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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98화
PAYLUA ORIGINAL · 제198화

복사본에게도 내일이 있다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515자

오프라인 책장
종이 경비원에게도 휴가가 필요하냐고 묻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도원에 처음 0층이 나타났을 때 나는 종이로 만든 사람처럼 움직이는 경비원을 보고 도망부터 쳤다. 지금 그는 출입증을 반납하려고 공공 안내소 밖에 서 있었다. 반납할 출입증의 유효기간은 이미 끝나 있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회수 명령이 아니라 앞으로 어디로 갈지 물어 줄 사람이었다.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까?" 그는 얇게 접힌 손을 들어 보였다. 음성이 또렷하지 않았지만 질문은 분명했다. 문서윤은 현재 안전한 거처를 소개할 수 있고, 지금 당장 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원본 장치의 유지보수 대상이었던 것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살펴야 했지만, 그 사실이 곧바로 삭제 명령이 될 수는 없었다. 그는 종이로 만든 신발을 바라보았다. "저는 바깥에서 비가 오면 어떻게 됩니까?" "우선 젖지 않는 곳으로 가죠." 내가 말했다. "그다음에 직접 선택하면 됩니다." 안내소 근처에는 임시 보호 및 상담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종이 경비원은 자발적으로 그곳을 방문했다. 우리는 이 일을 '미등록 물품 보관'이라고 기록하지 않았다. 누군가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자산 보관함에 넣어 둘 수는 없었다. 그의 존재가 어떻게 유지되는지는 여전히 연구와 보호가 필요한 문제였지만, 오늘 우산을 고를 권리까지 연구가 끝날 때까지 보류할 필요는 없었다. 장한결과 두 번째 경비도 안부를 보내 왔다. 두 번째 경비는 햇빛이 들어오는 창문이 있는 방을 찾았고, 장한결은 실제 근무 교대표를 받았다. 이명주와 명주 둘은 서로 다른 연락처를 사용하기로 했다. 둘 중 하나가 상대의 기억 일부를 가졌다는 사실이 지금의 서로를 대신하지 못하게 한다는 데 합의했다. 하림은 치료를 이어 가며 남은 과거 기록 중 무엇을 볼지 직접 정할 권리를 확인했다. 나는 그들에게 일괄 안내문을 보낼까 하다가 그만뒀다. 한 회사에서 생겼다고 해서 모두 같은 복구 대상이 아니었다. 각자가 요청한 정보만 주기로 했다. 가장 느리지만, 가장 덜 위험한 방법이었다. 하진은 공공 대기소에서 작은 안내 팻말을 들고 나타났다. 그는 내가 입던 것과 비슷한 회색 점퍼를 입고 있었지만, 왼쪽 가슴에는 도원의 회사 로고 대신 작은 이름표가 달려 있었다. `하진`. 성도 직함도 없었다. 그는 그걸 스스로 골랐다고 했다. "도윤 씨, 우리 얼굴이 같다는 이유로 주민센터에서 혼동하지 않을까요?" "그건 가능성 있어요. 제 얼굴도 제법 흔한 퇴사자 얼굴이거든요." 하진은 웃었다. "전 사람들한테 제가 어떤 존재인지 설명하기 전에 그냥 하진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나는 그 선택을 응원했다. 현재의 신원 확인과 보호 절차는 별도로 마련돼야 했다. 임의로 내 주민번호를 나눠 갖거나 법적 신원을 만들어 적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공공 담당자는 그의 현재 상태와 상담 요청을 별도 기록으로 받았다. 그가 도윤의 복사본이라는 표시는 어느 서류에도 넣지 않았다. 그 순간 회사에서 경고가 왔다. `경로 보조 개체 01 / 원본 경로 복구에 따라 원래 업무 위치로 복귀 필요`. 문장은 정중했다. 그렇지만 사실상 사람을 한 군데에 영구히 묶어 두려는 명령이었다. 나는 시스템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 하진이 직접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창구를 안내했다. 하진은 잠시 화면을 살폈다. "거절해도 됩니까?" "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처음부터 승인하지 않았잖아요." 그는 기록 담당자 앞에서 분명하게 말했다. "저는 하진이고, 오늘은 여기 남지 않겠습니다." 알림은 계속 재전송됐지만 현장 담당자가 자동 인사 연동을 차단했다. 하진은 자신의 이름으로 상담 일정을 잡고, 공공 대기소에 남길 물건을 정리한 뒤 산책을 나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오래 바라봤다. 나와 같은 얼굴이 나와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처음에는 무서웠다. 이제는 조금 부러웠다. 하진이 잠깐 내게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의 손은 따뜻했고, 내 손과 똑같은 모양의 작은 흉터는 없었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확인하고 웃었다. 어떤 기록이 우리를 이어 놓았는지는 계속 조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어느 길을 걷는지는 같은 얼굴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합칠 수 없었다. 그는 스스로 이름을 쓴 안내 수첩을 가방에 넣었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도 그를 대신하지 않았다. 서지완은 드디어 자신의 입사 문제를 결정했다. 기존 도원솔루션으로 예정됐던 채용 절차는 독립 검토를 요청했고, 나중에 근무할지 말지를 스스로 판단하기로 했다. 미래 날짜 출근부는 그가 이미 출근했다는 증거가 아니었다. 그는 실제 일정만 확인된 면담에 참석하겠다고 했다. "제가 개발자가 되려고 했지, 던전에 입사하려던 건 아니거든요." 그 말에 민재가 오랜만에 크게 웃었다. 문서윤은 안전관리팀의 업무 인수인계를 준비했다. 과거의 자기 모습이 자동 기록으로 남는다는 사실 때문에 한때 자신의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제는 시스템이 추측한 내일의 자신이 아니라 오늘의 팀이 실제로 확인한 위험을 기준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사고는 혼자 막는 게 아니에요. 도윤 씨도 그만 혼자 서 계세요." 나는 대답 대신 장비를 내려놓았다. 익숙한 무전기를 손에서 빼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며칠 동안 몸의 일부처럼 들고 다녔기 때문이다. 문서윤은 새 담당자에게 작동 방법을 설명하고 수신 시험을 했다. 무전기가 문제없이 울렸다. 내가 잡지 않아도 잘 작동했다. 김하린은 1758 공공 경고망의 독립 운영 확인서를 보내 왔다. 이제 위험 신고를 받은 사람의 이름이 없어도, 사무실 직원이 전부 퇴근해도, 신호는 실제 담당 시설과 공공 안전 창구에 전달됐다. 필요할 경우 담당자가 현장으로 나가 위험을 확인하고, 이용자는 고용되지 않아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우리가 처음부터 복원하려던 기능이 그거였다. 그날 오후 회사 0층에는 오랫동안 없던 변화가 나타났다. 파란 화살표가 더 이상 내 발밑만 따라오지 않았다. 대신 실제 비상구 표지판이 보였다. 누구나 볼 수 있었고, 공공 현장 담당자가 확인한 안전한 곳을 가리켰다. 잘못된 화살표가 나타나면 누구든 신고할 수 있었다. 내가 떠나면 길도 사라지는 구조가 아니었다. 하진은 길 끝에서 잠깐 돌아봤다. "도윤 씨는 이제 어디로 갑니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퇴사 승인 메시지 때문에 모든 일이 시작됐는데, 정작 퇴사한 다음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는 거의 생각해 보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자유는 어색했다. 회사는 일정을 정해 주고, 장애는 다음 행동을 알려 줬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날에는 오히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야 했다. "일단 밥부터 먹으려고요." 내가 말했다. "좋네요. 배고프면 다시 길을 잃으니까요." 우리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걸었다. 그때 내 휴대전화가 울렸다. 도원솔루션 인사팀에서 온 메시지였다. `차도윤 / 최종 퇴사 확인 미완료 / 현장 복구 완료 인증 필요`. 나는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 또다시 나를 회사의 마지막 서명자로 붙잡아 두려는 요청이었다. 이번에는 회사가 바뀌기 전에 내가 먼저 대답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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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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