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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77화
PAYLUA ORIGINAL · 제77화

세 번째 임현규는 없었다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655자

오프라인 책장
사진에 찍힌 시각은 오후 다섯 시 오십육 분. 지금까지 우리가 믿어 온 최초 사고보다 1분 전이었다. 누군가 사진을 찍었다면, 그때도 아직 대피 시험은 시작되지 않았다는 뜻일까. 아니면 같은 시각에 다른 시험이 벌어지고 있었던 걸까. 나는 사진을 바로 휴대전화에 저장하지 않았다. B 안쪽에 있던 물건이 어느 경로를 거쳤는지 알 수 없었고, 현장 증거는 누가 언제 어떻게 확보했는지가 중요했다. 구조대 기록 담당자가 봉인하고 공개 가능한 외부 문자만 복사했다. "이걸 보셨다는 사람이 있습니까?" 서윤이 물었다. B 안쪽 목소리가 답했다. "사진 뒤쪽은 봤어요. 앞면은 못 봤어요. 사람이 서 있는 모양이긴 했는데요." "감사합니다. 기억나는 것만 알려 주세요." 목소리는 자신이 왜 들어왔는지 기억하려 애썼지만, 실패했다. 나는 그에게 억지로 '시험자'라는 이름을 부여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이제부터 안전 연락에서는 'B 내부 응답자'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가 원하는 호칭이 생기면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때 임현규 대표 명의의 긴급 회의 요청이 왔다. 물론 우리는 이 회사 회의라면 면역 체계가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상태였다. 하지만 안전 관련 원본 자료가 있다는 말에 현장 통제실에서 독립적으로 진술만 듣기로 했다. 대표가 누구인지 확정하기 위한 자리는 아니었다. 검은 셔츠의 임현규가 먼저 들어왔다. 몇 분 뒤 회색 양복을 입은 임현규도 들어왔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이미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놀란 것은 세 번째 의자가 저절로 움직였을 때였다. "뭐야. 셋까지 늘어나는 겁니까?" 민재가 속삭였다. 나는 의자를 물렸다. 세 번째 사람이 없는 회의실에 의자만 있는 건 대단한 일이 아니다. 회의가 끝났는데 아무도 나가지 않는 것이 더 무섭다. 검은 셔츠 임현규가 말했다. "B 시험 때는 안전 경로 재생을 승인한 적이 없습니다. 제 서명은 장비 검수용이었어요." 양복 임현규가 반박했다. "저는 복구 계획서에 서명했습니다. 이름이 같아도 승인 문서가 다릅니다." 우리는 두 장의 원본을 각각 받았다. 사본에는 한 사람의 이름으로 병합돼 있지만, 날인 위치와 서식 번호가 달랐다. 두 사람이 실제로 어떤 관계인지, 누구의 기억이 먼저인지, 복제인지 유사한 현상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대표이사 임현규의 단독 승인'이라는 최신 시스템 문구는 두 기록을 설명하지 못했다. "제3 임현규는 어디 있습니까?" 나는 불쑥 물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흔들렸다. "무슨 말입니까?" 검은 셔츠가 되물었다. "회의실에는 결재 슬롯이 세 개 있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여러분 이름으로 찍혔고, 세 번째에도 같은 이름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누가 입력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양복 임현규는 화면을 오래 바라보았다. 세 번째 칸에는 '사고 보정 책임자'라는 작은 글자가 있었다. "그 자리는 사람 자리가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원래 시스템에서 오류가 났을 때 나중에 책임 소재를 추적하는 로그 자리였죠." 검은 셔츠 임현규가 주머니에서 낡은 휴대용 인증기를 꺼냈다. 그는 누구의 원본인지 증명하는 장치가 아니라, 예전 안전 설비 검수에 사용한 키라고 설명했다. 양복 임현규는 같은 모델의 다른 색 인증기를 갖고 있었다. 두 장비 모두 정상적으로 켜졌지만 각자 서로 다른 검수 구역만 표시했다. "두 분은 왜 각자 다른 구역을 기억하는 겁니까?" 서윤이 물었다. "제 경우엔 구내 시설 검수였어요." 검은 셔츠가 대답했다. "저는 안전 경고 복구 계획을 받았죠." 양복이 말했다. 우리는 장비가 어느 사람의 실명을 보장하는지 따지기보다, 검수 권한과 현재 인사 승인권이 별개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구형 인증기를 B 자동 동기화 장치에 꽂으면 두 검수 이력이 하나의 임원 결재로 합쳐질 수 있었다. 누군가 이 장치를 사용했는지 확인하기 전까지 두 사람에게 시험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회의실의 세 번째 의자가 스르르 앞으로 밀렸다. 민재가 뒤로 물러났다가 책상을 손으로 짚었다. 바퀴의 잠금 장치가 풀려 있었다. 배 소장이 바닥을 살피니 기계식 이동 레일이 드러났다. 회의 중 화면에 따라 빈 의자를 움직이도록 만든 오래된 시연 장치였다. "세 번째 사람 나온 줄 알았네요." 민재가 안도했다. "여기까지는 의자 바퀴로 설명돼." 나는 말했다. "그렇다고 다른 현상도 전부 기계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레일의 전원을 시설 담당자 입회 아래 차단했다. 움직이던 의자가 멈췄다. 시스템은 [제3 결재자 미출석]이라고 표시했다. 사람의 부재를 경고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실제로는 시연용 의자가 움직이지 않았을 뿐이다. 서윤은 기록란에 '의자 이동 시연 장치 분리'라고 썼다. '제3 임현규 제거'라고 쓰지 않았다. 자칫했으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를 죽였다고 보고할 뻔했다. 양복 임현규가 조용히 말했다. "처음 이 시스템을 검토할 때, 사람과 장치의 경계를 그렇게 적어 놨다면 좋았을 텐데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이 변명인지 후회인지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럼 사람이 들어가면 안 되겠네요." 서윤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변경 이후 승인권자와 같은 형식이 됐어요." 우리는 그 자리의 자동 서명 대기열을 보류했다. 제3 임현규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할 근거는 없었다. 시스템이 세 번째 사람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책임 로그가 사람으로 둔갑하는 과정은 그동안 우리가 본 모든 비극과 닮아 있었다. 회의가 끝날 무렵 검은 셔츠 임현규가 돌아서며 말했다. "그날 B에 들어간 건 대표가 아닙니다. 안전 시험에 동의한 현장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대기열이 '대표 대리자'로 처리했습니다." "이름은요?" "확정된 자료는 없습니다. 저도 이름이 필요해요. 누가 저 대신 승인했는지 알아야 하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불편한 진술을 했지만 적어도 지금의 목적은 같았다. 현장 시험자를 찾되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대체하지 않는 것. 외부 기록 서버를 대조하던 김하린이 새로운 파일을 보냈다. 17:56 사진의 전송 시각은 정상인데 촬영 장치의 설치 위치가 이상했다.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았던 독립 출구 18 바깥에서 사진을 찍은 것으로 표기돼 있었다. 당시 실물 위치가 어디였는지는 확인이 필요했다. 서윤은 사진에 찍힌 벽 무늬를 보고 말했다. "이건 도원 구내식당 벽이 아니에요. 밖에 있던 공공 구조 대기소 벽돌하고 비슷해요." 나는 얼굴을 들었다. 17:56에 누군가 위험 신고를 하기 위해 건물 바깥에서 사진을 찍었고, 그 흔적이 B 안쪽에 남아 있다면 어떨까. 퇴사자 찾기로 시작한 사건이 점점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순간 B 안쪽 응답자가 조용히 말했다. "세 번째 사람이 없다는 말, 맞아요. 대신 빈자리가 하나 있어요. 밖에 있는 사람을 기다리던 자리요." "어떤 자리죠?" "전화를 받을 자리요. 그 사람은 안에 들어온 적이 없어요." 1758 경고 회선이 떠올랐다. 17:58에 접수됐던 무기명 신고, 그리고 17:56에 찍힌 사진. 처음부터 밖에 있던 사람이 있었을지도 몰랐다. 마지막으로 화면이 깜빡였다. [제3 결재자 등록 실패] [외부 수신 자리 재확인 필요] [원본 신고 지점: 18번 경계와 인접] 이상하게도 회사가 못 찾은 것은 세 번째 대표가 아니라, 회사 밖에서 전화를 기다리던 사람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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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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