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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51화
PAYLUA ORIGINAL · 제51화

여섯 시 일 분의 결석자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543자

오프라인 책장
새벽 네 시 이십 분. 회의실에 열여덟 번째 의자가 있다는 사실보다 끔찍한 건 여섯 시 일 분에 회의가 시작된다는 사실이었다. 도원솔루션에서 칠 년을 버텼는데 퇴사하고도 새벽 회의를 잡히다니. 이쯤 되면 회사가 던전이 된 게 아니라 원래부터 던전이었던 게 아닐까. “웃지 마세요. 이번에는 정말 위험해요.” 문서윤이 종이 두 장을 내 앞에 펼쳤다. 첫 장은 제0 경계의 원안이었다. 회사 소속이 아닌 사람도 위험을 신고할 수 있고, 신고자는 그 사실만으로 직원이 되지 않는다. 둘째는 수정된 자동 배포 규칙. 지정된 시각까지 외부 위험 신호가 없으면 제일 가까운 ‘퇴사 가능 인원’을 회의 참석자로 확정한다. “이거 비상벨이 안 울리면 청소 노동자를 경보 장치로 쓰겠다는 소리잖아요.” “정확히는 사람의 이름을 경보 장치처럼 돌려 쓰겠다는 거죠. 그러면 17개 건물의 비상문이 그 사람의 출석과 연결돼요.” 배만식 소장이 손에 든 렌치를 탁 내려놓았다. “건물 문이 직원 출근을 기다리면, 사람이 잘 때 화재가 나도 문이 안 열린다는 뜻이구먼.” “그래서 참석란을 지우면 될까요?” 민재가 물었다. “그렇게 간단한 프로그램이면 내가 일곱 해를 다닐 이유가 없었지.” 시험용 표에 내 이름을 지우자 그 밑에 ‘서지완’이 나타났다. 다시 지우면 ‘000 외부 관찰자’. 아직 이름을 말하지 않은 아이가 세 번째 후보였다. 마지막에는 [현재 위험 신호를 보낼 수 없는 사람]이라는 문구가 남았다. 나는 마우스에서 손을 뗐다. 사람을 지우면 다음 사람이 올라오는 구조였다. 끝없이 결원을 메우는 조직표. 가장 익숙한 괴담이었다. “한 명을 대신 앉히는 게 아니라, 참석자가 없어도 회의가 열리지 않게 해야겠군요.” 서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회의를 못 열게 하는 것도 위험해요. 현장 경고 전달까지 같은 시간표에 묶어 놨어요.” 선택지를 강제로 두 개로 줄이는 수법은 이미 스무 번쯤 봤다. 전체 중단 아니면 자동 참석. 안전 경보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회사로 돌려보내라니. 이 회사는 퇴사자에게 재입사 권유를 하는 것도 무섭게 한다. 우리는 회의실 문을 닫고 조정실로 이동했다. 출입구 바깥의 실제 보도에서 네온색 화살표가 잠깐 떠올랐다 사라졌다. 구급차가 지나갈 때마다 그 화살표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내가 보고 있는 파란 퇴사자 안내는 강제 출근 표시와 달랐다. 벽을 통과하는 안내였지만 사람을 직접 옮기지는 않았다. 조정실 아이는 책상 옆 매트에 앉아 색연필을 정리하고 있었다. 손목의 000 팔찌가 노란 조명 아래 보였다. 아이는 내가 가까이 가자 종이를 덮었다. “내 그림 봐도 된다고 안 했어요.” “맞아. 그래서 안 볼 거야.” 나는 즉시 뒤로 물러났다. “대신 물어볼 게 있는데, 지금 쉬는 데 불편한 건 없어?” 아이는 담요 끝을 만지작거렸다. “불이 깜박거려요. 엄마는 깜박이는 불은 고장인지 아닌지 먼저 보랬어요.” 문서윤이 실물 조명을 확인했다. 아이가 가리킨 것은 천장등이 아니라 응급 전원 상태 표시등이었다. 점멸 간격이 한 번, 두 번, 한 번으로 달라졌다. 배만식이 그 신호를 보자 안색이 바뀌었다. “경고선 하나가 다른 장소에서 다시 붙으려 하고 있소. 전원 문제라기보다 구형 경보 중계기 같군.” 우리는 아이에게 위험한 곳을 찾아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서윤은 다른 보호 담당자에게 조정실을 인계했고, 나는 민재와 배 소장을 데리고 외벽 중계함으로 향했다. 아이가 발견한 이상 표시도 확인해야 할 신호일 뿐, 아이가 우리에게 어떤 답을 해야 할 의무는 아니었다. 중계함에는 1758이라고 쓰인 낡은 알루미늄 판이 있었다. 내부에는 붉은 두꺼운 전선 한 가닥과 투명한 광케이블 두 줄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빨간 선은 출근 명부로, 첫 번째 투명선은 시설 위험 신고로, 마지막 하나는 아무 데도 연결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설계도에는 세 번째 선이 없는데요.” 민재가 손전등을 비췄다. “있었어.” 나는 낡은 회의록을 확대했다. “제2차 수정 회의 전에 절단했다고 표시된 선. 단선 시 신호를 버리는 게 아니라, 위험 신고 원본을 별도 보존하는 선이래.” “절단했다고요?” “문서상으로는.” 현장 배선에는 아직 먼지가 앉은 접속 단자가 남아 있었다. 절단 표시 위에 누군가 손으로 작은 별을 그려 놓았다. 나는 케이블을 건드리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 직접 안전 담당자도 아닌 퇴사자가 배선을 뽑아 도시의 경보를 멈춰 버리면 전설적인 사고 보고서가 된다. “이 선이 마지막 신고인가요?” 서윤이 무전으로 물었다. “아직은 모르겠어요. 신고를 누가 보냈는지는 보이지 않아요. 다만 구형 장치가 신고 내용을 저장한 채 밖으로 내보내지 못했을 가능성은 있어요.” 배 소장은 현장 통제표에 정확히 적었다. ‘비상 경보선은 유지, 미확인 보존선 접속 금지, 제2회로 이상 확인.’ 단어 하나가 출근 동의로 해석될 수 있어 조심스러웠다.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발신인은 또 ‘내일의 차도윤’. 화면에는 내가 내일 출근을 승인했다는 전자서명 요청이 떠 있었다. “퇴사 처리를 해놓고 출근 승인까지 맡기네. 사람 대신 배치 작업 쓰면 되잖아.” 나는 요청의 상세 정보를 눌렀다. 첨부된 시간은 2026년 11월 1일 06:01. 그런데 저장 서버의 생성 시간은 현재보다 한 시간 빠른 05:21이었다. 실제로 오지 않은 시간이 이미 기록되어 있었다. 시계를 확인했다. 오전 네 시 사십칠 분. “누가 미래 시간을 다루고 있는 게 아니에요.” 서윤이 말했다. “동기화가 틀린 장치가 먼저 결재 파일을 만들고 있을 수도 있죠.” “그럼 실물 시계와 서버 시간을 따로 남기죠.” 나는 메시지에 서명하지 않았다. 대신 출석 동의란이 비어 있다는 사실과 수신 시각을 수기로 남겼다. 곧 회의실에서 안내 방송이 들렸다. [제0 회의 개최 준비. 결석자가 확인되었습니다.] “여기 출석할 사람이 없다고 했는데요?” 민재가 투덜댔다. [결석자 이름: 차도윤.] 나는 중계함의 빈 단자를 보았다. 결석자 이름을 정하는 데는 나를 썼으면서, 실제 위험 신고가 어디에 남았는지는 묻지 않는 장치. [대리 참석 자동 지정까지 74분.] “좋아.” 내가 말했다. “이제 시간표는 확인했네.” “뭘 하시게요?” “출석하러 가야죠. 단, 회의에는 안 들어갈 겁니다.” 내가 가려는 곳은 건물 밖이었다. 안 들어온 신고가 정말 존재한다면, 누군가 출석표를 채우기 전에 그 신호가 왜 멈췄는지 확인해야 했다. 계단을 내려가던 순간 제0 경계의 지도에 처음 보는 점이 찍혔다. 회의실도, 회사도, 병원도 아닌 위치. 오래된 버스 환승 통로 아래 작은 공중전화 자리였다. 점 옆에는 색이 바랜 숫자 하나가 붙었다. [보존 수신함: 1758-마지막] 버스 환승 통로는 도원솔루션 직원 출입증이 통하지 않는 공공 구역이었다. 그 당연한 사실을 지켜 내려고 우리는 밤새 회의실과 싸우고 있었다. 실물 경보 담당자에게 먼저 연락한 뒤, 점검함 근처에서 일반인이 다치지 않도록 가림막과 우회 안내도 요청했다. 누구의 이름도 모르지만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있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마지막 메시지는, 어쩌면 오래전에 도착했다가 읽히지 못한 메시지였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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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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