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우비의 주인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빨랐다. 정확히는 우비를 소유했던 사람을 찾는 일만 빨랐다. 신발 뒤로 끊긴 발자국과 영상 속 인물이 같은 사람인지는 아직 몰랐다. 우비 안쪽에 붙어 있던 수선소 표식이, 강변 보수 사업 당시 작업복을 공급한 가게의 기록과 일치했다.
가게 주인 권은실이 보여 준 옛 수선 장부에는 `019-3 외측 점검용 우비 2벌 / 수령자 자필 미기재`가 적혀 있었다. 019-3은 관측자 한 사람이 서 있던 장소가 아니라 두 사람이 각자 바깥을 확인하는 장소였다. 사진 속에 관측자가 둘인데 기록에는 한 명만 있었다는 사실과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사람이 둘 있었다고 언제나 둘이 살아 돌아왔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재현은 외부 안전 신고 1758에 접수된 미공개 개인 음성을 함부로 열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공개가 허락된 시설 회신 기록으로 범위를 좁혔다. 그 결과 019-3의 두 번째 관측자 한 명이 17시 54분 시험 전에 '재생 금지' 이의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의 날짜는 옛 수선 장부가 쓰인 해와도 일치했다. 신소림이 근무했던 당시와도 무관하게 시기가 떨어져 있었다.
"그럼 그 사람이 그날 현장에 있었겠네요?" 민재가 물었다.
"이의 접수했다는 사실만 확인됐습니다." 장혜원이 말했다. "접수 날짜와 실제 사고 날짜부터 맞는지 대조해야 해요."
도윤솔루션에서 일할 때, 상부는 항상 빠른 결론을 좋아했다. '누가 잘못했습니까?'라는 질문에 '아직 몰라요'라고 답하면 다음 회의가 예약됐다. 반면 처음 보는 물증 앞에서 결론을 서두르지 않으면 누군가의 삶을 잘못 정리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나는 회의표를 미워하게 됐지만 확인서를 미워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던 중 장혜원이 연락할 수 있다고 알려 준 사람이 있었다. 이름은 오명선, 일흔둘. 강변 019 초기 시설에서 철제 난간과 비상 고리를 수선했던 전직 금속 공예사였다. 그는 현재 강변에서 멀지 않은 작은 공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본인은 공개적으로 증언할 범위를 정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약속 시간에 맞춰 공방으로 갔다.
공방에는 철제 손잡이와 녹슨 경첩이 줄줄이 걸려 있었다. 오명선은 자기 이름을 먼저 말했다. "실험 책임자는 아니었어요. 문이 고장 나면 불려가던 사람이었죠." 그는 019-3 사진을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저 금속 프레임은 문이 아닙니다. 문이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물건이었어요."
"문이 없다는 걸요?"
"양쪽 출구의 실제 안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가운데를 방처럼 꾸미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 빈 공간에 문짝 달고 임대할 생각 하지 말라고."
나는 태형공간자산의 새 설계도를 떠올렸다. 그들은 바로 그 빈 폭에 출입문과 벽을 그려 넣었다. 오명선은 이 이야기를 들으며 손잡이를 두드렸다. "제가 수선한 건 고리와 난간뿐입니다. 그 뒤에 공간이 실제로 변했다는 말까지는 증언할 수 없어요."
그가 알려 준 가장 중요한 것은 관측자의 역할이었다. 첫 관측자는 강변에서 사람이 나갈 수 있는 실제 통로를 확인했다. 두 번째는 외부 대기 지점에서 '그 통로가 정말 바깥으로 이어지는가'를 확인했다. 두 사람이 서로 같은 대답을 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대답이 다르면 재생을 멈춰야 했다. 그것이 원래 안전 규칙이었다.
"그럼 17시 54분 사진에는 왜 두 사람이 한 관측값으로 나옵니까?" 서윤이 물었다.
오명선은 사진 뒷면의 작은 문구를 짚었다. `검수 보류로 인한 출석 인정 불가`. 그는 그 당시 '두 번째 사람이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고 했다. 두 번째 관측자는 실제로 있었지만 관측값을 인증하지 않았기 때문에 출석표에 기입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직장에서는 출석했다는 사실과 결재에 동의했다는 사실이 자주 뒤섞였다. 0층은 그 버릇을 공간에까지 적용하고 있었다.
우리는 공방에서 낡은 장비 하나를 봤다. 손바닥만 한 철제 자, 오른쪽 끝이 아예 비어 있었다. 오명선은 그것을 019-3 시공 때 썼다고 했다. 길이를 80센티미터로 맞추는 도구지만, 오른쪽 끝의 자물쇠를 잠그지 않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 대면 눈금이 움직였다.
"왜 잠그지 않았습니까?"
"확인되지 않은 끝을 고정해 놓을 수 없어서요. 빈 건 빈 대로 둬야 했죠."
오명선은 지면에 자를 직접 대는 시연을 거절했다. 현재의 이상 현상에 도구를 연결했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었다. 대신 무게와 재질, 수선 시점을 기록하고 공개 가능한 외부면만 사진으로 남겼다. 장치의 본래 용도는 분명했다. 사람을 묶어 두는 자가 아니라 확인되지 않은 경계를 고정하지 않는 자.
그의 마지막 증언은 의외였다. "그날 원본을 두고 싸운 사람이 있었어요. 서류에는 한 사람처럼 찍혔지만, 목소리는 둘이었습니다. 한 사람은 이제 나가도 된다고 했고, 다른 사람은 바깥을 확인하지 않았으니 안 된다고 했죠."
"성함을 기억하십니까?"
"아니요. 날짜도 제가 수선하러 간 날인지 재생 화면에 찍힌 날인지 헷갈립니다. 얼굴도 봤다고 말 못 하겠네요. 그런데 한 사람의 말이 다른 사람의 말로 바뀐 건 기억해요. 그게 싫어서 그 뒤엔 철제 자에 이름을 새기지 않았습니다."
나는 오명선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떠나려는데 신발 한 켤레를 보여 줬다. 강변 카메라 속 물건과는 달랐다. 낡은 검정 작업화였다. "아까 신발을 보고 사람을 찾는다고 했지요. 조심하세요. 작업화는 몇 사람이 돌려 신기도 했습니다. 신발로 사람을 정하지 마세요."
오명선은 우리가 나가려 할 때 수선 공구함을 열어 작은 청동 손잡이 하나를 보여 주었다. "이건 그날 회수해 온 물건입니다. 누가 잡았는지는 몰라요. 손잡이 자체가 없어도 밖에서 신호를 받을 수 있게 고쳐 달라는 요청만 기억납니다." 손잡이 뒷면에는 아주 작은 세 점이 찍혀 있었다. 그는 사람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기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세 점은 안전 신호 전달이 불완전할 때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라는 표시였다. 지금까지 우리는 똑똑, 세 번 두드린 소리로 사람을 찾으려 했지만, 어쩌면 처음부터 그 소리는 누군가를 찾으러 가라는 기계의 경고였을 것이다. 나는 손잡이를 증거로 빼앗지 않았다. 오명선이 공개를 허락한 모양과 수리 기록만 촬영했다.
공방에서 나와 강변의 외부 안전선에 섰다. 그곳에는 지금도 019-3에서 수습한 신발이 별도 봉인돼 있었다. 신발의 지문이나 무늬는 조사 대상이지만, 사람의 의사를 대신하지는 못했다. 정하경과 유선영의 증언도 똑같았다. 각자 확인한 범위가 있고 그 밖은 공란으로 남겨 두어야 했다.
그날 밤 감사관이 보내 준 변경 기록에서 중요한 이름이 나타났다. 특정 개인 이름이 아니라 작업명이다. `SECOND_OBSERVER_SKIP`. 두 번째 관측자의 이의를 대기 상태로 남겨 두지 않고 통과한 것으로 처리하는 작업이었다. 오승필의 업체가 과거 전환 계정을 이용해 그 명령을 다시 호출한 기록도 있었다. 도원 0층에 나타난 물건들이 왜 한쪽 출구에만 몰렸는지 설명할 수 있는 단서였다.
그 명령을 보류시키자 019-3의 두드림은 잠시 멈췄다. 하지만 마지막에 다른 소리가 이어졌다. 금속이 울리는 소리도 자동 안내음도 아니었다. 바깥 바람을 맞으며 누군가 크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였다. 김하린은 그 부분이 현재 수신인지 과거 저장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그대로 기록했다. 다만 마음속으로는 묻고 있었다. 두 번째 관측자는 그때 무엇을 보았길래 끝내 승인하지 않았을까.
제17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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