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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71화
PAYLUA ORIGINAL · 제71화

손잡이를 돌린 사람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882자

오프라인 책장
서버실 B의 바닥에서 손잡이가 돌아갔다. 정확히 말하자면 바닥이던 곳에 생긴 문에서였다. 방금 전까지 멀쩡한 철제 격자가 있던 자리에 누군가 세로로 문을 세운 것처럼 보였다. 도원솔루션의 건축 설계도에는 그런 문이 없다. 일곱 해 동안 회사에서 밤을 새운 내 경험에도 없다. 굳이 비슷한 것을 찾자면, 고객이 월요일 아침에 보내는 '금요일 밤까지 해 주세요'라는 메일 정도였다. 없던 일정이 갑자기 생겨난다는 점에서만. "뒤로 세 걸음." 문서윤이 말했다. 나는 곧바로 세 걸음 물러났다. 배만식 소장이 지면에 분필선을 긋고, 구조대원 한 명이 휴대용 가스 측정기를 들어 올렸다. 문이 실제 통로라면 안쪽 산소 농도부터 확인해야 했다. 영상 위에 덧씌워진 가짜라면 금속 막대로 바닥을 잘못 두드리는 순간 진짜 배관을 파손할 수도 있었다. 안쪽에서 두 번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마이크를 켰다. "안에 계신 분. 차도윤입니다. 문을 억지로 열지 않겠습니다. 제 말이 들리면 한 번만 두드려 주시겠습니까?" 한 번. "지금 움직이실 수 있습니까?" 두 번. 아까 두 번은 무엇을 뜻했을까. 질문도 없이 우리가 미리 뜻을 부여했다는 생각에 입술을 깨물었다. 서윤이 내 팔을 잡았다. "두드림 횟수는 약속한 적이 없어요. 다시 정합시다. '예'는 한 번, '아니오'는 두 번. 답할 수 없으면 대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그 문장을 읽어 주었다. 문 너머에서는 잠시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러다 한 번, 아주 선명한 소리가 났다. "좋습니다. 지금 계신 곳에 불이나 연기가 있습니까?" 두 번. "바닥이 흔들리거나 물이 들어옵니까?" 한 번. 짧은 침묵 뒤에 한 번 더. 약속한 신호가 아니었다. 그 사람이 질문에 동의하지 않은 것인지, 바닥이 두 번 흔들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순간 내 휴대전화 화면에 파란 글자가 떴다. [퇴사자 전용 문 확인] [안쪽 근무자를 대체하여 개방하시겠습니까?] 그 문장은 얼마나 친절하게 생겼는지, 손가락을 갖다 대기만 하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 같았다. 대신 근무자가 된다는 것은 나 역시 안에 갇힐 수 있다는 뜻이었다. 더 나쁜 것은 그 이름 모를 사람을 나가게 해 준다는 보증도 없다는 점이다. "거절." 나는 혼잣말을 했다. "내가 아직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할 것 같냐. 퇴직금도 정산 안 해 줬으면서." 민재가 툭 웃다가 다시 진지해졌다. "형, 화면에는 뭐가 떠요?" "나랑 안쪽 사람을 교환하래. 이걸 절대로 누르지 말자." 서윤은 즉시 각 현장 담당자에게 알렸다. 교환 명령을 수락한 사람이 다른 곳에서도 생길 수 있었다. 경고문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안전 안내로 바꾸기 위해, 우리는 '알 수 없는 대체 근무 승인 버튼을 누르지 말 것'이라고 적었다. 괜히 '퇴사'라는 글자를 크게 써서 회사 시스템이 새 퇴직 신청으로 오인할까 봐서였다.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 버튼, 아직 있나요?" "네. 하지만 누르지 않았습니다." "잘하셨어요. 전에 누른 사람은 복도만 건너왔어요. 이름은 돌아갔고." 나는 서윤과 눈을 마주쳤다. 처음으로 현재형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녹음된 문구가 아니라 우리의 방금 행동을 아는 응답이었다. 물론 이것만으로 안의 존재가 살아 있는 인간이라는 증명은 아니었다. "성함을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이름표가 문에 걸렸죠?" "마지막 글자만 남아 있습니다. 림으로 보여요." "아, 아직 거기 있구나. 그건 제 게 아닐 수도 있어요. 시험 때는 돌려 썼으니까." '…림'이라는 글자를 보고 누구인지 맞히려던 우리는 순간 말을 잃었다. 회사 출입증을 돌려 쓰면 안 된다고 교육하는 보안팀이, 정작 이런 시험에서 출입증을 공유했다니. 믿기 어려우면서도 이상하게 현실적이었다. 배 소장이 모니터의 낮은 점검 화면을 가리켰다. 손잡이 밑으로 미세한 바람이 흘렀다. 열화상 카메라에서는 사람이 있을 법한 따뜻한 윤곽이 하나 보였다가, 수십 초 뒤에는 바닥 배관의 열기와 뒤섞였다. 화면에 뜬 가장 뜨거운 지점만 따라가면 사람 대신 보일러를 구조할 판이었다. "지금 손잡이에서 손 떼실 수 있습니까?" 서윤이 물었다. "힘주고 계시면 위험할 수 있어요. 우리가 안전 확인부터 할게요." "손을 떼면 문이 닫혀요. 그런데 계속 잡으면 밖에 있는 사람이 안으로 오라고 떠요." 목소리에 피로가 묻어났다. 우리는 임시 고정대를 설치할 수 있는지 건물 구조기술자에게 물었다. 무턱대고 쐐기를 박지 않았다. 철제 격자 옆의 비상 공기 순환구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확인했고, 현장 기술자가 손잡이에 힘을 주지 않아도 통로를 유지하는 지지대를 설계했다. 출입증이나 인사 시스템과 연결되지 않는 순수한 기계 장치였다. 작업이 끝나자 안쪽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문이 안 닫혀요." "네. 이제 잠깐 손을 쉬셔도 됩니다." "그런 것도 돼요?" 도윤솔루션이라는 가상의 회사를 차려도 저 말을 직원에게 듣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는 도원솔루션에서 7년이나 일하며 비슷한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쉬어도 되는지 몰라서 퇴근하지 못하는 사람들. 이번엔 진짜 문 하나가 그 일을 하고 있었다. 안쪽에서 손잡이를 놓는 소리가 났다. 문은 여전히 서 있었다. 우리가 한 일은 대단한 구조가 아니었다. 여전히 한 사람인지도 모르는 응답자가 어둠 속에 있었고 바깥의 실제 이동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모두의 표정이 조금씩 달라졌다. 누군가 손잡이를 계속 잡아야만 안전하다는 가정을 처음으로 깨뜨렸기 때문이다. "내부 응답자분, 손에 통증은 없으십니까?" 구조대원 최규식이 무전으로 물었다. "손바닥이 따끔거려요. 오랫동안 잡은 것 같아요." "물집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면 알려 주세요. 다치셨다면 치료 방법을 설명할게요. 손을 움직이라고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상대는 잠깐 망설이다가 손가락이 움직인다고 답했다. 의사가 원격으로 응급 처치의 범위를 설명했고, 통로가 개방되면 실제 상태를 검사하기로 했다. 내 화면에는 그 일련의 대화가 [작업자 손상률: 경미]라는 숫자로 축약돼 나타났다. 누군가 아프다고 말하는데 프로그램은 숫자 하나를 생성했다. 나는 그 숫자를 안전 판단의 유일한 기준으로 쓰지 않겠다고 서윤에게 말했다. 배 소장은 문옆에 붙은 날씨 센서 기록을 확인했다. 바깥은 맑고 바람이 약했지만, 안에서는 식당 환풍기 소리와 빗소리가 번갈아 들린다고 했다. 같은 문이 두 장소를 비추는 것인지, 옛 녹음을 재생하는 것인지 확실치 않았다. 우리는 현재 실물의 공기와 온도, 환기 상태를 따로 기록했다. 그러는 동안 손잡이 고정대의 나사가 아주 미세하게 풀렸다. 배 소장이 즉시 작업을 멈추고 이중 지지대를 추가했다. "사람 손으로 버틸 때는 끊어져도 누가 아픈지 보이는데, 기계가 버티면 고장 나는 순간까지 모를 수 있지." 그가 말했다. 안쪽 목소리가 그의 말을 들었는지 물었다. "고장 나면 알려 주실 거죠?" "네. 우리가 먼저 설명드릴게요. 숨기지 않을 겁니다." 그 말은 지금 당장의 기술보다 중요한 약속처럼 들렸다. 화면의 파란 글자가 바뀌었다. [대체 근무 요청: 실패] [문 유지 책임자: 미지정] [통로 상태: 안정화 시험 중] 우리는 모두 숨을 쉬었다. 그러나 곧 다른 화면에 문구가 떠올랐다. 영상 보관 시스템이 아니라 서버실 B의 오래된 안전 카메라였다. 카메라는 우리와 반대쪽 문턱을 비추고 있었다. 그 안쪽 바닥에 운동화 두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안에는 혼자 계십니까?" 내가 물었다. 이번에는 대답이 없었다. 이어 화면 왼쪽에서 누군가 운동화 한 켤레를 들어 올렸다. 카메라에는 손이 보이지 않았다. 동영상이 끊기는 것인지, 정말 다른 존재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만 안쪽 목소리가 작게 말하는 것은 들었다. "혼자였어요. 처음에는요." 그리고 문 너머에서 아주 느린 발소리가 두 방향으로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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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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