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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83화
PAYLUA ORIGINAL · 제183화

첫 관측자의 빈 서명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644자

오프라인 책장
첫 관측자의 이름을 찾는 일은 회사 경력 조회보다 어려웠다. 우리 회사는 7년 전 회의 참석자도 남겨 두었지만, 사람의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시설 시험에서는 정작 참석자 이름을 지웠다. 장혜원은 그것이 개인정보 보호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했다. 초창기 019 설계에는 관측자의 실명보다 '각자 다른 위치에서 안전을 확인했는가'를 보존하는 규정이 먼저 있었다. 019-00 구체가 만든 다섯 번째 현관의 실물 조각들이 도원 로비에 나타난 지 이틀째였다. 우리는 시설 통행을 부분 통제하면서 최초 관측 기록을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대조했다. 정하경의 검수 메모, 유선영의 외부 신고, 오명선의 고정 프레임 수선 기록. 세 사람은 서로 다른 일을 했고, 누구도 17시 54분의 관측 승인권자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오재현이 가져온 감사 원본에는 '첫 관측자'란이 두 개 있었다. `FIRST_OBSERVER = OUTSIDE`와 `FIRST_OBSERVER = INSIDE`. 두 항목은 서로를 대신할 수 없었다. 그런데 후대 전산 화면에서는 하나의 이름 입력칸으로 합쳐져 있었다. 그 칸에 가장 최근 현장에 다녀간 사람이 자동으로 들어가는 구조였다. 어제는 내 이름, 오늘은 하진의 이름, 내일은 누구일지 몰랐다. "제 이름이 또 들어오면 알려 주세요." 하진이 말했다. "이제는 제 인생인데, 회사가 제 생일 대신 출석 시각을 쓰는 건 싫거든요." "그건 누구나 싫지." 내가 말했다. "생일 파티를 결산 회의로 열 순 없잖아." 장혜원은 원본 보관자에게 보낼 수신지 자료를 찾기 위해 강변의 작은 자료실을 열었다. 개인 정보와 무관한 시설 평면도 부분만 확인했다. 이상한 점이 있었다. 019-00 구체가 놓인 자리는 최초 도면에 아예 없었는데, 이후 수기 덧그림에는 작은 원 하나가 있었다. 그리고 원 아래에 연필로 적힌 문장. '빈 기준점에서 첫 발을 확인하지 말 것.' 우리에게 첫 발자국은 이미 나타났다. 도원 로비에 찍힌 맨발 자국이 그랬다. 그 지침대로라면 우리는 애초에 그 발의 주인을 찾으려 하지 말아야 했다. 하지만 실제로 위험한 사람의 흔적일 가능성까지 무시할 수는 없었다. 지침이 막은 것은 안전 확인이 아니라, 확인하기 전 사람을 만들어 내는 행위였다. 나는 그 문장을 동료들 앞에서 다시 읽었다. "맨발 자국 하나로 사람이 있었다고 결정하지 말라는 거겠지. 그렇다고 문밖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까지 없다고 치면 안 되고." 오래된 복사실에는 종이 상자 하나가 남아 있었다. 상자 겉면에는 `현장 관측 실패 사례 / 재생 금지`라고 적혀 있었다. 오재현은 보존 책임자와 입회해 외부 표지만 확인했다. 안쪽 문서들은 저작자의 공개 조건과 개인 정보 여부를 심사해야 했다. 우리는 성급히 전부 열지 않았다. 대신 상자의 뒤에 붙은 공개용 사고 위치 지도를 살펴보았다. 두 관측 점 사이에 점선으로 그린 좁은 다리와 네모난 대기 공간이 있었다. "원래 없던 길이네." 배 소장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없어서 그린 길일 수도 있어요." 내가 말했다. "대피해야 하는데 둘 다 안전하지 않을 때 남겨 둔 가상의 방향." 바로 그때 강변 시설에서 구조 요청이 들어왔다. 산책로 우회통로 입구에 낯선 문턱이 생겨 휠체어를 이용하는 시민 한 분이 돌아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지도와 씨름할 시간을 포기하고 현장으로 향했다. 김하린은 신고를 공공 회선에서 받아 구조대와 시설팀에 전했다. 나는 담당도 아닌데 뛰어나가고 있었다. 인사팀이 보면 또 퇴사 취소 제안서를 보내겠지. 현장에서 우리는 바닥이 세 군데로 갈라진 것을 보았다. 하나는 진짜 콘크리트 산책로, 하나는 과거 강변 대기실의 나무바닥, 마지막 하나는 아무 재질도 보이지 않는 검은 틈. 배 소장은 두 실물 바닥 사이에 임시 안전판을 놓기 전에 하중을 측정했다. 구조대가 통제선을 잡고 시민을 지상 우회로로 안내했다. 우리는 누구에게도 검은 틈을 건너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이상한 길을 처음 지나간 사람을 찾기보다 지금 건너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게 옳았다. 현장을 정리하고 돌아왔을 때 하진이 도원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한 장면을 설명해 주고 싶다고 했다. 7년 전 내가 야근한 날의 기억 같지만, 정작 내가 가지 않은 강변에 서 있는 꿈이었다. 그곳에서 누군가 `17:54 / OBSERVER-SAFE`라고 적힌 명찰을 떨어뜨렸다. 하진은 그 장면을 기억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그저 자기 안에 남은 이미지라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영상은 네가 만든 걸까, 장치가 남긴 걸까?" "그건 모르죠. 그런데 그걸 봤다는 사실은 제 거예요." 나는 그 말을 서윤에게 전했다. 서윤은 하진의 진술을 독립 기록으로 보존하고, 본인이 원하지 않는 진위 추궁을 하지 않았다. 하진은 고맙다는 말 대신 '오늘 저녁은 밖에서 먹겠다'고 했다. 퇴사자가 되겠다는 결심처럼 들렸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이 회사의 직원이 아니었다. 그날 확보한 지도에는 비상 안내등이 향하던 방향까지 남아 있었다. 한서림이 어린아이와 머무는 공공 쉼터는 그 방향과 완전히 달랐다. 나는 혹시 아이의 그림이 같은 옛 시설을 가리키는지 잠시 생각했지만,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아이에게 새로운 증언을 요구하지 않았다. 오래된 지도의 선과 현재 살아 있는 사람의 선택은 별개의 것이었다. 정하경에게 연락이 닿은 것은 해 질 무렵이었다. 그는 첫 관측자의 정확한 신원 대신, 원 설계에 참가했던 관측자들이 서로를 볼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양쪽에서 서로 다른 출입구를 지켜보고, 안전 신호가 동시에 확인될 때까지 어떤 실물 출구도 만들어서는 안 됐다. 그런데 시험 전에 `무응답 관측자를 임시 승인 처리`하는 변경 요청이 들어왔고, 정하경은 공개 검수 단계에서 반려 의견을 남겼다고 했다. "누가 그 변경을 제안했는지 알고 계십니까?" 내가 물었다. "당시 접수 부서가 어디였는지는 알아요. 하지만 이름을 쓰기 전에 실물 원본과 대조하세요." 그는 신중했다. "단지 그 자리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지금 있는 사람을 첫 사고의 책임자로 만들고 싶지 않아요." 그날 밤 우리는 결국 오래된 업무 접수 장부의 외부면에서 변경 신청 부서를 확인했다. 도원솔루션도 태형공간자산도 아니었다. `미래기록관리협의회 / 제0 관측 복구 실증실`. 이름이 공개된 순간 오승필의 사업이 더 뒤에 놓인 무언가의 결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돈을 벌려고 설계한 사람과, 나중에 위험한 기술을 돈으로 바꾼 사람은 같지 않을 수도 있었다. 장부 말미에는 결재 서명 대신 자그마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누군가 이름을 도려낸 듯 보였다. 하지만 보존 담당은 구멍을 가리키며 말했다. "접수원이 원래 거기에 뚫어 놓는 '미승인' 표시예요. 이름이 없다는 게 삭제됐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그 말이야말로 우리가 처음부터 배우고 있어야 했던 태도였다. 빈칸을 보면 사람부터 만들려던 시스템과 달리 우리는 빈칸을 비워 둘 수 있어야 했다. 내 휴대전화에 새 메시지가 도착했다. `원본 관측자 미승인 상태 확인 / 실물 출구 생성 보류`. 그런데 메시지 아래에는 이상한 문장 하나가 덧붙었다. `보류가 해제되면 바깥의 마지막 발걸음이 도착합니다.` 나는 다섯 번째 현관에 놓인 신발을 떠올렸다. 그곳에 아직 아무도 없을 수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그 발걸음을 '도착해야 하는 것'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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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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