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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28화
PAYLUA ORIGINAL · 제28화

사라진 경고 신호의 출처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999자

오프라인 책장
아이의 지도에는 문 열일곱 개와 점 하나가 있었다. 점 아래 적힌 1758은 분명 우리가 병원에서 확인한 외부 위험 신고 장비 번호였다. 같은 숫자라고 반드시 같은 물건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러니 아이의 어머니가 모든 사건의 배후였다고 결론 내리기엔 너무 일렀다. 좋은 개발자는 변수 이름을 보고 함수의 동작을 추측할 수는 있어도, 그걸 테스트 결과라고 보고하지는 않는다. “민재야, 아이가 한 말 그대로만 메모해.” 내가 말했다. “1758을 아이가 눌렀다고 적지 말고. 누가 알려 줬는지 본인도 확신하지 못할 수 있어.” “선배님. 아이가 엄마가 알려 줬다고 분명히 말했어요.” “그래. 그건 아이의 말이지, 실제 신고 기록의 발신자 확인은 별개야.” 문서윤은 도원솔루션 현장에 남은 직원들 중 1758 회선과 연결된 장비를 실제로 본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다. 강민재는 인프라팀의 옛 장비 목록을 열었다. 병원 0층에서 발견된 경고 송신기와 이름이 같은 기계는 세 곳에 있었다. 모두 공동 운영 시범 당시 설치된 기계였다. 한 대는 병원 무전실, 한 대는 금융센터 기계실, 마지막 한 대는 시내 공동 전산실 근처의 오래된 택배 집하장에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럼 점은 택배 집하장일 수도 있겠네요.” 배 소장이 말했다. “아직은 후보예요.” 서윤이 대답했다. “건물 출입 기록과 실제 위치를 함께 확인하죠.” 우찬이 금융센터에서 보내 준 점검 이력에는 예전 송신기 두 대의 고장 신고가 있었다. 날짜는 달랐지만 두 장비 모두 '원본 신호 전달만 보장, 사람 이름 수집 안 함'이라는 문장을 공통으로 갖고 있었다. 1758이라는 코드는 특정 신분을 밝히는 수단이 아니라 구조 신호를 밖으로 내보내는 안전장치였다. “회사 직원이 만든 물건 같지 않아요.” 내가 말했다. “원래는 사람을 지키는 용도로 만들었겠죠.” 서윤이 말했다. “모든 문제는 그걸 계약 승인 장치로 바꿔 쓴 데서 시작됐을 수 있고요.” 우리는 회색 전산실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앞의 오래된 택배 집하장을 확인했다. 건물은 이미 영업을 끝내고 창고로만 쓰이고 있었다. 셔터 옆 비상 호출기에는 녹슨 덮개가 씌워져 있었고, 바로 아래에 사람 키보다 낮은 작은 버튼이 있었다. 아이도 손을 뻗으면 누를 수 있을 법했다. “안에 사람 있는지부터 확인하죠.” 서윤이 말했다. 우리는 집하장 관리인에게 연락했고, 그가 외부에서 출입 허가를 해 줬다. 문을 열자 오래된 포장 상자 사이에 신호등처럼 생긴 기계가 있었다. 빨간 등은 꺼져 있었고 노란 등이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기계 옆에 붙은 안내판은 물기 때문에 절반쯤 지워져 있었다. [위험 시 누르시오. 이름은 묻지 않습니다.] 나는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세상에는 이름을 남겨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위험을 알리는 순간에 이름부터 요구하면 겁이 나서 누르지 못하는 사람도 생긴다. 누군가 그런 이유로 이 장치를 만들었을 것이다. 기계 아래에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다. [2026-10-31 17:58 / 외부 경고 접수] [경로: 중계 3] [입력 방법: 수동·원격·자동 중 미확인] [발신자: 기록하지 않음] “아이 엄마가 여기에서 눌렀다는 증거는 없네요.” 내가 말했다. 서윤은 끄덕였다. “다만 밖으로 경고가 도달한 경로는 확인했어요. 누가 눌렀든 실제 경고는 유효했죠.” 기계의 덮개 안쪽에는 오래된 수리 날짜와 세 번 고친 흔적이 있었다. 수리 서명란은 비어 있었고, 옆에 작은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원 두 개와 그 사이의 짧은 선. 도원솔루션 아이가 그린 지도 바깥의 점과 닮았다. 나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 장비를 만졌는지 현장 확인서를 부탁했다. 그때 가동하지 않던 기계에서 얇은 종이가 한 장 밀려 나왔다. 은행의 검은 서류와 달리 깨끗한 흰 종이였다. [안전 경고 연장 신청] [현재 17개 건물 중 확인된 물리적 위험: 3] [이름 없는 신호는 승인 서명으로 변환하지 않을 것] 나는 순간 안도했다. 최소한 이 중계 장치는 아직 정상 목적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명도 없이 신청서를 믿을 수는 없었다. 우찬과 병원 시설팀에게서 받은 실제 현장 위험 세 건을 다시 확인했고, 기계의 원래 기능 안내와 대조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위험 신호를 밖에 남기고, 자동 배치 기능을 중단해 달라는 수동 보고를 하는 것이었다. 배 소장이 중계기 아래 덮개를 가리켰다. 내부에는 화재 감지기처럼 빨간 레버가 있었다. '긴급 분리: 승인 자료 공유선 차단 / 위험 경고선 유지'라는 안내가 적혀 있었다. 이 역시 마음대로 당기면 안 됐다. 시설 관리자의 허가와 실제 전기 안전 확인이 필요했다. “관리인 오실 때까지 기다리죠.” 배 소장이 말했다. 집하장 관리인은 여전히 근처에 있었고, 해당 장비를 만든 전직 기술자에게 연락까지 닿았다. 그는 전화로 '원격에서 사람의 신원을 덮어쓸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장치가 아니라, 선로를 나눠 주는 수동 중계기'라고 설명했다. 현장 시설 관리자는 안전 상태를 확인한 뒤, 관리 매뉴얼에 따라 경고 회선과 승인 자료 공유선을 분리했다. 기계에서 조그만 불빛이 켜졌다. 멀리 회색 전산실 유리창에 매달려 있던 검은 서류 몇 장이 아래로 떨어졌다. [1758 독립 경고 회선 유지] [대리 출근 승인 요청: 전송 실패] “멈춘 건가요?” 배 소장이 물었다. “한 경로가 막힌 겁니다.” 내가 말했다. “열일곱 건물에 연결된 다른 경로까지 다 막았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나는 현장 상태를 서윤의 수첩에도 기록했다. 회선이 분리된 시각, 확인한 사람, 남은 장비 문제. 그동안 내 휴대전화에서는 미래의 내가 보냈다는 메일이 계속 미리보기로 나타났다. '나는 이미 구조에 실패했다.' 하지만 실패가 확정되지 않은 지금, 그 문장을 예언처럼 믿고 싶지 않았다. 장치의 작은 불빛은 계속 켜져 있었다. 그 아래쪽에 세 자리 숫자가 한 줄 더 나타났다. 000. 나는 얼핏 아이의 손목 번호를 떠올렸다가 생각을 고쳤다. 통신 장비에서 000은 비어 있는 경로를 가리키는 흔한 코드일 수 있다. 이것만으로 아이를 시스템에 연결하면 우리가 막으려던 강제 등록과 다르지 않았다. 서윤도 같은 생각인지 수첩에 '000: 빈 수신 경로 표기 가능, 인물과 연결 금지'라고 적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확인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것처럼 말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원래 개발할 때도 나쁜 습관이었다. 호출이 성공했다는 로그 한 줄만 보고 사용자에게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한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이번에는 사람의 안전이 걸려 있으니 훨씬 조심해야 했다. 집하장 관리인은 빨간 경고등이 꺼진 채 노란 불이 남아 있는 게 정상 대기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기계가 고장 나도 경고 내용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도록 외부 수신기관에 종이 한 장이 전송된다고 했다. 나는 그 설명과 실제 접수된 17:58 경고를 대조해 기록했다. 누가 눌렀는지는 몰라도, 사람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내놓지 않아도 된다는 원칙은 처음부터 이 기계 속에 있었다. 도원솔루션에서 연락이 왔다. 서지완이 내일 출근부를 다시 살펴보다가 이상한 부분을 찾았다고 했다. 17개 건물의 근무일정 마지막에는 사람들이 아니라 '기록 승인을 담당할 빈자리'가 적혀 있었다. “책임자 이름이 없어요.” 지완이 말했다. “그런데 00시 00분에 자동으로 채워진다고 합니다.” “누구 이름으로요?” “가장 최근에 안전 요청에 응답한 사람으로요.” 내가 중계 장치의 버튼을 보던 손을 멈췄다. 우리가 사람들을 도우려고 위험을 신고하고 답하는 일을, 시스템이 책임자 임명 동의로 바꾸려는 것이다. 1758 회선을 분리한 건 도움이 됐지만 자정의 빈자리까지 막지는 못했다. “지금 몇 시죠?” 내가 물었다. “23시 56분입니다.” 네 분. 퇴사까지 일곱 년 걸렸는데, 다시 관리자 자리에 앉는 데는 네 분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웃을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창밖에서 검은 서류들이 한 번에 하늘을 향해 몸을 돌렸다. 종이 위에 빈 이름 칸이 길게 생겨났다. [2단계 총괄 승인권자: 자동 지정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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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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