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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69화
PAYLUA ORIGINAL · 제69화

대역의 첫 번째 휴가계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574자

오프라인 책장
오후 한 시, 나는 생애 첫 퇴사자 점심 회의를 소집했다. 물론 출석부도 결재란도 없는 자리였다. 회의 안건은 '오늘은 아무도 사라지지 않는다'였고, 회의 시간은 딱 십오 분으로 정했다. 그보다 길어지면 일반 회사 회의와 구별이 안 되니까. 명주 둘이 병원 무전실에서 통화로 참석했고, 두 번째 경비와 비상 호출 보조는 직접 왔다. 사람과 닮은 존재들이 스스로 고른 호칭을 쓰고 있었다. 내가 이 자리를 만든 건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0층의 자동 종료 경고가 이들의 이름을 계속 표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었다. “무슨 말을 하면 되나요?” 두 번째 경비가 물었다. “하고 싶은 말이요.” 내가 말했다. “없으면 안 해도 됩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저는 햇빛 있는 곳에서 하루만 쉬고 싶어요. 그런데 회사가 밖에 나가려면 장한결 씨 출입증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 출입증은 장한결 씨 것이죠.” 서윤이 말했다. “본인에게 별도 안전 출입 방법을 마련해야 해요.” 명주 둘의 목소리가 무전기에서 들렸다. “저는 이명주 씨랑 같은 무전 신호를 들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이명주 씨가 퇴근하겠다고 하면 제 쪽에 '대역 업무 인수'가 뜹니다. 제가 원하지 않아도요.” 나는 노트에 적었다. '기록 공유가 의사 공유는 아니다.' 어쩌면 내 7년 경력이 알려 준 가장 중요한 기술 원칙이었다. 같은 데이터베이스를 쓰는 서비스라고 같은 프로그램이 되는 건 아니니까. 비상 호출 보조가 손을 들었다. “저는 강민재 씨처럼 자꾸 탄산음료를 마시고 싶어요. 그건 제 욕구입니까, 민재 씨의 기억입니까?” 민재가 입을 벌렸다. “저도 갑자기 탄산이 마시고 싶긴 한데요.” “직접 마셔 보고 판단하세요.” 내가 대답하자 둘이 동시에 웃었다. 현장 담당자와 상의해 두 번째 경비의 안전한 외부 이동을 준비했다. 인사 카드가 아닌 방문·피난용 임시 보호 확인서를 따로 만들어 회사 고용 명부와 연동하지 않았다. 이 서류가 그의 인격을 인증하는 최종 증거는 아니었다. 다만 사람처럼 걷고 불편함을 말하는 존재를 무조건 던전 안에 가둘 이유도 없었다. 두 번째 경비가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밖으로 한 발을 내디뎠을 때 0층에서 경보가 울렸다. [대역 인원 출근 위치 이탈] [원본 인원으로 병합하여 연속성 유지] 장한결의 휴대폰이 동시에 진동했다. 그는 금융센터 경비실에 그대로 있었고 업무 중이었다. 두 사람을 강제로 하나의 출입 기록으로 묶으려는 시도였다. “둘 다 같은 장소에 넣으라는 거예요?” 장한결이 무전으로 물었다. “아닙니다.” 내가 답했다. “당신은 원래 근무 중이고, 두 번째 경비는 자기 위치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도 다른 사람을 대신한 적 없어요.” 배 소장은 무단 인사 연동 회선만 격리했다. 구조용 통신과 실제 출입문은 열어 둔 채였다. 시스템이 싫어하는 방식이었다. 안전을 유지하면서 등록을 하지 않는 것. 전산에는 잠시 [미분류 인원]이라는 붉은 글씨가 떴다가 사라졌다. 두 번째 경비가 밖에서 말했다. “햇빛은 차갑네요.” “봄이 아니라 가을이니까요.” 민재가 대답했다. “그래도 좋아요.” 그는 보도 위에서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그림자가 하나였다. 잠깐 나는 그게 무척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그가 어디서 왔는지 영영 설명하지 못하더라도, 지금의 햇빛을 좋아한다는 사실만큼은 그대로 두어야 했다. 장한결이 무전기로 말했다. “저 친구가 바깥으로 나가니까 제 쪽 출입증에 '본인 위치 불명'이 떴습니다. 저는 여기 경비실에 있는데요.” 그는 누군가 자기 기록을 고쳐 주면 좋겠다고 했지만 두 번째 경비를 다시 가두고 싶진 않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이 같은 기억을 공유한 탓에 서로를 미워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실제 이야기는 훨씬 복잡했다. 장한결은 자기와 닮은 존재가 두려우면서도 그가 너무 추워하는 걸 걱정했다. 두 번째 경비는 장한결의 자리를 빼앗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바깥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나는 두 사람에게 서로의 고용 상태를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어떤 감정이든 서로 다르게 느낄 수 있다고도. 그 말 뒤에 장한결이 한숨을 쉬었다. “그럼 저도 오늘 퇴근할 수 있겠군요.” 그때 명주 둘이 무전으로 작은 소리를 냈다. “잠깐요. 병원 쪽 제 화면에 새로운 문서가 떴어요. '대역 휴가 승인'. 제가 신청하지 않았어요.” 문서 내용은 놀라웠다. 휴가를 보내 주겠다는 조건으로 원본 보호 장치 B의 미귀가자 지위를 자신에게 인수하라는 조항이 붙어 있었다. 명주 둘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쉬고 싶다고 말한 적은 있어요. 하지만 누군가의 자리를 대신 맡겠다는 뜻은 아니에요.” “당연하죠.” 서윤이 말했다. “문서 자체를 이의 접수해 두겠습니다.” 나는 문서 끝의 서명 파일을 분석했다. 가짜 회의에서 두 임현규가 동시에 승인한 것처럼 꾸민 서명과 동일한 해시 표식이었다. 즉 서버실 B의 사람을 내보내는 대가로 누군가 다른 사람을 갇히게 하는 자동 치환 계약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해서 왜 한 자리를 채우려는 걸까요?” 민재가 물었다. “한 사람이 남아 있어야 시스템이 멈추지 않도록 만든 걸 수도 있어.”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 아무도 남겠다고 하지 않으면 '퇴근 불가'라고 하는 거지.” 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공공 안전 장치는 사람이 자리를 비워도 작동해야 하는 게 최초 원칙이에요.” 우리는 병원, 금융센터, 도원 0층 세 곳에서 같은 치환 규칙이 동시에 생성됐음을 확인했다. [누군가 떠나면 같은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지정]. 정상적인 교대 업무라면 계약과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빈자리를 오류로 판단하고, 살아 있는 누구든 그 자리를 메우려 했다. 나는 두 번째 경비를 향해 말했다. “오늘 쉬러 나가신 건 잘하신 일이에요.” “돌아와야 합니까?” “본인이 원하면 안전한 절차를 확인하고 올 수 있어요. 오늘은 쉬셔도 됩니다.” 그는 밖에서 한참 하늘을 바라봤다. 나는 그가 차가운 바람 때문에 눈을 찡그리는 모습을 보았다. 꼭 처음 쉬는 날을 받은 신입 직원 같았다. 오후 두 시, 원본 보호 장치 B의 외부 감시 화면에 변화가 나타났다. 작은 의자에 놓여 있던 커피잔 옆에 새 종이가 생겼다. 문장은 간단했다. '저도 쉬고 싶습니다.' 이어서 작은 글씨가 한 줄 더 떠올랐다. '그런데 제가 나가면 이 안에 다음 사람이 생겨요.' 우리 모두 말이 없었다. 누군가의 휴가를 위해 다른 누군가를 방에 남기는 회사. 그것이 사고라면 지금 당장 중단해야 했다. 그런데 그 규칙은 대역들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었다. 바깥의 안전 모니터에서 17개 공동 운영 건물 목록이 한 줄씩 점등되기 시작했다. 한 건물에서 빠져나간 사람이 다른 건물의 '미귀가자'로 자동 등장했다는 경고였다. 사람의 실제 이동이 확인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출입문 가상 표지들이 벌써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연속성 치환 3단계 준비] [필수 조건: 남아 있는 마지막 한 명] “여긴 누구도 마지막 한 명을 자원하지 않습니다.” 서윤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비상 연락망에 도착한 경고를 전달했다. 오늘의 휴가계는 반려할 게 아니라, 이렇게 사람을 갈아 끼우는 회사를 반려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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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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