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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99화
PAYLUA ORIGINAL · 제199화

사직서의 마지막 칸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588자

오프라인 책장
사람을 던전에서 구해 놓고 마지막 서류 때문에 다시 갇히는 결말이라면 너무 억울하다. 나는 이미 퇴사 승인까지 받았다. 그런데 도원 인사 시스템은 0층 복구 인증을 내 퇴사 확인서와 연결해 놓고 있었다. 회사가 내게 미지급 수당을 주는 대신 마지막 비상구의 주인이 되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걸 또 제가 승인해야 하나요?" 나는 문서윤에게 휴대전화를 보여 줬다. 그녀는 화면을 살피고 고개를 저었다. "기술 복구 완료 보고서와 퇴사 행정 확인서가 합쳐졌네요. 원본 결재 권한은 다릅니다. 하나를 서명한다고 다른 하나까지 서명한 것으로 만들 수 없어요." 민재는 옆에서 웃었다. "선배님, 도원이 진짜 끝까지 붙잡네요. 저는 회사가 세상에서 가장 끈질긴 연애 상대인 줄 알았어요." "그건 상대방이 헤어지자고 했을 때 보내 줘야 연애지. 도원은 스토킹에 가깝다." 나는 검은 셔츠 임현규를 찾아갔다. 이번에는 대표가 두 명인 회의실이 아니라 실제 대표이사 사무실이었다. 현장 안전 담당자는 이미 0층 출입을 점검했고, 이상한 파란 안내문도 없었다. 임현규는 나를 보자 먼저 사과했다. "회사가 당신의 퇴사를 자기 일이 끝나는 조건으로 잘못 묶었습니다. 바로잡겠습니다." 나는 화면을 그에게 건넸다. "고치는 김에 제 야근수당도 실제로 지급해 주십시오. 회사에 남은 마지막 업무가 급여 정산이라면 이 정도는 허락하겠습니다." 그는 처음으로 진심으로 웃었다. 그리고 인사팀과 회계팀의 실제 담당자를 불렀다. 그들은 기존 사직서와 승인 시각 2026년 10월 31일 18시 1분을 확인했다. 그 뒤의 구조 활동은 퇴사 취소와 별개였다. 위험 현장에 자발적으로 협조했다고 해서 회사의 직원으로 다시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인사 담당자는 서류를 세 장으로 나눴다. 이미 승인된 퇴사 확인, 미지급 보수 및 안전 협조 관련 비용 검토, 향후 시설 자문을 요청한다면 별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안내. 나는 세 번째 서류의 빈칸을 지웠다. 아직 결정하지 않은 미래를 오늘의 출근부에 적어 둘 생각은 없었다. "혹시 계속 우리 회사의 외부 복구 책임자가 되어 줄 수 있습니까?" 임현규가 물었다. "필요하면 자문 요청을 하세요. 그때 제가 할지 말지 결정하겠습니다." "그 정도라면 회사가 감당할 수 있겠군요." "회사도 퇴근하는 법을 배워야죠." 그는 오래된 도원 사원증을 내밀었다. 카드에는 내 사진과 직원번호가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카드를 돌려주었다. 기념품으로 갖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퇴사했던 사실을 증명하는 데 더 이상 목에 매달 사원증은 필요하지 않았다. 오후에는 강변 019 공공 경계의 마지막 현장 검사가 있었다. 우리는 복도에 덧씌워졌던 옛 현관을 실제로 통과하지 않았고, 새로운 완충 경계는 빈 기준점으로 남아 있었다. 장혜원과 이선경, 두 관측면의 현재 담당자가 각각 실제 난간과 신고 회선을 확인했다. 공공시설 표지판에는 접근 가능 구간과 아직 공사를 해야 하는 구간이 분리돼 있었다. 안전시설을 유지하는 책임자들은 공동 협약에 따라 교대할 수 있게 됐다. 1758 수신함에는 새로운 사람의 신고가 쌓이고 있었다. 길에 넘어질 뻔한 시민, 물이 찬 배수구, 움직이지 않는 승강기. 그들이 남긴 것은 위험한 위치와 필요한 도움이지, 고용 계약이나 출입 권한이 아니었다. 나는 수신함에 들어온 정상적인 신고가 자동으로 해당 시설팀에 전달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처음으로 아무도 내 이름을 요구하지 않았다. 하림은 현재 자신의 이름과 기억을 둘러싼 법적 지원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진은 그날 저녁 새로운 거처에서 짐을 풀었고, 두 번째 경비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보며 처음으로 쉬는 날을 보냈다. 명주 둘은 서로 다른 길로 산책을 나갔다. 과거 스냅샷이 그들의 현재 모습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줄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 설명이 각자의 내일을 대신 결정할 수는 없었다. 아이와 보호자는 자신들이 선택한 안전한 곳에서 일상을 회복하고 있었다. 아이가 내게 남긴 것은 이름이나 진술서가 아니었다. 한서림이 허락받아 전달한 짧은 말 한 줄이었다. "아저씨도 이제 쉬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오히려 눈을 찡그렸다. 회사가 내게 준 수많은 알림 가운데 이렇게 명확하고 인간적인 지시가 있었던 적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문서윤이 내게 무전기를 건넸다. 나는 무심코 받으려다가 멈췄다. "이제 저 아니라 새 담당자에게 주셔야죠." "받으라고 준 게 아니에요. 이거 반납 확인서예요. 진짜로 놓고 가도 된다는 증거." 나는 수첩에 남은 비상 연락망을 확인하고, 공공시설 담당자가 직접 관리하는 번호와 도원의 내선번호를 구분했다. 그동안 모든 연락이 내 휴대전화로 오던 이유는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었다. 누군가 편하다는 이유로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정해진 시간에 교대할 수 있도록 바꾸는 일은 던전을 이기는 것보다 오래 걸렸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도원의 18층 유리창에 노을이 비쳤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그 건물 옥상에서 다른 건물들의 0층을 바라보며 서울 전체가 출근부에 갇힐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제 여전히 안전 검사가 남은 구역은 있었지만, 사람들은 각자의 건물에서 자신이 가려는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 나는 지하철로 향했다. 출입구 앞에서 잠깐 멈췄다. 익숙한 파란 화살표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서울 지하철의 평범한 표지판이 보였다. 출구 1번, 출구 2번, 엘리베이터. 나는 웃었다. 어느 출구도 나를 직원으로 등록하지 않았다. 인사 담당자는 외부 안전 협조와 노동법상 보수 문제를 관련 절차로 따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나는 확인하지 않은 금액에 자동 동의하지 않았고, 검토할 자료를 보관했다. 퇴사했다는 사실을 바로잡는 것과 미지급 보수를 포기하는 것은 다른 선택이었다. 내가 모든 일을 마친 증명으로 누군가에게 정당한 청구권까지 지우라고 할 이유는 없었다. 그때 마지막 메시지가 도착했다. `[차도윤 / 퇴사 처리 완료]`. 날짜는 처음 승인됐던 10월 31일 그대로였다. 하지만 화면 아래에는 또 다른 문장이 떠 있었다. `[회사 시설 비상 연락 담당자: 차도윤 지정 해제]`. 비상 경고망은 정상이고, 나는 더 이상 유일한 담당자가 아니었다. 나는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일을 다 끝냈다는 성취감보다 먼저 피로가 몰려왔다. 다리가 저렸고 배가 고팠다. 집에 가면 샤워를 하고 씻지도 않은 컵을 치울 생각이었다. 그런 사소한 일들이 미래의 어느 출근표에도 적혀 있지 않다는 사실이 좋았다. 지하철 문이 열렸다. 나는 타려다가 또 한 번 뒤를 돌아봤다. 도원솔루션 건물 아래에는 0층으로 들어가는 특별한 계단 대신 공공 안전 안내판이 서 있었다. 누구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번호가 적혀 있었다. 사람들이 지나갔고, 어떤 사람은 서서 지도를 확인했다. 아무도 자신의 이름을 남기지 않고도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전철에 올랐다. 한 좌석이 비어 있었고, 누구도 그 자리에 '최초 관리자'라는 명패를 놓지 않았다. 나는 앉았다. 마침내 누군가 나 대신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내 몸을 조금 느슨하게 만들었다. 눈을 감자 마지막 경고음 대신 평범한 안내 방송이 들렸다. "이번 역은…" 그다음 역 이름이 무엇이든 괜찮았다. 나는 이제 그곳에서 내릴지 말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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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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