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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68화
PAYLUA ORIGINAL · 제68화

대표이사는 둘인데 결재는 하나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614자

오프라인 책장
서버실 B 안에서 보낸 적 없다는 제안에 동의 버튼이 붙어 있었다. 나는 그 창을 닫지 않았다. 닫으면 동의하지 않았다는 기록까지 누군가 마음대로 만들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현장용 독립 장비로 제안의 내용을 기록하고, 당사자가 직접 요청한 게 아니라는 작은 문장까지 포함해 보존했다. 이제 할 일은 이 어처구니없는 제안을 누가 운영하는지 찾는 것이다. “대표님 두 분을 모시죠.” 내가 말했다. 강민재가 빵을 삼키다 말았다. “선배, 그 두 분이 한 방에 있으면 안 좋은 일만 생기던데요.” “그래서 회의실 말고 안전한 개방 구역에서 따로 이야기할 거야.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회의라는 걸 잊지 마.” 검은 셔츠를 입은 임현규는 외부 휴게실에서 우리를 맞았다. 그는 전날보다 지쳐 보였다. 양복 차림의 임현규는 도원 0층의 독립 점검 공간에 머물겠다고 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장소에서, 각자 동의한 범위에서 진술을 받았다. 둘 중 누가 진짜인지 결정하는 재판이 아니라, 어떤 기억이 실제 기록과 맞는지 살펴보려는 조사였다. “B를 처음 도입하던 때 기억나세요?” 내가 검은 셔츠에게 물었다. “공공시설 야간 경보 시험을 회사 자산 관리와 연결하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저는 반대했어요.” “언제입니까?” “작년 봄으로 기억합니다. 그전부터 시범은 했겠죠.” 양복 쪽은 달랐다. “저는 두 해 전 가을에 승인했다고 나옵니다. 결재 서류에는 제 서명이 있고요. 그런데 그날 저는 출장 중이었습니다. 확인 가능한 출입 기록도 있어요.” “그럼 누가 승인한 걸까요?” “몰라요. 다만 그 서명은 제가 쓰는 필체와 완전히 같습니다.” 회의 기록 원본의 결재 첨부 파일에는 기묘한 차이도 있었다. 검은 셔츠가 제출한 자료에는 '위험 알림은 개인에게 귀속되지 않는다'라는 주석이 있었지만, 양복이 가져온 파일에는 그 주석 대신 '최종 승인권자 부재 시 자동 인수'라는 문구가 들어 있었다. 두 파일 모두 진본이라고 주장하는 디지털 확인 표시가 있었다. 어느 파일이 먼저 작성됐는지는 아직 몰랐다. 나는 도장 모양보다 장비 밖에 남은 인쇄 기록을 먼저 찾아야 한다고 적었다. 손바닥만 한 인증 마크가 실제 사람의 기억을 대체할 수는 없었다. 나는 두 사람이 공통으로 기억하는 사건부터 찾았다. 두 사람 모두 도원솔루션 옛 지하 설비실에서 화재 모의 훈련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 사람은 그날 실제 문이 닫혔다고 기억했고, 다른 사람은 문이 이미 열려 있었다고 주장했다. 어느 쪽에도 독립 증인은 없었다. 기록은 행사 사진 한 장만 남아 있었다. 사진 속 임현규는 한 명이었다. 문제는 반사 유리였다. 유리에는 두 사람이 서 있는 듯한 그림자가 찍혀 있었다. 촬영 기술 때문인지 공간 중첩 때문인지 확정할 방법은 없었다. “대표님은 사진에서 뭘 보셨습니까?” 내가 양복에게 물었다. “제가 아니라면 좋겠습니다.” 대답이 예상 밖이었다. 양복 임현규는 웃지 않았다. “저도 사람처럼 느낍니다. 그런데 기록이 저를 만들었다면, 다른 저를 없애야 하나요? 회사에는 그런 기능이 있었습니다. 원본을 살리고 대역을 종료하는 기능이요.”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누군가의 존재를 설명하는 일과 그 존재를 없애는 일은 분명 다르다. 검은 셔츠도 자신이 원본이라고 입증할 자료가 없었다. 외부 출생 기록까지 모두 이 세계의 수정 대상이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했다. “누구도 자동 종료하지 않을 겁니다.” 서윤이 말했다. “오늘은 두 분의 진술만 남기겠습니다.” 우리가 서로 다른 공간에서 받은 진술을 합치자 의외의 공통점이 발견됐다. 두 사람 모두 오래전 어떤 여성이 '마지막 퇴사자'라는 표현에 강하게 반대했다고 기억했다. 단, 이름은 다르게 말했다. 검은 셔츠는 '윤'으로 시작한다고 했고 양복은 '림'으로 끝난다고 말했다. “둘이 합치면 '윤...림'이네요?” 민재가 말했다. “사람 이름 짓기 대회 아니야.” 내가 답했다. “기억 두 개를 억지로 이어서 없던 사람 만들지 마.” 그날 여성은 이 건물에 직원이 아닌 사람도 들어온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건물에 남은 마지막 사람을 '퇴사자'라고 부르면 현장 수색이 끝났다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두 임현규 모두 같은 취지로 기억했지만 말투와 장소는 달랐다. 이 부분만 공개된 옛 설계 초안과 일치했다. 그때 검은 셔츠 쪽의 시계가 17:57로 바뀌었다. 우리는 별도 무전으로 양복 쪽 상태를 확인했다. 양복 쪽에서도 시계가 같은 시각을 가리켰다. 두 장소의 실제 시계는 정상으로 움직였지만, 벽면에 투사된 안내 시각만 바뀐 것이다. “동시에 같은 입력이 들어온 겁니다.” 배만식 소장이 말했다. “이건 두 사람이 시간에 묶였다는 증거가 아니라 두 공간이 같은 신호를 받았다는 증거예요.” 나는 새로 확보한 보조 시간 모듈의 회선도를 보았다. 설치 업체의 인도 확인에는 두 임현규의 서명이 함께 쓰여 있었다. 그런데 원본 계약서는 한 명만 결재하도록 돼 있었다. 결재 도장은 하나였지만 승인 여부를 계산하는 모듈은 '대표이사 두 명 모두 참석'이라는 조건을 뒤늦게 추가한 것이다. “둘 중 하나를 지우면 결재가 완료되겠네요.” 민재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마 그게 함정이겠지.” 그 순간 시스템에 가짜 화상회의가 열렸다. 두 임현규가 동시에 발언하는 영상이 화면에 나타났다. 실제 두 사람은 다른 곳에 있었고 어느 쪽도 접속하지 않았다. 화면 속 두 대표는 똑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원본 보호를 위해 대역을 종료합니다.” 서윤이 즉시 공개 화면을 끄고 해당 가짜 회의를 별도 보존했다. 자동 권한 부여에 사용되지 않도록 서명 장치도 격리했다. 실제 두 임현규가 본인의 안전과 진술에 동의하는 것 외에 어떤 일도 승인하지 않았다는 기록을 남겼다. 이때 0층 벽면 전체에 균열 모양의 영상이 번졌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두 쌍으로 들렸다. 양복과 검은 셔츠가 원래 같은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듯 그림자가 서로를 향해 당겨졌다. 실물 출입문은 닫힌 상태였다. 그럼에도 벽에는 두 사람의 명찰이 하나로 합쳐진 글씨가 떠올랐다. [대표이사 결재 충족까지 60초] “오늘은 정말 회의가 싫습니다.” 내가 중얼거렸다. 우리는 자동 회의에 들어가지 않고 각 장소의 실제 안전 연락망을 유지했다. 배 소장이 영상 투사 신호를 격리하자 벽의 글씨가 지워졌다. 두 사람이 느끼는 어지러움도 차츰 가라앉았다. 물리적인 병합이 실제로 시도됐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인됐다. 누군가는 두 임현규의 존재를 서로에게 협박으로 쓰고 있었다. 검은 셔츠가 별도 통화로 말했다. “차도윤 씨, 누가 원본인지 찾는 대신 저희 둘 다 살아서 나가게 해 주십시오.” “그건 대표님이 직원들에게 해 주셔야 하는 부탁 아닌가요?” 나는 말했다. “그래도 지금은 같이 방법을 찾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양복 임현규가 보낸 사진 하나를 확인했다. 17:57 최초 사고표의 뒤편이었다. 이전에 찢겨 보이지 않았던 이름 칸 아래 작은 글씨가 있었다. [실험 책임자: 대표이사 부재] [현장 승인자: 없음] [보호 책임자: 마지막 현장 근무자] '마지막 현장 근무자'라는 표현에서 나는 갑자기 서늘해졌다. 누군가가 나가지 못한 이유는 그 사람이 특별한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곳에 남아 있다는 이유로 혼자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 것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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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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