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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76화
PAYLUA ORIGINAL · 제76화

퇴사자의 구조 요청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776자

오프라인 책장
'모든 미완료 출구 동시 개방.' 문구만 보면 사람을 살리는 기능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는 그 화면을 보며 회사의 단체 회식 안내를 떠올렸다. '전원 참석'이라는 글자를 보고 단 한 사람도 기뻐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열일곱 건물의 문을 한꺼번에 열면, 한 건물의 병원 격리실이 다른 건물의 금융센터 지하와 이어질 수도 있었다. 반대로 안전한 비상구가 서류 속 가짜 출구와 바뀌면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벽 앞에서 달리다 넘어질 것이다. "일괄 개방은 보류합니다." 서윤이 현장 통제망에 말했다. "구역별 실물 출입문 확인이 우선입니다." 현장 담당자들이 각자 카메라를 열었다. 병원 계단에는 수술복을 입은 직원 두 명이 서 있었고, 금융센터 지하에는 바닥 청소 중이던 협력업체 직원 한 명이 있었다. 집하장의 출고문은 트럭이 후진하는 중이었다. 한꺼번에 문이 바뀌는 순간 누구 하나라도 엉뚱한 층에 떨어질 수 있었다. "퇴사자가 전용 출구를 보면 그쪽으로 가면 되는 거 아닙니까?" 낯선 보안 담당자가 원격 회의에 끼어들었다. "안 됩니다." 서윤이 단호하게 답했다. "파란 화살표는 실물 안전 통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각 건물 책임자가 실제 문을 확인해야 해요." 나는 추가로 병원 현장에 있는 박유라 간호사에게 연락했다. 전원이 끊기면 생명 유지 설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잘못된 공간 중첩을 막겠다고 무작정 주차단기를 내리지 않도록 요청했다. 그는 오히려 우리보다 침착했다. 병상별 수동 점검표를 이미 만들어 두었다고 했다. "저희는 사람부터 봅니다." 박유라가 말했다. "서류상 퇴원이 아니라 실제 침대에 있는 사람들요." 나는 그 말을 메모장 가장 위에 올렸다. 프로젝트가 커질수록 사람 얼굴은 표의 숫자로 바뀐다. 그런데 숫자를 다시 사람으로 읽어 주는 이들이 각 건물에 남아 있었다. 그들이 있어서 중앙의 잘못된 명령 하나가 곧바로 사고가 되지 않았다. 민재가 내 곁에 다가왔다. "형, 예전엔 이런 일 생기면 서버부터 재시작했죠?" "그러게. 지금은 건물마다 살아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때도 사람이 있긴 했는데요." "맞아. 그걸 늦게 배웠지." "관리자 승인이 필요합니다." 프로그램이 응답했다. "시설 안전 담당자의 현장 중지 명령입니다." 김하린이 외부 통신으로 말했다. "자동 고용 승인과는 관계없습니다." 다행히 자동 대역 치환선을 분리해 둔 덕분에 프로그램은 즉시 누군가를 관리자로 끌어들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화면 아래 카운트다운은 계속 움직였다. 이쪽이 막히면 저쪽으로 우회하는, 익숙한 장애 복구 시스템의 끈질긴 특성이었다. 내가 인프라 엔지니어였을 때는 이런 복구력이 자랑이었다. 지금은 사람을 가둘 수도 있었다. 서윤과 나는 실제 안전 담당자의 권한으로 지점별 정지를 요청했다. 병원은 환자 동선을 보호했고, 금융센터는 지하 점검실의 방화 구역을 유지했다. 집하장은 차량 출고문과 구조 대기소를 구분했다. 누군가 한꺼번에 명령을 내리는 대신 열일곱 곳이 각자 움직였다.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순간의 자동 개방은 보류됐다. 그때 B 안쪽에서 호출기 소리가 울렸다. 세 번이었다. 우리가 정한 신호는 한 번과 두 번뿐이었다. 잠시 마이크를 열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제 방이 움직여요." 안쪽 목소리가 말했다. "도시락 두 개가 벽을 따라 움직이고 있어요. 저는 의자 옆인데 의자가 두 개가 됐어요." "움직이지 마세요. 현재 계신 곳의 바닥은 안전합니까?" "한쪽은 따뜻하고 한쪽은 차가워요. 창문 같은 데서 공기가 들어와요." 우리는 열화상과 가스 센서를 대조했다. 안쪽에 갑작스러운 화재나 연기는 관측되지 않았지만, 온도 차는 실제였다. 창문처럼 보이는 틈새는 외부 대기소가 아니라 다른 건물의 냉각실과 잠깐 이어진 듯했다. 우리가 사람을 함부로 걷게 하지 않은 판단이 옳았다. 나는 마이크를 가까이 했다. "혹시 스스로 어디로 가고 싶은지 말해 주실 수 있습니까? 오늘 우리가 길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밖으로 가고 싶어요. 제가 정말 밖에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요. 근데 다른 사람 자리에 앉으라면 안 갈래요." 그 대답을 듣고 서윤은 구조대에게 전달했다. 실물 이동 동선은 확보 전이며 당사자는 자발적 외부 이동을 원하지만 타인 대체는 거절한다고. 그런데 내 휴대전화에 회사의 오래된 승인창이 나타났다. [퇴사자의 구조 요청 접수] [구조 대상: 차도윤] "또 나야?" 나는 소리쳤다. "여기서는 누구든 내 이름만 알면 결재가 되는 거야?" 민재가 옆에서 말했다. "형, 인기 많으면 피곤하죠." "이렇게 인기 많을 거면 팬클럽 회비라도 걷자." 웃었지만 곧 문제를 찾아야 했다. 실제 구조 요청은 B에서 들어왔다. 요청 주체를 알 수 없으므로 '차도윤'이라는 이름을 넣으면 내 위치와 안쪽 사람의 위치가 병합될 위험이 있었다. 나는 그 창의 승인·취소 버튼 둘 다 누르지 않았다. 대신 공공 신고 회선을 통해 'B 내부 위치 확인 필요'라고 기록해 구조팀에 전달했다. 안쪽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문을 여는 사람이 꼭 밖에 있어야 하나요?" "대부분은요. 하지만 안에서도 열 수 있는 문을 확인 중입니다." "그럼 저 혼자 열 수 있는 문이 하나 있어요. 다만 그쪽은 회사에 출근한 적이 없는 사람만 보인대요." 내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퇴사자에게만 보이는 비상구와 비슷했다. 그러나 안쪽의 문이 실제 안전한 출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손잡이의 위치와 주변 재질만 알려 달라고 했다. 두 번째 경비가 대기소에서 촬영했던 외벽 경로도 비교했다. 손잡이와 바닥 높이가 이상하게 일치했다. "지금 당장 열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가 말했다. "밖에서 확인하고 신호 드릴게요." "저는 기다리는 게 익숙해요." 그 말에 목이 메었다. 기다리는 것을 잘하는 사람과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사람을 같은 말로 부르면 안 되었다. 우리는 실제 안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했고, 안쪽에게 선택권을 다시 설명했다. 동시에 다른 건물에서 긴급 신고가 왔다. 세림종합병원 외부 계단의 '퇴사자 전용 출구'가 갑자기 나타나 환자 보호자 한 명이 잘못된 방향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현장 직원이 제때 막아 큰 사고는 없었지만, 17개 건물의 출구가 B의 선택에 반응하고 있음은 분명해졌다. "B 안쪽에서 문을 열면 다른 곳의 문도 열린다는 겁니까?" 민재가 물었다. "연동될 가능성이 있어. 그래서 우리가 분리 작업을 하는 거야." 내가 대답했다. 서윤은 작은 독립 시험 장치로 B 안쪽의 문과 17개 현장 안내를 분리하는 임시 경로를 만들었다. 내 승인이 아니라 시설 책임자들 각자의 확인이 들어간 뒤에야 시험을 시작할 수 있었다. 초록 불이 켜졌을 때 우리는 안쪽에 말했다. "지금은 문을 완전히 열지 않고 움직임만 확인하겠습니다. 괜찮으십니까?" "네." 손잡이가 조금 돌아갔다. 열일곱 건물의 안내는 흔들리지 않았다. 한동안 모두 입을 다물었다. 문틈으로 따뜻한 공기가 흘렀다. 나무 냄새가 아니라 오래된 도시락 냄새였다. "이 길 끝에 무엇이 있습니까?" 나는 물었다. "사진 한 장이요." 상대가 답했다. "제가 찍은 사진인지는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다 밖에 서 있는데, 사진에는 아직 한 사람의 그림자가 없어요." 카메라를 돌렸더니 어둡고 작은 종이 한 장이 바닥에서 반짝였다. 사진 뒷면에는 단 하나의 문장이 있었다. [구조 요청자는 퇴사자가 아니다. 첫 안전 확인을 요청한 사람이다.] 도윤이라는 이름도, '하림'이라는 호출명도 없었다. 대신 사진 아래에 날짜가 찍혀 있었다. 2026년 10월 31일. 오후 다섯 시 오십육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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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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