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팀장 둘은 똑같은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한쪽은 셔츠 소매를 걷었고, 다른 한쪽은 끝까지 단추를 잠갔다. 그 차이만으로 어느 쪽이 진짜 황규태인지 알아보라는 건 너무한 시험이었다. 우리 회사는 평소에도 불가능한 일을 KPI로 만들었지만, 얼굴로 원본을 구분하라는 건 평가표에 넣을 수 없을 것이다.
“차도윤.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다.” 소매를 걷은 황 팀장이 말했다.
“맞습니다. 저 퇴사했거든요.”
“넌 퇴사한 적 없어.” 단추를 잠근 쪽이 말했다.
둘 다 자기 말이 맞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복도 끝에는 임현규 대표이사와 똑같이 생긴 남자 둘도 서 있었다. 하나는 회색 양복, 다른 하나는 검은 셔츠. 서로 상대방을 보지 않는 태도가 오히려 이상했다.
문서윤이 내 앞에서 손을 들었다. “지금 누가 진짜인지 가리는 회의를 열 생각은 없습니다. 대강당에 직원들이 있고 재심사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요. 안전과 관련된 원본부터 보여 주세요.”
검은 셔츠의 임 대표가 웃었다. “안전이야말로 우리가 보장합니다. 모든 사람을 같은 상태로 만들면 차별도 사고도 없어지니까요.”
“죽은 사람과 살아 있는 사람이 똑같아지면 사고가 없어지는 건 아니죠.” 내가 말했다.
회색 양복의 임 대표가 검은 셔츠를 가로막았다. “당신은 회의 진행만 하십시오. 회사의 인사 결정은 내가 합니다.”
“두 분 다 같은 회사 회의실을 쓰실 수 있습니다.” 검은 셔츠가 대답했다. “다만 회사를 계속 운영하려면 기록이 하나여야죠.”
나는 일부러 둘의 말을 수첩에 따로 적었다. 복제된 인격인지, 기록만 붙은 집행 장치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 대화는 분명히 다른 의사를 가진 두 존재의 대화였다. 어느 쪽이 원본인지 모른다고 한쪽 말을 지워선 안 됐다.
“원본 확인은 나중에 합시다. 황 팀장님, 금고에는 누가 접근할 수 있습니까?”
소매 걷은 팀장이 입을 열었다. “나와 시설 소장.”
단추 잠근 팀장이 말을 이었다. “나와 회사 기록 관리자.”
배만식 소장은 무전기로 대답했다. “난 금고 열쇠 받은 적 없어. 시설 쪽 이중 잠금만 관리했어.”
둘은 서로를 노려봤다. 나는 누구의 기억이 맞는지 판정하지 않았다. 대신 금고 열쇠와 시설 잠금의 물리 구조를 확인하자고 했다. 서윤이 경비실에 남은 종이 출입 기록을 가져왔다. 전자 로그가 아닌 오래된 카드 출입부였다. 페이지에는 오늘 오후 5시 41분, 황규태가 직접 사인한 기록이 있었다.
“같은 분이 두 장 서명하면 어떻게 됩니까?”
“사실 두 장 있어.” 배 소장이 말했다. “출입부 책은 한 권인데 다른 페이지에 같은 시간 서명이 하나 더 있다.”
서윤이 책을 펼쳤다. 두 서명은 필압이 달랐다. 하나는 볼펜을 꾹 눌렀고, 다른 하나는 손끝을 가볍게 움직였다. 어느 쪽이 원본인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오늘 같은 시각에 기록이 두 번 남았다는 물증이었다.
“왜 진작 말 안 했습니까?” 내가 물었다.
“서명 둘 다 네 이름으로 바꾸라고 소리가 나서 못 했어. 종이도 위험한 줄 알았지.” 배 소장이 답했다.
나는 배 소장에게 두 서명에 대한 비교 기록을 안전한 장소에 보관해 달라고 했다. 뚜껑을 열기도 전에 누군가 손대면 곤란했다. 우리는 본인들의 직접 진술, 현장 인원의 기록, 물리 흔적을 각각 분리해 남겼다.
금고 앞에는 작은 키패드가 있었다. 화면에 문장이 나타났다.
[원본 보안 회수서 제출 시 근무자 재심사 즉시 실행]
문서윤이 말했다. “보안을 회복하는 순간 직원들이 위험해지는 구조네요.”
“그러니까 제출 전에 원본 내용만 안전하게 보죠.”
배 소장이 시설 잠금을 해제했다. 소매 걷은 팀장은 열쇠를 꺼내 들었지만, 단추 잠근 팀장도 똑같은 열쇠를 들고 있었다. 두 열쇠를 번갈아 꽂자 하나는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진짜 사람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 복제된 사람에게 낡은 열쇠를 쥐여 줬을 수도 있었다.
실제 금고는 서윤의 입회 아래 열렸다. 안에는 두 묶음의 문서가 들어 있었다. 하나는 황규태가 이틀 전 서명한 '보안 접근 회수 승인서', 다른 하나는 오늘 날짜로 자동 생성된 '사망 예정 적용 확인서'였다. 서명란에는 같은 이름이 찍혀 있었지만, 두 번째 문서의 아래쪽에는 작은 인쇄 흔적이 있었다.
[원본 대체 적용: 동의 미확인]
“제게 묻지 않고 덮어씌웠군요.” 내가 말했다.
소매 걷은 팀장은 종이를 보더니 숨을 내쉬었다. “내가 서명한 건 첫 번째야.”
“두 번째는?”
“본 적 없어.”
단추 잠근 팀장이 조용히 말했다. “나는 두 번째를 승인했습니다. 다만 승인 대상이 사망 예정이라는 건 몰랐어요. 보안 접근이 끊어진다고 설명받았을 뿐입니다.”
두 사람의 말이 모두 사실일 가능성도 있었다.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이 다른 복제체에게 이어졌을 수 있었고, 집행 규칙이 승인 범위를 바꿨을 수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현재 어느 사람도 동의 없는 사망 판정을 정당하게 만들 수 없다는 점이었다.
검은 셔츠의 임 대표가 손뼉을 한 번 쳤다. “바로 그겁니다. 원본을 열었으니 회사의 재심사를 시작할 수 있겠군요.”
화면 구석의 시간이 빨라졌다. 재심사까지 남은 시간이 삼십 분에서 오 분으로 줄어들었다. 그는 우리에게 근거를 보여 주라고 한 것조차 함정으로 사용한 셈이었다.
“원본을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서윤이 또박또박 말했다.
“원본을 열람했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해요.”
“열람은 제출이 아닙니다.” 내가 말했다.
검은 셔츠는 웃음을 멈췄다. 나는 금고 문 안쪽에서 접힌 수동 양식을 발견했다. 그곳에는 인사 전산이 없던 시절 쓰던 '오류 발생 시 중립 보존' 안내가 적혀 있었다. 원본 훼손 없이 열람하고, 변경 사항은 현장 확인 후 별도 검토한다는 조항이었다.
“정해 둔 절차가 있다면 그대로 합시다.”
나는 관리자 권한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안전관리 책임자인 서윤과 시설 책임자인 배 소장, 두 황 팀장에게 각각 현재 확인한 사실을 적게 했다. 누가 어떤 권한을 가졌는지는 나중에 판정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원본이 변경됐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있었다.
[변경 이력 이의 접수]
[근거: 원본 2종 불일치]
[재심사 자동 개시 보류]
카운트다운이 다시 삼십 분으로 돌아갔다. 검은 셔츠의 대표는 건조한 얼굴로 뒤로 물러섰다. 회색 양복의 임 대표는 내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회사에 이렇게 오래 남을 줄 알았으면 퇴사 신청부터 막았을 겁니다.”
“그러니까 제가 퇴사한 겁니다.”
배 소장이 허허 웃었다. 하지만 나는 웃음보다 서늘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복사된 사람들이 자신만의 진술을 하고, 회사는 그 말을 하나의 기록으로 합치려 한다. 정당한 절차 없이 어느 한쪽을 삭제하면 이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때 금고 바닥에서 작은 종이 한 장이 미끄러져 나왔다. 출력 날짜가 내일로 찍힌 문서였다.
[공동 운영 건물 17곳]
[원본-대역 병합 시험 2단계]
[시험 책임자: 공석]
[대리 책임자 후보: 차도윤]
“저는 끝까지 후보네요.” 내가 중얼거렸다.
서윤은 문서를 봉투에 넣고 원본 위치와 발견 시각을 적었다. “후보는 거절할 수 있습니다. 대신 실제로 위험한 건물들이 있다는 사실은 남겨야 해요.”
나는 병원에서 받은 이명주의 일지를 꺼냈다. 사람 넷, 업무 다섯, 원본 확인 셋. 결국 수색을 끝내기 전에 해야 할 일은 이 열두 건의 위험을 다른 건물에 공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름을 자동으로 등록시키지 않는 방법을 먼저 찾아야 했다.
제1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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