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운영팀 자료실에서 검색 결과가 일곱 건 쏟아졌다. 백업 담당, 전기 안전 보조, 외주 납품 담당, 시험 시나리오 작성자, 심지어 퇴사 축하 꽃다발을 발송한 화훼업체 고객까지. 회사가 사람 이름을 정확히 관리했다고 믿는 것은 내 마지막 월급이 정시에 들어온다고 믿는 것보다 위험했다.
"일곱 명 전부 조사해야 하는 겁니까?" 민재가 물었다.
"아니. 일곱 건을 조사하는 거야." 나는 일부러 구분해 말했다. "업무 행 하나가 사람 하나는 아니지. 금융센터에서 배웠잖아."
서윤은 실제 개인정보에 접근 가능한 담당자를 따로 불렀다. 누구나 자료를 뒤지면 새로운 피해가 생긴다. 우리는 공개 가능한 작업 기록과 실물 장치의 흐름만 살폈다. 그 결과 17:57의 시험에는 공동 출입증 세 장이 사용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름 끝에 '하림'이 남은 카드도 세 장 중 하나일 수 있었다.
"공동 출입증인데 이름이 왜 붙어 있죠?" 배 소장이 물었다.
"서식 만든 사람들이 개인 카드 틀을 그대로 복사해서요." 민재가 화면을 보여 주었다. "지우지 않은 옛 견본 이름일 수도 있어요."
나는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견본 이름 하나가 실종자의 신분증이 되어 버릴 수도 있었다.
그때 도원 0층의 다른 끝에서 화재 경보가 울렸다. 구조대가 현장에 확인하러 갔고, 서윤은 B 통신을 별도의 담당자에게 인계한 뒤 나를 데리고 배관실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아무도 불을 보지 못했다. 대신 배관이 설치된 벽 위에 '외부 대기 인원 0'이라는 표지판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진짜 화재가 아닌 걸 어떻게 압니까?" 내가 물었다.
"아직 몰라요. 그래서 열하고 연기를 확인하는 거죠." 서윤은 말하면서 열화상 장비를 꺼냈다.
우리는 화재 오인 가능성과 기계식 경보 회선의 오작동을 분리했다. 자동 출근 완료라고 뜬 비상 점검자들의 이름을 믿지 않고 실제 현장 인원을 대조했다. 그중 한 명이 문이 닫히기 전에 급히 대피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실제 대피자는 한 명이었지만 시스템에는 '대피 완료 2'로 찍혔다.
기록은 원인을 설명하지 못했다. 다만 B 안쪽에서 물을 받았을 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두 번째 결과가 생겨난 것은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선택을 따라 하는 또 다른 선택.
서윤이 낮게 말했다. "이건 단순한 이름 복사에 그치지 않아요. 안전 장치가 사람의 행동을 따라 실행하는 것 같아요."
"가능한 원인부터 나누죠." 내가 답했다. "녹화 영상 재생, 연동 명령 중복, 아니면 실제로 다른 경로가 생긴 것."
현장 점검자 정라희가 휴대용 반사판 세 개를 가져왔다. 각각 다른 방향의 카메라가 한 지점을 비추도록 배치하면, 단순 영상 지연과 실물 움직임을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구조대가 사람 출입을 막고 안전을 확인한 뒤 반사판을 설치했다.
첫 번째 영상에서 그림자는 이미 사라졌고 두 번째 영상에서는 아직 문고리를 찾고 있었다. 세 번째 영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만약 같은 존재가 실제로 지나갔다면 카메라 사이에 시차가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차는 화면마다 제멋대로였다. 정라희는 원본 타임코드를 확인했는데 한 대는 현재 시각, 다른 한 대는 17:57, 마지막은 아예 시간을 표시하지 않았다.
"그래서 카메라가 많아도 확신 못 하는군요." 민재가 말했다.
"확신하지 않아서 사람이 안 다치는 거야." 정라희가 대답했다. "우리는 적어도 어느 화면이 어느 때를 보여 주는지 구별해야지."
민재는 수첩에 세 개의 작은 카메라를 그렸다. 하나에는 동그라미, 하나에는 세모, 마지막에는 물음표를 적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의외로 마음이 놓였다. 어제까지 그는 장애 보고서에 자기 이름이 찍히는 것이 두려워 말을 줄이던 사람이었다. 지금은 모르겠다는 사실을 정확히 표현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민재야, 네가 발견한 점은 기록에 남기자." 내가 말했다.
"나중에 책임 전가하는 데 쓰지는 말아요." 그가 웃었다.
"그럴 권한도 없어. 난 퇴사자잖아."
우리 앞에 새 그림자가 나타났다. 배 소장이 먼저 뒤로 물러섰다. 그 그림자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들어온 문을 향해 달려가더니 손잡이에 손을 댔다. 우리가 했던 일을 뒤늦게 따라 하는 동작이었다. 그런데 그림자가 잡은 손잡이는 실제 문보다 조금 아래에 있었다. 문이 없는 벽을 만지다 사라졌다.
민재가 입을 벌렸다. "그럼 이게 대역이에요?"
"모른다." 내가 말했다. "그런데 저 손이 잡으려던 문은 우리 눈에는 없어."
장비 기록에는 배관실 외벽의 온도 이상이 잡혔다. 물리적 흔적이 있었다. 우리는 사람 모양의 이상 현상을 공격하지 않고, 시설 접근 제한선을 치고 카메라를 다른 각도로 고정했다. 위험을 줄여야 했지만 정체가 불분명한 존재를 무작정 지우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랐다.
B 안쪽 목소리가 무전으로 들렸다. "지금 복도를 누가 걸어갔나요?"
"비슷한 움직임이 관측됐습니다. 어떻게 아셨어요?"
"식판에 그림자가 지나갔어요. 제 쪽엔 사람이 없는데."
나는 손바닥이 차가워졌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같은 행동이 관측됐다. 이 현상이 화면 하나의 오류라는 설명은 점점 부족해졌다.
작업 기록을 더 추적하다가 시험 장비 목록에서 이상한 항목을 발견했다.
[장치: 실시간 경로 보존기]
[용도: 대피 중 끊긴 영상·출입·위치 신호를 복원하여 구조대에게 안내]
[금지: 복원 경로를 실제 현재 경로로 자동 채택]
누군가 유용한 목적으로 만든 시스템이었다. 구조 상황에서 카메라가 잠시 끊기면 마지막으로 보던 경로를 보존해 줄 수 있다. 그러나 보존된 경로를 그대로 실제 문이라고 믿고 달려가면 위험했다. 특히 시스템이 그 경로로 문을 만들려 한다면.
"여기 B가 경로 보존기를 관리하던 방이었네." 나는 말했다.
"누가 고친 게 아니라 바꿨을 수도 있겠네요." 민재가 말했다.
우리는 단정하지 않았다. 장비 설계 문서에는 물리적인 복도가 생길 가능성에 관한 설명이 없었다. 하지만 실물 장치의 보조 전원 계기판이 한 번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류를 보냈다는 기록이 보였다. 출입증 연동의 잘못은 일부 설명되지만, 공간이 뒤틀린 이유는 그 너머에 있을지 몰랐다.
B 안쪽 사람에게 다시 물었다. "혹시 식판이 놓인 테이블 아래에 기계가 있습니까? 위험하면 만지지 마세요."
"있어요. 오래된 테이프를 뱉고 있어요. 종이로 된 길 그림도 있어요."
"그 그림을 볼 수 있습니까?"
"창에 비친 것만. 제 손이 닿는 쪽은 문이 아니에요."
우리는 무리하게 움직이라고 시키지 않았다. 카메라 각도를 조금 조정하자 식판 아래 장치의 측면에 경고문이 나타났다.
[시험자 귀가 확인 전 원본 경로 재생 금지]
그런데 현재 화면에는 정반대의 표시가 나왔다.
[원본 경로 재생: 활성]
누군가 시험자의 실제 귀가를 확인하기 전에 경로를 재생하고 있었다. 만약 원본 경로가 실물처럼 겹쳐지는 현상과 관계가 있다면, 우리는 출발점을 찾은 셈이었다.
그 순간 식판 위로 낡은 출입증이 미끄러졌다. B 안쪽 사람이 집어 든 것인지, 기록에 있던 영상이 반복된 것인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사진이 있던 자리에는 얼굴 대신 작은 문 모양이 찍혀 있었고, 이름 칸 아래에 또 다른 글자가 있었다.
[하림 / 실명 대신 시험 호출명 사용]
"그러면 하림은 사람 이름이 아니에요?" 민재가 물었다.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이름처럼 쓰는 시험 호출명도 있고, 실제 이름이 호출명이 된 경우도 있다.
마지막 줄을 읽고 나서야 문제의 무게가 달라졌다.
[시험 호출명 회수 시 실제 시험자의 위치 확인을 별도로 수행할 것]
누군가 호출명을 회수했다. 그러나 실제 사람이 돌아왔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름을 찾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진짜로 찾아야 할 것은 사람의 귀가였다.
제73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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