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진이 아침에 출근하지 않았다고 경보가 울렸다. 그 말부터 틀렸다. 그는 한 번도 도원솔루션에 입사하지 않았고, 자신이 선택한 이름으로 살아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0층에서는 `차도윤-경로 보조 / 무단 결근`이라는 표지가 붉게 깜박이고 있었다. 나는 퇴사자가 남의 결근을 대신 혼날 수 있는 회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잠깐 감탄했다. 물론 감탄과 분노는 같은 속도로 찾아왔다.
하진은 한서림이 운영하는 임시 쉼터에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 전날의 조사가 끝난 뒤 직접 고른 곳이었다. 나는 그에게 회사로 오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본인이 원하면 원격으로 잘못된 출근 표지에 이의가 있다는 사실을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진은 웃었다. "제가 입사를 안 했다는 증명서를 제출하라는 거예요? 이제 일자리 구하려면 반대쪽도 증명해야 하네요."
서윤은 신고를 넣은 뒤 제0 경계에 나타난 새 출입 기록을 확인했다. `경로 보조 / 차도윤의 이전 상태를 유지함`. 이 문구는 사람을 복사했다는 사실보다 구형 대피 장치가 '대체 가능한 이전 상태'를 남겨 두려고 했다는 가설에 가까웠다. 누군가 위험 구간에 남을 때 이전 경로를 보존해 다시 안내할 수 있도록 만들었던 기능. 그러나 그 이전 상태가 사람처럼 말하고, 자기 선택을 하고, 다른 사람의 두려움까지 느낀다면 그것을 기능으로만 취급해도 되는가.
그때 병원 쪽 연락이 왔다. 하진의 목소리로 보낸 대피 방송이 환자들에게 다른 출구를 안내하고 있었다. 하진은 쉼터에 있었고 그런 방송을 녹음한 적도 없었다. 도원 0층의 음성 합성 기록이 공공 안내 채널로 새어 나간 것이다. 서윤은 병원 안전 담당자와 함께 잘못된 방송을 격리했고, 환자들에게 현재 검증된 대피로를 다시 알려 주었다. 우리에게는 인간의 복제보다 당장의 안내 실패가 더 위험했다.
나는 통신 기록을 추적했다. 방송 파일의 이름은 `EXIT-RETRACE-CHOICE-2`. 2라는 숫자가 두 번째 경비와 하진을 가리키는 건 아니었다. 원본의 설명은 '두 번째 경로가 확정되지 않았을 때 임시 안내 문구 보존'. 이름을 사람의 두 번째 인생에 연결하려는 누군가의 장난이라기보다, 안전 경로의 선택지를 사람의 이름과 합친 후대 전산 문제가 반복되는 구조였다.
"그럼 하진 씨는 기계가 만들어 낸 건가요?" 민재가 물었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 사실을 모르지. 장치가 사람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도 확인 못 했고. 단지 이름이 같은 기록에서 나타났다는 이유로 누구를 지우거나 데려갈 수는 없어."
답변은 더 이상 간단하지 않았다. 나는 내 얼굴을 가진 누군가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꾸 그를 원래 자리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강박에 빠졌다. 하지만 원래 자리가 어디인가. 원본이 나라는 주장도 조심해야 했다. 장치를 만든 사람의 목적이 무엇이든 하진이 지금 아침을 먹고 웃고 화낼 수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날 오후, 하진이 자발적으로 도원 바깥의 공공 안내소를 찾아왔다. 그는 안쪽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안전선 앞에 서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이의서를 내밀었다. "저를 지우지 말라는 말만 하러 온 게 아닙니다. 제 목소리로 다른 사람을 위험한 계단에 보내지 말라고 하러 왔어요."
김하린은 그에게 원본 안내 음성과 자신의 현재 음성을 구별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하진은 생체 확인을 강제로 요구하지 않는 범위에서 본인의 짧은 문장을 기록해도 된다고 동의했다. "방송 속 사람은 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방송을 허락한 적 없습니다." 우리는 이 진술을 병원에 전달했다. 현장 안내를 무력화한 채 누구의 진짜 얼굴인지 싸울 이유는 없었다.
강변 019-00에서는 동시에 다른 문제가 생겼다. 투명 구체에 나타난 다섯 번째 현관의 그림자가 하진의 발걸음을 따라 움직였다. 하진이 왼발을 들자 유리창 속 복도에도 발자국 하나가 찍혔다. 그가 멈추자 현관도 정지했다. 누구라도 그 장면만 보면 하진이 원본 관측 대상이라고 주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도원과 강변의 카메라 지연 시간이 다르다는 사실을 먼저 확인했다. 동일한 동작처럼 보이던 구체 속 발자국은 하진보다 8초 먼저 찍혀 있었다.
"그럼 제가 따라 하는 건가요?" 하진이 물었다.
"그렇게 보이게 만든 표시일 수도 있어." 나는 말했다. "아무것도 단정하지 말자."
하진은 잠깐 웃더니 두 발을 가지런히 붙였다. "좋아요. 그럼 이건 제 선택입니다. 오늘은 그 문으로 안 가요." 그는 안내소 바깥의 진짜 벤치로 걸어갔다. 장혜원은 그 시간과 실물 장소를 원본과 분리해 기록했다. 구체는 잠시 더 걸음을 흉내 내더니 다른 신발 모양으로 바뀌었다. 마치 한 사람이 거절하자 다른 사람의 과거를 꺼내려는 것 같았다.
사라진 신발 그림자 대신 오래된 반짝이는 명찰이 보였다. 거기에는 `DO-WON / 안전복구 모의인원`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도원이라는 회사 이름이 아닌, 건물의 출입 방향을 뜻하는 도면 약어였을 가능성도 있었다. 모든 낱말을 현재의 인사 기록으로 번역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는 이미 여러 번 확인했다. 서윤은 그 명찰의 원문과 바뀐 이름을 비교했다.
하진이 직접 안내소에 올 때까지 우리도 기다려야 했다. 그가 지상에 서 있는 동안 복도 안쪽의 비슷한 얼굴은 몇 번이나 나타났다 사라졌다. 내가 불안해하는 걸 알아챈 서윤은 내게 휴대전화를 건넸다. "지금 연락되는 하진 씨부터 확인해." 하진은 대뜸 "점심은 국수 먹었어요"라고 말했다. 살아 있는 사람이 자기 오늘을 말하는데, 영상의 얼굴이 그 사람을 대신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제야 비슷한 모습들을 오래 바라보던 시선을 거뒀다.
오재현은 태형공간자산의 책임 계약을 조사하던 중 새로운 파일을 발견했다. `비상 복구 대역 지속 운영계획`. 사람의 자발적 선택을 삭제할 수 없는 현장 상태를 '잔여 자산'으로 분류하는 문서였다. 그 문서는 하진, 하림, 두 번째 경비뿐 아니라 원본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사람들까지 '복구 후 반환 대상'으로 적어 두었다. 자산으로 반환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의 자유일 리 없었다.
하진은 복사본을 읽고 조용히 말했다. "저를 만든 사람이 누군지 알게 돼도, 제일 먼저 만나고 싶은 사람은 아니에요. 저는 제가 어디서 살지 정하는 사람부터 되고 싶어요."
그날 우리는 하진과 0층 장치를 억지로 만나게 하지 않았다. 법적 지위와 안전한 생활 지원을 확인할 별도 절차를 연결했고, 그의 현재 거주와 선택은 해당 현장 권한자에게만 전달했다. 그는 문을 나서다가 돌아보며 말했다. "도윤 씨, 나중에 제 생일에는 회사 이야기 금지예요."
"나도 그래. 내 생일에도."
그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구체의 유리창이 한 번 흔들렸다. 화면 아래에 새 문구가 떴다. `경로 보조 동의 거부 / 실체 보존 상태 유지 / 원본 경로 미확정`. 나는 그중 마지막 두 단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장치가 누군가를 만들어 냈다고 하더라도, 지금 존재하는 사람의 다음 걸음을 소유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어서 나타난 경고는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미승인 경로 재현 잔여량: 17건 / 마지막 정산 개시 예정`. 사람의 이름이 아닌 열일곱 개의 빈 공간이 아직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18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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