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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88화
PAYLUA ORIGINAL · 제188화

열일곱 시 오십사 분의 선택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587자

오프라인 책장
17시 54분. 우리에게는 몇 번이나 돌아온 숫자였다. 도원솔루션 퇴사 승인보다 일곱 분 빠르고, 최초 대피 사고보다 세 분 앞선 시각. 나는 그 숫자가 벽시계보다 출근부에 더 많이 적힌다는 사실에 질렸다. 시간 하나를 찾느라 사람들의 시간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은 그 시각의 원본 시험 조작표가 실제로 도착했다. 장혜원이 안내소에 가져온 것은 두꺼운 철제 상자였다. 봉인을 유지한 채 공개 가능한 외부 목록만 먼저 확인했다. `17:54 공간 완충 경계 시범 운용 / 분리 관측자 2 / 승인 조건 미충족 시 중단`. 그 옆에는 작게 적힌 필기. `대피 신호가 돌아오지 않을 때는 원본을 기다리지 말고 현장 사람부터 확인할 것`. 누가 그 말을 남겼는지는 기록에 없었다. 나는 상자가 모든 답을 담고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 여러 번 그런 기대를 했다가 돌아온 것은 빈 결재란과 사람을 대신하는 업무 계정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함께 있는 사람들이 달랐다. 유선영은 당시 바깥 신고를 했다는 사실만을 자발적으로 확인했고, 신소림은 자신의 근무 종료 사실을 증언했다. 장혜원은 보관의 책임을 설명했다. 오명선은 자신이 만든 고정틀의 구조를 증명했다. 어느 한 사람이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대신하지 않았다. 검토가 허용된 외부 시험 순서에는 숨겨진 단계가 있었다. `17:53 기준점 00 상태 점검`, `17:54 분리 관측자 한쪽 미응답`, `17:55 미응답 상태에서 공간 보정 예약 생성`, `17:56 공공 신고 전송 시도`. 문제의 시작은 17시 54분에 두 관측자 중 한쪽의 응답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었다. 확인되지 않았을 때 중단해야 하는 예약을 누군가 계속 진행하도록 바꾼 데 있었다. 민재가 펜으로 한 줄을 그었다. "여기부터 잘못됐네. 안전 확인 두 건이 필요한데 한 건만 받고도 복원을 준비했어요." "그렇게 단순한가?" 나는 물었다. "한 건밖에 없다는 건 누군가 위험했을 수도 있다는 뜻이잖아. 왜 그 사람부터 찾지 않았지?" 시험표 아래에는 `경로 연속성 확보`라는 목적으로 비상 표본을 자동 생성하는 옵션이 있었다. 당시 구형 장치가 실제 물질을 만드는지 시험 단계에서 알았을지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후대에 그 옵션이 위험하게 작동했다는 증거는 이미 충분했다. 도원 로비의 구두, 병원 세탁실의 문틀, 강변에서 떠오른 옛 난간. 실물은 회사 사람들의 동의 없이 생겼고, 지금 있는 사람들의 피난로를 가로막았다. 그날 오후 유선영이 공공 설명회에 짧게 참석했다. 그는 17시 56분 당시 자신이 밖에서 신고할 때 두 번째 음성을 들었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을 보지는 못했다고 재차 확인했다. "저는 위험 신호를 보내고 기다렸어요. 누군가 안에서 나오기를 바랐지만, 못 나왔다고 제가 결론 내릴 수는 없었죠." 그 말에 사람들은 잠시 조용해졌다. 누군가 손을 들었다. "그럼 지금 그 사람이 아직 안에 있다는 말인가요?" "모릅니다." 유선영이 말했다. "그래서 제대로 확인해 달라고 신고한 겁니다." 이 짧은 답변은 십수 년 치 회사 보고서보다 정확했다. 모른다는 말이 무책임해 보일 때도 있지만, 확인하지 않은 일을 끝났다고 기록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했다. 나는 유선영의 말이 17시 54분 관측 시험의 중단 조건을 되살렸다고 느꼈다. 설명회 직후 오승필은 또 다른 편지를 보냈다. 이번에는 임대 계약이 아니라 `미확인 관측 대상 귀속권`이었다. 누가 과거 공간에서 나타나든 안전 복구 업체의 임시 위탁 대상으로 삼겠다는 내용이었다. 오재현은 이를 즉시 별도 법적 검토와 현장 보류 대상으로 분리했다. 특정 사람이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다음 걸음을 업체가 소유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17시 54분에 사람들이 왜 바로 실험을 멈추지 못했는지도 살폈다. 당시 자산 이전 일정에 맞춰 시험 성과를 제출해야 했다는 회계 메모가 발견됐다. 하지만 돈을 아끼려 했다는 이유만으로 누구에게나 최초 사고의 책임을 묻지는 않았다. 실제 누가 중단 지시를 받았고, 누가 무시했는지는 별도 증거가 필요했다. 그 차이가 중요했다. 누군가의 손이 닿지 않은 기록은 동의가 아니라 공백으로 남겨야 한다. 한편 병원에서는 마지막 중첩 구역에서 작은 구조 요청이 들어왔다. 간호사가 빈 세탁실 뒤편에서 사람 말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구조대가 안전 점검을 거쳐 확인하자 실제 사람은 없었지만, 안내 방송용 오래된 스피커가 작동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17시 54분의 시험 음성이 반복 재생돼 있었다. 누군가 실제로 남아 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장면이었지만, 소리가 나온 경로는 새로 확인됐다. 녹음에서 들린 말은 예상보다 단순했다. "미응답 관측자 쪽을 먼저 확인하세요. 출구를 만들 필요 없습니다. 사람은 문이 생겨야만 나올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곧이어 기계음이 섞였고 다른 목소리가 답했다. "복원 예약을 진행하면 빈쪽 신호가 돌아옵니다." 첫 목소리는 거듭 반대했지만 뒤의 음성은 같은 문장을 반복했다. 실제 사람과 기계 안내가 섞였을 수 있어 각 음성을 분리해 보존했다. 서윤이 내게 말했다. "저건 도움 요청을 묻는 사람에게 자동 복원을 답한 거야. 꼭 고객센터 같지 않아?" "상담원 연결을 기다리다가 건물이 새로 생겨 버리면 좀 곤란하지." 내가 답했다. 우리는 장치의 `공간 보정 예약 생성` 연결이 어디서 승인됐는지 추적했다. 17시 55분 예약은 구형 시험 서버에서 만들어졌고, 도원 이전 뒤 `SAFE_EXIT_BACKFILL` 작업이 반복 실행되면서 실물 코일에 연결된 흔적이 있었다. 최초 사고와 후대 악용을 한 사람의 범행으로 묶을 수는 없었다. 책임을 나눠 조사해야 했다. 밤이 깊어지자 장혜원은 공개 가능한 결재 외부면을 다시 보여 주었다. 가장 앞쪽에는 수기로 `중단` 표시가 있었다. 붉은 도장이 번져 있었지만 취소되지 않았다. 그런데 뒤쪽 전산 이력에는 같은 시각 `조건부 승인`이 나타났다. 서로 다른 두 기록이 마치 동시에 존재했다. 당시 현장 책임자가 중단을 요구했는데 후대 장치가 승인을 계속 실행했을 가능성이 생겼다. "그럼 최초 승인자는 없을 수도 있겠네요." 민재가 말했다. "그럴 수 있어. 중요한 건 승인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누군가 아는데도 계속했을지야." 나는 말했다. 바로 그때 019-00 화면에 새로운 문장이 떴다. `관측자 2의 마지막 응답: 아직 접수되지 않음`. 뒤이어 종이 프린터에서 아무도 요청하지 않은 짧은 영수증이 나왔다. `첫 번째 선택: 중단 / 두 번째 선택: 사람을 확인하러 나간다 / 실행 결과: 대기`. 나는 문장을 세 번 읽었다. 두 번째 관측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장치 밖으로 실제 사람을 찾으러 갔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0층이 기다린 것은 돌아오지 않은 승인자가 아니었다. 승인보다 먼저 사람을 찾으러 떠난 관측자의 결과였다. 우리는 그 사람을 계속 '미응답'이라고만 불렀다. 누군가 당시에 실제로 밖으로 나왔는지 확인해야 했다. 도원 0층 구체에는 또다시 다섯 번째 현관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창문에 작은 손자국 하나가 찍혀 있었다. 어른의 손인지 아이의 손인지, 실제 손인지 재현된 영상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손자국을 보고 이름부터 부르지 않았다. 안전한 출구가 어디인지 먼저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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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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