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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66화
PAYLUA ORIGINAL · 제66화

끝나지 않은 도시락 시간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597자

오프라인 책장
회사에서 가장 잔인한 말은 '점심 먹고 하죠'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면 일이 늘어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열 시 반에 식사를 하기로 했다. 지난밤부터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계산하기도 싫었다. 퇴사한 사람에게 점심 시간까지 승인받게 하는 회사는 노동청보다 퇴마사를 먼저 불러야 했다. 한서림이 외부 대기소에 도시락을 가져왔다. 봉사자들이 낸 반찬과 따뜻한 국이었다. 도원 직원, 구조대원, 소속이 불분명한 두 번째 경비까지 누구든 자발적으로 받아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서지완도 제대로 먹고 싶다며 작은 김밥 한 줄을 골랐다. 첫 출근일 아홉 시가 지났지만 회사는 그녀의 실제 인사 담당자를 만나게 하지 않았다. 지완은 오늘 할 일부터 직접 정하겠다고 말했다. “지금 입사하는 게 맞는지 고민 중이에요.” 지완이 말했다. “최초 입사 경험이 던전이라니, 회사 복지 홍보팀이 기절하겠네요.” “차 선배님은 이런 회사에 7년이나 계셨어요?” “처음 6년은 던전이라는 말을 비유로만 썼죠.” 조정실 아이는 한서림이 나눠 준 계란말이 하나를 먹고 있었다. 아이는 여전히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름을 알려 주면 엄마를 더 빨리 찾을 수 있다고 설득하지 않았다. 아이가 갖고 있는 팔찌의 000 역시 개인 번호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는 도시락 뚜껑 안쪽을 오래 쳐다봤다. 하얀 뚜껑에 찍힌 업체 로고였다. 금빛 점 하나와 파란 선 세 개가 있는 작은 무늬. “엄마가 그려 줬던 거예요.” 아이가 말했다. 서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그림을?” “똑같지는 않아요. 엄마는 긴 선을 이렇게 그렸어요.” 아이는 종이에 선 하나를 긋고 끝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나는 그 종이를 만지지 않고 가만히 봤다. 어제 아이가 보여 준 지도에는 파란 선이 0번과 18번 문을 연결하고 있었다. 지금 그림의 동그라미는 밖의 대기소보다 도원솔루션 뒤편 옛 물류 출입구에 가까웠다. 하지만 어린아이의 그림을 GPS로 삼아서는 안 됐다. “엄마가 언제 그렸는지 기억나?” 서림이 물었다. “비 오기 전.” “그때 엄마가 뭐라고 했어?” 아이는 한참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잊어버렸어요. 근데 엄마가 식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라고 했어요.” 그 말은 도시락에 관한 말인지, 위험 경보에 관한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아이가 더 이야기하기 싫어하는 걸 보고 시선을 돌렸다. 갑자기 엄마 얘기를 시켜서 밥맛까지 없애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배만식 소장에게 연락이 왔다. 서버실 B 아래서 누군가 확인하지 못한 전열 기기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래된 냉매 밸브는 격리했지만 온기가 주기적으로 나타났다. 한 사람의 체온이라기보다는 작은 전기 난방기와 비슷했다. 문제는 그 열원이 멈췄다가 다시 켜지기를 정확히 일곱 분 간격으로 반복한다는 점이었다. “사람이 있는 걸까요?” 민재가 물었다. “열만으로는 모르지. 장비일 수도 있고.” 배 소장이 답했다. “다만 뭔가 켜져 있다는 건 안전 점검 대상입니다.” 우리는 바깥 점검창으로 내부 사진을 다시 확인했다. 낡은 책상의 구석에 플라스틱 도시락통이 있었다. 점심시간 알림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뚜껑에는 아까 아이가 가리킨 로고와 비슷한 선 모양이 있었다. 오래된 기계 장치일 수도 있었지만 나는 조심스레 한서림에게 도시락 업체 로고의 사용 연도를 물었다. “이건 최근에 바뀐 디자인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예전 로고는 노란 사각형이었어요.” B 안에 있는 것은 분명 오래된 방이었다. 그런데 최근 모양의 도시락 통이 들어 있었다. 누군가 최근에 들어왔거나, 다른 장소의 물건이 겹쳐 보이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서윤이 물었다. “아이의 어머니가 도시락 일을 했다고 알고 있습니까?” “아니요.” 나는 즉시 대답했다. “아이에게서 그런 말은 안 나왔어요. 그림이 비슷하다고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민재가 자기 도시락의 마지막 단무지를 먹다 말고 물었다. “선배도 첫 출근 때 점심 혼자 드셨어요?” 나는 오래전 도원솔루션 식당의 끝자리에서 밥을 먹던 기억을 떠올렸다. 신입 시절에는 누구에게 말을 걸어야 할지 몰라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봤다. 그날 배만식 소장이 다가와 국을 한 숟갈 더 떠 줬다. 사실 소장은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직 기억한다. 남의 밥 한 끼가 사람을 도울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도시락 사진을 보고 아이에게 무언가를 증언하라고 시키지 않았다. 아이는 지금 밥을 먹고 있었고, 그 순간만큼은 누구의 실종 원인을 설명할 의무가 없었다. 나는 식탁에서 일어나 한서림에게 현장 수색팀도 돌아가며 끼니를 챙길 수 있게 부탁했다. 다음 순간 모니터에서 도시락 뚜껑이 열렸다. 안에는 밥 대신 작은 검은 출입증이 놓여 있었다. 출입증에 붙은 사진은 선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카드 테두리에 도원솔루션 로고가 있었다. 그 아래에 [임시 통행 가능 — 본인 확인 전 결재 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민재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거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출입증이네요.” “그렇다고 저걸로 들어가면 안 돼.” 내가 말했다.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것과 실제 쓸 수 있는 것은 다를 수 있으니까.” 우리는 출입증의 일련번호를 외부 기록과 대조했다. 번호는 존재했다. 그런데 발급 기록에는 사람 이름이 없었다. 구형 공공시설 임시 통행 카드, 정확히는 관리자 없이 안전문을 열어 둬야 할 때 쓰는 시험 표식이었다. 후대 회사 인사부서가 그것을 임시 직원 카드로 등록해 둔 것이다. “아이 팔찌 000이랑 같아요?” 민재가 물었다. “일련번호 체계가 다르네.” 서윤이 말했다. “같은 원본인지 확인할 자료가 없어요.” 나는 모니터를 다시 바라봤다. 도시락통 옆에 지금까지 없던 작은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아주 또박또박한 글씨였다. '퇴근 전에 밥부터 먹이기.' 누가 남긴 말일까. 갇힌 사람일까, 시험 기록을 남긴 개발자일까. 어쩌면 아무도 이곳에서 밥을 먹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문장을 보니 울컥했다. 우리가 서류를 헤집는 동안 누군가는 정말로 배고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내가 통로 상태를 확인하자 책상 위 도시락통이 조금 움직였다. 뚜껑이 천천히 닫히며 안쪽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밥은 먹었어요. 그런데 아직 퇴근은 못 했어요.” 그 말과 동시에 0층 전체의 점심 알림 음악이 울렸다. 회사 식당에서 쓰던 오래된 멜로디였다. 그런데 스피커가 가리킨 시각은 오후 5시 57분이었다. 내 손목시계는 오전 열한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누가 시간을 자꾸 저녁으로 돌려 놓는 거야?” 내가 중얼거리자 민재가 웃음을 참았다. 음악이 끝나고 새 문장이 표시됐다. [미귀가자 식사 완료] [미귀가자 위치: 서버실 B 또는 제0 경계] [위치 일치 여부: 확인되지 않음] 서윤은 마지막 줄을 가리켰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두 장소 모두 살펴야 한다는 말일 수도 있어요.” 나는 외부 대기소가 보이는 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창가에서 아이가 자기 그림을 접고 있었다. 아이는 보관 담당자에게 종이를 맡긴 뒤 다시 밥을 먹었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이 사태가 끝나고도 누군가의 밥과 퇴근은 남는다. 내 사직서의 성공 여부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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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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