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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8화
PAYLUA ORIGINAL · 제18화

황 팀장이 숨긴 승인서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689자

오프라인 책장
황규태 팀장이 전화로 처음 한 말은 '미안하다'가 아니었다. “도윤아. 네가 0층을 말하면 그쪽이 네 말을 계약으로 저장해.”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가 기침했다. 나는 그 숨소리를 알고 있었다. 팀장은 보고서가 틀렸을 때 늘 마른기침을 한 번 하고 책임자를 찾았다. 어느 날 서버가 멈췄을 때도 그랬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멈춘 건 서버가 아니라 그의 결재였다. “그래서 밖에 알리지 말라고 하신 겁니까? 사람들 대피시키는 것까지 막으면서?” “내가 그렇게 말한 건 잘못이야. 안전 정보를 숨기라는 뜻은 아니었어.” “그럼 뭘 말하지 말라는 건데요?” “그 단어를 그대로 방송하지 마. 공식 시스템이 그걸 ‘작동 승인’으로 읽어.” 나는 서윤과 눈을 마주쳤다. 병원 전광판은 우리가 하는 말에 반응했지만, 실제 외부 신고는 건물의 위험 상태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전달했을 때 정상적으로 들어갔다. 황 팀장의 말이 완전히 거짓일 이유는 없었다. 다만 그의 말 하나로 믿고 움직일 수는 없었다. “왜 그렇게 아십니까?” 내가 물었다. “이틀 전에 0층 시범 회의에 참석했어.” 그 한마디로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우리가 몇 시간 동안 낯선 공간에서 생명을 지키며 헤매는 동안, 팀장은 이미 관련 회의에 갔다는 것이다. “회의록은 어디 있습니까?” “그때 받은 건 요약본뿐이었어. 실제 시범이라는 말도 없었고.” “서명하셨죠?”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제가 사망 예정자로 적힌 문서에 팀장님 서명이 있었습니다.” “그건…” “그건 제가 착각한 겁니까?” “아니.” 벽에 붙은 의료 안내문이 지직거렸다. 황 팀장의 목소리가 스피커로 번져 나가기 전에 나는 전화의 스피커 기능을 껐다. 통화 내용이 자동 방송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막아야 했다. 서윤은 내 곁에서 손글씨로 핵심만 적었다. “무슨 서류인지 설명해 주세요.” 황 팀장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퇴사자 보안 접근 회수 승인서였어. 사망 예정이라는 글자는 내가 서명할 때 없었다. 원본을 갖고 있다.” “어디에요?” “18층 운영 팀장실 금고.” “그 안에 지금 당신 있습니까?” “있어. 아니, 내 몸은 있어.” 나는 소름이 돋았다. “무슨 뜻입니까?” “복사본이 회의실로 걸어 들어갔거든. 내 얼굴로.” 의심하던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팀장은 원래부터 책임을 떠넘기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복사본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나는 지금 전화하고 있는 사람이 실제 황규태인지 확인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제가 일곱 해 전 회사에 들어왔을 때 팀장님이 처음 하신 말 기억하십니까?” “왜 나한테 묻는데?” “개인적인 확인입니다.” “일 잘하는 건 좋지만 보고서 숫자는 조심하라고 했지.”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런 기억이 복사되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나는 다른 질문을 했다. “오늘 저한테 퇴사 선물 주셨습니까?” “주려던 커피 쿠폰은 아직 서랍에 있어. 네가 말도 없이 떠나서.” “그건 못 믿겠네요. 전 퇴사 신청 한 달 전에 했어요.” 황 팀장이 작게 웃었다. 한동안 무겁던 목소리가 그때만큼은 평소와 같았다. 우리는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하고, 당장 알 수 있는 사실부터 교환했다. 그는 시범 회의 이름이 ‘업무 연속성 공동 운영’이었다고 했다. 회사마다 퇴사나 결근으로 사라진 업무를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있게 기록을 표준화한다는 설명이었다. 참여사 목록에는 병원, 금융센터, 건물 관리업체가 있었다. 목적만 보면 평범한 경영 협업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용자가 아닌 기록이 사람보다 먼저 결정하는 순간 문제가 시작됐다. “시범 승인서 맨 아래에 잘 안 보이는 체크 상자가 있었어. 승인해야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방식이었지.” “그걸 눌렀군요.” “누르지 않으면 직원들 접근 권한이 끊긴다고 경고가 떴어.” “그때 연락하셨어야죠. 혼자 눌렀으니까 지금 일이 이렇게 된 거 아닙니까?” “알아. 그래서 원본을 가져가라고 전화한 거야.” 황 팀장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나는 그가 책임을 인정하는지, 단지 자신을 구하려 하는지 당장 판단하고 싶지 않았다. 원본이 있고 실제로 사람들이 위험해졌다면 그것부터 확인할 일이었다. 전화기 너머로 사람들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황 팀장은 누군가 문을 흔들고 있다며 잠시 말을 멈췄다. 나는 서윤이 적은 통화 메모를 다시 읽었다. 실제로 확인한 것은 '원본 서류가 금고에 있다는 팀장의 주장'뿐이었다. 서명 당시 다른 문구가 없었다는 말은 아직 증거가 없었다. 그 구분을 하지 않으면 나도 그가 해 온 나쁜 보고서와 다를 게 없었다. “팀장님, 원본은 그대로 두세요. 사진 보내지 마시고, 누가 입회할지부터 정합시다. 장부 하나 지키려고 직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어요.” “알았다. 그래서 네가 직접 오길 기다렸어.” 그 말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처음으로 그가 내 지시를 되묻지 않고 받아들였다. “금고 열쇠는 어디 있습니까?” “내 몸 옆에 있어. 그런데 문 앞에 내 복사본이 앉아 있다.” 나는 병원 복도에서 시간을 확인했다. 도원솔루션 대강당 재심사까지 약 사십 분 남았다. 병원 문제는 의료진과 시설팀이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었지만, 도원솔루션 내부의 직원들에겐 다시 위험이 다가왔다. “서윤 씨, 먼저 돌아갑시다.” “이명주 씨는요?” 그는 우리 말을 듣고 먼저 대답했다. “난 여기 남을게요. 이 병원과 저 안의 사람을 지켜야 해요. 대신 내가 직접 선택한 거라고 남겨 주세요.” 나는 그가 원하면 연락할 수 있는 수동 무전 주파수와 병원 비상 연락처를 알려 줬다. 그는 일지 한 장을 찢어 우리에게 건넸다. 종이에는 ‘원본과 대역 구분 전에는 어느 쪽도 자동 삭제하지 말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우리가 돌아가는 복도에는 검은 정장의 감시자가 없었다. 대신 엘리베이터에 또 다른 메시지가 떠 있었다. [관리자 원본 증빙 회수 시 재심사 즉시 실행] “회수하면 시간을 잃는다고요?” 서윤이 말했다. “그럼 금고부터 열어 보되, 시스템에 제출은 하지 말죠.” 배 소장의 목소리가 무전기에서 들렸다. “여기 상황 이상하다. 운영팀장 둘이 서로 자기가 진짜라고 하고 있어.” 나는 속도를 높였다. “어떻게 구분하고 계세요?” “둘 다 나한테 시설 점검표 가져오라는데, 나는 아무한테도 안 줬지.” “잘하셨습니다.” “그런데 둘 중 한 명이 사람들 앞에서 이런 말을 했어. 차도윤은 자기 의사로 퇴사하지 않았다고.”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퇴사 신청서는 내 손으로 작성했고 승인된 시각까지 기억한다. 하지만 회사는 그 뒤에 내 명의의 온갖 문서를 만들어 냈다. 정말로 내가 하지 않은 퇴사를 따로 만들 수 있다면, 그 사실이 원본 서명에 남아 있을지도 몰랐다. 서윤은 내 어깨를 가볍게 쳤다. “지금까지 한 일을 생각해요. 누가 무슨 말을 하든, 도윤 씨가 직접 선택한 건 남아 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택은 기록과 다르다. 기록이 바뀌어도 선택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도원솔루션 지하 주차장으로 돌아오자 낯선 대기표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복구팀 회의 초청] [안건: 차도윤 퇴사 의사 검증] [참석자: 임현규 대표이사 2명, 황규태 팀장 2명] “이 회의에 안 들어가고 싶은데요.” 내가 말했다. “그쪽은 도윤 씨가 싫어할 회의만 잘 만드네요.” 서윤이 답했다. 회사의 모든 회의가 그랬다. 오늘 밤은 단 한 번쯤, 내가 참석 여부부터 직접 결정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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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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