼저 건너게 해 달라고."
코일은 계속 뜨거워지고 있었다. 표시된 열이 정말 열인지는 몰랐지만, 그 앞을 걷는 사람이 위험하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불이 난다고 회사 출근 버튼부터 누르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퇴사한 나한테는 더더욱 억울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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