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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82화
PAYLUA ORIGINAL · 제182화

빈 좌표에 떨어진 구두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556자

오프라인 책장
도원솔루션 로비에 떨어진 검은 구두는 나보다 먼저 퇴근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 신발이 사무실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한쪽 뒤축은 닳아 있고, 발등에는 오래된 커피 얼룩이 있었다. 세탁해서 다시 신을 생각이라면 일단 내가 주인이었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 건물에서는 '내 것이다'라는 말 한마디가 곧 근로계약이 되곤 했다. 문서윤은 수거 증빙을 받아 물품을 안전 보관함에 넣었다. 기술팀은 신발에서 나온 시설 라벨이 019-00의 최근 출력 형식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옛 도원 인사 스티커의 모양을 베꼈지만, 라벨 접착제는 그날 밤 생산된 신품이었다. 오래전 내가 실제로 신고 다녔던 물건이라고 주장할 근거는 사라졌다. 그렇다고 어떻게 새 구두가 공중에서 나타났는지는 설명되지 않았다. 새벽 다섯 시, 로비 바닥이 다시 젖기 시작했다. 물은 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바닥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것처럼 작은 물방울이 모였고, 거울처럼 변한 타일에는 강변 019의 옛 현관이 비쳤다. 그 현관에는 같은 모양의 검은 구두 두 짝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나는 카메라 화면을 확대했다. 그림자의 방향이 실제 조명과 달랐다. "또 복사됐네요." 강민재가 말했다. "복사라기보단 자리를 채웠다고 보는 게 맞을 수도 있어." 내가 답했다. "우리가 모르는 사람이 지나갔다고 생각하고 빈칸에 신발부터 만들어 놓는 거야." 시설팀은 로비를 즉시 폐쇄하고 지상 출입문으로 사람들을 안내했다. 경비 장한결은 실제로 들어온 시민 두 명을 명단에 기록하고, 인사 프로그램과 분리된 종이 출입표를 사용했다. 그와 닮은 두 번째 경비는 일부러 카메라 앞에 섰다. "제가 나갈 때도 제 이름으로 세어 주세요. 원래 장한결 님 이름 말고요." 그가 말했다. 우리는 그 말을 받아 적었다. 이름을 나누는 것만으로 바닥의 물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사람을 잘못 지울 위험은 줄었다. 강변 관측실에서도 이상이 발견됐다. 구체에 비친 현관의 문턱 아래 있던 젖은 수건이 실제 강변 배수문으로 흘러나온 것이다. 오명선은 그것이 옛 수선 공방에서 쓰던 거친 천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러나 누가 썼는지는 알지 못했다. 수건의 실은 오래된 듯 보였지만 실물 분석은 지금 생긴 합성 섬유도 포함했다. 여러 시점의 물질이 한 장의 천처럼 엉겨 있었다. "시간 여행인가요?" 민재가 물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이건 돌아간 시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발을 딛는 바닥의 이야기야." 나는 수건에 손을 대지 않았다. 실제 위험에 대한 판단은 이름보다 빠르게 해야 했다. 구조대는 현관 쪽 공간을 확실히 격리하고 배수 상태를 점검했다. 작업 기록에는 배수문 수위와 도원 로비의 물높이를 모두 실시간으로 적었다. 두 숫자가 우연히 반대로 움직이는 것인지, 실제로 한쪽의 빈 부피를 다른 쪽이 채우는 것인지는 아직 검증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사람을 먼저 내보내야 한다는 판단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오후에는 하림이 찾아왔다. B-0 안에서 밖으로 나온 뒤 처음으로 그가 스스로 원한 방문이었다. 그는 병원에서 쉬는 중이었고, 자신의 기억을 시험 기록과 억지로 맞추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다시 했다. 나는 대뜸 구두 사진을 보여 주지 않았다. 먼저 그가 오늘 왜 왔는지 물었다. "문이 안쪽에서 열리던 날, 저는 발에 신발이 없었어요." 하림이 말했다. "밖으로 나와 보니 발이 따뜻하더군요. 그런데 그 전에 누가 제 신발을 빌려 간 것 같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옛 호출명 '하림'과 본인의 실명이 같은지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사실과 감각을 구분해 기록했고, 하림이 원하지 않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그가 한참 주저하다 말했다. "저는 구두를 찾으러 온 게 아니에요. 누가 또 제 대신 밖으로 나가 버릴까 봐 온 겁니다." 그 말은 무겁게 남았다. 우리는 지난 사고에서 대역들의 존재를 삭제하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이제는 반대로 과거에 미처 확인하지 못한 사람을 복원한다며 새 사람을 만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실물 신발 하나가 사람 하나의 퇴근을 대신 증명하도록 허용하면 안 된다. 장혜원은 초창기 시험 지침의 부속 서류를 가져왔다. `미확인 관측점에 실물 표본을 부착하지 말 것`. 표본은 안내용 모형에만 허용됐다. 그런데 도원 이전 직후의 작업 요청서에는 `안내용 표본 자동 실체화 시험`이라는 문장이 들어 있었다. 누군가 경고를 반대로 해석하고, 빈 좌표에 모형과 진짜 물질을 섞어 넣는 기능을 시험한 셈이었다. 승인자 칸에는 여러 번 본 업무 계정 `FM-TRANSFER`만 있었다. 오승필은 그 자료가 공개되자 강하게 항의했다. 전화기 너머로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안전 표본을 만드는 건 복구를 위한 필수 기능입니다. 그걸 없애면 곤란한 사람도 있어요." "누가요?" 나는 물었다. "당신 회사의 세입자입니까, 아니면 진짜 대피해야 하는 사람입니까?" "당신이 왜 계속 판단합니까? 공식 담당자도 아니면서!" "그러니까 저는 판단을 대신 안 하고 있어요. 현장 책임자와 당사자에게 확인하는 겁니다. 그게 불편하신 거죠." 전화를 끊은 뒤 배 소장은 로비 문턱을 한 번 더 재었다. 실제 바닥이 3센티미터 높아졌고, 강변 배수문의 수면은 오히려 3센티미터 낮아졌다. 단순한 영상 투사가 아니라 두 구획이 서로 몸을 맞추는 흔적이었다. 그에게는 두께와 온도, 하중이 사건의 언어였다. 나는 그가 적은 수치를 읽었다. 세상에 없는 층이 실물로 나타나는 일을 이제 믿고 싶지 않아도 믿어야 했다. 그날 저녁, 도원의 빈 회의실 한가운데 오래된 거울이 생겼다. 거울은 019-00의 구체 안에서 보았던 다섯 번째 현관을 비추었다. 그런데 거울 안쪽의 현관에는 구두가 다섯 켤레 있었다. 바깥 회의실에는 사람 두 명만 서 있었다. 우리가 미처 방문하지 못한 누군가의 퇴로를 구체가 예측하고 채우고 있는 걸까. 나는 접근선을 넘지 않았다. 대신 옆의 비상 방송기를 켜서 실제 현장 담당자들에게 말했다. "관측되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고 구조 인원부터 확인해 주세요. 자동 출근 명단으로 세지 말고요." 이상 현상을 이해하기 전에 사람을 지킬 일은 얼마든지 있었다. 마지막으로 구체 화면에 신발 한 짝의 오래된 바코드가 떠올랐다. `17:54 / 원본 표본 아님 / 실물 반영 전 사용자 확인`. 그 아래 누군가 빨간 글씨로 덧썼다. `확인이 없으면 마지막 사용자를 복구하라.` 원본의 금지와 후대 명령이 한 장 안에서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도원 로비 한가운데, 맨발 자국 하나가 새로 찍혔다. 어디서 들어온 발인지 알 수 없었다. 카메라에는 발이 아니라 발자국이 생기는 순간만 기록돼 있었다. "신발은 만들면서 사람은 확인도 안 하네요." 민재가 말했다. 나는 발자국의 방향을 보았다. 이상하게도 그것은 거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거울 바깥으로 걸어 나오는 모양이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구두의 주인을 지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저 발자국이 실제 사람의 것인지, 과거 장치가 만든 안전 표본인지, 그리고 아무도 다치지 않고 그 흔적이 사라지게 할 방법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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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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