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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5화
PAYLUA ORIGINAL · 제35화

문이 두 개가 되는 밤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776자

오프라인 책장
두 방향으로 열린 문은 편리하다고 생각했다. 편의점의 자동문처럼 밖에서는 들어오고 안에서는 나갈 수 있으니까. 단, 그 두 방향의 목적지가 같을 때 이야기다. 컨테이너 사이 통로를 조사하던 배만식 소장이 갑자기 멈췄다. 그는 손전등을 바닥에 비추더니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차 과장, 저기 물이 보이지?” “네. 하수구가 넘친 모양인데요.” “저건 우리 집하장 배수로가 아니야. 세림병원 지하 배관 번호가 적혀 있어.” 바닥의 금속 덮개에는 분명히 [SB-04 / 병원 폐수 펌프실]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실제 좌표로는 병원과 집하장이 몇 킬로미터 떨어져 있었다. 나는 손전등을 더 비췄다. 금속 덮개가 닫힐 때마다 도원솔루션의 11층 회의실 카펫이 잠깐 비쳤다. “공간 중첩이 여기까지 왔네요.” 문서윤이 말했다. “이 정도면 회사에선 원격근무라고 우기겠죠.” 나는 중얼거렸다. 그때 병원 박유라 간호사의 무전이 들렸다. “지하 비상계단 두 번째 문이 외부로 열립니다. 그런데 열었다 닫을 때마다 다른 복도가 보여요. 환자 이동을 중단했습니다.” 우리는 박유라에게 실제 화재문 번호와 안전한 층을 먼저 확인하게 했다. 자정 이후 0층의 영상은 믿을 수 없었다. 어떤 문은 회사 복도처럼 보였지만 바닥은 진짜 병원 배관이었고, 어떤 문은 야외 주차장으로 보이면서 실제로는 막힌 벽이었다. 서윤이 설비 도면을 겹쳤다. “두 건물의 출입 신호가 같은 단말 번호를 쓰고 있어요. 환자용 비상문과 집하장 출고문이 둘 다 18-0으로 읽힙니다.” “그럼 둘을 한 문으로 합치려는 겁니까?” “가능성은 있지만 단말 충돌만으로 공간이 실제 연결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죠. 저 바닥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우리는 무리하게 들어가지 않고 안전선 뒤에서 긴 측정 막대를 밀어 넣었다. 막대 끝에 묻은 것은 병원 배관에서 나오는 녹 냄새가 나는 물이었다. 그 옆으로 손목밴드가 떠내려왔다. [환자 이송 대기 / 승인 완료]라는 표시가 떠 있었지만 밴드에 실제 환자 이름은 적히지 않았다. “환자가 여기를 건너올 수도 있어요.” 서윤이 말했다. 나는 박유라에게 바로 알렸다. 병원 직원들은 실제 환자 수를 대조했고, 누락된 사람은 없었다. 대신 비어 있던 이송 침대 두 대가 자동으로 움직이려 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람 대신 물건이 먼저 이동하려는 일은 세 번째였다. “이쪽에서 정지시킬게요.” 배 소장이 말했다. 그는 펌프실 정비 담당자와 함께 구형 구동장치의 전원 위치를 확인했다. 실제 환자 장비와 연결되지 않은 운반 컨베이어만 멈추자 손목밴드의 ‘승인 완료’ 문구가 꺼졌다. 병원 쪽 비상등은 계속 살아 있었다. 그 사이 박유라 간호사는 병동의 실제 비상구를 병원 직원들과 다시 확인했다. 무전으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는 흥분보다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 오늘 같은 밤에도 약을 제시간에 투여해야 하는 환자가 있었고, 정기적으로 체위를 바꿔 줘야 하는 환자가 있었다. 도시의 건물이 겹쳤다는 사실이 그런 일을 대신해 주지는 않았다. “전산상 이송 완료라고 뜨는 환자는 한 명도 실제로 안 움직였습니다.” 유라가 말했다. “하지만 침대와 산소통이 이동했다고 나와요. 누가 기록을 보고 수동 밸브를 잠그면 위험합니다.” 서윤은 병원 시설팀에 장비 실물 번호를 별도로 붙이게 했고, 나는 도원 관리망이 그 번호를 인사번호로 읽지 않도록 현재 격리 상태를 확인했다. 단순한 대조 작업이었지만 우리 모두에게 필요했다. 0층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보다도 더 무서운 건, 평범한 안전 장비에 그 현상이 얹혀 사람을 다치게 만드는 일이었다. 나는 병원에서 일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병원 설비 기록에 적힌 숫자 하나가 사람 한 명을 지켜 주는 일과 얼마나 가까운지 알 것 같았다. 그것을 알아챘다고 내가 의료진이 되는 건 아니다. 필요한 결정은 유라와 현장 전문가들이 내렸다. 나는 서버의 잘못된 연결만 막았다. 잠시 상황이 안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출고문 반대편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누구 있습니까? 문이 안 열립니다!” “소속보다 현재 위치부터요!” 나는 대답했다. “성하금융센터 당직실입니다. 경비원 두 명이 지금 문 앞에 있어요.” 금융센터와 병원, 집하장. 세 건물이 같은 문턱에서 서로를 보고 있었다. 남자는 자신이 정우찬의 동료라고 했지만, 이름 대신 위치와 안전 상태를 먼저 알려 줬다. 그는 자신들이 사무실을 나가던 중 금융센터의 복도가 집하장의 창고 문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바닥에 노란 미끄럼 방지선이 있습니까?” 배 소장이 물었다. “네. 두 줄이요.” “그럼 그쪽에서 문 열지 마세요. 문 뒤에 배수로가 있어요.” 우리는 금융센터 시설 당직 정우찬과 별도 통화해 두 사람의 실제 위치를 검증했다. 이름만 비슷한 대역이 서류상 만들어지는 세상이었다. 그래도 맞은편의 사람들이 실제로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은 서로 다른 무전과 현장 소리로 확인됐다. 출입문을 힘으로 열어서는 안 됐다. 우리는 구조대와 협의해 위쪽 실물 환기구로 위치를 확인하고, 금융센터 쪽에서 이미 검증된 비상계단을 열 수 있도록 조명 신호를 보냈다. 낡은 야광 표식이 두 번 깜박이자 두 사람이 차례로 무사히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집하장의 출고문이 쾅 하고 떨렸다. [통합 복도 생성 대기] [경로 확인: 동의로 간주] 나는 전산 화면을 향해 말했다. “확인은 동의가 아니야.” 서윤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화면이 알아들으면 좋겠네요.” “오늘 하루 종일 사람보다 기계하고 말을 많이 했으니까요.” 하지만 화면의 문구가 실제 문을 당겨 움직이는 것 같았다. 쇠사슬이 서서히 팽팽해졌고, 바닥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그림자가 두 개 생겼다. 금융센터 경비원들의 그림자인지, 장부가 만든 대역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우리는 허가된 비상 차단 절차로 출고문의 자동 구동장치만 전원에서 분리했다. 그와 별도로 방화문 자체의 화재 개방 기능은 유지했다. 일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간단히 콘센트 하나 뽑은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실제로는 사람을 살리는 선을 남기고 사람을 억지로 움직이는 선만 끊는 일이었다. 검은 그림자는 멈췄다. 그러나 물은 여전히 바닥 틈으로 흘러들었다. “물리적 문제는 남았어요.” 서윤이 말했다. “바닥이 실제로 이어졌다면 임시 경계 표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나는 집하장 관리자와 병원 시설팀에 공동 현장 안전 점검을 요청했다. 그들은 통로 양쪽에서 서로 다른 색의 표지를 붙였다. 이름이나 회사 표식이 아니라 현재 실제 위치와 위험 방향을 설명하는 표지였다. [이쪽: 집하장 외부 계단] [저쪽: 점검되지 않은 연결부, 진입하지 마세요] 도원솔루션 근무 시절에는 장애가 나면 먼저 누가 책임질지 결정하는 회의부터 열렸다. 오늘은 누구도 책임자를 먼저 정하지 않았다. 대신 문턱 앞에 사람이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잠깐 안심했을 때 내 휴대전화에 다른 알림이 떴다. [공동 출입 장부] [실물 경계 세 곳 분리 완료] [미분리 경계: 14곳] “열일곱 건물을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겠네요.” 배 소장이 말했다. 나는 멀리서 흔들리는 비상등을 바라봤다. 세 곳을 확인하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 남은 열네 곳이 모두 이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영웅의 검이 아니었다. 체계적인 교대 근무와 안전한 도시 지도였다. 서윤이 내 어깨를 툭 쳤다. “퇴사한 분에게 교대 근무라니 미안하네요.” “정식 직원 등록은 안 할 겁니다.” “그럼요?” “제가 원해서 잠깐 돕는 거죠. 이건 급여 명세서에 안 나오더라도 괜찮아요.” 그 말을 하면서도 이상했다. 오늘 처음으로, 회사를 돕는 일이 회사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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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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