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은 누구 것?
퇴사하고 백 개가 넘는 비상문을 들여다본 사람에게 그보다 난감한 질문이 있을까. 내 첫 답은 '제 것이 아니죠'였다. 두 번째 답은 '그러니 관리비는 저한테 청구하지 마세요'였다. 그런데 1758 독립 신고 회선으로 도착한 네 글자에는 회신 번호가 달려 있지 않았다. 김하린은 메시지를 읽고 웃지 않았다. 회선이 위험 신고를 받는 장치지, 철학 토론 동아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강변 019-00의 구체는 정지해 있지 않았다. 유리창 너머에서 네 개의 복도가 느리게 맞물리더니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섯 번째 현관을 잠깐 비췄다. 신발 두 켤레, 오후 다섯 시 오십삼 분에 멈춘 벽시계, 문턱 아래 젖은 수건. 전날도 보았던 장면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수건이 문밖으로 조금 더 흘러나와 있었다. 어느 건물의 과거를 보여 준다는 설명으로는 실제로 움직인 수건을 이해할 수 없었다.
"회신하면 어떻게 됩니까?" 내가 물었다.
"모르죠. 그래서 그걸 먼저 확인해야 해요." 김하린이 장갑을 끼며 대답했다. 그는 1758 음성 채널과 구체 옆의 후대 인사 시스템 사이에서 통신 패킷의 모양을 비교했다. 메시지에는 `PUBLIC_EXIT_OWNER?`라는 시험 필드가 붙어 있었고, 한때 답변을 받으면 `AUTO_ASSIGN_MANAGER`를 실행하게 만든 연결 이력이 있었다. 공공 위험 신고의 수신 확인을 시설 소유자 지정으로 오용하는 또 하나의 오래된 통로였다.
나는 전화를 집어 들었다. "그럼 그냥 아무도 소유하지 않는다고 적으면 되잖아요."
"그 답변조차 '답변한 사람'을 관리자로 등록할 수 있어요."
"질문한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데요?"
서윤이 옆에서 말했다. "회사의 회의가 원래 그래. 질문한 사람은 사라지고 대답한 사람이 담당자가 되지."
우리는 녹취만 보존하고 답은 보내지 않았다. 대신 외부 점검표에 실물 통행 상황을 따로 기록했다. 강변 산책로는 일부 통제, 도원 지상 비상구는 정상, 세림병원과 금융센터의 잔여 중첩 구간은 진입 금지. 그 사실에는 어떠한 소유권 질문도 필요하지 않았다. 하진은 내 옆에서 그림 속 다섯 번째 현관을 오래 바라봤다. 내가 고개를 돌리자 그는 말했다. "저 문, 어제 제 꿈에는 없었어요."
나는 그를 쳐다봤다. "꿈에까지 출근했어?"
"아뇨. 밖에 나가는 꿈이었어요. 그런데 꿈에 없는 문이 생겼으니 저는 오늘 처음 보는 거예요." 하진은 담담했다. 같은 얼굴로 이런 말을 들으면 자꾸 나를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이름과 그가 겪은 하루는 내 기억과 달랐다. 그 차이를 덮어써서는 안 됐다.
오후에 태형공간자산의 공문이 도착했다. `소유자 공백 방지를 위한 관리수탁 사전등록`. 담당자는 오승필. 그는 또다시 019-00이 비어 있으니 누군가는 임대 관리 책임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공문의 첫 장을 읽다 말고 배 소장에게 내밀었다. "이 사람은 빈칸을 보면 무조건 부동산으로 보나 봐요."
"태형은 말 그대로 공간을 돈으로 보는 회사겠지." 배만식이 말했다. "하지만 대피 통로는 돈 없어도 열려야 해." 그 말과 동시에 강변 전원 지지대에서 긴 경보음이 났다. 안내소 옆 설치된 임시 바닥이 사람 하나가 지나간 것처럼 움푹 꺼졌다. 아무도 그 위에 없었다. 시설팀은 즉시 주변을 통제했고, 하중 센서의 시간 기록을 확보했다.
기록에는 `00 / 첫 사용자 지정 전 경계 확보`라는 표시가 있었다. 사람이 없는데 발걸음의 하중이 생긴 것이다. 처음에는 무게추가 흔들린 줄 알았다. 하지만 019-00 구체에 나타난 신발 그림자와 하중 변화가 거의 같은 순간에 움직였다. 과거 영상의 한 장면을 현재 바닥이 따라 한 것일까. 섣불리 그런 결론을 내리기엔 자료가 부족했다. 우리는 실물 손상과 데이터 상관관계만 적었다.
점검 인력이 철수한 뒤에도 나는 로비 구두 사진 앞에 한동안 서 있었다. 사무실에서 구두를 벗어 던지고 집에 돌아가는 것은 보통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거기에 실물의 이름을 붙이면 도망갈 수 없게 된다. 민재는 내 옆에서 말했다. "형, 저 라벨은 인사팀에서 직접 출력한 거라기보다 인사팀 출력 모양을 학습한 장치가 새로 만든 걸 수도 있겠어요." 우리는 발급 일련번호가 실제 인사 서버에 없는 것을 확인했다. 그것은 내 구두를 증명하는 자료가 아니었다. 한 번도 입사하지 않은 사람의 출근부가 만들어졌듯, 누군가 신지 않은 신발의 주인표도 만들어질 수 있었다.
장혜원은 옛 보존 규정에서 `밖`이라는 단어를 찾았다. 원본에는 세 정의가 있었다. 건물 밖, 고용 기록 밖, 아직 어느 경로에도 귀속되지 않은 관측 바깥. 후대는 이 셋을 하나의 '외부 구획'으로 합쳤다. 밖이 누구 것이냐는 질문은 사람이 쉴 자리를 찾는 요청일 수도 있었지만, 자동 수탁 계약이 입력을 기다리는 질문일 수도 있었다.
"제0 경계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남겨 둔 빈자리라면, 그 자리를 누군가에게 팔 수는 없죠." 장혜원이 말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안에 실제 사람이 없다고 증명한 건 아닙니다." 내가 답했다. "그것도 마찬가지로 빈칸이에요."
그때 하진이 유리창 안쪽을 가리켰다. 다섯 번째 현관에 신발 한 켤레가 더 생긴 것이다. 이번에는 젖은 운동화가 아니었다. 내가 7년 동안 회사에서 신고 다닌 검은 구두와 꼭 닮은 신발이었다. 나는 발을 내려다봤다. 내 발에는 분명 운동화가 있었다. 구체가 내 과거를 불러낸 것인지, 다른 사람의 신발이 우연히 닮았는지 알 수 없었다.
"저 문으로 갈 수 있습니까?" 나는 배 소장에게 물었다.
"안전 확인 전에는 안 된다." 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그래서 나는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멀리 떨어진 센서에서 구체의 움직임을 기록했다. 하지만 열두 분 뒤, 도원솔루션 로비 자동문 앞에 검은 구두 한 짝이 실제로 떨어졌다. 신발 안쪽에는 옛 인사팀 라벨이 붙어 있었다. `차도윤 / 마지막 출근일 미기재`. 날짜가 없는 라벨은 누구의 동의도 증명하지 못했다.
하진이 구두를 보며 물었다. "그건 도윤 씨 겁니까?"
"모르겠어. 하지만 내 것이란 이유로 먼저 가져가면 누가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게 되겠지."
우리는 물건을 수거 담당자의 입회 아래 분리 보관했다. 다음 순간 신발 속에서 아주 작은 종이쪽지가 미끄러져 나왔다. 한 줄짜리 시설 안내였다. `소유자 답변이 없으면 빈 기준점을 현재 직원의 퇴근 경로로 대체한다.` 나는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밖이 누구 것이냐고 묻는 이유가, 결국 그 밖에 내 이름을 쓰려는 것이라면.
"답이 있네요." 나는 말했다. "밖은 회사 것이 아니에요. 그리고 대답도 내가 대신 안 해요." 그 문장은 1758 회선에 입력하지 않았다. 원본 지침의 기록란에, 누가 왜 그런 질문을 만들었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이의로 남겼다.
그날 밤 구체가 다섯 번째 현관의 문고리를 천천히 내렸다. 이번에는 손이 보이지 않았다. 화면 아래에 `미선택 퇴근 경로: 임시 구현 시작`이라는 문구가 떴다. 누군가 도윤이라는 이름을 강제로 붙이려 했던 빈 공간이, 이제 자기 몸을 갖기 시작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 공간이 내 것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그 문을 통해 누군가 위험한 곳으로 끌려가지 않게 하는 일이었다.
제181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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