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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97화
PAYLUA ORIGINAL · 제197화

사라지지 않는 책임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595자

오프라인 책장
사무실에 서류가 쌓이는 건 익숙했다. 하지만 사고 보고서가 쌓인 자리에 구속영장이나 형사처벌을 예상한 사람들의 표정까지 쌓이는 것은 낯설었다. 오재현은 그런 예상부터 멈추라고 했다. "책임은 증거에 따라 확인해야 합니다. 증거가 있다고 해서 오늘 모든 판결이 내려지는 것도 아니고요." 나는 그 말에 동의했다. 도원 시스템이 가장 많이 저지른 잘못은 결론부터 출력하고 그 뒤에 사람을 끼워 맞추는 일이었으니까. 오승필은 공공 시설 심의에 출석했다. 그는 태형공간자산의 시설 전환 사업이 정당한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의실 한쪽에는 그의 회사가 만들었던 광고 화면이 놓여 있었다. `미래형 0층 임대 구획 / 공실률 제로 / 퇴사자 자동 승계 보장`. 나는 화면을 보자마자 고개를 갸웃했다. 공실률 제로는 좋은 말일지 몰라도, 사람을 마음대로 떠나지 못하게 하면 공실이 생기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공공시설 담당자는 광고 문구가 아니라 실제 기록을 물었다. 오승필은 019 안전 경계의 보수비 부담이 불분명해 기업이 관리권을 맡겠다고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김하린은 관리 보조와 사용권 이전을 분리한 자료를 제출했다. 안전 대기소를 보수하는 계약이 곧 그곳에 들어오는 사람을 임차인으로 등록할 권리는 아니라는 사실을 설명했다. 오재현은 여러 차례 확보한 기록 가운데 공개 가능한 것을 제시했다. 오승필이 `REG-ZERO-019`의 문서 양식을 제안한 날짜, 임시 수령자 이름을 자동 채우도록 요청한 날짜, 그리고 하진 사진을 대리 승인자로 사용하려던 시도가 시간 순서대로 보였다. 모두 최초 사고 이전에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그는 사태를 만든 첫 사람이라고 단정할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사태의 위험을 알게 된 뒤에도 이용하려 했다는 정황은 분명했다. "안전한 길을 관리하려면 비용이 필요합니다." 오승필이 말했다. "맞습니다." 김하린이 대답했다. "그래서 공공과 민간의 보수 책임을 협의하겠습니다. 하지만 출구를 사람들의 근로계약과 묶는 일은 승인된 적 없습니다."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모든 책임을 떠맡으라는 겁니까?" "확인된 행위에 대해서만요. 원인까지 확인되지 않은 부분은 그대로 조사할 겁니다." 나는 그 대화가 뜻밖에 시원했다. 누군가를 한 번에 악당이라고 부르고 던전 끝에서 결투를 벌이는 이야기는 듣기에 편했다. 그러나 오승필이 지금 해야 하는 일은 검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회사가 남긴 계약과 비용 기록 앞에 서는 일이었다. 내 퇴사서에 가짜 도장이 찍힌 것처럼, 그의 계약서도 진짜 누가 승인했는지 검증해야 했다. 오재현은 피해자의 구체적인 신청과 직접 확인된 자료를 먼저 검토했다. 문제가 된 계약은 보류됐지만 이미 이뤄진 경비 지출과 실제 수리 노동은 사라지지 않았다. 외주 노동자가 대금을 받는 문제와 공공 통행권을 누가 가질지의 문제는 분명히 달랐다. 피해의 실체를 남겨야 책임도 실제로 따질 수 있었다. 나는 그 분리를 도원이 처음 안전선과 출근선을 나눴던 날처럼 중요하게 생각했다. 다음으로 문태수가 등장했다. 그는 FM-TRANSFER 업무 표준화를 추진했던 사실을 인정했다. 구형 019의 `중지`가 `업무 종료`로 바뀐 순간, 조건부 승인과 반려를 한 번에 '완료'로 처리하던 번역표를 사용했다고 했다. 문서윤은 그가 제출한 설명 가운데 안전 경보 수신은 살리고 인사 연결만 분리할 수 있었다는 기술 검토 문서를 보여 줬다. "그때는 그렇게 하려고 한 게 아닙니다." 문태수가 말했다. "의도를 설명하는 건 필요합니다." 오재현이 답했다. "그런데 결과를 알고도 왜 중지 조건을 복원하지 않았는지도 설명해야 합니다." 문태수는 대답하지 못했다. 우리가 조사 과정에서 찾아낸 내부 메일에는 현장 위험 경고가 누적됐는데도 변경 작업을 예정대로 진행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누가 최종 판단을 했는지는 아직 확인해야 했다. 그는 증빙이 보관된 저장소와 협의회 실증실의 담당자 목록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검은 셔츠 임현규는 대표이사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결재를 자신의 것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 경영 책임과 감독 의무에 관한 질문을 피하지도 않았다. 그는 도원 솔루션의 정규 인사 시스템이 임시 안전 장비와 연결된 사실을 제때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복을 입은 별도 존재는 자신의 진술에 동의하지 않은 부분을 따로 남겼다. 그가 고른 현재의 호칭은 여전히 '방문자'였다. 나는 그게 어떤 직함보다 정확하다고 느꼈다. 심의가 진행되는 동안 금융센터에서는 시설 안전 확인이 한 번 더 이뤄졌다. 019-00을 빈 기준점으로 되돌린 뒤 바닥이 안정됐지만, 실제로 사용 가능한 경로인지 현장 점검을 반복해야 했다. 오은호는 안전한 계단의 출입문을 열고 닫는 시험에 참여했고, 점검을 마친 뒤 자신이 원하던 교대 시간을 지켰다. 그에게는 자신이 며칠 전 구조됐다는 사실보다 오늘 퇴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세림병원 박유라는 환자들의 치료 기록이 사무실 출근 명부로 다시 넘어가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김소연은 도시락 배달을 재개했고, 평범한 구급차가 평범한 응급실 문 앞에 멈췄다. 물리적 공간은 안정됐지만 모든 과거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우리는 서로 다른 두 일을 동시에 할 수 있어야 했다. 사람들의 일상을 회복시키는 일과, 그 일상을 위험하게 만든 기록을 조사하는 일. 심의가 끝난 뒤 오승필이 내게 다가왔다. "차도윤 씨는 결국 영웅이 됐겠군요." "아니요. 저 퇴사자입니다. 영웅은 야근수당 지급 규정에 없더라고요." 그는 어색하게 웃었다. "회사에 다시 들어올 생각 없습니까? 이런 시스템은 당신 같은 사람이 관리해야 할 텐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직원 한 사람을 계속 붙잡아 놓는 건 관리가 아닙니다. 인수인계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죠." 그의 표정이 잠깐 굳었다. 나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지금 내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치는 다시 회사의 모든 출구를 떠맡지 않는 것이었다. 오재현은 사건 기록을 세 묶음으로 나눴다. 원래의 공공 안전 설계와 정상 사용, 동의 없는 변환과 자산화 시도, 그리고 현재에도 완전히 설명되지 않은 공간 및 대역의 물리 현상. 확정된 사실과 미확정 부분을 섞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수사와 감사는 계속될 것이다. 누구에게 어떤 법적 책임이 인정될지는 나중에 결정될 것이다. 나는 그 느린 과정을 견딜 생각이었다. 마지막으로 문태수가 제출한 구형 운영 매뉴얼의 맨 뒷장을 살펴봤다. 거기에는 원본 019 경계가 꺼지더라도 공공 신고선은 항상 독립적으로 살아 있어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그 아래 손글씨가 하나 더 있었다. `사람이 교대하면 장비는 계속 일할 수 있다. 사람이 영원히 남아 있을 이유는 없다.` 나는 그 문장을 사진으로 찍지 않았다. 장혜원의 원본 보관 절차에 따라 별도로 복사본이 보존됐기 때문이다. 대신 내 수첩에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말을 적었다. **회사 일은 인수인계할 수 있다. 사람의 삶은 인수인계할 수 없다.** 수첩을 덮으려던 순간, 집하장 외부 경계에서 연락이 왔다. 한동안 이름을 쓰지 않았던 종이 경비원이 자기 방식으로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가 무슨 종류의 존재인지 결정하기 전에 먼저 무엇을 원하는지 들어야 했다. 던전의 기록을 고쳤다고 해서 거기서 생겨난 삶까지 고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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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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