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열일곱 개 건물이 서로 붙어 버린 문제 때문에 도시가 위험했다. 그런데 0층은 그 열일곱 곳을 마지막으로 한 번에 정산하겠다고 했다. 시스템은 그걸 '완전 복구'라고 불렀다. 나는 그 말을 보자마자 눈을 감았다. 회사에서 완전 복구라고 부르는 작업은 대체로 다음 날 새벽까지 다시 장애가 났다. 이번에는 건물과 사람이 실제로 움직이는 만큼 차라리 퇴사 통보가 훨씬 덜 무서웠다.
`FINAL_SETTLEMENT / 17 SITE / OWNER REQUIRED`. 019-00의 구체 화면에 남은 예약 시각이 표시됐다. 자정까지 다섯 시간. 누군가 최종 소유자를 지정하면 모든 공간의 기준점이 하나로 합쳐진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자동화는 아주 친절했다. '빠른 복구'와 '전부 초기화' 두 버튼을 제시했다. 나는 두 개 다 누르지 않았다. 그 장치에는 한 번도 '사람들을 먼저 내보낸다'는 버튼이 없었다.
장혜원과 김하린은 원본의 비상 대응 절차를 찾았다. 열일곱 곳이 하나의 관리자를 세우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라, 각 현장 안전 상태와 독립 신고가 모이면 중앙 장치가 재현을 멈추도록 설계돼 있었다. 그런데 후대 버전에서는 미확인 현장이 있으면 다른 현장의 확인으로 대신 채우게 만들었다. '최종 정산'은 다수결을 이용해 위험을 덮는 과정이었다.
"전부 확인해야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시설 담당자가 걱정했다.
"그래도 지금 사람을 가둔 상태로 빠르게 종료하는 것보다 낫죠." 서윤이 답했다. "못 확인한 현장은 못 확인했다고 남겨요."
우리는 시설 담당자들과 나눠 각 현장의 실제 대피로를 다시 확인했다. 세림병원에서는 환자의 이동에 필요한 복도가 열려 있었다. 성하금융센터는 지상 계단만 안전했고 지하의 중첩 구획은 출입 금지였다. 도원 0층은 관측 장치를 격리하고 대기 공간을 비웠다. 강변 019는 수문 주변을 통제하고 우회로를 유지했다. 실제 확인되지 않은 장소에 '정상'이라는 표시를 해서는 안 됐다.
하진이 직접 전화해 왔다. "저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그는 오늘 공공 대기소에서 쉬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위험한 장치 안으로 들어가 달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자발적으로 이미 확인했던 18번 독립 출구의 외부 안내문을 검토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동의하고 사람들에게 읽기 쉬운 문장으로 고쳤다. '어느 회사 직원이 아니어도 신고할 수 있습니다.' 그의 이름이 그 문서 아래에 적혔다. 담당자로 자동 임명된 이름이 아니라 안내문 작성에 동의한 사람의 이름이었다.
하림은 안전한 곳에서 연락을 주었다. "저는 오늘도 B-0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안에 누가 더 있으면 구조대가 확인해 주면 좋겠어요." 우리는 그 말을 보존했다. 과거 그를 본 사람이라며 나오는 증인들도 있었다. 하지만 미확정 기억을 가지고 그를 다시 위험한 문 안으로 밀어 넣을 수는 없었다.
오승필은 자정 두 시간 전에 마지막 승부를 걸었다. 태형공간자산이 '중립 관리인'이 되면 모든 건물의 대역 문제와 복구 비용을 책임지겠다는 신청이었다. 서류를 자세히 보니 관리권 수락과 동시에 사용자의 통행 기록을 회사 직원 출근기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했다. 나는 웃음이 나왔다. "중립이란 말이 그렇게 비싸다면 저도 중립 퇴사자로 등록할래요."
오재현은 그 신청이 실제 현장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과 과거 조건부 승인 서식의 위조·오용 조사 중이라는 사실을 들어 긴급 집행 정지를 요청했다. 태형의 계약 책임은 따로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회사가 위험 비용을 낸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출입과 거절권을 사들일 수는 없었다.
자정 한 시간을 앞두고 도원 로비에서 진짜 위기가 시작됐다. 019-00 구체가 열일곱 건물의 공간 중첩을 정리한다며 옛 설비를 하나씩 끌어오기 시작했다. 금융센터의 철문이 도원 로비에 나타났고, 병원의 세탁 카트가 벽을 밀어냈다. 로비에 있던 두 사람이 출구를 찾지 못해 돌아섰다. 실물 시설팀이 비상 조명을 켜고 종이 안내판으로 안전한 지상문을 표시했다. 나는 민재와 함께 걸어서 그들을 안내했다. 자동 출입증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 순간 도원의 구체에서 제안이 왔다. `차도윤 / 최초 퇴사자 권한 인수 시 전체 정산 가능`. 지난 며칠 동안 나를 쫓아다니던 가짜 승인들이 마지막에 하나로 합쳐진 것이다. 나는 그 글자를 찍어 현장 감사 기록에 남겼다. 그 다음 아무 버튼도 누르지 않았다. 누군가의 안전을 조건으로 자신의 이름을 장치에 팔 수는 없었다.
서윤이 무전을 받았다. "금융센터 안전 확인 완료. 단, 지하 중첩 구간은 미확인으로 유지합니다." 김하린은 공공 회선에서 각 장소의 독립 신호를 확인했다. 장혜원은 옛 분리 관측 지침을 바탕으로 중앙 장치의 후대 자동 정산 회선을 격리하는 절차를 현장 책임자들에게 설명했다. 사람 이름을 채우지 않아도 안전한 곳과 위험한 곳을 구별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이었다.
민재가 내 옆에서 작업 로그를 읽었다. "형, 이상해요. 우리가 확인한 건 다 따로인데, 장치에서 같은 완료 시각이 계속 사라지고 있어요."
"좋은 거야. 억지로 같은 시각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니까."
실제로 두 관측면의 시각 차가 다시 나타났다. 몇몇 복도는 원래 자리에 가까워졌고, 다른 구간은 움직임을 멈췄다. 안전 통제 밖의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위험 구간 전부가 정상화된 것은 아니었다. 구조대는 그 점을 명확히 공지했다. 우리는 지상 통로를 유지했고, 회신이 없는 현장은 미확인 상태로 보존했다.
자정 1분 전, 019-00의 구체가 한 번 크게 빛났다. '완전 복구' 버튼이 사라지고 대신 원본 경고가 나타났다. `서로 다른 관측 확인을 강제로 합산할 수 없음 / 보류 유지`. 태형의 관리권 자동 승계는 실행되지 않았다. 나는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모든 공간이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오늘 밤 새 관리자를 만들기 위해 사람을 희생시키는 결정은 막았다.
그런데 그 직후 강변 019-3에서 새로운 금속음이 세 번 울렸다. 앞서 확인한 지지판 장력과는 다른 시간 간격이었다. 현장 구조대는 주변을 통제했고, 그 소리가 어디서 왔는지 확인하기 전 사람의 신호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김하린이 회선을 열었다. 희미한 음성이 전달됐다.
"마지막 정산을 막았군요. 잘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보낸 사람은 아직 결과를 받지 못했어요."
나는 물었다. "누구십니까? 지금 계신 곳에 위험이 있습니까?"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답이 왔다. "그날 저는 바깥에서 기다렸습니다. 그 사람이 안쪽에서 나오는 것을 직접 보진 못했어요. 이제 그 사실을 기록하고 싶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처음의 유선영 증언과 같은 점, 다른 점을 구별했다. 목소리만으로 동일인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날 밤 시스템에는 마지막 항목이 남았다. `정산 종료: 강제 병합 보류 / 미확인 관측: 계속 / 최초 외부 응답자의 직접 기록 요청`. 완전한 해결은 아니었다. 하지만 출구가 회사의 재산이 되지 않은 채, 사람들 스스로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오늘 밤의 결과였다. 나는 하진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은 퇴근했다.` 그는 곧바로 답했다. `저는 애초에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그 말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제189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