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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72화
PAYLUA ORIGINAL · 제72화

열일곱 시 오십칠 분의 도시락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918자

오프라인 책장
사람이 하나라는데 신발은 두 켤레였다. 회사 회식이라면 괜찮은 숫자다. 그러나 구조 대상 조사에서는 절대로 괜찮지 않았다. "안쪽에 다른 분이 계시나요?" 문서윤이 물었다. 스피커 속 목소리는 잠시 숨을 골랐다. "처음에 있던 사람은 한 명이었어요. 지금 들리는 발소리는… 기록에서 나오는 걸 수도 있어요. 그걸 제가 구별할 수 없어요." 누구든 자신이 보고 듣는 것을 모두 구별할 수 있다고 장담하면 안 된다. 특히 회사 서버실이 출근부를 뿜으며 복도를 복제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서윤은 불확실한 답을 그대로 기록했다. [내부 음성 응답자 1 / 추가 발소리 원인 미확인]. 배만식 소장은 B 구역의 냉각 배관을 따라가다가 낡은 식당 배식 카트를 발견했다. 이미 0층에 들어온 뒤 수십 번 봤던 평범한 카트였다. 그런데 밑바닥에 두 장의 날짜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하나는 2026년 10월 31일, 다른 하나는 회사가 이 건물로 이사 오기도 전의 생산 연도였다. 낡은 카트를 재사용했을 수도 있지만, 손잡이에는 지워진 숫자 '1757'이 또렷했다. "시각 번호라기엔 좀 이상해요." 민재가 말했다. "스티커가 일련번호처럼 생겼거든요." "그래서 원본을 볼 거야." 나는 대답했다. 회사의 오래된 시험 로그를 열었더니 오후 다섯 시 오십칠 분에 호출된 장치가 하나 나왔다. [B-0 대기 상태 유지] [생활 지원 물품: 식사 1] [대피 시험자: 미확인] [회수 완료: 시스템 입력] 나는 마지막 문구가 마음에 걸렸다. 회수 완료. 무엇을 회수했다는 것인가. 도시락통일 수도, 사람의 출입증일 수도, 말도 안 되지만 사람 자체일 수도 있었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단어 하나가 여기서는 현실의 손잡이를 돌리고 있었다. 민재가 카트에 붙은 낡은 영수증을 조심스레 비추었다. '도시락 반납 여부와 개인 귀가 여부 연동 금지'라는 문구가 바코드 아래 보였다. 아주 오래전 누군가가 지금 우리가 겪는 일을 미리 알았던 것처럼. "이건 누가 쓴 겁니까?" 서윤이 물었다. "지금 증명되는 건 그 규칙이 있었다는 사실뿐이에요." 내가 말했다. "그 사람을 찾아야죠." 우리는 B 안의 응답자에게 물었다. "도시락을 기억하십니까?" "식은 밥이었어요." 목소리가 답했다. "누가 도시락을 놓고 갔고, 저는 밥을 먹기 전에 돌아가야 했어요. 그런데 문에 '식사 완료 후 퇴실'이라고 떴죠." "먹으면 문이 열렸나요?" "아뇨. 먹으면 근무가 끝나지 않았다고 했어요. 안 먹으면 보호 대상이라고 했고요." 나는 이 회사의 급여 체계와 그 문이 설계된 방법이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무엇을 선택하든 사람을 붙잡는 장치. 그것이 시스템 오류든 의도된 악용이든, 사람에게서 선택을 빼앗는다는 결과는 같았다. 배 소장이 내 손에 보호 장갑을 끼워 주었다. "도윤아, 도시락을 건드리더라도 저 안에 손 넣지는 마라. 구조대가 아직 가스 검사 끝내지 않았다." "제가 그렇게 무모한 사람으로 보이세요?" "퇴사하자마자 다시 회사 들어온 놈한테는 그런 질문 받기 싫다." 반박할 수 없었다. 현장 보존 담당자의 허락 아래 우리는 카트의 공개 외부면만 촬영했다. 영수증 아래 또 하나의 접힌 종이가 있었다. [식사 제공자 임시명: 하림]. 하림. 출입증 마지막 글자와 이어졌다. 그러나 영수증의 날짜는 시험 당일과 달랐고, 이름 칸은 후대에 인쇄된 것처럼 깨끗했다. 초반에는 이 사람이 식사를 제공했을지, 먹었던 사람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내 휴대전화가 울렸다. 발신 표시가 특이했다. [B-0 회수 담당: 차도윤]. "또 내 이름이야?" 민재가 중얼거렸다. 받지 않고 안전 통신 장비로 대조했다. 통신의 실제 발신 단말은 식당 카트 아래 작은 구형 호출기였다. 호출기는 수신자 이름을 저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신 안내망이 가장 최근에 안전 질문을 던진 나를 '회수 담당'으로 만든 것이다. 나는 화면을 열어 강제 지정 요청을 격리했다. "그렇다고 호출기 선을 자르면 안 되겠죠?" 민재가 물었다. "그래. 안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저걸 눌러야 할지도 모르니까." 서윤은 안쪽에 현재 사용 가능한 신호 수단을 설명했다. 한 번 누르면 응답이 밖에 전달되지만 누가 눌렀는지는 자동 확인되지 않는다. 대답을 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 안에서 낮게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곧 호출기의 작은 빨간 불이 켜졌다. [지원 요청 접수 / 이름 없음] "뭐가 필요하십니까?" 내가 물었다. "물." 짧은 대답이었다. 우리는 그제야 웃지도 울지도 못할 얼굴이 되었다. 철학과 법률, 실종 기록을 따지느라 안에 있는 사람이 목마르다는 사실을 놓칠 뻔했다. 현장 안전을 확인한 뒤 밀폐 음료를 보낼 수 있는 보조 전달구를 찾았다. 완전히 개방하지 않고도 물병 한 개를 건넬 수 있는 작은 틈이었다. 구조대가 무균 포장을 확인해 전달했다. 잠시 후 목소리가 말했다. "고맙습니다." 말 한마디가 방대한 로그보다 믿음직하게 들렸다. 그 존재가 사람인지 아닌지와 별개로, 지금 목이 마르고 물을 마셨으며 고맙다고 말하는 사실이 있었다. 그런데 물병이 전달된 쪽과 반대편 카메라에 방금 건넨 물병이 보였다. 똑같은 포장, 똑같은 파란 표시. 두 곳에 동시에 있었다. 안쪽 사람이 받았다는 물병이 바깥의 카트에도 놓인 것이다. "복제된 물체일까요?" 민재가 물었다. "화면 자체가 복제됐을 수도 있지." 서윤이 대답했다. "실물을 보기 전엔 결론 내리지 말자." 나는 물병의 제조 번호와 포장에 찍힌 임의의 표시를 비교했다. 하나는 우리가 직접 쓴 검은 점 두 개가 있었고, 카메라 속 다른 하나는 점이 세 개였다. 우리가 만든 실물이 그대로 복사된 것은 아니었다. 무언가 우리 행동을 따라가며 조금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서버실 안내망은 두 병을 같은 물품으로 기록했다. [지원 물품 1개 / 전달 완료] [지원 물품 1개 / 반납 대기] [대기 직원 정원: 2] "물 한 병 먹였더니 직원을 두 명 만들어?" 내가 말했다. 그보다 앞서 우리는 물병 전달 경로에 작은 표식을 하나 더 달았다. 임시 보급 기록의 물품 번호와 실제 물병이 동일한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물병의 사진을 찍을 때마다 B 카메라 화면이 한 박자 늦게 따라왔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바깥 카메라가 새 물병을 비추면 안쪽 화면에는 뚜껑을 열기 전 상태가 잠깐 나타났다. 기록된 지난 화면과 지금 화면이 엇갈리는 모양이었다. 서윤은 종이에 두 줄을 그었다. 하나는 실제 전달 경로, 하나는 화면에 나타나는 경로였다. "지금 같은 번호가 두 군데 보이는 게 반드시 물병이 두 개라는 뜻은 아니에요. 표식이 복사됐거나 오래된 화면이 재생될 수도 있죠." "그럼 안쪽 사람이 실제로 받은 건 확인됐습니까?" 내가 물었다. "마신 소리가 들렸고, 본인이 받았다고 말했어요. 그건 기록하되 물리적으로 한 개만 갔다고 확정하지 않는 거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장에서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적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우리는 자판기 고장 원인을 분석할 때에도 '아마 센서'라는 말을 지나치게 쉽게 썼다. 그런데 지금은 센서가 틀리면 사람이 길을 잃는다. 안쪽 목소리가 소심하게 물었다. "물 더 달라고 해도 돼요?" "그럼요." 내가 대답했다. "안전한 보급 경로를 확인한 뒤 보내 드릴게요. 부탁하셔도 누구 이름으로 출근 처리하지 않겠습니다." 민재가 허탈하게 웃었다. "회사 복지 확장 속도 하나는 최고인데요." 하지만 그 농담은 오래가지 못했다. 두 번째 카메라에서 누군가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손목에 오래된 출입증 줄이 감겨 있었다. 글씨가 떨어져 나간 카드의 마지막 이름 부분에 선명한 글자가 하나 더 보였다. '하림'. 이번에는 두 글자였다. 그래도 그것이 문 안에 있는 사람의 이름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우리는 한 걸음 가까워졌다. 도시락은 직원의 귀가 확인서가 아니었고, 누군가 여전히 배고픈 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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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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