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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67화
PAYLUA ORIGINAL · 제67화

내일의 내가 보낸 적 없는 메일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550자

오프라인 책장
미래의 나는 이메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현재의 나도 좋아하지 않는다. 회사 메일함을 열어 보면 우주에 존재하는 미해결 문제가 전부 나를 참조로 등록한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일의 차도윤'은 제법 부지런했다. 새벽에 이어 오전에도 내게 메일을 보냈다. 웃긴 건 내가 그 메일을 쓴 적 없다는 점이었다. [발신: 내일의 차도윤] [제목: 복구 결과 재확인] [첫 번째 퇴사자는 문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대신 열여덟 번째 사람을 보내라.] 나는 읽자마자 '대신'이라는 단어부터 표시했다. 대체로 회사에서 대신이라는 말이 나오면 누군가 오늘 집에 못 간다. 특히 대신 '사람'을 보내라는 건 위험했다. “이건 제가 발송한 게 아닙니다.” 나는 문서윤과 황규태 앞에서 말했다. “원본 헤더를 볼 수 있나요?” 황 팀장이 물었다. “보낸 곳이 어디인지 정도만. 그걸 봤다고 발신자를 확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서윤이 독립 분석용 단말을 준비했다. 원문 메시지는 자동 열람만 해도 확인 응답이 나갈 수 있어 격리된 사본으로만 분석했다. 생성 시각은 어제 밤 23시 49분. 발송 예약은 오늘 오전 11시 17분이었다. 앞선 메일과 같은 대기열이지만 수신 대상이 달랐다. 처음에는 [18번 외부 관찰자]였고 이후 [차도윤]으로 바뀌었다. 누군가 자동 규칙을 돌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누가 바꾼 겁니까?” 민재가 물었다. “대기열에는 변경 계정이 [승인권자 없음]이라고 뜹니다.” 내가 말했다. “없음이 승인하는 회사라니, 효율성의 끝이네.” 원본 서버에서 변경을 일으킨 스크립트 이름을 확인했다. [SAFE_EXIT_BACKFILL]. 안전 출구의 누락된 기록을 채우는 보정 프로그램이었다. 처음 만들어진 취지는 사고 당시 빠진 안전 경고를 다시 전송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최신 버전의 입력창에는 사람 이름을 채워 넣는 동작이 추가돼 있었다.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과 사람의 책임을 자동 지정하는 기능이 하나로 묶인 것이다. “그런데 '열여덟 번째 사람'은 누구죠?” 서윤이 물었다. “18번 출구를 사람 번호로 오역한 걸 수도 있어요.” 내가 대답했다. “아직 실제 인원으로 보면 안 됩니다.” 그때 서지완이 다가왔다. 그녀는 자기 노트북을 들고 있었다. 첫 출근을 위해 가져온 기계였다. 회사의 출근부와 연결되지 않은 개인 파일을 보여 주겠다는 허락을 먼저 구했다. 화면에는 어제 밤에 적었다는 메모가 있었다. '0층은 사람을 기다리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없을 때도 신고를 받는 곳.' “전 이걸 왜 적었는지 기억이 없어요.” 지완이 말했다. “어제 버스에서 알림을 보고 그대로 받아 적은 것 같아요.” “누가 보낸 알림인데요?” “발신인이 없어요. 그런데 내일 날짜로 보냈다는 기록만 남았어요.” 나는 같은 대기열의 발신 표시를 조사했다. 메일 헤더의 실제 시간은 지난밤이었다. 지완이 보았다는 '미래' 날짜는 예약 발송 문자열이었다. 그 일부는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왜 그녀에게만 미리 알림이 왔는지, 왜 그녀의 그림자가 때때로 반대로 흐르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지완 씨, 그 파일도 증거로 남길지는 본인이 결정하세요.” 서윤이 말했다. 지완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본은 남길게요. 대신 제가 18번 자리의 대표가 되는 건 거절합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단말에 작은 오류창이 떴다. [18번 승인권자 재지정 실패]. 우리가 직접 신청하지도 않은 기능이었다. 나는 짜증이 나서 고개를 저었다. “이 회사가 참 집요해요. '입사하고 싶다'고 말한 사람은 대기시키고, '입사 안 한다'고 말한 사람한테 출근하래요.” 다음 현장 점검을 위해 우리는 0층의 공용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 난간에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의 그림자가 있었다. 서지완의 그림자와 비슷했지만 지완은 그 자리에 없었다. 그림자만 계단 위를 올라가더니 벽 속으로 사라졌다. 카메라에는 그림자의 모서리만 찍혔다. “영상 투사 장치가 또 있나요?” 민재가 물었다. 배 소장이 벽 안 전원을 확인했다. 전자 장치의 흔적이 있었지만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나는 실제 공간의 이상을 단순히 메일 위조 사건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누군가 만든 스크립트가 모든 불가능을 만들어 냈다고 주장하면 편하겠지만, 도저히 그렇게 끝낼 수 없는 증거가 너무 많았다. 한참 뒤 배 소장이 새로운 모듈의 외부 라벨을 발견했다. [원본 보호 장치 B 보조 시간 동기화]. 설치 일자는 이틀 전. 서명은 황규태였다. 황 팀장은 자신이 보안 접근 권한 회수서를 승인했다고 인정했지만, 시간 동기화 장비의 실제 설치를 맡은 적은 없다고 했다. 실물 발주서는 다른 법인, 미래기록관리협의회로 연결돼 있었다. “저게 서버실 B 안과 밖의 시간을 다르게 보이게 하는 장치인가요?” 민재가 물었다. “장치 이름만으로는 모르지.” 나는 손으로 모듈을 가리켰다. “실제 시계 보정 기록을 보면 어떤 값이 뒤집혔는지 알 수 있어.” 우리는 제조사에 설치 확인을 요청했고, 임의로 선을 뽑지 않았다. 연결선은 안전 경보에도 일부 이어져 있었다. 무턱대고 끊으면 이번엔 실제 신고가 묻힐 수 있었다. 그때 내 개인 휴대폰에 알림이 왔다. 업무 메일함이 아니었다. 7년 전 입사할 때 쓰던 사진 파일이었다. 파일은 새로 생성된 것처럼 표시됐고 이름은 LEAVE-01-A였다. 사진 속 나는 배경에 없는 사람과 나란히 서 있었다. 누가 찍었는지 모르는 얼굴은 흐릿했다. 그러나 내 어깨 위에 올라온 손은 선명했다. 손목에는 낡은 표찰이 하나 있었다. [현장 복귀 미확인]. “제가 과거 사진을 고친 건가요?” 민재가 물었다. “그럴 리가.” 나는 화면의 파일 정보를 저장했다. “원본 사진이 따로 있어. 누가 지금 이걸 덧씌운 건지 비교해야 해.” 원본을 찾아 나란히 띄우자 차이가 보였다. 원래 사진에는 나 혼자 있었다. 새 파일은 배경과 그림자까지 자연스러웠다. 더 이상한 것은 화질이었다. 오래된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이 분명한데, 새 파일에 찍힌 사람의 손은 최신 카메라처럼 깨끗했다. 서윤은 잠시 내 옆에서 사진을 보고 말했다. “누가 도윤 씨를 최초 퇴사자로 만들려는 이유가 있군요.” “제가 딱 만만해 보이나 봅니다.” “아니요. 시스템에서 도윤 씨는 퇴사했고, 동시에 실제로 걸어 다니니까요. '나갈 수 있는 사람'과 '기록상 끝난 사람'을 동시에 갖춘 드문 사례예요.” 그 문장을 듣자 웃음이 사라졌다. 누군가 내 이름을 이용해 서버실 B의 실패한 실험을 다시 실행하려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 순간 메일함에 새로운 문장이 나타났다. [안내: 제1 퇴출자 대리 후보에게] [귀하가 남은 사람을 대신한다고 동의하시면, 복도 중첩 현상을 즉시 종료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는 큼지막한 [동의] 버튼이 있었다. 그리고 전혀 반갑지 않은 숫자가 보였다. [제안 유효 시간: 00:07:00] “또 카운트다운.” 나는 의자를 끌어 앉았다. “우리 회사가 근무시간은 무한대로 주면서 선택 시간은 꼭 7분만 줍니다.” 내가 버튼 대신 원본 복사본 추출을 요청하자, 카운트다운 아래 아주 작은 글씨가 드러났다. [본 제안은 서버실 B 내부의 당사자가 전송한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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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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