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 옛 버스 정류소는 정류장이라기보다 낡은 시계 같았다. 버스는 십 년 전에 노선을 바꿨지만 전광판은 그대로였다. 시간표에는 언제나 06:01이라고 적힌 한 줄이 남아 있었다.
“여기 버스가 여섯 시 일 분에 왔다는 거예요?” 민재가 물었다.
“그럴 수도 있지만, 도원 회의실 시간표랑 똑같이 움직이진 않겠지.”
남기석은 정류소 지하 환기실을 예전에 시설 점검할 때 들어가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열쇠를 갖고 있지 않았다. 공공 시설이니 관할 담당자의 입회가 필요했다. 새벽 근무를 이어받은 김하린이 시설 출입 허가와 소방 협조를 확인해 왔다.
“저 계단 아래는 사람이 숨 쉬는 공간이 아닙니다.” 하린이 말했다. “환기 설비실이라 혼자 내려가시면 안 돼요. 산소 농도와 누전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저도 사람입니다. 퇴사했다고 절연 등급이 올라가는 건 아니에요.”
검사 결과 환기실 앞 통로는 접근 가능했지만 안쪽 작은 기계실은 침수 흔적 때문에 폐쇄됐다. 우리는 공개 점검 패널 앞에 섰다. 낡은 다이얼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경보 송신, 하나는 수신 대기. 사이에는 사람이 만져도 작동하지 않는 빈 공간 하나가 남았다.
“회사 회의실의 열여덟 번째 의자랑 비슷하네요.” 민재가 중얼거렸다.
“모양이 닮았다는 이유로 같은 기능이라고는 못 해.” 나는 손전등을 들었다. “이쪽은 안전설비니까 더더욱.”
하린이 표면 안내판을 읽었다. [안전 경고 회선은 지정 인원이 출근하지 않아도 독립 유지.] 그 밑에는 훨씬 오래된 손글씨가 있었다.
‘여섯 시 일 분에도 아무도 받지 못할 수 있다. 그럴 때는 경보가 스스로 밖으로 나가도록 할 것.’
왜 하필 여섯 시 일 분일까. 나는 작은 정류장 시간표를 돌아봤다. 당시 이 정류장에서는 새벽 공장 교대조를 실어 나르던 첫 버스가 그때 떠났다고 남기석이 알려 줬다. 위험 신고를 받는 담당자들이 모두 교대하던 시각. 누군가 전화를 받지 못하는 순간을 대비한 안전 장치였던 것이다.
“그럼 제0 회의의 원래 목적은 사람을 끌고 와서 출근 도장을 찍는 게 아니었네요.” 서윤이 말했다.
“교대 때 빠지는 신고가 없도록 하려는 시험이었을 수도 있죠.”
우리는 기록 표를 읽었다. 옛 설계에서는 06:01에 사람이 응답하지 않으면 신고를 공공 안전 접수함으로 넘기고, 누가 받았는지는 나중에 별도로 기록하도록 했다. 누락된 위험 신고를 보존한다는 단순한 기능이었다. 그런데 후대 수정에서는 ‘응답 없음’을 ‘대리 참석 불가’로 바꾼 뒤, 위험 신고 대신 직원 이름을 찾고 있었다.
“이게 그 사고의 시작입니까?” 하린이 물었다.
“인사 연동 문제의 한 시작일 수 있어요. 하지만 벽이 진짜 접히고 새 사람이 나타난 이유까지 설명하진 못해요.”
오전 다섯 시 사십사 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갑자기 환기실 내벽에서 종이 뜯기는 소리가 나더니 붉은색 출입표가 쏟아졌다. 바닥 위에 [06:01 대체 출석 대상]이라는 글자가 수십 개 겹쳐졌다.
“전부 조심해요. 이쪽 바닥은 점검 때 안전하다고 확인된 면이 아닙니다.” 하린이 외쳤다.
첫 출입표에는 내 이름, 두 번째에는 서지완, 세 번째에는 000이 찍혀 있었다. 네 번째부터는 금융센터에서 구조된 김소연의 이름이 나타났다. 신고를 대신 받은 사람도, 단순히 도움받은 사람도 모두 참석자로 등록할 태세였다.
“이쪽 라인을 끊으면 되는 건가요?” 민재가 패널을 가리켰다.
“안 돼.” 나는 그의 팔을 살짝 붙잡았다. “그건 실제 경보 회선이야. 여기에선 현장 담당자에게 분리 가능한 포트가 있는지 먼저 물어봐야 해.”
하린은 공공 시설 설계에 따라 임시 읽기전용 출력기를 연결했다. 그리고 기업 참석 정보를 받아 적는 포트와 공공 경고 송신 포트가 따로 있는지 검증했다. 회의실 서버와 연결된 보조 포트에서는 끊임없이 출석표가 내려오고 있었다. 원래 독립적이었던 안전 회선이 그 포트 때문에 막힌 것으로 보였다.
“공공 경고선은 놔두고, 기업 참석 정보의 읽기 연동만 격리할 수 있어요. 담당자 서명과 안전 영향 평가가 필요합니다.”
“네. 그걸 먼저 합시다.”
그때 출입표 하나가 민재의 발목에 달라붙었다. 그는 놀라 발을 뺐다. 종이가 신발에 들러붙어 [비상 호출 보조 인원 인수 완료]라는 글자로 변했다.
“형, 이거 대역 얘기죠?”
나는 종이를 뜯어 내기보다 민재가 실제로 안전한 위치에 서 있는지 확인했다. 종이의 글씨가 저절로 바뀌었다.
[서명 대기]
“지금은 아무것도 서명하지 마. 네가 대역을 책임질 의무도, 그 존재를 삭제할 권리도 없으니까.”
민재는 숨을 고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안전 표시가 있는 통로로 물러서자 종이는 힘을 잃고 떨어졌다. 눈앞에서 일어난 현상이 물리적인지, 인사 정보가 만든 환영인지 설명할 수 없었지만 민재의 발목에는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바로 옆의 환기 설비가 거칠게 울렸다. 공기가 도는 방향이 바뀌며 흙먼지가 얼굴을 스쳤다. 기계실 안쪽 문에는 [출석 완료 시 개방] 문구가 나타났다. 실제 환기 제어 장치가 회의실의 명령을 받으려 하고 있었다.
하린이 즉시 시설 담당자에게 환기 운전 상태를 확인했다. 사람을 대기 구역 밖으로 물리고 독립 환기 경로를 점검했다. 참석표를 끄는 일이 위험 설비를 멈추는 일이 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작업해야 했다.
서윤이 내게 물었다. “이번에도 먼저 회의 소집을 취소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을 거죠?”
“네. 실제 신고를 다른 경로로 받을 수 있다는 걸 확인한 뒤에요.”
하린은 외부 안전 접수 담당자에게 임시 분리 승인을 요청했다. 확인된 회로만 시험적으로 격리하자 붉은 출입표가 서서히 사라졌다. 대신 작은 녹색 전구가 켜졌다.
[외부 위험 신고: 인사 상태와 무관하게 수신 가능]
“됐다.” 민재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 순간 인접 건물 외벽의 창문이 잠깐 같은 높이로 정렬됐다. 건물이 실제로 움직인 건지 비친 이미지인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환기실을 나와 안전 지점에서 사진과 위치 기준점을 남겼다. 공간 중첩 자체는 아직 계속됐다.
오전 다섯 시 오십칠 분. 이제 네 분 남았다.
그때 회의실 서버에서 메시지가 왔다.
[제0 회의 열여덟 번째 항목 대체 실패]
[비상 처리: 최초 녹음의 발화자를 관리자 후보로 지정]
“녹음은 사람이 아니잖아요.” 민재가 말했다.
“그러니 이제 목소리까지 사람으로 바꾸려는 모양이지.”
나는 옛 여성의 녹음 파일을 떠올렸다. 목소리 하나만으로 그 사람을 관리자에 올릴 수 있게 된다면, 어디에도 없는 사람조차 출근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서윤 씨, 녹음 원본이 어디 있는지 확인합시다. 재생 음성이 본인 발언인지 편집된 것인지도요.”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녀의 무전기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먼저 흘러나왔다.
“차도윤 씨, 원래 저는 이미 퇴근했습니다.”
그것은 0층 회의실에서 들었던 여성의 목소리였다. 이어서 그 목소리가 내 이름으로 출석을 승인하겠다고 말했다.
[발화자 확인: 성공]
“목소리가 같다고 서명이 되는 건 아니지.” 나는 통신기를 움켜쥐었다.
06:01까지 남은 세 분 동안, 누군가는 녹음을 사람으로 바꾸려 하고 있었다.
제5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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