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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94화
PAYLUA ORIGINAL · 제194화

멈추라는 표시가 승인으로 바뀐 날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588자

오프라인 책장
원래 사고의 시작은 17시 57분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그 뒤 우리는 17시 56분을 찾았고, 17시 55분을 찾았으며, 마침내 17시 54분을 찾아냈다. 이렇게 계속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언젠가 도원솔루션 창립식에서 신발끈을 잘못 묶은 사람까지 찾아낼지도 몰랐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의 조사는 신발끈이 아니라 중지 버튼에 관한 것이었다. 장혜원은 원본 보관함을 실제 강변 019 안전관리실로 가져갔다. 도원에서 영상을 열면 원본이 자동으로 현재의 출근부 형식에 맞춰지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장 관리인 이선경, 문서윤, 김하린의 입회 아래 장비를 꺼내 들었다. 본체를 건드리지 않고 안전한 별도 출력 단자에서 관측 신호만 확인했다. 새벽의 강변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멀리 배수펌프장의 낮은 소리가 들렸고, 019-3의 금속 지지판은 바람이 불 때마다 희미하게 울렸다. 나는 그 소리가 190화에 문을 두드리던 사람의 손과 구별된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렸다. 장혜원은 수첩에 세 줄을 적었다. '실물 경계 확인', '원본 자동 재생 금지', '과거 관측과 현재 안전 분리'.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답부터 정해 놓으셨네요." 내가 말했다. "답이 아니라 금지사항입니다. 그걸 제대로 지켰다면 우리가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됐겠지요." 우리가 찾아낸 17시 54분 자료는 다섯 장의 사진이 아니라 상태 변경 로그였다. `관측 A: 바깥 안전 부분 확인`. `관측 B: 미응답`. `완충 폭: 유지`. `재생 허용: 불가`. 무엇보다 마지막 칸에는 검은 표시가 있었다. `STOP / 현장 확인 전 자동 보정 중단`. 누가 봐도 중지였다. 영어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빨간 막대가 그어진 그림만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걸 17시 55분에 누가 승인으로 바꿨습니까?" 배만식이 물었다. 답은 의외로 싱거웠다. 그날 저녁 도원 이전 데이터 변환기가 구형 `STOP` 플래그를 '작업 상태가 끝남'으로 해석한 것이다. 끝났으니 다음 단계로 넘긴다는 프로그램이었다. 보안상 인증되지 않은 결재 사진으로 빈 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바뀐 변경 이력도 있었다. 기계를 만들고 승인한 사람들은 '업무 완료'와 '작업 중단'을 같은 단어로 사용하고 있었다. 문서윤은 고개를 저었다. "처음 변경을 승인한 사람과 사고를 악용한 사람은 다를 수 있어요. 로그의 중간 구간도 아직 빠져 있고요." 우리는 누군가 한 사람이 모든 원흉이라는 편리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잘못된 변환은 실제로 존재했다. 오재현에게 원본 파일의 해시를 보내자 곧바로 답이 왔다. `STOP→CLOSED→COMPLETED→APPROVED`로 바뀌는 일련의 변환표가 남아 있었다. 이 과정에서 현장 관측자 B의 응답이 없다는 문구가 별도 조치 없이 사라졌다. 이선경은 옛 강변 시설의 도면을 펼쳤다. 두 관측면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도록 설치돼 있었다. 둘 사이 팔십 센티미터의 빈 폭은 '예비 통로'라고 표시돼 있었지만 실제로 누군가 지나가도 되는 길이 아니었다. 안전을 확인하지 못했을 때 바닥을 추가로 그려 넣지 말라는 표시였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잇는 마법 같은 문이 원래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닫힌 상태를 유지해야 할 공간의 경계가 뒤섞여 버린 셈이었다. "그럼 무슨 힘으로 진짜 바닥이 나타나는 거죠?" 내가 물었다. 장혜원은 쉽게 답하지 않았다. "장치가 전혀 평범한 물건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당시에도 관측되지 않은 구간을 실제 통과 가능한 공간으로 보완하는 현상은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중단 조건을 넣은 거고요." 내가 처음 이 건물의 0층을 보고 던전이라고 부른 이유가 떠올랐다. 벽이 움직이고, 업무 목록이 사람을 공격하고, 익숙한 얼굴이 다른 사람이 됐다. 그 현상을 단순한 서버 버그로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초자연적인 현상이라는 이유로 누군가의 동의를 건너뛸 수도 없었다. 17시 55분의 변경 예약을 독립 화면에서 재생했을 때 현장 온도계가 갑자기 한 도 떨어졌다. 아직 실제 복도를 재생하지 않았는데도, 강변 난간의 그림자가 잠깐 두 개가 됐다. 김하린이 즉시 재생을 멈췄다. "이 정도면 기록 재생 자체가 물리 현상을 건드린다는 증거가 될 수 있겠네요. 더 이상 현장에서 시험하지 않겠습니다." 문서윤이 몸을 굽혀 난간의 고정 상태를 확인했다. 우리는 어두운 바닥을 맨눈으로 따라가지 않고 안전선 안에서만 움직였다. 기록 보관 담당자가 현재의 위험을 기록했고, 현장 담당자가 통행 제한 표지판을 세웠다. 한 사람의 대답을 찾다가 또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은 피했다. 강변의 점검등은 초록과 붉은 빛을 번갈아 보냈다. 이상한 것은 중단 상태를 알리는 붉은 표시가 전산 화면에서는 사라졌는데 실물 장치에는 남아 있었다는 점이다. 장혜원은 닳은 스위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사람들이 먼저 봤어야 하는 건 멋진 승인 화면이 아니라 이것이었지요." 나는 물리적 중지 버튼이 실제로 눌린 흔적과 전산상 완료 로그를 별개로 기록했다. 그때 신소림에게 전화가 왔다. 그녀는 옛 강변에서 야간 근무를 정상 종료한 자신의 원본 일지를 찾았다고 했다. 그 일지에는 제0 관측에 참여했다는 문장이 없었다. 대신 `교대 후 미확인 관측 구간은 다음 근무조에 인계, 자동 운영 승인 금지`가 적혀 있었다. 후대 인사 장부는 그녀를 '퇴근하지 못한 관측자'로 표시했지만 실제 기록은 정반대였다. "이제 정말 퇴근하셨다는 걸 회사가 인정하겠네요." 내가 말했다. 신소림은 낮게 웃었다. "저는 오래전에 퇴근했어요. 회사가 이제야 이해한 거죠." 그 말을 듣고 나는 도원에 매달려 있던 수많은 얼굴을 떠올렸다. 이명주와 명주 둘, 장한결과 두 번째 경비, 하림과 하진. 그들 가운데 누구도 과거의 오류를 고치기 위한 소모품이 될 수 없었다. 회사가 사람을 내보내는 대신 끊임없이 다른 사람으로 자리를 채우려 했던 것은 중지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현장에서 돌아올 무렵 오재현은 새 결재 원본의 일부를 확보했다. `중지 표시를 승인으로 전환하는 자동 변환을 유지할 것`이라는 유지보수 요청서였다. 문태수가 관리했던 FM-TRANSFER 업무 계정에 연결된 기록이었다. 그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설계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중지 조건이 사라진 뒤에도 그것을 정상 운영이라고 보고했다**는 흔적은 분명했다. 나는 이선경에게 물었다. "이제 무엇을 하면 될까요?" 그녀는 두 관측면을 바라봤다. "옛날 현장을 과거 사진으로 되돌리는 게 아니라, 지금의 안전한 길이 실제로 두 개임을 확인하는 겁니다. 부족한 폭은 안전시설로 보강하고요." 멀리서 강변의 길이 하나로 겹쳤다가 다시 갈라졌다. 그 틈 사이로 검은 계단이 보였다. 나는 한 발도 가까이 가지 않았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중단된 실험을 완료해 주는 게 아니라, **실험을 중단한 상태에서도 사람들이 안전하게 퇴근할 수 있는 현실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날 저녁 도원 화면에는 새로운 글자가 떠 있었다. `기준점 환원 사전 조건 1/3: 원본 중지 플래그 복원`. 이번에는 빨간 중지 표시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는 그것을 축하하기 위해 퇴근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아직 두 가지 조건이 남았고, 그 버튼을 누르면 또 다른 사람이 내 대신 출근해 버릴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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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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