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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21화
PAYLUA ORIGINAL · 제21화

건물은 사람을 내보내지 않는다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704자

오프라인 책장
도원솔루션 주차장을 빠져나올 때까지 나는 무전기의 음량을 세 번 확인했다. 퇴사한 회사가 지하에서 웅얼거리는 소리보다, 금융센터에서 들린 세 번의 두드림이 자꾸 귀에 남았다. 모르는 사람이 벽을 두드리는 소리엔 이상한 힘이 있다. 누구의 평가표에도 적히지 않은, 당장 가 봐야 하는 일이라는 힘. 배만식 소장은 운전대를 잡자마자 말했다. “내 차를 회사 업무용으로 쓰는 건 처음이다.” “저도 퇴사 후 법인 출장 처리되는 건 처음입니다. 법인은 저한테 카드도 안 줬는데.” “나중에 주유비는 누가 내지?” “생존한 쪽이요.” 문서윤이 뒷좌석에서 우리 둘을 노려봤다. “죽음을 전제로 한 회계 농담은 지금 안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안전관리자의 권고는 늘 유용했다. 특히 살아 있어야만 웃을 수 있는 농담을 할 때는. 성하금융센터는 불과 세 블록 거리에 있었다. 그러나 건물이 가까워질수록 내 눈에만 보이는 푸른 화살표가 실제 도로를 버리고 허공의 보행교로 향했다. 나는 배 소장에게 신호등을 따라가 달라고 했다. 눈에 보이는 길이라고 모두 걸을 수 있는 길은 아니다. 세림종합병원에서 한 번 배운 교훈이었다. 시계는 23시 13분을 가리켰다. 자정까지 사십칠 분. 회사 건물 안의 시계가 오후 여섯 시 한 분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과 상관없이, 차 안의 디지털 시계는 착실하게 초를 세고 있었다. 금융센터 정문에는 '정상 영업 종료'라는 표지가 걸려 있었다. 그 아래로 평소 은행에서는 볼 수 없는 검은 서류철이 바닥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서류철마다 작은 발이 달려 사람들 발목 높이에서 달그락거렸다. “저거 움직이는 거 보이세요?” 내가 물었다. “보입니다.” 서윤이 대답했다. “밟지 말고 돌아가요. 안에 뭐가 들었는지 몰라요.” 정문 경비실에서 정우찬 시설 당직자가 우리를 맞았다. 눈 밑이 푹 꺼진 남자였다. 그는 자기 이름을 두 번 말했고, 우리가 메모하는 모습을 확인하더니 그제야 안심했다. “경찰과 소방에도 연락했습니다. 그런데 출입 장부가 이상해요. 대피 확인을 누르면 아래에 갇힌 직원 세 명이 이미 어제 퇴사한 것으로 뜹니다.” “이름을 보여 주세요.” “박지수, 김태식, 오은호. 원래는 이 건물 사람이 아닐 수도 있어요. 세 이름 모두 계약 종료 날짜가 어제로 나옵니다.” 우찬은 화면을 내밀었지만 서윤은 먼저 건물의 실제 평면도를 요청했다. 정문에서 발전기실로 이어지는 길은 북쪽 계단 하나였다. 층수는 지하 1층, 지하 2층, 기계실. 0층은 어디에도 없었다. 단지 비상 방송 스피커가 지하 2층과 기계실 사이의 빈 공간을 '영점'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발전기는 작동합니까?” 서윤이 물었다. “예비 전원으로 교체됐어요. 다만 그쪽 방화문이 자기 마음대로 닫힙니다.” “그럼 먼저 전원과 방화문 안전 상태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사람 찾는다고 건물을 더 위험하게 만들 순 없으니까요.” 나는 경비실 카메라를 살펴보다가 세 번째 화면에서 손을 멈췄다. 지하 2층 계단 아래에 실루엣 셋이 서 있었다. 두 사람은 벽에 손을 짚고 있었고, 세 번째는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같은 움직임을 반복했다. 마치 사람의 그림자를 복사해서 재생한 듯했다. “여기 세 명 보이네요.” “영상은 아홉 분째 저 상태입니다.” 우찬이 말했다. “그런데 실제 두드림은 지금도 들려요.” 모니터 속 세 번째 그림자가 고개를 돌렸다. 얼굴은 없었다. 대신 흰 직사각형이 어두운 몸통에 붙어 있었다. [계약 종료자 반납 확인] 내 눈앞에도 비슷한 메시지가 떴다. [금융센터 지하 0층: 퇴사자 우선 반출] [안내 대상: 차도윤] [실제 피난 인원과 무관하게 진행 가능] “마지막 줄이 제일 마음에 안 드는군요.” 내가 말했다. 서윤이 내 팔을 잡았다. “그 안내 따라가지 마요. 실제 방화문을 먼저 볼 겁니다.” 우리 셋은 우찬을 앞세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계단 중간에서는 차가운 커피 냄새가 났다. 커피가 아니라 잉크였다. 층계마다 서류에 찍힌 검은 인장이 번지고 있었다. 사람의 발자국 옆에 남은 날짜는 2026년 10월 30일. 어제 퇴사 처리된 세 사람이 지하에 갇혔다는 날짜와 같았다. 발전기실 앞 방화문은 실제로 뜨거웠다. 배 소장이 손잡이를 만지려 하자 서윤이 곧장 제지했다. “온도부터요.” 그녀는 현장 직원에게 받은 비접촉 온도계를 겨눴다. 방화문 아래쪽은 평범했지만 위쪽은 전기실 과열 경보 수준으로 올라가 있었다. “건너편에 화재가 있는 건가?” 배 소장이 물었다. “열원이 문 위쪽에만 있을 수도 있어요. 연기 감지와 경보 기록을 봐야 합니다.” 무전기를 통해 우찬이 중앙 감시실과 연결했다. 연기 감지기는 정상이었고, 방화문 상단 배선의 온도 센서만 계속 상승했다. 문 자체가 살아 있는 것처럼 열을 내는 현상이었지만, 아무리 마법 같아도 뜨거운 금속에 손을 대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그때 문 너머에서 세 번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쿵. 쿵. 쿵. “안에 계신 분!” 서윤이 외쳤다. “지금 들리시면 두 번 두드려 주세요!” 잠깐의 침묵 뒤에 두 번의 짧은 소리가 돌아왔다. 그리고 한 번, 훨씬 낮은 곳에서 작은 충격이 울렸다. 세 번이라는 숫자만으로 세 사람을 확정해선 안 된다. 하지만 누군가 분명히 듣고 대답했다. 나는 방화문 옆 비상 통화기의 수화기를 들었다. 평범한 기계였다. 비상 통화 안내판에 '고장 시 손으로 돌려 주파수 전환'이라는 낡은 문장이 남아 있었다. “사람이 들리십니까? 우리는 밖에 있습니다.” 처음에는 숨소리만 흘렀다. 이어 여자 목소리가 말했다. “세 명이라고 되어 있나요?” “장부에는 그렇습니다. 실제 인원은 아직 확인 중이에요.” “그럼 장부를 믿지 마세요. 저희는 둘이에요.” 나는 서윤을 바라봤다. 그녀는 이미 '현장 응답 2명'이라고 수첩에 적고 있었다. “그 세 번째는요?” 내가 물었다. 수화기 안에서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계속 저희 뒤에서 퇴사 서류를 읽어요. 얼굴이 우리 중 하나로 바뀌면서요.” 마지막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화문 너머에서 또 하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번에는 완벽하게 내 목소였다. “차도윤. 안전 확인 완료. 세 명 모두 반출 승인.” 나는 당황해 무심코 수화기를 놓칠 뻔했다. 회사는 퇴사자한테 야근을 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이제 내 목소리까지 무단 사용하고 있었다. 정말로 끝없는 저작권 침해였다. “제가 방금 말한 거 아닙니다.” “알아요.” 서윤이 낮게 답했다. “그러니까 지금은 그걸 증명하는 것부터 합시다.” 문 너머에서 수화기를 잡은 여자가 숨을 삼켰다. “그 목소리가 또 왔어요. 저희 이름을 하나씩 지우고 있어요.” 방화문 위의 온도 표시가 빨갛게 깜빡였다. 그리고 금속 표면에 퇴사 신청서처럼 생긴 검은 종이가 들러붙었다. 하나, 둘, 셋. 세 장 중 가운데 장에 내 이름이 쓰였다. 나는 손을 뻗는 대신 휴대전화의 녹음 버튼을 눌렀다. 눈앞의 파란 화살표가 긴급 반출을 재촉했지만, 사람을 살리기 전에 사람의 목소리를 허가 없이 빌려 쓰는 일을 막아야 했다. “서윤 씨.” 내가 말했다. “여기 누가 저 대신 결재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내게 카메라 화면을 가리켰다. 보안 영상 속 얼굴 없는 세 번째 그림자가 서서히 내 모습으로 바뀌고 있었다. [외부 복구팀 책임자: 차도윤] [현장 입실 확인: 대역 수락] “저 아직 안 들어갔는데요.” 문 바깥의 나는 차갑게 말했다. 그러자 문 안쪽의 내 목소리가 아주 정중하게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제가 대신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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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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